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이라고 불리는 게 싫다면 부르지 않으면 그만이다.온지유는 말없이 입술을 꾹 깨물고 신무열을 바라봤다.그리고 의문 섞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죠?”온지유라는 호칭을 신무열이 받아들였다면 다른 것도 받아들이지 않으리라 믿을 수 없었다.신무열이 진지한 투로 말했다.“지유야, 네가 우리를 배척하는 이유를 잘 알아. 아버지는 실제로 아주 많은 나쁜 짓을 해왔어. 하지만 아버지가 우리를 위한 마음은 진짜가 맞아. 네가 실종 된 뒤로도 몇 번이고 널 찾으러 다녔었어. 아니, 아버지는 이 몇 년간 한 번도 널 찾는 걸 멈춘 적 없었어.”“너는 모르겠지. 노석명이 노승아를 데려왔을 때, 아버지는 노승아를 너로 착각하고 얼마나 많은 사랑을 쏟아 부었는지...”온지유는 손을 저었다. 더 이상 신무열이 하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신무열은 온지유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넌 아직 모르지? 아버지가 야망을 위해 실험을 계속해 왔고, 그로 인해 인명진을 약인으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인명진을 정상인으로 돌려줄 수 있다고 하는걸. 그리고 인명진에게 감사하다고 인사까지 한 걸.”신무열은 호흡이 무거워졌다.아버지는 Y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던 법로이다. 몇 년간 노석명에게 속아 신무열이 어떤 말을 해도 의견을 숙이지 않던 그였다.하지만 아버지가 온지유를 대할 때는 그 어떤 사람에게도 고개를 숙일 수 있었다. 그게 바로 온지유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었다.온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목에 무언가 걸리기라도 한 듯 불편했다.법로가 자신을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줄 몰랐다.신무열의 말대로 비록 많은 악행을 저질러 왔지만 자애로운 아버지였다는 것은 변함이 없을지도 모른다. 몸 안에 흐르는 피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하지만...온지유는 자신을 설득할 수 없었다.“지금 이런 말들을 듣고 싶지 않아요. 그만하면 안 돼요?”온지유는 지쳤다. 몸도 마음도.신무열도 온지유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엎드려!”신무열은 큰 소리로 외치며 바로 온지유 쪽으로 몸을 던졌다.군영 전체는 바로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여이현은 신속하게 배치를 지시했고 인명진도 급히 온지유 앞으로 도착했다. 한편 홍혜주와 나민우는 대부대와 함께 이번 기습에 대한 반격을 시작했다.신무열은 이 틈을 타 온지유를 데려가려고 했지만 인명진의 저지를 받았다.“도련님, 이현 씨가 특별히 당부한 게 있습니다. 지금은 전투 중이니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좋습니다. 게다가 율이도 말했잖아요. Y국과 엮이고 싶지 않다고...”신무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그가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온지유가 앞으로 나서더니 신무열의 손목을 단단히 잡았다. 온지유는 표정을 굳히고 캐물었다.“이번 전쟁, 당신이 일부러 일으킨 건 아니죠?”아니면 왜 신무열만 이 상황에서 평온하게 그녀를 데리고 가려고 하는 걸까?그들은 온지유를 데려가겠다는 의지만 밝혔을 뿐 여이현이 중독된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아무런 해결책을 제공하지 않았다.“우리가 한 게 아니야.”신무열의 얇은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고 그의 표정은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그는 전쟁을 싫어했고 자신의 나라를 화국처럼 만들고 싶어했지만 화국을 싫어하기도 했다.온지유만 없었다면, 그는 애초에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온지유는 지금 신무열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온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응시했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는 여전히 의심이 서려 있었다.신무열은 입술을 꼭 다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유야, 나는 그냥 여기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하지만 네가 나와 함께 간다면, 나는...”“함께 가면 무슨 좋은 일이 있는데요? Y국의 귀족 딸이 되어 누릴 수 없는 부와 명예를 얻게 되는 건가요?”온지유의 입가에는 차가운 웃음기가 스쳤다.Y국의 상류층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지만 하류층 사람들은 어떤가.노예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 그들의 부하들, 모두가 피눈물을 흘리며 살고 있었다.신무열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
