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희와 온지유는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다.인명진은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긴 다리를 집안으로 뻗었을 때 그는 다소 망설이기도 했다.하지만 결국엔 들어갔다.백지희는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털썩 앉았다.온 지 유는 주방으로 들어가 국수를 말았다.인명진은 현관 쪽에 서서 갈색 눈동자로 집안을 둘러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백지희는 가만히 서 있는 그를 보며 말했다.“멀뚱히 서서 뭐해요. 여기 와서 앉으세요.”인명진은 백지희를 보며 다가갔다.백지희는 그에게 차를 따라주었다.그녀는 눈앞에 있는 남자가 너무도 궁금했다.이렇게나 훈훈하게 생겼다니.온지유의 곁으로 항상 잘생긴 남자가 다가왔던 것 같았다.“직업이 뭐예요? 나이는 어떻게 돼요? 가족은 몇 명이에요?”백지희는 차를 마시며 꼭 온지유의 엄마가 된 것처럼 이것저것 캐물었다.“의사예요.”인명진은 느긋한 어투로 백지희의 질문에 답하며 차를 마셨다.백지희는 그의 손목에 있는 염주를 보곤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어딘가 신비롭기도 했다.“손목에 있는 염주는 무슨 의미예요? 염주하고 다니는 사람 처음 봐서요. 혹시 종교가 불교?”인명진은 눈웃음을 지었다.“아니요. 그냥 습관처럼 하고 다니는 거예요.”백지희는 그가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음을 눈치챘다.그래서 더는 묻지 않았다.어쩌면 첫 만남에 자신의 정보를 많이 알려주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누구도 그녀처럼 활발하지 않았으니까.그녀는 더는 묻지 않기로 했다.백지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온지유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미안해.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게 해서. 네가 임산부라는 거 깜빡 잊고 있었네. 이리 줘, 내가 할게.”그녀는 온지유 대신 아침을 만들려 했다.비록 음식을 만들어 본 적은 없으나 실력이 나쁘진 않으리라 생각했다.온지유는 거절했다.“국수 삶는 것뿐인데 뭐. 평소에도 내가 알아서 음식을 만들어 먹거든. 그러니까 얼른 가서 앉아 있어. 여긴 나
온지유는 인명진을 보았다.“아녜요. 정말 그러실 필요 없으세요.”인명진이 말했다.“전 과일 자주 먹지 않아요. 맛있게 익은 딸기를 집안에 그대로 내버려 두면 썩을 테니까 그냥 인명진 씨가 드시는 게 나아요.”백지희는 시선을 돌려 인명진을 보았다. 어딘가 이상했다.꼭 온지유를 엄청 신경 쓰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얼른 국수 먹어요. 불면 맛이 없을 거예요.”온지유가 말했다.그들은 다시 국수를 먹었다.인명진은 온지유가 만들어준 국수를 한참 빤히 보고 나서야 젓가락을 들었다.그는 아주 천천히 먹었다.온지유가 한 그릇을 비웠을 때 인명진의 그릇엔 아직도 절반이나 남아 있었다.온지유는 그릇을 들고 싱크대로 왔다. 그러자 백지희도 따라오며 온지유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저 사람, 너 좋아하는 거 맞지?”온지유는 하마터면 입안에 우물거리고 있던 국수를 뿜어낼 뻔했다.“그럴 리가. 오늘까지 합쳐서 세 번밖에 만난 적 없어. 그리고 매번 대화도 길게 나누지 않았다고.”백지희는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인명진을 어디에서도 본 적 없었다.“근데 난 왜 꼭 두 사람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느껴졌지?”그녀는 말을 이었다.“널 보는 눈빛이 꼭 오랫동안 널 알고 지낸 사람 같았어. 안 그랬으면 왜 너한테 딸기도 가져다줬겠어? 너 딸기라면 환장하잖아, 아니야? 크고 빨간 딸기라면 엄청 좋아했는데, 마침 저 사람이 가져다준다고. 이건 너무 이상하지 않아?”“에이, 설마. 그냥 우연이겠지.”“간단하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달라. 저 사람이랑 매번 마주치게 될 때 이상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처음 만났을 때 그는 그녀가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주었다.그다음 두 번째 만남에선 노승아의 진료 기록을 주었다.그리고 이번엔 그녀가 좋아하는 딸기를 주었다.매번 꼭 그녀가 원하는 것을 알기라도 한 듯 전부 만족해 주었다.그녀는 인명진을 본 적 없었다. 이건 확신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와 그
