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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여이현은 몇 초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3일 뒤 F 국 가는 티켓 끊어놔, 온지유 이름으로.”

“네.”

배진호의 대답이 들리자 차에서 내린 여이현은 수려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주방에서 바쁘게 돌아다니던 온지유는 여이현이 현관을 지날 때 마침 다 된 음식들을 들고나오며 말했다.

“왔어요? 마침 준비 다 했는데, 얼른 밥 먹어요.”

여이현을 한번 쳐다본 온지유는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여이현은 또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눈썹을 치켜세우고 온지유에게로 다가갔다.

온지유도 그제야 여이현 셔츠에 번진 자국을 볼 수 있었다.

“아주머니, 가서 남은 음식들 좀 들고나와 주세요.”

“당신은 일단 가서 씻어요, 옷은 내가 찾아놓을게요.”

온지유는 말을 하며 앞치마를 벗었다.

여이현 옷에 가득한 자국에 대해서는 일절 묻지 않고 표정도 평온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참다못한 여이현이 입을 열었다.

“온지유, 너는 네가 정말 좋은 아내라고 생각해?”

여이현과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았던 온지유가 차분함을 유지한 채 답했다.

“말하고 싶으면 당신이 알아서 말하겠죠.”

온지유의 말은 여이현이 말하지 않는 일이면 굳이 물을 필요도 없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여이현이 노승아와 같이 있다 온 걸 알기에 온지유는 그 자국의 출처가 알고 싶지도 않았다.

“석훈 씨한테 연락할까요?”

“됐어.”

말을 마친 여이현은 온지유를 지나쳐갔지만 온지유는 이내 그 뒤를 따라가 갈아입을 옷을 찾아주었다.

그렇게 검은색 홈웨어를 든 온지유는 화장실 문을 두드리고 말했다.

“옷 여기 찾아놨어요.”

“들고 들어와.”

여이현의 말에 온지유는 한숨을 쉬며 화장실 문을 열었지만 입구에만 서 있었다.

그런 온지유를 본 여이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팔이 그렇게 길진 않아.”

그 말에 온지유가 할 수 없이 몇 발자국 더 가자 여이현은 온지유를 끌어당겨 벽에 붙이고는 도망가지 못하게 가두어버렸다.

열기로 가득한 욕실에서 고개를 숙인 채 드러낸 온지유의 목선은 오늘도 여이현을 흔들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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