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94화

작가: 류한나
정말 모르는 듯한 여이현의 모습에 온지유는 다소 실망을 느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녜요.”

여이현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온지유는 이내 몸을 돌리면서 더는 여이현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그녀는 방금 그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주 담담한 얼굴이었다.

그는 대체 왜 석이가 본인이라는 것을 모르는 걸까.

설마 그때의 일을 깔끔하게 잊은 걸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예전에 썼던 이름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대체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겼던 걸까?

온지유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해하기 힘들었고 괜히 머리만 아팠다.

눈을 감은 그녀는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여이현은 이불을 잘 정리해준 뒤 그녀의 모습을 한참 빤히 보았다. 쌕쌕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그는 방을 나갔다.

핸드폰을 꺼내니 몇십 통의 부재중이 와 있었다.

그는 엄숙한 얼굴로 전화를 걸었다. 핸드폰 너머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회사 주가가 노승아 씨 사건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전화해도 안 받으시던데 저희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얼른 방법을 생각해 주셔야죠.”

여이현은 이 일을 해결할 시간이 없었다.

“노승아 쪽은 소식 있어요?”

“없습니다. 까발리는 기사가 난 뒤 회사와 연락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이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노승아가 직접 지금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럼 계약을 해지하세요.”

핸드폰 너머에 있던 사람은 당황했다.

“대표님, 정말로 계약을 해지하시게요?”

여이현은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차갑게 말했다.

“노승아의 단독행동은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집안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젠 정신을 차릴 때가 되었죠.”

“네, 알겠습니다.”

노승아의 기사는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다주었다.

그녀와 손절하는 것이 지금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노승아도 어떤 일은 해야 하고, 어떤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이현은 이미 최선을 다해 은혜를 갚았기에 더는 노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95화

    노승아가 이 사태를 해결해야 연예계에서 다시 제대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며 회사도 그녀의 편에 서 줄 것이다.인명진의 아지트에서 나온 지 몇 분 되지 않아 누군가 그녀를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저 여자 입만 열면 거짓말인 노승아 아니야?”누군가 자신을 알아보자 노승아는 당황하면서 얼른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맞아! 노승아 맞아! 찔리는 게 많나 봐!”노승아는 이미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낀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알아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한 사람이 먼저 입을 열자 목소리를 들은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시선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순간 그녀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와, 뻔뻔도 해라. 어떻게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한 거지? 길가다가 날달걀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봐?”“뻔뻔한 사람은 그런 생각이나 해봤겠어요? 애초에 양심이 있었으면 그런 짓은 안 했겠죠!”“거짓말을 한 것도 모자라 여론몰이하면서 일반인까지 악플 공격받게 하고! 지옥이나 가라!”노승아는 그들을 보았다. 저승사자라도 본 사람처럼 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심장이 쿵쾅 뛰었다.“전 여론 몰아 일반인이 악플 공격받게 한 적 없어요. 거짓말도 한 적 없다고요...”퍽!이때 누군가 화단에서 흙을 집어 그녀를 향해 던졌다.노승아의 두려움은 극에 달했다.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그러나 인명진이 나타나 그녀의 앞에 막아서며 코트로 그녀를 감쌌다.흙과 풀 덩어리들은 다행히 그녀의 얼굴에 닿지 않았다.놀란 노승아는 인명진의 코트 속에서 묘한 안정감을 느꼈다.“들어가.”인명진이 말했다.노승아는 바로 인명진과 함께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이곳엔 경비가 있었기에 그들이 따라올 수 없었다.안전한 곳으로 들어온 후에야 인명진은 노승아에게서 손을 뗐다. 코트도 벗어 옆에 있던 쓰레기통에 던졌다.노승아는 여전히 충격에 휩싸인 상태였다.“저 사람들이 날 증오하고 있어. 날 잡아먹겠다고 했어!”눈물이 눈에서 주르륵 흘러내렸다.인명진이 말했다.“방법이 있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96화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지?'“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온지유는 잔뜩 경계하는 눈길로 그를 보며 물었다. 그와는 만난 적이 별로 없었다. 지난번에 노승아의 일로 만난 것이 전부였다.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집 초인종을 눌렀으니 그녀는 그가 자신을 미행한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다거나.인명진도 다소 의외였다. 그는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옆집 이웃이 그쪽이었군요.'온지유는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인명진은 자신을 잔뜩 경계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손을 들어 옆을 가리켰다.“제가 옆집에 살게 되었거든요. 온지유 씨 새로운 이웃이에요.”온지유는 고개를 내밀어 열린 옆집의 문을 보며 그제야 깨달았다.그녀의 옆집은 원래 빈집이었다.다시 고개를 돌려 인명진을 보며 말했다.“이사 언제 했는데요?”“오늘 아침이요.”“전에 그쪽을 찾아갔을 때 그곳이 집이기도 하고 일하는 곳이기도 한 줄 알았는데요.”온지유는 그가 정말로 그곳에서 사는 줄 알았다.“아녜요. 바쁠 땐 그곳에서 지내긴 하지만 저에게도 편안한 개인 공간은 필요하거든요.”온지유는 그와 만났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우연이 너무도 지나친 것 같았다.인명진은 그녀의 경계를 풀기 위해 말했다.“이번에도 우연인 거예요. 그러니 절 너무 경계하지 말아요. 전 온지유 씨를 다치게 할 생각 전혀 없으니까.”지난번에도 그는 그녀를 도와주었다.만약 그가 흔쾌히 진료 기록을 넘겨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렇게 빨리 절대 노승아의 일을 까발릴 수 없었을 것이다.“전 그런 적 없어요.”그녀는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나쁘게 대할 리가 없었다.“그냥 왜 우리 집 초인종을 누른 건지 이해가 안 됐을 뿐이에요.”인명진은 딸기 한 그릇을 들고 있었다.“오늘 금방 이사 와서 이웃과 잘 지내보려고 인사하고 있었어요. 이건 제가 직접 재배한 딸기에요. 먹어봐요.”온지유는 빨갛고 커다란 딸기를 보았다. 너무도 잘 익은 나머지 냄새도 향긋해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97화

