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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1화

아주 분명한 현실이었다. 아무리 온지유가 현실을 부정해도 옆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법로가 그녀의 친부라는 것을.

법로는 지금 그녀를 위해 그녀의 아이를 치료해주고 있었다. 이것 또한 그녀가 그의 딸이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의 아이였다면 그의 눈앞에서 죽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나가서 기다려볼까?”

여이현은 그녀를 안은 채 밖으로 나갔다. 행여나 이곳에 계속 머물고 서 있다간 견디지 못하고 이상한 생각을 할까 봐 말이다.

하지만 온지유는 확고하게 남겠다고 말했다.

“중독이 아니라고 하니까 그럼 여기 남아서 지켜보는 게 나을 것 같아. 난 별이가 눈을 뜰 때까지 기다릴 거야. 여기 있을 거야.”

확고한 그녀의 태도에 누구도 더는 설득하지 않았다.

그녀가 남겠다고 하니 여이현도 당연히 남아 그녀의 곁에 있을 생각이다.

그러나 법로는 그에게 눈빛을 보냈다.

여이현은 온지유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난 잠깐 나갔다 올게.”

“응.”

빠르게 여이현은 법로와 함께 실험실 밖으로 나왔다.

법로는 입술을 틀어 물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지유한테는 네가 내 좋은 말만 해주길 바란다. 비록 우리가 전에는 적이었지만 네가 누구인지 나도 알고 있단다. 그래도 난 지유를 위해 언제든 너한테 고개를 숙일 준비가 돼 있어. 나에겐 딸이라곤 지유 하나뿐인데 너만 신경 쓰고 네 말이라면 다 듣거든.”

법로는 여이현의 앞에서는 자신을 낮추어 말했다. 지금의 그는 Y 국을 이끄는 수장이 아니었고 전처럼 거만하지도 않았다. 지금의 그는 그저 온지유의 아버지일 뿐이다.

“설득되는 정도에서 설득할 겁니다. 하지만 지유는 하나의 독립체고 여느 사람처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죠. 제가 어떤 말을 하든 전부 듣는 건 아닙니다.”

여이현은 솔직하게 말했다. 법로가 너무 자신에게 기대를 걸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법로는 여이현의 뜻을 알아챘지만 기회만 있다면 그게 어떤 기회든 그는 전부 시도해 볼 생각이다.

마음이 급해진 법로는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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