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지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를 데리고 가면 방해가 될 거야. 아직 할 일도 많잖아. 그럴 수는 없어.”여이현은 온지유를 구하려다 처분을 받게 된 것이다. 온지유는 여이현이 부대 일을 더 우선 하기를 바랐다. 둘은 아직 더 볼 날이 많이 있으니 말이다.“바보야, 방해가 되기는? 내가 미안한 일을 한 거지. 아직 내 실력이 약해서 너를 지켜주지 못한 건데.”여이현의 목소리는 더 깊어졌다. 슬픔이 그의 눈에 드리웠다.온지유는 계속 사과하는 여이현의 입술을 막으며 말했다."그만해. 다 알고 있어. 난 먼저 나민우와 홍혜주를 데리고 돌아갈게."그러나 뜻밖에도 홍혜주와 나민우는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았다.홍혜주는 이곳에서 여군으로 활동하는 삶을 좋아하고 있었고, 나민우 역시 온지유의 곁에 있는 것이 편안하다고 느끼고 있었다.본인들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했다.하지만 온지유는 나민우의 결정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자 그에게 다가갔다."왜 돌아가고 싶지 않은지 모르겠지만 경성에는 아직 너의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어. 네가 떠난 후 가족들 모두 널 그리워하고 있는걸."그러나 지금의 나민우에게 있어 가족은 그저 낯선 존재일 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하지만 지유야, 네가 여기 있잖아. 그리고 난 여기서 잘 지내고 있어. 경성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고 차라리 여기서 조금 더 지내는 게 나을 것 같아."온지유는 잠시 침묵했다. 나민우에게 이름을 불리자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잠시 후 온지유는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민우야, 고향으로 돌아가서 가족을 만나면 오히려 기억이 돌아올 가능성이 커. 여기는 전쟁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야. 오래 있기는 위험해."온지유는 그의 안전을 고려해 경성으로 돌아가길 원했지만 나민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알아. 하지만 괜찮아. 만약 내가 여기서 너무 편하게 지내는 게 거슬린다면 나도 홍혜주 씨처럼 군인이 될게.”그 말에 깜
“이곳은 제가 함부로 정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저 하나의 결정은 통하지 않을 거예요.”온지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인명진의 마음은 온지유도 잘 알고 있었지만 온지유는 그를 친구로만 여겼다.“그럼 내가 직접 말하러 갈게.”인명진은 진지했다. 그는 이 말을 남기고 바로 손을 흔들며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여이현을 찾아왔다.여이현은 텐트 안에서 지도를 확인하고 있었다. 군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엄숙했다. 여이현은 복장과 상관없이 본래부터 기품이 있었다. 온지유가 그에게 반한 것도 당연해 보였다.인명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여이현에게 다가갔다.“지유의 기억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죠?”여이현은 일하던 손을 멈췄다.그리고 손에 들려있던 펜을 내려놓고, 깊고 검은 눈으로 인명진을 응시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보아하니 이미 알고 있나 보군요.”“그런 셈이죠.”인명진의 질문에 여이현은 짧게 대답했다.인명진은 더 말을 이어갔다.“지유는 노예 수용소에서 다른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그로 인해 강한 공감을 느낀 거예요. 그 이후로 타인의 고통을 자신이 겪은 일인 것처럼 생각하게 된 거죠. 이현 씨, 이 상황에서 나는 지유의 곁을 떠날 수 없어요.”인명진의 눈빛에는 결의가 가득했다. 그 결심은 그의 눈빛에 선명하게 드러났다.여이현은 인명진의 입장도, 온지유의 마음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연인이 다른 남자에게 이렇게까지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커다란 돌이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불편함이었다.“제 존재가 불편하다는 건 잘 알아요. 둘 사이를 방해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현 씨라면 제가 어떤 역할을 맡을수 있을지 잘 알고 있을 거에요.”인명진은 차분히 말했다. 그의 시선은 무겁게 여이현을 눌렀다.그러나, 여이현이 채 대답하기 전에 성재민이 텐트에 찾아왔다.성재민은 텐트에 들어와 공손하게 보고했다.“대장님, Y국에서 사