    비록 대가로 돈을 주긴 했지만, 인명진의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었으니 온지유는 기억하고 있었다.“네, 시간이 날 때요.”온지유는 거절하지 않았다.“잠시만 기다려 줘요. 저한테 딸기를 주셨으니까 제가 다른 걸 드릴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인명진은 그녀의 집 안으로 발을 들이지 않고 가만히 문 앞에서 기다렸다.온지유는 아직 그에게 무엇을 줄지 생각해보지 않았다.집안을 뒤져보다 발견한 신선한 우유 몇 병에 그녀는 전부 가지고 나왔다.인명진은 온지유의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눈빛도 아주 부드러웠다. 그러다가 온지유가 몸을 돌렸을 때 얼른 얼굴에서 표정을 지웠다.“집안에 먹을 것이 별로 없네요. 이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우유에요. 목장에서 직접 배달해오는 거라서 우유 맛이 진하긴 하지만 그쪽이 좋아할지는 모르겠네요.”온지유가 말했다.인명진은 거절하지 않고 그녀가 건넨 우유 두 병을 받았다.“고마워요. 잘 마실게요.”“뭘요. 지난번에 도와주신 것도 정말 고마웠어요.”“돈을 받고 정보를 판 거잖아요. 그러니 고마워하실 필요 없으세요.”인명진이 말했다.“노승아의 정보는 그냥 일반 정보가 아니었잖아요.”온지유는 그를 보며 말했다.“그쪽이 저한테 흔쾌히 정보를 파셨으니 고마워해야 하는 건 당연하죠.”인명진은 우유병을 만지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왜 제가 일부러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거예요?”그의 말에 온지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의 앞에서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그가 먼저 말을 꺼냈으니 온지유도 직설적으로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의심한 적 있어요. 저를 도와준 이유도 모르겠고, 저한테 접근해서 그쪽이 뭘 얻어낼 수 있는지도 모르겠거든요.”그녀는 한참 생각한 후 말했다.“전 그냥 일반인이에요. 그래서 더 모르겠네요.”인명진도 그녀가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얻어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죠.”온지유는 그를 빤히 보았다. 그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98화

    백지희와 온지유는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다.인명진은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긴 다리를 집안으로 뻗었을 때 그는 다소 망설이기도 했다.하지만 결국엔 들어갔다.백지희는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털썩 앉았다.온 지 유는 주방으로 들어가 국수를 말았다.인명진은 현관 쪽에 서서 갈색 눈동자로 집안을 둘러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백지희는 가만히 서 있는 그를 보며 말했다.“멀뚱히 서서 뭐해요. 여기 와서 앉으세요.”인명진은 백지희를 보며 다가갔다.백지희는 그에게 차를 따라주었다.그녀는 눈앞에 있는 남자가 너무도 궁금했다.이렇게나 훈훈하게 생겼다니.온지유의 곁으로 항상 잘생긴 남자가 다가왔던 것 같았다.“직업이 뭐예요? 나이는 어떻게 돼요? 가족은 몇 명이에요?”백지희는 차를 마시며 꼭 온지유의 엄마가 된 것처럼 이것저것 캐물었다.“의사예요.”인명진은 느긋한 어투로 백지희의 질문에 답하며 차를 마셨다.백지희는 그의 손목에 있는 염주를 보곤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어딘가 신비롭기도 했다.“손목에 있는 염주는 무슨 의미예요? 염주하고 다니는 사람 처음 봐서요. 혹시 종교가 불교?”인명진은 눈웃음을 지었다.“아니요. 그냥 습관처럼 하고 다니는 거예요.”백지희는 그가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음을 눈치챘다.그래서 더는 묻지 않았다.어쩌면 첫 만남에 자신의 정보를 많이 알려주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누구도 그녀처럼 활발하지 않았으니까.그녀는 더는 묻지 않기로 했다.백지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온지유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미안해.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게 해서. 네가 임산부라는 거 깜빡 잊고 있었네. 이리 줘, 내가 할게.”그녀는 온지유 대신 아침을 만들려 했다.비록 음식을 만들어 본 적은 없으나 실력이 나쁘진 않으리라 생각했다.온지유는 거절했다.“국수 삶는 것뿐인데 뭐. 평소에도 내가 알아서 음식을 만들어 먹거든. 그러니까 얼른 가서 앉아 있어. 여긴 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99화

