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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다만 유감스럽게도 그럴 가능성은 아예 없었다.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인명진은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는 여이현이 될 수 없었다. 설령 온지유가 사랑하는 사람의 신분으로 곁에 머물고 있어도 그저 친구이자 친한 오빠밖에 될 수 없었다.

그는 이번 생은 그녀를 위해 살 생각이다.

...

약을 받은 여이현이 다시 안방으로 돌아왔을 때 온지유는 이미 샤워를 마쳤다.

머리칼에선 물이 뚝뚝 떨어졌고 은은한 장미 향이 났다.

여이현은 얼른 수건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닦아주었다.

“옷을 아래로 좀 내려봐. 약 발라줄게.”

“알았어.”

온지유는 그가 요구한 대로 옷을 살짝 벗어 내렸다. 여이현은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로 약을 발라주었다.

심지어 세심하게 입으로 후후 불면서 말이다.

그는 행여나 약이 상처에 닿으면 아플까 봐 걱정되었지만 이 정도 통증은 온지유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처음 종군 기자로 일하게 되었을 때 혼란스러운 전쟁에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지 못했다.

어느 한번은 폐허를 걷다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철근을 밟아 철근이 발을 통과한 적도 있었다. 원래는 반년 동안 쉬면서 상처를 치료해야 했지만 3개월 만에 그녀는 다시 전장으로 나왔다.

그 뒤로 그녀는 이런 작은 통증에 무감각해지게 되었다.

전장에 나왔으면 이런 사소한 일로 훌쩍이면서 유난을 떨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유야, 미안해. 그동안 네가 혼자...”

여이현의 눈가가 붉어졌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행여나 눈물이 그녀의 상처에 떨어질까 봐 말이다.

눈물은 쓰면서도 짠 것이었다.

온지유도 목구멍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여이현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만약 통제를 받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처럼 그녀의 앞에 나타나 절대 그녀를 혼자 두지 않았을 것이다.

온지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현 씨, 이미 다 지나간 일이잖아. 그러니까 지난 일에 대해서는 그만 말해줘. 우리에게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별이야. 별이가 어떻게 되든...”

온지유는 원래 여이현과 결심을 내리려고 했지만 최악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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