온지유는 꽃을 안고 향기를 맡고 있었다. 잠시 후, 여이현이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온지유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아쉽게도 지금 손에 핸드폰이 없네. 그렇지 않으면 네 사진을 많이 찍어줬을 텐데.”여이현은 이제서야 왜 많은 사람들이 어디를 가든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지 깨달았다.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히 남겨 두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테다.온지유는 쿡쿡 웃으며 말했다.“지금 그럴 처지도 아니잖아. 게다가 많은 일들을 겪고 나니까 내 마음가짐도 이미 많이 변한 것 같아.”이전에는 여이현의 비서로 일하면서 그의 지시를 엄격하게 따르며 관계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매우 조심했다. 누구에게도 그들의 관계를 눈치채게 하지 않으려 신경을 썼다. 지금은 이런 일들을 겪고 있으니 더더욱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여이현은 미소를 지으며 온지유의 옆에 앉았다. 그는 손을 뻗어 온지유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지유야, 내가 네게 너무 많은 잘못을 해 왔다는 건 잘 알아. 지금 일을 서둘러 처리하고 있으니까 빨리 끝내고 너에게 온전한 나를 돌려줄게.”“응, 기다릴게.”온지유는 여이현의 품에 기대어 함께 저녁노을을 바라보았다.여이현은 온지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지유야, 신무열과 법로가 우릴 찾아왔어. Y국은 이미 큰 변화를 겪었고 노예 수용소도 모두 해체됐어. 지금 Y국을 이끄는 사람은 신무열이야. 법로는 물러났고, 율이 행세를 하던 사람은...”“노승아지?”여이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온지유가 웃으며 그의 말을 끊었다.여이현은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온지유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언제부터 안 건데?”여이현은 웃으며 물었다.온지유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의심스러웠던 점들이 하나하나 이어지면서 알게 됐어. 율이는 노석명이 데려왔고, 노승아는 노석명의 딸이잖아.”“사실 노승아는 노석명의 딸이 아니야. 노승아는 여진숙의 딸이었고 여진숙과 노석명이 접점이 있었을 뿐
온지유는 가면을 벗은 법로를 처음 보았다.신무열의 곁에 서 있는 법로의 시선은 온지유를 향해 무겁게 쏟아졌다.온지유는 법로의 시선을 피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Y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어요.”온지유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확고했다. 그녀는 절대 Y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법로와도 화해할 의사가 없었다. 온지유는 온갖 불편한 감정에 휩싸여 있었다.여이현은 말없이 온지유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그녀가 어떤 결정을 하든 그는 언제나 온지유의 곁에 있을 것이다. 말은 안 했지만 강한 시선이 여이현의 의지를 말해주었다.신무열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법로가 휘청거리며 온지유에게 다가갔다.“율아...”법로의 목소리는 목에 무언가가 걸린 듯 꽉 막혀있었다.온지유는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저는 율이가 아니예요. 제 이름은 온지유예요.”그의 목소리는 온지유를 불편하게 했다. 마치 커다란 돌이 마음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사람의 감정과 태도는 수시로 바뀔수 있는것이기는 하지만 어딘가 거부감이 들었다.법로는 온지유와 재회할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상했었다.물론 온지유에게서 돌아 올 차가운 반응도 예상했었지만 실제로 겪으니 가슴이 아팠다.당장 생각 나는 건 물질적인 보상을 하는 것이었다.법로가 손으로 지휘 하자 다크가 보석과 금이 가득 담긴 상자를 가져왔다.그리고 법로 손안의 카드도 온지유를 향해있었다.“이건 아버지가 주는 선물이다...”그러나 온지유는 받지 않았다. 신무열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예전에는 그저 추측뿐이었지만 그는 이제 확실히 온지유가 율이임을 알게 되었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하지만 온지유의 거리감을 두는 표정을 보고 그는 다시 손을 거두었다.온지유는 차갑게 말했다.“제 아버지는 온경준이에요.”온지유는 법로를 인정하지 않았고 신무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Y국이 저지른 일들은 그녀에게 아직도 너무나 생생한 상처였다. 자신의 친부가 그런 악행을 저지른 법로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