“세상에, 국물까지 다 마신 거예요?”백지희가 말했다.온지유는 팔꿈치로 백지희를 툭 쳤다. 그만 말하라는 의미였다. 그녀는 그릇을 받아들었다.인명진이 말했다.“국물이 시원해서요.”이내 그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일이 남아서 그럼 먼저 가볼게요.”온지유가 말했다.“그래요.”인명진은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곤 나갔다.온지유는 그를 배웅하곤 문을 닫았다.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인명진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문을 한참 빤히 본 뒤 자리를 옮겼다.그는 아파트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곳엔 벤츠 한 대가 있었다.걸음을 옮기려 하자 벤츠의 창문이 스르륵 내려갔다.차 안에는 빨간 머리의 여자가 있었다. 얼굴이 예뻤을 뿐 아니라 긴 웨이브 펌을 하고 있었고 턱을 괸 채 웃으며 말했다.“왜 갑자기 장소를 바꾼 거야? 귀띔이라도 해주지.”그녀를 본 인명진은 바로 차 문을 열며 미소를 지었다.“빨리 찾았네?”빨간 머리 여자는 차에서 있어도 요염한 몸매가 한눈에 보였고 비싼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왜 여기로 온 거야? 여긴 전혀 네 취향 같지 않아 보이는데.”그녀는 인명진에게 결벽증이 있을 뿐 아니라 장소를 엄청 따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런 곳은 인명진에게 어울리지 않았다.인명진이 말했다.“그냥 좀 다르게 살아보려고. 무슨 일이 있었어?”“있지.”빨간 머리 여자는 입꼬리를 올렸다.“보스가 널 찾아.”인명진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지며 고개를 끄덕인 후 차에 올라탔다.여자는 먼저 출발했다. 인명진은 그녀의 차를 따라갔다.온지유는 외출 준비를 했다.“난 출근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여기서 지내고 싶으면 지내도 돼. 열쇠는 여기 있으니까.”백지희는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아주머니께서 나한테 물어보시더라고. 네가 이혼했는지. 그래서 솔직하게 말씀드렸어. 아직 안 했다고.”온지유는 몸을 굽힌 채 신발을 신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왜 그런 말 했어.”정미리는 그녀에게 직접 묻지 않
“대체 이 딸기들이 뭐가 그렇게 특별한데요?”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신경 쓸 건 없지 않나.한참 뒤를 따라온 데다가 부러운 듯한 말까지 하면서 말이다.빨간 머리의 여자는 온지유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보면 볼수록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특별한 점이라면, 그 사람이 키운 거라 다른 사람은 손댈 수 없다는 거죠. 누구도 절대 건드릴 수 없어요."그 말에 온지유가 발걸음을 멈췄다."어머,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빨간 머리 여자는 급히 온지유의 앞에서 사라졌다.온지유는 손에 든 딸기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예전 인명진은 이웃들에게도 다 나눠 주었다고 했는데. 설마 온지유만 특별히 받은 것일까?온지유는 잠시 의심이 들었지만 곧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다.채미소가 떠난 이후 온지유와 공아영은 둘 다 좋은 성과를 이루고 있었다.공아영은 컴퓨터 앞에서 글만 쓰던 생활이 끝난 것이 매우 기뻤다.이제는 밖으로 나갈 수도 있다.원고를 마감하고 있는 온지유에게 갑자기 정미리의 전화가 걸려 왔다."엄마?"정미리가 전화 너머로 걱정스레 물었다."요즘 일은 어때? 잘 적응하고 있니?""네, 꽤 적응했어요, 나쁘지 않아요."온지유가 대답했다.정미리가 다시 말했다."너 요즘 집에 너무 안 오더라, 오늘 집에 와서 밥이라도 먹고 가는게 어때?""오늘은 좀 바빠요, 아마도..."온지유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정미리가 말을 이어받았다."바빠도 하루 종일 바쁘지 않잖아. 시간 내서 집에 한 번 와. 내일은 주말이니까 출근도 안 할 거잖아. 네 아빠랑 나도 보고 싶어 하고, 이번엔 손님도 있어."손님이 있다는 말을 듣고 온지유가 물었다."손님? 누군데요?"정미리가 웃으며 말했다."와 보면 알 거야."집에 간 지도 꽤 됐기에, 온지유는 결국 승낙했다."알겠어요, 그럼 내일 갈게요."온지유의 답변에 정미리가 기쁜 듯 말했다."꼭 와야 해, 모두 기다리고 있을 거야."다음 날.온지유