    온지유는 인명진을 보았다.“아녜요. 정말 그러실 필요 없으세요.”인명진이 말했다.“전 과일 자주 먹지 않아요. 맛있게 익은 딸기를 집안에 그대로 내버려 두면 썩을 테니까 그냥 인명진 씨가 드시는 게 나아요.”백지희는 시선을 돌려 인명진을 보았다. 어딘가 이상했다.꼭 온지유를 엄청 신경 쓰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얼른 국수 먹어요. 불면 맛이 없을 거예요.”온지유가 말했다.그들은 다시 국수를 먹었다.인명진은 온지유가 만들어준 국수를 한참 빤히 보고 나서야 젓가락을 들었다.그는 아주 천천히 먹었다.온지유가 한 그릇을 비웠을 때 인명진의 그릇엔 아직도 절반이나 남아 있었다.온지유는 그릇을 들고 싱크대로 왔다. 그러자 백지희도 따라오며 온지유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저 사람, 너 좋아하는 거 맞지?”온지유는 하마터면 입안에 우물거리고 있던 국수를 뿜어낼 뻔했다.“그럴 리가. 오늘까지 합쳐서 세 번밖에 만난 적 없어. 그리고 매번 대화도 길게 나누지 않았다고.”백지희는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인명진을 어디에서도 본 적 없었다.“근데 난 왜 꼭 두 사람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느껴졌지?”그녀는 말을 이었다.“널 보는 눈빛이 꼭 오랫동안 널 알고 지낸 사람 같았어. 안 그랬으면 왜 너한테 딸기도 가져다줬겠어? 너 딸기라면 환장하잖아, 아니야? 크고 빨간 딸기라면 엄청 좋아했는데, 마침 저 사람이 가져다준다고. 이건 너무 이상하지 않아?”“에이, 설마. 그냥 우연이겠지.”“간단하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달라. 저 사람이랑 매번 마주치게 될 때 이상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처음 만났을 때 그는 그녀가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주었다.그다음 두 번째 만남에선 노승아의 진료 기록을 주었다.그리고 이번엔 그녀가 좋아하는 딸기를 주었다.매번 꼭 그녀가 원하는 것을 알기라도 한 듯 전부 만족해 주었다.그녀는 인명진을 본 적 없었다. 이건 확신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와 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500화

    “세상에, 국물까지 다 마신 거예요?”백지희가 말했다.온지유는 팔꿈치로 백지희를 툭 쳤다. 그만 말하라는 의미였다. 그녀는 그릇을 받아들었다.인명진이 말했다.“국물이 시원해서요.”이내 그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일이 남아서 그럼 먼저 가볼게요.”온지유가 말했다.“그래요.”인명진은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곤 나갔다.온지유는 그를 배웅하곤 문을 닫았다.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인명진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문을 한참 빤히 본 뒤 자리를 옮겼다.그는 아파트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곳엔 벤츠 한 대가 있었다.걸음을 옮기려 하자 벤츠의 창문이 스르륵 내려갔다.차 안에는 빨간 머리의 여자가 있었다. 얼굴이 예뻤을 뿐 아니라 긴 웨이브 펌을 하고 있었고 턱을 괸 채 웃으며 말했다.“왜 갑자기 장소를 바꾼 거야? 귀띔이라도 해주지.”그녀를 본 인명진은 바로 차 문을 열며 미소를 지었다.“빨리 찾았네?”빨간 머리 여자는 차에서 있어도 요염한 몸매가 한눈에 보였고 비싼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왜 여기로 온 거야? 여긴 전혀 네 취향 같지 않아 보이는데.”그녀는 인명진에게 결벽증이 있을 뿐 아니라 장소를 엄청 따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런 곳은 인명진에게 어울리지 않았다.인명진이 말했다.“그냥 좀 다르게 살아보려고. 무슨 일이 있었어?”“있지.”빨간 머리 여자는 입꼬리를 올렸다.“보스가 널 찾아.”인명진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지며 고개를 끄덕인 후 차에 올라탔다.여자는 먼저 출발했다. 인명진은 그녀의 차를 따라갔다.온지유는 외출 준비를 했다.“난 출근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여기서 지내고 싶으면 지내도 돼. 열쇠는 여기 있으니까.”백지희는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아주머니께서 나한테 물어보시더라고. 네가 이혼했는지. 그래서 솔직하게 말씀드렸어. 아직 안 했다고.”온지유는 몸을 굽힌 채 신발을 신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왜 그런 말 했어.”정미리는 그녀에게 직접 묻지 않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501화