“그리고 이곳에 잠시 머무르고 싶습니다.”신무열이 덧붙였다.여이현은 신무열과 법로가 남아있으려는 이유가 온지유와 관련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온지유의 가까이에 머물며 설득하려는 것일 테다.그러나 여이현이 아직 말하기도 전에 신무열은 여이현에게 다가가며 눈치를 줬다.여이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떠나기 전에 그는 부하에게 눈짓을 주었고 부하는 남아 법로를 접대하기 시작했다.여이현과 신무열은 텐트 밖으로 나왔다.신무열은 솔직하게 말했다.“아버지는 노석명에게 속았을 뿐이에요. 저렇게 보여도 사실 율이를 무척 사랑하셨어요. 저희도 지유와 여이현 씨의 관계를 잘 알고 있어요. 이현 씨가 중간에서 중재해 줄 수는 없을까요?”신무열은 온지유가 여이현의 말을 잘 따르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여이현이 온지유를 설득한다면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신무열의 눈에는 희망이 어렸다.여이현도 잊지 않았다. Y국 내부에서 신무열은 온지유와 자신을 도와주었고 덕분에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하지만 그는 온지유의 마음을 대신할 수 없었다. 과거에 여이현은 한 번 온지유를 대신해 결정을 내렸고 그로 인해 온지유에게 원망을 들은 적이 있었다. 지금 또다시 온지유 대신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다.여이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유의 의사는 이미 명확합니다. 아쉽지만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없어요. 하지만 두 분께서 이곳에 남고 싶다면 그건 두 분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온지유의 결정은 확실했지만 신무열과 법로가 온지유의 가족임을 여이현도 알고 있었다. 그들을 함부로 쫓아낼 수는 없다.신무열은 여이현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깨달았다.하지만 신무열은 이곳에 머무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 주제를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았다.신무열은 곧바로 본론을 말했다.“연합군은 이쪽의 주권을 빼앗고 싶어 합니다. Y국이 공격을 받을 게 분명해요. 하지만 이제 아버지께서 자
인명진은 천천히 말을 꺼냈고 그의 눈빛은 점점 더 확신에 차갔다.문득 그는 여러 해 전의 율이를 떠올렸다. 그녀가 웃을 때의 모습은 너무나 따뜻하고 아름다웠다.무엇보다도 율이는 한때 그를 따뜻하게 해주었고, 보호해 주었었다. 율이가 아니었으면 그는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지금의 그는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현재 율이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명진에게는 큰 위안이었다.법로는 인명진의 말을 듣고 곧 깨달았다.잠시 침묵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널 약인으로 만든 사람이 나라는 걸 잊지 마라.”매듭을 묶은 사람이 매듭을 풀 수 있는 법이다.그는 인명진을 약인으로 만들 수 있었고 반대로 그를 정상으로 되돌려 줄 수도 있었다. 그렇다, 그는 인명진에게 정상적인 삶을 살게 할 수 있었다.이제 법로는 실험은 불행을 만들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었다.“정말인가요?”인명진의 눈빛에는 기쁨과 설렘이 스쳤다.처음 지유의 곁을 떠났을 때 그는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비록 온지유와 함께하고 싶었지만 정상적인 신분도 없고 건강한 몸도 없었기에 친구로 여겼던 온지유에게 슬픔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다시 돌아온 이유는 여이현이 전화로 온지유에게 일이 생겼다고 알렸기 때문이었다.온지유가 노석명의 실험 대상으로 취급받는 것을 보고, 또 온지유가 그토록 많은 고통을 겪는 것을 본 그는 더 이상 떠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법로는 이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릴 방법이 있다고 한다!인명진은 늘 정상적인 사람이 되는 것을 꿈꿔왔었다.법로는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지유를 구한 건 너니까 사례 정도로 생각해라.”...법로와 신무열은 이곳에 머무르며 가끔 온지유와 마주쳤다.비록 군부대에 있었지만 여이현은 온지유를 잘 챙겨주었다. 그녀의 식사는 따로 준비되었고 특히 신무열과 법로가 온 후로는 더욱 호화로워졌다.하지만 온지유는 전혀 식욕이 없
