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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이곳은 제가 함부로 정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저 하나의 결정은 통하지 않을 거예요.”

온지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인명진의 마음은 온지유도 잘 알고 있었지만 온지유는 그를 친구로만 여겼다.

“그럼 내가 직접 말하러 갈게.”

인명진은 진지했다. 그는 이 말을 남기고 바로 손을 흔들며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여이현을 찾아왔다.

여이현은 텐트 안에서 지도를 확인하고 있었다. 군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엄숙했다. 여이현은 복장과 상관없이 본래부터 기품이 있었다. 온지유가 그에게 반한 것도 당연해 보였다.

인명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여이현에게 다가갔다.

“지유의 기억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죠?”

여이현은 일하던 손을 멈췄다.

그리고 손에 들려있던 펜을 내려놓고, 깊고 검은 눈으로 인명진을 응시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보아하니 이미 알고 있나 보군요.”

“그런 셈이죠.”

인명진의 질문에 여이현은 짧게 대답했다.

인명진은 더 말을 이어갔다.

“지유는 노예 수용소에서 다른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그로 인해 강한 공감을 느낀 거예요. 그 이후로 타인의 고통을 자신이 겪은 일인 것처럼 생각하게 된 거죠. 이현 씨, 이 상황에서 나는 지유의 곁을 떠날 수 없어요.”

인명진의 눈빛에는 결의가 가득했다. 그 결심은 그의 눈빛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여이현은 인명진의 입장도, 온지유의 마음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연인이 다른 남자에게 이렇게까지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커다란 돌이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불편함이었다.

“제 존재가 불편하다는 건 잘 알아요. 둘 사이를 방해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현 씨라면 제가 어떤 역할을 맡을수 있을지 잘 알고 있을 거에요.”

인명진은 차분히 말했다. 그의 시선은 무겁게 여이현을 눌렀다.

그러나, 여이현이 채 대답하기 전에 성재민이 텐트에 찾아왔다.

성재민은 텐트에 들어와 공손하게 보고했다.

“대장님, Y국에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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