    “대체 이 딸기들이 뭐가 그렇게 특별한데요?”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신경 쓸 건 없지 않나.한참 뒤를 따라온 데다가 부러운 듯한 말까지 하면서 말이다.빨간 머리의 여자는 온지유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보면 볼수록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특별한 점이라면, 그 사람이 키운 거라 다른 사람은 손댈 수 없다는 거죠. 누구도 절대 건드릴 수 없어요."그 말에 온지유가 발걸음을 멈췄다."어머,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빨간 머리 여자는 급히 온지유의 앞에서 사라졌다.온지유는 손에 든 딸기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예전 인명진은 이웃들에게도 다 나눠 주었다고 했는데. 설마 온지유만 특별히 받은 것일까?온지유는 잠시 의심이 들었지만 곧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다.채미소가 떠난 이후 온지유와 공아영은 둘 다 좋은 성과를 이루고 있었다.공아영은 컴퓨터 앞에서 글만 쓰던 생활이 끝난 것이 매우 기뻤다.이제는 밖으로 나갈 수도 있다.원고를 마감하고 있는 온지유에게 갑자기 정미리의 전화가 걸려 왔다."엄마?"정미리가 전화 너머로 걱정스레 물었다."요즘 일은 어때? 잘 적응하고 있니?""네, 꽤 적응했어요, 나쁘지 않아요."온지유가 대답했다.정미리가 다시 말했다."너 요즘 집에 너무 안 오더라, 오늘 집에 와서 밥이라도 먹고 가는게 어때?""오늘은 좀 바빠요, 아마도..."온지유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정미리가 말을 이어받았다."바빠도 하루 종일 바쁘지 않잖아. 시간 내서 집에 한 번 와. 내일은 주말이니까 출근도 안 할 거잖아. 네 아빠랑 나도 보고 싶어 하고, 이번엔 손님도 있어."손님이 있다는 말을 듣고 온지유가 물었다."손님? 누군데요?"정미리가 웃으며 말했다."와 보면 알 거야."집에 간 지도 꽤 됐기에, 온지유는 결국 승낙했다."알겠어요, 그럼 내일 갈게요."온지유의 답변에 정미리가 기쁜 듯 말했다."꼭 와야 해, 모두 기다리고 있을 거야."다음 날.온지유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502화

    “맞선?"여이현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얼굴이 바로 차갑게 식어갔다. 눈빛도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아직 이혼도 안 했는데 맞선이라니.상대 남자가 자신보다 낫단 말인가?여이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한번 가보죠. 상대가 얼마나 대단한지!"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지만, 그의 손은 이미 꽉 쥐어져 핏줄이 섰다.새치기하려는 남자를 짓밟아 버릴 생각이었다.마침, 인명진이 방에서 나왔다.여이현은 걸어 나오는 인명진과 눈이 마주쳤다.인명진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여이현을 주시했다.여이현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둘은 서로 아무 말도 주고받지 않고 서로의 눈을 주시하며 어깨를 스쳤다.여이현은 약간의 경계심을 가졌다.이 남자, 보통 사람이 아니다.게다가 온지유의 바로 옆에 살고 있다.그 시각, 온지유는 식당 방 안에서 맞선 상대를 응대하고 있었다.남자가 일어나 자기소개를 했다."안녕하세요, 지유 씨. 장성준입니다.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어릴 때 저희가 지유 씨 옆집에 살았거든요."그는 매우 친절하게 웃으며 온지유에게 호감을 표시했다."성준이야. 혹시 기억나니? 너 어릴 때 성준이랑 놀기 엄청 좋아했잖아."정미리가 말했다."어릴 때 잠에서 깨자마자 비몽사몽 해서는 성준 오빠는 어디 갔냐 그러고. 성준 오빠랑 놀러 가고 싶다고."이 말을 듣고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장성준은 오히려 낯부끄러워하며 말했다."그랬나요, 아주머니? 저도 몰랐네요."정미리가 말했다."그랬지. 너희들은 어릴 때부터 사이가 유별났어."온지유는 정미리가 둘을 엮으려는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이마를 찌푸리며 정미리의 말을 끊었다."다 옛날이야기잖아요, 갑자기 그런 이야기는 왜 하시는 거예요?"정미리가 말했다."성준이는 정말 좋은 애야. 가족 다 같이 지금 해외에 살고 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우리를 기억하고 돌아오자마자 너를 찾았어. 얼마나 성의 있는지 봐봐."정미리는 장성준을 칭찬하며 말을 이었다.온