율이라고 불리는 게 싫다면 부르지 않으면 그만이다.온지유는 말없이 입술을 꾹 깨물고 신무열을 바라봤다.그리고 의문 섞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죠?”온지유라는 호칭을 신무열이 받아들였다면 다른 것도 받아들이지 않으리라 믿을 수 없었다.신무열이 진지한 투로 말했다.“지유야, 네가 우리를 배척하는 이유를 잘 알아. 아버지는 실제로 아주 많은 나쁜 짓을 해왔어. 하지만 아버지가 우리를 위한 마음은 진짜가 맞아. 네가 실종 된 뒤로도 몇 번이고 널 찾으러 다녔었어. 아니, 아버지는 이 몇 년간 한 번도 널 찾는 걸 멈춘 적 없었어.”“너는 모르겠지. 노석명이 노승아를 데려왔을 때, 아버지는 노승아를 너로 착각하고 얼마나 많은 사랑을 쏟아 부었는지...”온지유는 손을 저었다. 더 이상 신무열이 하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신무열은 온지유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넌 아직 모르지? 아버지가 야망을 위해 실험을 계속해 왔고, 그로 인해 인명진을 약인으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인명진을 정상인으로 돌려줄 수 있다고 하는걸. 그리고 인명진에게 감사하다고 인사까지 한 걸.”신무열은 호흡이 무거워졌다.아버지는 Y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던 법로이다. 몇 년간 노석명에게 속아 신무열이 어떤 말을 해도 의견을 숙이지 않던 그였다.하지만 아버지가 온지유를 대할 때는 그 어떤 사람에게도 고개를 숙일 수 있었다. 그게 바로 온지유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었다.온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목에 무언가 걸리기라도 한 듯 불편했다.법로가 자신을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줄 몰랐다.신무열의 말대로 비록 많은 악행을 저질러 왔지만 자애로운 아버지였다는 것은 변함이 없을지도 모른다. 몸 안에 흐르는 피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하지만...온지유는 자신을 설득할 수 없었다.“지금 이런 말들을 듣고 싶지 않아요. 그만하면 안 돼요?”온지유는 지쳤다. 몸도 마음도.신무열도 온지유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엎드려!”신무열은 큰 소리로 외치며 바로 온지유 쪽으로 몸을 던졌다.군영 전체는 바로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여이현은 신속하게 배치를 지시했고 인명진도 급히 온지유 앞으로 도착했다. 한편 홍혜주와 나민우는 대부대와 함께 이번 기습에 대한 반격을 시작했다.신무열은 이 틈을 타 온지유를 데려가려고 했지만 인명진의 저지를 받았다.“도련님, 이현 씨가 특별히 당부한 게 있습니다. 지금은 전투 중이니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좋습니다. 게다가 율이도 말했잖아요. Y국과 엮이고 싶지 않다고...”신무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그가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온지유가 앞으로 나서더니 신무열의 손목을 단단히 잡았다. 온지유는 표정을 굳히고 캐물었다.“이번 전쟁, 당신이 일부러 일으킨 건 아니죠?”아니면 왜 신무열만 이 상황에서 평온하게 그녀를 데리고 가려고 하는 걸까?그들은 온지유를 데려가겠다는 의지만 밝혔을 뿐 여이현이 중독된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아무런 해결책을 제공하지 않았다.“우리가 한 게 아니야.”신무열의 얇은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고 그의 표정은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그는 전쟁을 싫어했고 자신의 나라를 화국처럼 만들고 싶어했지만 화국을 싫어하기도 했다.온지유만 없었다면, 그는 애초에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온지유는 지금 신무열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온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응시했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는 여전히 의심이 서려 있었다.신무열은 입술을 꼭 다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유야, 나는 그냥 여기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하지만 네가 나와 함께 간다면, 나는...”“함께 가면 무슨 좋은 일이 있는데요? Y국의 귀족 딸이 되어 누릴 수 없는 부와 명예를 얻게 되는 건가요?”온지유의 입가에는 차가운 웃음기가 스쳤다.Y국의 상류층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지만 하류층 사람들은 어떤가.노예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 그들의 부하들, 모두가 피눈물을 흘리며 살고 있었다.신무열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