그들은 말을 돌려 온지유의 의심을 사지 않고 조용히 그녀를 데리고 가려 했었다.하지만 여이현의 부하들에게 발각되는 바람에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혼란한 틈을 노려 온지유를 Y국으로 데리고 가려 했는데 지금 상황을 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이 모든 것이 다 인명진 때문이다!인명진은 입을 살짝 벌리며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신무열이 그의 말길을 끊었다.“인명진 씨, 무슨 수를 써서든 지유를 Y국으로 데려와야 해요.”...두 시간 후.“큰일 났습니다!”조급한 목소리가 군영 전체에 울려 퍼졌다. 모든 사람이 그 소리에 놀라 신속하게 상부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온지유도 빠른 속도로 천막에서 달려 나왔다. 그녀는 많은 사람이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밖으로부터 돌아오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하지만 그녀는 사람들 속에서 여이현 뿐만 아니라 용경호와 성재민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기에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다 갑자기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쓴 몰골이 그녀 눈에 띄었다.조급한 마음이 어려있는 그의 까만 눈동자를 본 온지유는 심하게 요동치는 가슴을 쥐어 잡고 다가가서 물었다.“경호 씨, 이현 씨는요? 왜 이현 씨가 보이지 않는 거죠?”그 말을 들은 용경호의 두 눈은 격한 슬픔에 잠겨있었다. 그는 머리를 푹 숙인 채 대답했다.“사모님, 대장님께서…”무언가 눈치 채고 다리에 힘이 풀려 뒤로 넘어질 뻔한 온지유를 인명진이 부축해주었다.온지유는 한순간에 모든 힘을 빼앗긴 것처럼 고통스럽고 믿기지 않았다.“경호 씨, 지금 장난치는 거죠? 그 말이 진심 아니죠?”용경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사모님, 대장님께서는 전투 중 총알을 맞고 강으로 추락했습니다. 저희들이 오랫동안 찾았는데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 강에 사람을 포식하는 악어와 아나콘다가 서식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온지유는 힘이 풀린 채 온몸의 감각을 서서히 잃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여이현이 총을 맞고 추락하는 화면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갔다.
인명진은 온지유를 막으며 설득하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율아, 우리가 강을 따라서 이렇게나 오래 찾아보았는데도 발견하지 못했잖아. 성재민 씨 쪽에도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을 보니...”인명진은 오랜 수색에도 여이현이 보이지 않자 사망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수는 없으니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어도 반드시 받아들여야 했다.온지유는 인명진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집을 세웠다.“이런 말 하지 마세요. 제 눈으로 시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지 않을 거예요. 모두 돌아가세요!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현 씨를 찾아낼 거에요!”온지유는 멘탈이 붕괴되어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여이현의 시체만 발견되지 않는다면 살아있을 희망이 있었기에 이대로 멈추기 싫었다. 하지만 지금 위급한 상황이라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에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인명진은 온지유가 말을 들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녀를 기절시켜 억지로 데려갔다.군영에 도착하니 신무열이 온지유를 데리고 Y국으로 돌아가려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인명진은 온지유를 내어줄 생각이 없었다.“도련님, 지금 이 상황에서 지유를 보내드릴 수 없어요. 지유가 여이현 씨를 찾으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데 도련님이 막무가내로 데려가시면...”자살하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비록 온지유는 아직도 여이현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가면 현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온지유가 여이현을 자신의 목숨처럼 여기고 사랑하는데 Y국으로 돌아갔다가 감금이라도 당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컸다.신무열은 온지유가 했던 말과 그들에 대한 태도가 생각나서 한 발짝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혼미 속에서 깨어난 온지유는 눈을 뜨기 무섭게 여이현을 찾아 나서려 했지만 인명진에게 잡혔다.“너 지금 그 몸으로 어딜 가려고 그래? 온지유 정신 차려! 그냥 현실을 받아들여. 화국에서 이미 여이현 씨 사망 통지를 내렸다고.”온지유는 이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심한 타격을 받았다.