최신 챕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93화

    여학생이 사망한 직접적인 원인은 달리기를 하던 중 과다 출혈이 일어난 것이었다.그녀는 생리 기간이라 선생님에게 달리기를 면제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선생님이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무리하게 달리기를 하다가 출혈이 심해진 데다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그런데 학교 쪽에서는 자신들이 잘못한 건 일부일 뿐이고, 학생과 학부모 쪽 책임도 크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다른 여학생들은 달려도 멀쩡한데, 왜 그 여학생만 그랬냐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양시은은 사건 자료를 살펴보면서 분노를 참기 어려웠다.“이런 파렴치한 학교가 다 있네!”나도현이 달래듯 말을 건넸다.“진정해.”양시은은 억지로 심호흡을 했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사례가 드물지 않다는 걸 알기에 더 마음이 무거웠다.400만 원으로 한 생명의 가치가 판단되는 것이 황당하기는 해도 실존한다. 현실에서는 정말 흔히 일어나고 있지만 법에 명시된 조항이 없어서 답답할 따름이다.“게다가 그 여자애 학교에서 전학한 뒤로 적응도 못 하고 왕따까지 당했어. 여기저기 호소해 봐도 해결이 안 됐고 집에서도 신경을 안 썼대.”그렇게 말하던 양시은은 고개를 들어 나도현을 바라보았다. 눈에는 순수한 의문이 서려 있었다.“이렇게 비슷한 일이 자꾸 생기는데 왜 명확한 규정 하나 안 만들어지는 걸까?”왕따는 겉보기에는 사소해 보여도 실제로는 사람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문제였다. 심지어 매년 그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나도현은 시선을 살짝 떨구며 깊은 무력감이 깃든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정해. 이런 일에는 얽힌 게 생각보다 많이 있어. 그래도 좋게 생각해 보자. 이번에 네가 변론에서 이기면 많은 사람이 이 사건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잖아. 그럼 좀 나아질 수도 있어.”“응.”양시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다시 자료를 꼼꼼히 살폈다.그 사이, 나도현도 일하기 시작했지만 둘은 같은 공간에 머무르며 묘한 평온을 공유했다. 창문 너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92화

    “이 법률 자료들은 누구 겁니까?”양시은이 대답했다.“제 거예요. 요즘 어떤 대회에 참가 중이라서요.”간단히 상황을 설명하자, 경찰은 자료를 돌려주며 회사 내에 이런 자료가 있으면 안 된다고 한마디 덧붙이고는 그냥 돌아갔다.그러자 그 남자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아니, 제대로 조사 안 해본 겁니까? 저 사람은 변호사였다고요! 변호사가 어떻게 대표가 될 수 있어요? 그건 불법이잖아요!”남자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나도현이 서 있었다. 경찰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나도현 씨의 변호사 자격은 이미 오래전에 말소됐습니다.”남자는 순간 멍해져서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부인했다.“그, 그럴 리가... 그건 말이 안 돼요!”“뭐가 안 된다는 거죠? 나도현 씨가 변호사 자격증을 취소하러 왔을 때, 일부 서류를 저희 쪽에서도 처리해 줬어요.”경찰은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이건 사실관계를 의심하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사실 나도현은 워낙 유명한 변호사였기에 변호사 자격을 정리할 때도 꽤 화제가 됐었다. 그래서 경찰들 역시 모를 리가 없었다.남자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휘청거리며 같은 말만 반복했다.“이럴 수가... 이럴 수가...”경찰들은 허탕 치고 가게 된 것이 불만인 듯 돌아가기 전 남자를 한 번 더 나무랐다.“다음부터 뚜렷한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신고하지 마세요.”이 한마디로 그 남자는 체면이 말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양시은은 시퍼렇게 질린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떠한 동정심도 보이지 않았다.“이제 믿겠어요? 아직도 못 믿겠다면 직접 로펌에 가도 돼요. 거기선 다들 증언해 줄 테니. 만약 믿었다면 이전에 한 약속 이행 좀 부탁드릴게요.”남자는 약속을 어기고 싶었지만, 이미 주변에서 그를 지켜보는 시선이 엄청났다. 만약 그 자리에서 발을 빼려 한다면 사회적 신뢰가 무너질 게 뻔했다.결국 그는 마지못해 공개 해명을 올렸다. 그 덕분에 온라인에서 막 불붙으려던 논란은 재빨리 사그라들었고, 나도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91화

