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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온지유가 가장 먼저 그 사람의 모습을 알아차렸다.

석양빛을 등지고 선 그는 빛에 감싸여 마치 황금빛 테두리를 두른 듯했다.

나민우?!

온지유는 순간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비틀거렸다.

“민우야...?”

인명진은 온지유가 넘어질까 봐 곁에서 조심스럽게 부축했다.

나민우도 온지유를 보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여이현이 통화하는 내용을 들은 그가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

가끔 떠오르는 기억대로 온지유는 예쁘고 온화한 이미지였다.

나민우의 마음속에는 희미한 기억의 파편들이 떠올랐지만 그 기억들을 완전히 붙잡지는 못했다.

온지유는 그를 바라보며 과거 노예 수용소에서 나민우를 찾았던 장면을 떠올렸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잊고 있었다.

“명진 씨, 민우가 기억을 되찾도록 도와줄 방법이 있을까요?”

온지유는 절박하게 물었다.

과거를 잊은 사람은 인생에 공백이 생긴 것과 같다.

온지유는 자신을 잊는 것은 괜찮아도 가족과 모든 과거를 잊는 것은 나민우에게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한번 해볼게.”

온지유가 하는 부탁을 인명진이 거절 할 리가 없었다.

나민우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겨우 온지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나민우는 모든 것을 잊어도 온지유의 이름만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있으면 과거가 떠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인명진은 자신의 손목에서 피를 흘려 온지유에게 건넸다.

온지유는 여전히 거부감이 있었다.

“지유야, 나는 너를 해치지 않아. 너도 알다시피 나는 약인이야. 내 피는 네게 도움이 될 거야. 그때 내가 너에게 주었던 푸른 구슬을 기억해?”

온지유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 구슬이 주는 편안함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명진은 설명을 이어갔다.

“그 구슬 안에도 내 피가 섞여 있었어. 내 피는 네게 안정감을 줄 거야. 사실 너는 이미 몇 번 내 피를 받아들인적 있어. 너를 데리고 도망쳤을 때에도, 법로가 나를 연구했을 때도...”

인명진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멀리서 군복을 입은 남자가 은색 휴대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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