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지유가 가장 먼저 그 사람의 모습을 알아차렸다.석양빛을 등지고 선 그는 빛에 감싸여 마치 황금빛 테두리를 두른 듯했다.나민우?!온지유는 순간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비틀거렸다.“민우야...?”인명진은 온지유가 넘어질까 봐 곁에서 조심스럽게 부축했다.나민우도 온지유를 보고 그녀에게 다가왔다.여이현이 통화하는 내용을 들은 그가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가끔 떠오르는 기억대로 온지유는 예쁘고 온화한 이미지였다.나민우의 마음속에는 희미한 기억의 파편들이 떠올랐지만 그 기억들을 완전히 붙잡지는 못했다.온지유는 그를 바라보며 과거 노예 수용소에서 나민우를 찾았던 장면을 떠올렸다.그는 자신의 과거를 잊고 있었다.“명진 씨, 민우가 기억을 되찾도록 도와줄 방법이 있을까요?”온지유는 절박하게 물었다.과거를 잊은 사람은 인생에 공백이 생긴 것과 같다.온지유는 자신을 잊는 것은 괜찮아도 가족과 모든 과거를 잊는 것은 나민우에게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다.“한번 해볼게.”온지유가 하는 부탁을 인명진이 거절 할 리가 없었다.나민우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겨우 온지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나민우는 모든 것을 잊어도 온지유의 이름만은 기억하고 있었다.그리고 그녀의 옆에 있으면 과거가 떠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인명진은 자신의 손목에서 피를 흘려 온지유에게 건넸다.온지유는 여전히 거부감이 있었다.“지유야, 나는 너를 해치지 않아. 너도 알다시피 나는 약인이야. 내 피는 네게 도움이 될 거야. 그때 내가 너에게 주었던 푸른 구슬을 기억해?”온지유는 말을 잇지 않았다그 구슬이 주는 편안함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인명진은 설명을 이어갔다.“그 구슬 안에도 내 피가 섞여 있었어. 내 피는 네게 안정감을 줄 거야. 사실 너는 이미 몇 번 내 피를 받아들인적 있어. 너를 데리고 도망쳤을 때에도, 법로가 나를 연구했을 때도...”인명진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멀리서 군복을 입은 남자가 은색 휴대폰을
“그냥 지유로 불러줘요.”그전까지는 인명진과 지낸 시간도 짧았고 이름의 유래도 몰랐기에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율이라는 이름이 법로의 딸에게 붙여진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은 사뭇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인명진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난 처음부터 널 율이라고 불렀어. 네가 지금 온지유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도 너는 여전히 율이야. 과거를 바꾸는 건 불가능해. 태어나는 곳을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출신을 인정하고 알아 갈 필요는 있어.”‘알 필요는 있다’ 라.온지유는 그 말에 웃고 싶었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내가 알고 있는 법로와 부하들은 오직 살육과 약탈에 빠져 있었어요. 그 사람은 명진씨를 이런 존재로 만든 사람이기도 해요. 모든 것을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사용하고 있었잖아요.”온지유는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끔찍한 장면들을 하나씩 떠올렸다.과거에 율이로서 Y국에서 어떻게 버텨왔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온지유는 기운이 빠졌다.“명진 씨, 나 좀 피곤한 것 같아요. 잠깐 눈 좀 붙일게요. 이현 씨가 오면 깨워주세요.”온지유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침대에 몸을 누였다.인명진은 조용히 그녀의 곁을 지키며 열을 내려주려 손으로 부채질을 해주었다....한 시간 후, 드디어 여이현이 도착했다.그는 부하에게서 온지유의 위치를 물어본 후 바로 그녀가 있는 텐트로 걸음을 재촉했다.텐트 문을 열자마자 여이현은 온지유의 곁을 지키고 있는 인명진과 멀리 의자에 앉아 있는 나민우를 발견했다.그의 등장에 인명진과 나민우는 무언의 눈빛을 교환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온지유와 여이현 두 사람에게 공간을 남겨 주었다.온지유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여이현은 묵묵히 그녀의 곁을 지켰다.잠에서 깬 온지유는 자신이 환각을 보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어서 인명진과 함께 여이현의 부대로 온 것을 기억해 내고 눈앞의 여이현이 환상이 아님을 깨달았다.온지유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만지려 했고 여이현은 그녀의 손길이 닿도록 가까이 다가갔다.