    그렇다고 해서 나도현은 양시은이 자신을 대신해 앞장서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그는 양시은을 뒤로 끌어당기며 말을 시작한 무리에게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좋아요. 그럼 경찰 불러서 조사해 보죠.”양시은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물론 잘못이 없으면 두려울 이유도 없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이들은 애초에 시비를 걸 목적으로 왔을 게 뻔했다. 혹시 뒤에서 상대편이 사주한 걸 수도 있고, 결국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해도 여론몰이를 해서 나도현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았다.‘도현 씨가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려 하다니...’양시은은 감동스러우면서도 안절부절못했다. 그를 말리고 싶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의 따뜻하면서도 단호한 손길이 양시은을 제지하는 듯했다.“왜 신고 안 해요? 이제 와서 겁내는 거예요?”나도현은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눈썹을 치켜떴다. 여유로우면서도 강압적인 기세가 느껴졌다.시끄럽게 목소리를 높이던 이가 가장 먼저 그 기세에 눌려 뒷걸음질 치고, 곧 스스로를 다독이듯 중얼거렸다.“무, 무서울 건 없지. 어차피 다 허세일 뿐이야. 그렇게 짧은 시간에 증거를 없앨 수 있었겠어...”그러면서 나도현을 노려보았다.“좋아요. 지금 바로 신고하죠. 다만 약속하세요.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뒤에 있는 저 여자는 준결승에서 사퇴해야 해요.”“당신들 같은 사람이 대회에 나오는 건 인정할 수 없어요.”나도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조건을 바꾸죠. 이건 제 일이니 다른 사람은 끌어들이지 마요.”자신이야 어떻게 되든 괜찮지만 양시은이 휘말리는 건 견딜 수 없었다. 그녀가 이 대회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으니까.그 말을 들은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비웃음을 흘렸다.“겁난다면 그냥 겁난다고 하지 그래요?”“그렇게 하죠.”“시은아, 너...”나도현이 말을 잇기도 전에 양시은이 괜찮다는 눈빛을 건넨 뒤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 조건에 응할게요. 다만 저도 약속을 받아야겠어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90화

    “위에 CCTV도 있어요. 임다혜 씨를 위해 화풀이하려는 거라면 이렇게 말씀드리죠. 나씨 가문 일이라고 하든, 임씨 가문 일이라고 하든, 외부인인 단미주 씨가 낄 자리는 없어요. 이 술 한 잔으로 경고하는 거예요. 제 한계를 시험하려 들지 마요.”나도현의 한계란 곧 양시은이었다. 다른 사람이 그녀를 괴롭히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여러분 다 들으셨죠? 술로 저를 경고하겠다네요. 여러분은 이게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몇 마디 했다고 이 지경을 만드는 게 말이나 돼요? 나도현 씨 같은 사람은 분명히 벌을 받게 돼 있어요! 다들 궁금하지 않나요? 변호사로 잘 나가던 사람이 왜 갑자기 회사를 운영하겠어요. 변호사가 상업에 뛰어들면 안 된다는 건 기본 상식이에요.”단미주는 나도현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지만 이대로 물러나긴 억울했다. 그 억울함은 임다혜를 대신한 것이기도 했고, 동시에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그녀는 한평생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굴욕을 당해 본 적이 없었다. 나도현이 무슨 권리로 함부로 술을 끼얹느냐는 분노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그 말이 떨어지자 장내가 일제히 술렁거렸다.“그러고 보니 나도현 씨 전에는 유명한 변호사였는데 왜 갑자기 진로를 바꿨지? 설마 내막이 있는 거 아냐?”“그야 뻔하죠. 뒷배경 없이 어떻게 변호사 접고 곧장 대표 자리에 오르겠어요?”“변호사라는 직업 특성상 인맥도 많고 나씨 가문의 오랜 기반도 있잖아요. 뭐든 상상 초월인 거죠.”“돈 많고 힘 있는 사람은 언제나 원하는 걸 얻기 마련이니까,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나도현은 양시은을 데리고 세상 구경을 시키려 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곳은 어느새 나도현을 몰아세우는 비난의 장소로 바뀌어 버렸다. 사람들 태도가 하나같이 막무가내였다.양시은은 나도현을 끌고 나가려 했으나, 그가 오히려 양시은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나도현은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말했다.“제 직종 변경은 모두 절차에 따른 겁니다. 변호사 자격증도 이미 말소했고, 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89화

