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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온지유는 침대에 앉아 문을 빤히 보았다. 여이현이 문밖에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나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가슴이 도무지 진정되지 않았다.

머릿속엔 여전히 그가 했던 고백의 말이 떠올랐다.

이런 일에서 그녀는 아직 겁쟁이였다. 자신의 진심을 보여줄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마음은 조급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문이 열렸다. 고개를 돌리자 여이현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멍하니 그를 보았다. 그를 처음 본 순간처럼 말이다. 그때와 조금 다른 점이라면 대놓고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여이현은 우유를 들고 들어와 그녀의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자기 전에 우유 한잔 마셔. 건장에 좋아. 달달한 우유는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대.”

온지유는 자신의 앞으로 내민 우유를 보다가 여이현의 핏줄이 선명한 팔을 보았다. 순간 멈칫했다. 꼭 어디서 본 장면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최근 자꾸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한곳에 집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알 수 없는 기억이 자꾸만 떠올랐다.

머리가 아팠다.

온지유는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감쌌다.

여이현은 좋지 않은 그녀의 안색을 보며 물었다.

“아파?”

온지유는 고통이 사라진 후에 답했다.

“괜찮아요.”

그녀는 얼른 우유 잔을 들어 꿀꺽꿀꺽 마시면서 흥분했던 마음을 달랬다.

여이현은 그런 그녀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한참 지나서야 물었다.

“지유야, 중학교 때 혹시 납치당 한 적 없어?”

온지유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잔을 꽉 잡았다. 살짝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꼭 비밀을 들키기라도 한 사람처럼 말이다.

“이현 씨...”

온지유는 더욱 긴장해졌다.

‘혹시 뭐라도 알아낸 건가?'

“그건 왜 물어보는데요? 딱히 큰 비밀은 아니었어요.”

여이현은 생각에 잠긴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자신이 다른 사람의 기억을 자신의 기억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완전히 모르는 것 같았다.

그녀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건 과연 좋은 걸까, 나쁜 일인 걸까?

온지유의 부모도 그녀가 다른 사람의 기억으로 착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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