“맞선?"여이현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얼굴이 바로 차갑게 식어갔다. 눈빛도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아직 이혼도 안 했는데 맞선이라니.상대 남자가 자신보다 낫단 말인가?여이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한번 가보죠. 상대가 얼마나 대단한지!"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지만, 그의 손은 이미 꽉 쥐어져 핏줄이 섰다.새치기하려는 남자를 짓밟아 버릴 생각이었다.마침, 인명진이 방에서 나왔다.여이현은 걸어 나오는 인명진과 눈이 마주쳤다.인명진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여이현을 주시했다.여이현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둘은 서로 아무 말도 주고받지 않고 서로의 눈을 주시하며 어깨를 스쳤다.여이현은 약간의 경계심을 가졌다.이 남자, 보통 사람이 아니다.게다가 온지유의 바로 옆에 살고 있다.그 시각, 온지유는 식당 방 안에서 맞선 상대를 응대하고 있었다.남자가 일어나 자기소개를 했다."안녕하세요, 지유 씨. 장성준입니다.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어릴 때 저희가 지유 씨 옆집에 살았거든요."그는 매우 친절하게 웃으며 온지유에게 호감을 표시했다."성준이야. 혹시 기억나니? 너 어릴 때 성준이랑 놀기 엄청 좋아했잖아."정미리가 말했다."어릴 때 잠에서 깨자마자 비몽사몽 해서는 성준 오빠는 어디 갔냐 그러고. 성준 오빠랑 놀러 가고 싶다고."이 말을 듣고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장성준은 오히려 낯부끄러워하며 말했다."그랬나요, 아주머니? 저도 몰랐네요."정미리가 말했다."그랬지. 너희들은 어릴 때부터 사이가 유별났어."온지유는 정미리가 둘을 엮으려는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이마를 찌푸리며 정미리의 말을 끊었다."다 옛날이야기잖아요, 갑자기 그런 이야기는 왜 하시는 거예요?"정미리가 말했다."성준이는 정말 좋은 애야. 가족 다 같이 지금 해외에 살고 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우리를 기억하고 돌아오자마자 너를 찾았어. 얼마나 성의 있는지 봐봐."정미리는 장성준을 칭찬하며 말을 이었다.온
이 모든 것은 정미리가 그들에게 요청한 것이었다.정미리는 온지유가 여씨 가문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고 있었다.돈 많은 집에 시집간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돈이 많아도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여이현과 함께하는 삶은 상대방 부모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가는 것이다.정미리는 온지유가 같은 불행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랐다.두 사람의 혼인이라 하지만, 상대방 부모도 매우 중요하다.임수경 가족은 그간 오랜 세월 동안 관계를 맺어왔고, 해외에 있어도 온지유를 잊지 않았다.그것이 진정한 성의다.정미리는 그들이 진정으로 온지유를 아끼고 있다고 여겼다.게다가 온지유가 해외로 가면 드디어 여이현과 만날 기회도 없어질 것이다.그렇게 하면 여이현의 미련도 끊어질 것이다.이쯤 되면 이혼도 못 하는 둘에게 대신 결정을 내려주는 수밖에 없다.정미리는 이 상황을 상대방에게도 설명했으며, 그럼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 것은 온지유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의미였다.상대는 온지유에게 최선을 다해 주었지만 온지유는 말했다."아저씨, 아주머니, 좋은 의도는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온지유는 아직 이혼하지 않았습니다. 지유는 여전히 제 아내입니다!"여이현이 갑자기 들어오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말도 없이 선을 보러 나가? 나한테 먼저 물어봤어야지!"온지유는 여이현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정미리는 여이현이 여기까지 온 것을 보고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여기엔 왜 온거야? 우리는 너를 초대한 적 없어, 얼른 나가."정미리는 여이현이 다 된 일을 망칠까 봐 걱정했다.여이현은 나가지 않았고, 오히려 밖에서 무리 지은 남자들이 밀려 들어와 그들을 둘러쌌다.정미리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이현이 너 이게 무슨 짓이야? 우릴 때리기라도 하려는 거야?"여이현은 행동은 과격했지만 여전히 예의를 지켰다."어머니, 지유