온지유가 차마 말 못 한 감정을 여이현은 잘 이해했다.여이현은 온지유의 얼굴을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며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힘껏 품 안에 가둬 두고 싶었지만, 마지막 순간 여이현은 다시 온지유를 놓아주었다.“여기서 며칠만 더 쉬어. 준비가 되면 다시 떠나자.”“그래...”온지유는 숨을 고르며 여이현이 텐트를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는 다음 출동을 위해 준비해야 했다. 이번 일로 온지유를 위해 병력을 동원한 일로 인해 여이현은 처벌을 받았고 지금은 3일 동안의 정직 처분을 받는 중이었다.여이현은 이에 관해 온지유에게 직접 설명할 수 없었기에 용경호에게 설명을 맡겼다.온지유는 여이현의 상황을 이해했다.하지만 여이현 외에 홍혜주의 행방도 궁금했다.“혜주 씨는 어디 있나요?”온지유가 물었다.그에 용경호는 사실대로 답했다.“홍혜주 씨는 지금 다른 텐트에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혜주 씨는 잘 지내고 있어요. 대장님이 혜주 씨를 다시 부대에 복귀시킨 데에도 훈련을 통해 기억을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저를 혜주 씨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알겠습니다."용경호는 앞장서서 온지유를 이끌었다.몇 분 후, 온지유는 넓은 초원에서 땅을 갈고 있는 홍혜주를 발견했다. 그녀는 손에 호미를 들고 있었다.“혜주 씨!”용경호가 부르자 홍혜주는 호미를 내려놓고 빠른걸음으로 다가왔다.홍혜주는 비록 과거의 기억을 잃었지만 이곳에서 따뜻한 환영을 받았고 자신에게 붙여진 ‘홍혜주’라는 이름도 꽤 마음에 들었다.특히 용경호의 다정함을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용경호의 앞으로 다가온 홍혜주는 곁에 같이 온 온지유를 보며 묘한 친숙함을 느꼈다.“안녕하세요, 저는 온지유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온지유는 마치 처음 만나는 듯이 손을 내밀며 자기소개를 했다.홍혜주는 순간 멈칫했다.온지유라는 이름이 기억 속 깊은 곳을 자극하는 듯했지만 뚜렷하게 떠오르지는 않았다.그러나 온지유의 따뜻한 미소는 홍혜주의 머릿속에 깊게 남았다.“우리
온지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를 데리고 가면 방해가 될 거야. 아직 할 일도 많잖아. 그럴 수는 없어.”여이현은 온지유를 구하려다 처분을 받게 된 것이다. 온지유는 여이현이 부대 일을 더 우선 하기를 바랐다. 둘은 아직 더 볼 날이 많이 있으니 말이다.“바보야, 방해가 되기는? 내가 미안한 일을 한 거지. 아직 내 실력이 약해서 너를 지켜주지 못한 건데.”여이현의 목소리는 더 깊어졌다. 슬픔이 그의 눈에 드리웠다.온지유는 계속 사과하는 여이현의 입술을 막으며 말했다."그만해. 다 알고 있어. 난 먼저 나민우와 홍혜주를 데리고 돌아갈게."그러나 뜻밖에도 홍혜주와 나민우는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았다.홍혜주는 이곳에서 여군으로 활동하는 삶을 좋아하고 있었고, 나민우 역시 온지유의 곁에 있는 것이 편안하다고 느끼고 있었다.본인들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했다.하지만 온지유는 나민우의 결정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자 그에게 다가갔다."왜 돌아가고 싶지 않은지 모르겠지만 경성에는 아직 너의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어. 네가 떠난 후 가족들 모두 널 그리워하고 있는걸."그러나 지금의 나민우에게 있어 가족은 그저 낯선 존재일 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하지만 지유야, 네가 여기 있잖아. 그리고 난 여기서 잘 지내고 있어. 경성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고 차라리 여기서 조금 더 지내는 게 나을 것 같아."온지유는 잠시 침묵했다. 나민우에게 이름을 불리자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잠시 후 온지유는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민우야, 고향으로 돌아가서 가족을 만나면 오히려 기억이 돌아올 가능성이 커. 여기는 전쟁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야. 오래 있기는 위험해."온지유는 그의 안전을 고려해 경성으로 돌아가길 원했지만 나민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알아. 하지만 괜찮아. 만약 내가 여기서 너무 편하게 지내는 게 거슬린다면 나도 홍혜주 씨처럼 군인이 될게.”그 말에 깜