    양시은은 자신과 나도현의 관계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뭐라 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두 사람이 오래갈 것 같아요? 둘 사이에는 애초에 신분 격차가 있어요. 나도현 씨가 정말 신경을 안 썼다면 이렇게 자주 연회에 왔겠어요? 결국에는 신경 쓰고 있다는 거겠죠.”말투에서 은근히 도발적인 기색이 풍겼다. 상대는 우아하고 고상해 보였지만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였다.양시은은 낮은 목소리로 비꼬듯 대꾸했다.“도현 씨가 신경 쓴다고 해도, 그건 저희 문제지 그쪽과는 상관없잖아요? 그리고 이런 말, 정말 당당하면 도현 씨 앞에서도 해봐요. 근데 저만 붙잡고 이러는 거 보니까 그럴 용기는 없나 보네요.”양시은은 이 상황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낯선 여자가 모른다고 해도 그녀는 잘 알았다. 나도현이 그녀에게 얼마나 헌신적인지를 말이다.“나도현 씨 앞에서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어요. 그렇게까지 안 한 건 당신이 눈치 있는 사람인 줄 알아서였는데... 보다시피 아니네요.”여자는 이렇게 말하고 돌아섰다.마침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나도현은 곧장 움직였다. 양시은에게 시비를 건 여자가 임다혜의 친구인 단미주라는 걸 바로 알아챘기 때문이다.단미주가 양시은의 앞에 나타난 목적은 뻔했다.그렇게 생각한 나도현은 대화를 나누던 무리에서 벗어나 양시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는 잠시 망설이지도 않고 양시은과 함께 곧장 단미주를 찾아갔다. 단미주는 나도현이 나타난 걸 보자마자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당신 고자질하는 취미도 있었네요.”단미주는 나도현이 자신의 앞에 온 이유가 양시은이 무언가 일러바쳤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직접 찾아올 리 없다고 여긴 것이다.“시은이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제가 직접 본 거거든요. 남 험담하는 게 그렇게 좋으면 재능 살릴 만한 직업이라도 구해줄까요, 단미주 씨?”나도현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서빙 트레이에 있던 술잔을 집어 들어 단미주의 얼굴에 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88화

    나도현이 양시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이현이네랑 만났어. 시은아, 내일 나랑 같이 연회에 가지 않을래?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나한테 말해줘.”양시은에게 상류층 행사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진짜 중시하는 건 나도현의 곁에 함께 있는 일뿐이었다.하지만 나도현은 그녀에게 세상을 보여 주고 싶어 했다. 사람들에게 그녀를 소개하고 싶었고, 가능한 모든 인맥과 자원을 총동원해 그녀의 앞길을 활짝 열어 주고자 했다. 양시은은 지금 이 작은 공간에서 조용히 지내는 편이 더 좋은데도 말이다.“난 지금으로 충분해. 연회 같은 거 별로 관심도 없어. 그냥 안 가면 안 될까?”양시은은 차라리 하민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종종 별이도 만나서 둘이 친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훨씬 즐거웠다.“당연히 네 의견이 우선이야. 하지만 앞으로 점점 더 큰 자리에 나가야 하는 일이 많아질 텐데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알았어. 먼저 샤워부터 해. 내가 비타민C 챙겨둘게.”이미 나도현이 결정한 듯 보였기에 양시은도 굳이 반대하지 않았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나도현이 푹 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었다.나도현은 그녀를 살짝 끌어안고 속삭였다.“난 네가 아이를 하나 더 낳아주면 좋겠지만 출산은 고통스럽지. 그리고 우리가 이현이네랑 같은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일까 봐 좀 꺼려지기도 해. 우선 네가 좀 더 편하게 이 생활을 누리면 좋겠어. 다른 건 나중에 천천히 생각하자.”양시은이 예전에 겪었던 삶은 너무 힘겨웠다. 이제는 일단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혹시 나중에 정말 원하게 되면 무슨 일이든 해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응, 다 네 말대로 할게.”그녀는 나도현을 사랑했고, 당연히 그의 아이를 낳는 일도 기쁘게 여겼다. 예전에 둘이 떨어졌을 때도 아이를 기어코 낳은 건 그를 향한 마음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은 서로를 꼭 껴안고 잠들었다. 둘 사이의 거리는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단단했다.다음 날, 나도현은 양시은을 데리고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87화

    지석훈과 최주하가 동시에 나도현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결혼까지 다 해놓고 그러냐. 하여간 너도 참 대단하다.”여이현은 나도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이미 애도 있는데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네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주면 되는 거야. 게다가 네 와이프 지유랑 같이 있는 거 보니까 괜찮던데?”나도현은 최근 양시은의 상태를 떠올렸다.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다시 하게 된 뒤로는 이전처럼 피곤해 보이지 않아 상태가 훨씬 낫기는 했다.지석훈이 끼어들었다.“나 다음 달 지방 출장 가야 해서 오늘이 아니었으면 못 올 뻔했어.”“나도 내일 해외 나가야 해.”최주하도 맞장구쳤다.그렇게 짬을 내서 다 같이 모인 것이다.여이현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도현이 놀리다가 너희도 똑같이 될 줄 알아. 너희는 언제쯤 가정 꾸리고 애 낳을 건데? 우리 애들 중학생 될 때까지도 결혼 안 하고 이러고 있을 거야?”그들은 이미 서른을 훌쩍 넘겼다. 여이현은 온지유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면서부터 안정을 선호하게 되었다.하지만 최주하는 달랐다.“좋아하는 사람이 없는데 아무나 붙잡고 결혼할 수는 없잖아.”지석훈도 거들었다.“여이현처럼 지유 씨랑 먼저 결혼해 놓고 천천히 좋아하게 되는 쪽도, 나도현처럼 재회한 뒤 오해로 얽히고설키는 쪽도, 내 취향은 아냐.”그는 결혼에 전혀 흥미가 없다는 태도였다.“결혼해서 뭐 해? 맨날 아내랑 애들만 신경 쓰게 되잖아. 난 지금 일하는 게 더 재밌어. 인생이 꼭 결혼이 전부는 아니지.”솔직히 말해서, 그는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전혀 부럽지 않았다. 결혼이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건지 의문이었다.매일 아내와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일하는 게 훨씬 더 매력적이지 않나. 게다가 인생이 결혼만이 전부는 아니었다.최주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석훈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나도 그렇게 생각해. 둘이 결혼했다고 우리까지 끌어들이려는 것 같아.”“뭐야, 네 명이 아니면 못 하는 거라도 있어?”최주하는 여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86화

