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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노승아가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듯 고개를 숙이자 여이현이 나서며 카메라에 대고 말했다.

“오늘 기자회견은 독 같은 건 애초에 없었고 누가 누구를 시해하려는 행동도 없었음을 밝히기 위해서입니다. 제목 어그로는 자제 부탁드립니다.”

표정을 굳힌 채 검은 아우라를 뿜어내며 180㎝가 넘는 큰 키로 기자들을 압도하는 그 포스에 온지유는 어딘가 씁쓸했다.

이렇게 노승아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그녀의 편을 들어주는 남자가 저한테만 매정한 것이 서운했다.

아마도 여이현을 저렇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노승아뿐인 것 같았다.

온지유가 그만 돌아서려 할 때 화면에 또 다른 자막이 달렷다.

이번에는 카메라가 노승아가 아닌 여이현의 얼굴을 잡으며 물었다.

“여 대표님이 오늘 노승아 씨를 대변하는 건 공적인 마음입니까 아니면 사적인 마음입니까?”

“둘 다라고 해두죠.”

여이현의 말이 흘러나옴에 따라 자막도 바뀌는 것을 본 온지유는 갑자기 무언가가 심장을 짓누르는 것만 같이 답답해졌다.

“그럼 노승아 씨와 앞으로에 대해 생각하고 있으시단 말씀인가요?”

그 질문에 노승아는 여이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말을 가로챘다.

“이건 저희 둘만의 사적인 얘기인 것 같네요, 만약 좋은 소식이 있다면 꼭 여러분께 전해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노승아가 여이현의 팔짱을 끼며 다정하게 올려다보는 모습에 온지유는 더 보고 있을 수가 없어 몸을 돌렸다.

하필 오늘따라 검은색과 흰색으로 맞춰 입어 더욱 선남선녀같이 잘 어울렸다.

“저기요, 계산 안 해요? 안 살 거면 빨리 비켜요! 다들 여기서 줄 서고 있잖아요!”

그때 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호통에 온지유는 생각을 접고 말했다.

“봉투 주세요, 큰 걸로요.”

노승아와 여이현 사이는 어차피 뻔한 결말이었다. 여이현이 해외에서 돌아온 노승아를 위해 매니지먼트를 차려주고 그녀만을 케어해 줄 때부터 둘이 잘 될 거란 걸 예견해왔었기에 온지유는 점점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기자회견이 아니라 결혼 발표를 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사이였다.

그래서 온지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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