“이곳은 제가 함부로 정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저 하나의 결정은 통하지 않을 거예요.”온지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인명진의 마음은 온지유도 잘 알고 있었지만 온지유는 그를 친구로만 여겼다.“그럼 내가 직접 말하러 갈게.”인명진은 진지했다. 그는 이 말을 남기고 바로 손을 흔들며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여이현을 찾아왔다.여이현은 텐트 안에서 지도를 확인하고 있었다. 군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엄숙했다. 여이현은 복장과 상관없이 본래부터 기품이 있었다. 온지유가 그에게 반한 것도 당연해 보였다.인명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여이현에게 다가갔다.“지유의 기억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죠?”여이현은 일하던 손을 멈췄다.그리고 손에 들려있던 펜을 내려놓고, 깊고 검은 눈으로 인명진을 응시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보아하니 이미 알고 있나 보군요.”“그런 셈이죠.”인명진의 질문에 여이현은 짧게 대답했다.인명진은 더 말을 이어갔다.“지유는 노예 수용소에서 다른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그로 인해 강한 공감을 느낀 거예요. 그 이후로 타인의 고통을 자신이 겪은 일인 것처럼 생각하게 된 거죠. 이현 씨, 이 상황에서 나는 지유의 곁을 떠날 수 없어요.”인명진의 눈빛에는 결의가 가득했다. 그 결심은 그의 눈빛에 선명하게 드러났다.여이현은 인명진의 입장도, 온지유의 마음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연인이 다른 남자에게 이렇게까지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커다란 돌이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불편함이었다.“제 존재가 불편하다는 건 잘 알아요. 둘 사이를 방해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현 씨라면 제가 어떤 역할을 맡을수 있을지 잘 알고 있을 거에요.”인명진은 차분히 말했다. 그의 시선은 무겁게 여이현을 눌렀다.그러나, 여이현이 채 대답하기 전에 성재민이 텐트에 찾아왔다.성재민은 텐트에 들어와 공손하게 보고했다.“대장님, Y국에서 사
온지유는 꽃을 안고 향기를 맡고 있었다. 잠시 후, 여이현이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온지유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아쉽게도 지금 손에 핸드폰이 없네. 그렇지 않으면 네 사진을 많이 찍어줬을 텐데.”여이현은 이제서야 왜 많은 사람들이 어디를 가든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지 깨달았다.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히 남겨 두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테다.온지유는 쿡쿡 웃으며 말했다.“지금 그럴 처지도 아니잖아. 게다가 많은 일들을 겪고 나니까 내 마음가짐도 이미 많이 변한 것 같아.”이전에는 여이현의 비서로 일하면서 그의 지시를 엄격하게 따르며 관계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매우 조심했다. 누구에게도 그들의 관계를 눈치채게 하지 않으려 신경을 썼다. 지금은 이런 일들을 겪고 있으니 더더욱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여이현은 미소를 지으며 온지유의 옆에 앉았다. 그는 손을 뻗어 온지유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지유야, 내가 네게 너무 많은 잘못을 해 왔다는 건 잘 알아. 지금 일을 서둘러 처리하고 있으니까 빨리 끝내고 너에게 온전한 나를 돌려줄게.”“응, 기다릴게.”온지유는 여이현의 품에 기대어 함께 저녁노을을 바라보았다.여이현은 온지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지유야, 신무열과 법로가 우릴 찾아왔어. Y국은 이미 큰 변화를 겪었고 노예 수용소도 모두 해체됐어. 지금 Y국을 이끄는 사람은 신무열이야. 법로는 물러났고, 율이 행세를 하던 사람은...”“노승아지?”여이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온지유가 웃으며 그의 말을 끊었다.여이현은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온지유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언제부터 안 건데?”여이현은 웃으며 물었다.온지유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의심스러웠던 점들이 하나하나 이어지면서 알게 됐어. 율이는 노석명이 데려왔고, 노승아는 노석명의 딸이잖아.”“사실 노승아는 노석명의 딸이 아니야. 노승아는 여진숙의 딸이었고 여진숙과 노석명이 접점이 있었을 뿐