    “훌륭합니다. 양시은 변호사는 법 조항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이 인상 깊네요. 주장도 명확하고 논리 정연해서, 이번 사건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줬어요.”다른 심사위원들도 잇달아 동의하며 양시은의 변론을 높이 평가했다.대회가 끝난 뒤, 양시은은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왔다.그녀는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탈락한 여성 변호사가 갑자기 주먹을 쥐고 외쳤다.“이건 불공평합니다.”조금 전 무대에서 사용했던 마이크가 꺼지지 않았던 터라, 그 소리는 대회장 안팎으로 크게 울려 퍼졌다.순식간에 장내가 조용해졌다.“이번 변론은 양시은 변호사 쪽이 훨씬 수월하게 짜여 있습니다. 게다가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까지 있는 데 왜 참가 자격을 박탈하지 않은 거죠?”그녀의 말에 주위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양시은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표정은 차분하면서도 단호했다.“상황을 잘 모르시는 것 같네요.”양시은의 목소리는 추호의 흔들림도 없었다.“저는 어떤 특혜도 받지 않았어요. 모든 절차는 대회 운영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쳤고, 온라인상의 소문은 실력 있는 사람을 함부로 정의하지 못한다고 믿습니다.”여성 변호사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여전히 목소리를 높였다.“그래도 지금 누리는 편의가 전부 다 나도현 변호사 덕분이잖아요. 이게 뒤를 봐주는 게 아니면 뭐겠어요?”양시은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나도현 변호사는 대회의 스폰서 중 한 명이고, 스폰서가 추가로 한 명을 뽑을 수 있다는 건 공개된 조항이에요. 그건 운영위원회의 결정이고, 저는 그 범위 안에서 경쟁했을 뿐이죠. 만약 이게 뒤를 봐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스폰서의 추천을 받는 모든 참가자를 그렇게 의심해야 하지 않을까요?”주위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양시은의 말은 많은 이들에게도 나름의 설득력이 있었다.“게다가 대회 중 제가 보여 준 실력은 심사위원과 관중들이 다 지켜봤다고 생각해요.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결과가 아니었다면, 저는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85화

    양시은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곧 오늘 대회가 시작되겠네요. 저는 제가 가진 전문성으로 끝까지 가볼 거예요. 설령 못 간다고 해도 떳떳하게 임할 거고요.”그 말을 남기고 양시은은 돌아섰다.곧이어 대회가 시작됐다. 유언비어 때문인지, 방청석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를 편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무시하는 기색까지 드러냈다.그러나 양시은은 전혀 개의치 않고 법 조항을 들고 무대에 올라 당당하게 변론을 펼쳤다.“이모 씨가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 증언에 따르면 가해자는 여전히 행동 능력이 있었고 침해 행위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모 씨의 생존을 위한 반항은 정당방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봅니다.”상대 변호사는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반박했다.“법의학자가 부검한 결과, 피해자는 당시 이미 행동 능력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도 이모 씨가 공격을 이어간 건 방어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죠.”양시은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이모 씨는 체구가 작아서 키가 160도 안 되는 반면 가해자는 180에 달합니다. 체격 차이가 꽤 크기 때문에 가해자가 완전히 재공격 능력을 잃었다고 확신하기 전까지는 손을 뗄 수 없었겠죠? 이모 씨에게 가해자를 고의로 해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양시은의 목소리는 단단했고, 사건에 대한 이해와 법 조항 활용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 줬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의 전문성에 저절로 감탄하는 분위기였다.상대 변호사 역시 그녀의 논리에 흔들린 듯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반박했다.“그래도 이모 씨의 행동은 필요한 한도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가상 판사가 기침을 하며 둘 사이의 공방을 제지했다.“핵심은 이모 씨의 행동에 주관적 고의가 있었는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입니다.”양시은은 미묘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실무에서 주관적 고의 판단은 언제나 가장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였기 때문이다.“이모 씨는 가해자가 이미 행동 불능 상태인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양시은은 차분하게 설명했다.“이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