여이현이 무릎을 꿇자 그의 뒤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그를 따라 무릎을 꿇었다.이 놀라운 장면에 사람들은 상당한 압박감을 받았다.정미리는 깜짝 놀라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온지유도 충격을 받았다.정미리는 더 말을 보태고 싶었지만 여이현의 모습에 그 기세가 누그러들었다. "이현아!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어서 일어나!"여이현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어머니, 지유를 제게 맡겨 주세요!"여이현은 다른 사람들에겐 냉정할지는 몰라도 온지유의 가족들 앞에서는 항상 온화하고 예의 발랐다.정미리가 아무리 여이현에게 불만이 많고 그와의 결혼에 대해 회의적일지라도, 자존심 강한 여이현이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자 한 번 더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정미리는 고민에 빠졌다."미리야."임수경이 그들의 상황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을 보고 말했다."지유는 이혼한 게 아니었어?"정미리는 당황한 듯 임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곧 이혼할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괜찮아 이해해. 이분도 꽤 성의가 있어 보이네."임수경은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며 말했다."만약 아직 두 사람이 되돌아갈 생각이라면 우리도 강요하지는 않을게. 모든 건 지유의 뜻에 달려 있어. 인연이 없다면 우리도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임수경은 복잡한 문제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일어나 떠날 준비를 했다.정미리는 미안한 마음에 황급히 말했다."돌아가게? 정말 미안해. 이렇게 될 줄 꿈에도 몰라서 괜히 폐를 끼쳤네.”"괜찮아, 너무 신경 쓰지 마. 두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지."임수경의 가족은 이 상황이 두려워 얼른 떠나고 싶었다.혹시라도 폭력배와 얽히게 될까 봐 조마조마했다.정미리는 연신 사과하며 그들을 배웅했다.이 상황에 정미리는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아직도 일어나지 않을 거니? 사람들 다 떠났잖아.""어머님 화가 풀릴 때까지 여기서 무릎을 꿇고 있을게요."여이현이 말했다.정미리는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여이현이 최선을
그 말에 여이현의 표정이 복잡해지며 얼굴빛이 어두워졌다.온지유는 자신이 한 말이 얼마나 상대의 가슴을 에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한번 결심한 일은 결코 몇 마디 말로는 돌아서지 않을 것이다.온지유는 고개를 돌려 침착하게 식당을 떠났다.여이현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있었다.식당을 나서자 온지유는 마음속에 있던 억눌림이 한순간에 풀리며 시원해졌다.여이현을 떠나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을까?사랑한다고 하지만 그 말에 얼마나 진심이 담겨 있을까.한 남자의 입에서 나온 사랑을 믿는다면 나중에는 그 사랑으로 더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대표님, 따라 안 가시는 건가요?"배진호는 여이현이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는 것을 보고 오히려 더 초조해졌다.여이현이 말했다."얼마나 싫어하는지 봤잖아요. 여기서 더 쫓아가도 정만 더 떨어질 뿐이겠죠.""그러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정말로 사모님을 포기하시겠어요?"배진호가 물었다.여이현은 당연히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KTBC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었죠?""네?"배진호는 순간 여이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여이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안에 남아있을 정미리를 먼저 떠올렸다."사람을 보내서 어머님을 먼저 모셔다드려요."막 정미리의 신뢰를 조금 되찾았는데 또 잃어버릴 수는 없었다.--온지유는 집으로 돌아오다 인명진의 집 앞을 지나며 잠시 멈춰 섰다.온지유는 빨간 머리 여자가 했던 말을 잊지 않았다. 인명진이 키운 딸기는 다른 사람은 절대 건드릴 수 없다고 했다.그가 딸기를 얼마나 아끼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인명진은 딸기를 먹지 않는다.먹지 않으면서도 온지유에게 줬다는 점이 이상했다.문을 두드려 물어볼까 하다 시간을 보니 지금은 인명진이 아직 집에 없을 것 같았다.온지유는 잠시 망설이다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열쇠로 문을 돌리던 참에 마침 인명진이 돌아왔다."인명진 씨."온지유가 그를 불렀다.인명진은 기운이 없어 보였지만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바로 고개를 들었다.그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