익숙한 말투에 온지유는 고개를 번쩍 들고 홍혜주를 바라보았다. 홍혜주의 눈가에 은구슬 같은 눈물방울이 맺혀있었다.홍혜주의 옷은 군데군데 찢어져 있었고 얼굴에는 전투를 겪은 화약 흔적이 남아있어서 먼지를 뒤집어쓴 듯 초라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맞닥뜨리자 혼혜주는 빠른 발걸음으로 온지유에게 다가가서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유 씨, 저 돌아왔어요. 소대장님 소식 들었어요.”그녀는 병사들과 함께 전쟁터로 향했다. 그러다 적군의 대포에 쓰러져 여러 날 동안 혼미상태였다. 다시 눈을 떠보니 모든 기억이 회복되어있었다.그리고 영지도 돌아와서야 여이현의 희생 소식을 알게 되었다.홍혜주는 온지유가 여이현에 대한 깊은 감정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을 알고 이리로 황급히 달려왔다.온지유는 홍혜주를 본 순간부터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그녀는 자주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녀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영원히 돌아올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제일 기대했던 아이마저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그녀 곁을 떠나버렸다.“콜록, 콜록!”그녀는 너무 슬퍼 감정 기복이 심했는지 맹렬한 기침을 하다가 급기야 피를 토하고 말았다.이 장면에 옆에 서 있던 홍혜주는 소스라치게 놀라 했다. 다행히 인명진이 휴지를 가져다주며 홍혜주에게 온지유를 위로해 주라는 눈치를 줬다.홍혜주는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온지유 곁에 앉아 그녀의 손을 꼭 잡아줬다.“지유 씨, 전 지유 씨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 그리고 지유 씨가 지금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아요. 하지만 진정하시고 마음을 다잡으세요. 그래야 아이를 만날 수 있죠.”“뭐라고요?”온지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했다.‘아이라니? 우리 아이는 이미 하늘나라로 떠난 것이 아니었나? 혜주 씨가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지?’온지유는 목에서 밀려오는 고통을 참으며 물었다.“혜주 씨, 무슨 뜻이죠? 무슨 소식을 알고 있는 거예요?”그
홍혜주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현재 쓸개를 먹은 것처럼 목구멍이 쓰라렸다. 온지유가 이렇게 슬픈 얼굴로 남에게 애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온지유는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어 토끼처럼 빨간 두 눈으로 홍혜주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홍혜주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은 진실을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지유 씨, 아이의 행방을 알고 있는 사람은 소대장님뿐이에요. 하지만 소대장님께서는...”현재 여이현의 사망 통지가 널리 퍼진 마당에 믿으려 하지 않아도 방법이 없었다. 오랫동안 찾아보았는데도 여이현의 그림자조차 발견하지 못했으니 이미 건너지 말아야 할 다리 너머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오직 여이현만이 아이의 행방을 알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었다.온지유는 북받쳐 올라오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양 볼을 따라 쉴 새 없이 흘러내려왔다.“혜주 씨, 그 말 진심이세요? 절 속이시는 거 아니에요? 저는 제 아이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저는...”온지유는 소리 없이 흐느끼고 있었다.홍혜주는 그 모습이 너무 가슴이 아파 온지유를 품에 끌어안고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지유 씨, 진짜예요. 살아만 있다면 뭐든 다 가능하죠. 소대장님께서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치시고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데려오려는 속셈일 수도 있죠.”그녀는 이렇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온지유를 속이는 말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렇게 하면 온지유라도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온지유는 눈물을 닦으며 생각했다.‘이현 씨라면 모든 일을 잘 계획했을 거야. 그래야 이현 씨지.’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홍혜주의 말에 동의했다.“그래요. 혜주 씨 말이 맞아요. 더 강해져서 꼭 제 아이를 살아서 만날 거에요. 혜주 씨, 그동안 고생이 많았어요.”온지유는 붕괴한 멘탈을 다시 붙잡고 이성을 되찾았다.그녀는 아직도 홍혜주가 그녀를 보호하려고 심하게 다쳤던 일을 잊을 수 없었다. 홍혜주는 그녀 때문에 노승아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당시 홍
