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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1화

“그냥 지유로 불러줘요.”

그전까지는 인명진과 지낸 시간도 짧았고 이름의 유래도 몰랐기에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율이라는 이름이 법로의 딸에게 붙여진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은 사뭇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인명진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처음부터 널 율이라고 불렀어. 네가 지금 온지유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도 너는 여전히 율이야. 과거를 바꾸는 건 불가능해. 태어나는 곳을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출신을 인정하고 알아 갈 필요는 있어.”

‘알 필요는 있다’ 라.

온지유는 그 말에 웃고 싶었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법로와 부하들은 오직 살육과 약탈에 빠져 있었어요. 그 사람은 명진씨를 이런 존재로 만든 사람이기도 해요. 모든 것을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사용하고 있었잖아요.”

온지유는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끔찍한 장면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과거에 율이로서 Y국에서 어떻게 버텨왔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

온지유는 기운이 빠졌다.

“명진 씨, 나 좀 피곤한 것 같아요. 잠깐 눈 좀 붙일게요. 이현 씨가 오면 깨워주세요.”

온지유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침대에 몸을 누였다.

인명진은 조용히 그녀의 곁을 지키며 열을 내려주려 손으로 부채질을 해주었다.

...

한 시간 후, 드디어 여이현이 도착했다.

그는 부하에게서 온지유의 위치를 물어본 후 바로 그녀가 있는 텐트로 걸음을 재촉했다.

텐트 문을 열자마자 여이현은 온지유의 곁을 지키고 있는 인명진과 멀리 의자에 앉아 있는 나민우를 발견했다.

그의 등장에 인명진과 나민우는 무언의 눈빛을 교환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온지유와 여이현 두 사람에게 공간을 남겨 주었다.

온지유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여이현은 묵묵히 그녀의 곁을 지켰다.

잠에서 깬 온지유는 자신이 환각을 보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어서 인명진과 함께 여이현의 부대로 온 것을 기억해 내고 눈앞의 여이현이 환상이 아님을 깨달았다.

온지유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만지려 했고 여이현은 그녀의 손길이 닿도록 가까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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