온지유는 가면을 벗은 법로를 처음 보았다.신무열의 곁에 서 있는 법로의 시선은 온지유를 향해 무겁게 쏟아졌다.온지유는 법로의 시선을 피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Y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어요.”온지유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확고했다. 그녀는 절대 Y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법로와도 화해할 의사가 없었다. 온지유는 온갖 불편한 감정에 휩싸여 있었다.여이현은 말없이 온지유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그녀가 어떤 결정을 하든 그는 언제나 온지유의 곁에 있을 것이다. 말은 안 했지만 강한 시선이 여이현의 의지를 말해주었다.신무열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법로가 휘청거리며 온지유에게 다가갔다.“율아...”법로의 목소리는 목에 무언가가 걸린 듯 꽉 막혀있었다.온지유는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저는 율이가 아니예요. 제 이름은 온지유예요.”그의 목소리는 온지유를 불편하게 했다. 마치 커다란 돌이 마음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사람의 감정과 태도는 수시로 바뀔수 있는것이기는 하지만 어딘가 거부감이 들었다.법로는 온지유와 재회할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상했었다.물론 온지유에게서 돌아 올 차가운 반응도 예상했었지만 실제로 겪으니 가슴이 아팠다.당장 생각 나는 건 물질적인 보상을 하는 것이었다.법로가 손으로 지휘 하자 다크가 보석과 금이 가득 담긴 상자를 가져왔다.그리고 법로 손안의 카드도 온지유를 향해있었다.“이건 아버지가 주는 선물이다...”그러나 온지유는 받지 않았다. 신무열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예전에는 그저 추측뿐이었지만 그는 이제 확실히 온지유가 율이임을 알게 되었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하지만 온지유의 거리감을 두는 표정을 보고 그는 다시 손을 거두었다.온지유는 차갑게 말했다.“제 아버지는 온경준이에요.”온지유는 법로를 인정하지 않았고 신무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Y국이 저지른 일들은 그녀에게 아직도 너무나 생생한 상처였다. 자신의 친부가 그런 악행을 저지른 법로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
“그리고 이곳에 잠시 머무르고 싶습니다.”신무열이 덧붙였다.여이현은 신무열과 법로가 남아있으려는 이유가 온지유와 관련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온지유의 가까이에 머물며 설득하려는 것일 테다.그러나 여이현이 아직 말하기도 전에 신무열은 여이현에게 다가가며 눈치를 줬다.여이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떠나기 전에 그는 부하에게 눈짓을 주었고 부하는 남아 법로를 접대하기 시작했다.여이현과 신무열은 텐트 밖으로 나왔다.신무열은 솔직하게 말했다.“아버지는 노석명에게 속았을 뿐이에요. 저렇게 보여도 사실 율이를 무척 사랑하셨어요. 저희도 지유와 여이현 씨의 관계를 잘 알고 있어요. 이현 씨가 중간에서 중재해 줄 수는 없을까요?”신무열은 온지유가 여이현의 말을 잘 따르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여이현이 온지유를 설득한다면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신무열의 눈에는 희망이 어렸다.여이현도 잊지 않았다. Y국 내부에서 신무열은 온지유와 자신을 도와주었고 덕분에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하지만 그는 온지유의 마음을 대신할 수 없었다. 과거에 여이현은 한 번 온지유를 대신해 결정을 내렸고 그로 인해 온지유에게 원망을 들은 적이 있었다. 지금 또다시 온지유 대신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다.여이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유의 의사는 이미 명확합니다. 아쉽지만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없어요. 하지만 두 분께서 이곳에 남고 싶다면 그건 두 분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온지유의 결정은 확실했지만 신무열과 법로가 온지유의 가족임을 여이현도 알고 있었다. 그들을 함부로 쫓아낼 수는 없다.신무열은 여이현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깨달았다.하지만 신무열은 이곳에 머무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 주제를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았다.신무열은 곧바로 본론을 말했다.“연합군은 이쪽의 주권을 빼앗고 싶어 합니다. Y국이 공격을 받을 게 분명해요. 하지만 이제 아버지께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