“날 보낼 생각이야?”인명진은 온지유 말속에 숨겨진 뜻을 눈치채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온지유는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명진 씨, 세상에 헤어지지 않는 잔치는 없는 법이에요. 우리 모두 각자 걸어야 할 길이 있잖아요. 그리고 명진 씨는 저 때문에 이곳까지 온 거잖아요.”인명진에게 원래 자기만의 계획이 있었는데 온지유를 위해서 계획을 바꾸었다.“맞아, 너에게 일이 터지지 않았다면 나는 이곳에 오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지유야 나는 그냥 너를 위해서 움직이고 싶어. 내가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말이야.”온지유와 마주 앉아있는 인명진은 굳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의 눈빛 속엔 확고한 의지뿐만 아니라 온지유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었다.그녀는 인명진의 마음을 잘 알고 있지만 받아줄 생각은 없었다. 그녀 마음속은 여이현으로 가득하여 있고 지금 그가 행방불명이 되었으니 다른 사람에게 내어줄 자리가 없었다.그에 온지유는 모르는 체하며 입을 열었다.“명진 씨 인생은 명진 씨가 해야 할 일을 하며 보내는 거예요. 명진 씨는 약인 이라 저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제 곁에 남으려 한다는 거 알아요.”“지유야, 지금 이런 얘기를 꺼내기 적합하지 않다는 거 알아. 하지만 꼭 말해야겠어. 내가 직접 말하지 않으면 너는 영원히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할 것 같아. 지유야, 나는 널 좋아해.”온지유가 말했었다. 그녀는 온지유일 뿐 율이가 아니라고.그녀가 율이라 불리는 것을 꺼리니 고백하는 이 순간 인명진은 그녀를 더는 율이라고 부르지 않았다.온지유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인명진의 눈빛에는 사랑과 슬픔이 함께 깃들어 있었다.그는 말을 이었다.“지유야, 난 항상 네 곁을 지키면서 너를 챙겨줄 수 있어. 언제든지 네가 뒤를 돌아보기만 한다면 내가 그곳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 거야.”진심 어린 고백에 온지유는 목구멍이 조여오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인명진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는 알고 있다. 하
말을 마친 여이현은 온지유의 얼굴을 어루만지던 손을 내리고 유유히 사라졌다.온지유는 시야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여이현을 잡으려 손을 뻗고 달려갔다. 하지만 여이현은 온몸이 투명해지며 빠른 속도로 사라져 버렸다.“여이현 이 나쁜 놈!”온지유가 꿈속에서 성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깨어났다.얼굴에서 촉촉한 무언가가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어 만져보았더니 눈물이었다.이때 인명진이 신무열을 데리고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온지유의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신무열은 빠른 걸음으로 온지유에게 다가가서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부드러운 말투로 얘기했다.“지유야, 괜찮아. 그건 그냥 꿈일 뿐이야. 이왕에 나랑 같이 Y국으로 돌아가지 않을래?”여이현이 목숨을 잃은 지금 온지유를 홀로 이곳에 내버려 두려니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의 아버지께서 무슨 일이 있든 온지유를 Y국으로 데려오라고 명령을 내렸다.온지유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저는 무열 씨와 함께 떠날 생각이 없어요.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 거예요? 저는 율이가 아니라 온지유라고요! 저는 화국 경성사람이지 Y국 사람이 아니에요!”그리고 신무열의 손을 내팽개쳤다.지금까지도 자신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는 온지유의 태도는 신무열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는 것과 같았다. 신무열은 그동안 온지유가 마음을 바꾸었으리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고집을 세울 줄 몰랐다.그는 어릴 적 기억이 문뜩 떠올랐다. 어린 시절 그들은 아주 화기애애한 남매였다.신무열도 온지유를 자극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가 계속 이대로 나온다면 방법이 없는 일이다.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온지유를 바라보며 설득했다.“지유야, 우리는 피를 나눈 남매야. 네가 아무리 인정하기 싫어도 우리의 몸에서는 같은 피가 흐르고 있어. 우리는 서로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극친한 존재라고. 지유야, 네가 우릴 미워하고 증오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하지만 한 번이라도 돌이킬 기회를 주면 안 돼?”신무열은 온지유 곁에 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