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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화

작가: 류한나
“그러게. 여 대표님이 이대로 망하면 돈 뜯어낼 곳이 없어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 아니야?”

...

결국 모든 화살이 온지유를 향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미친듯이 온지유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진예림은 속으로 깨 고소했다.

‘그냥 때려. 정신을 못 차리게.’

여이현은 결국 참지 못하고 경찰을 뿌리치려다 온지유를 보호해 주는 경찰과 배진호를 보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경찰서로 향했다.

“중점적으로 최승준과 이채현을 조사해 보세요.”

주주총회에서 비난받았던 최승준, 최근까지 여이현의 곁을 따라다녔던 이채현, 이 두사람이 바로 가장 큰 용의자였다.

하지만 사건조사가 그렇게 빨리 끝날 일은 아니었다.

온지유는 다시 회사로 돌아갔고, 배진호는 나도현에게 연락하여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여이현은 나도현을 보자마자 말했다.

“내가 이혼소송을 알고 있는 거 비밀로 해.”

나도현은 어이가 없었다.

“여이현, 지금 사람이 죽었다고. 회사 대표인 네가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면 몇 년형을 받게 되는지 알아?”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이혼소송을 신경 쓰고 있어!’

여이현이 차갑게 말했다.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난 범인도 아닌데.”

나도현이 그를 힘껏 째려보았다.

“지금 옆에 나랑 진호 씨가 있다고 안심하는 거야?”

나도현은 비록 투덜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여이현을 많이 신경 쓰고 있었다.

이 시각, 최승준은 이미 다시 주주총회를 열어 대표를 다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온지유는 이 사람들을 냉랭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다들 여진 그룹에 오래 계셨던 분이잖아요. 만약 대표님께서 정말 잘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하필 이 타이밍에 잡히지 않았겠죠.”

“범인이 아니라고 해도 아직 용의자잖아요. 대표 자리를 이렇게 비워두고 있으면 어떡해요. 계속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최승준은 바로 반박에 나섰다.

온지유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최 대표님. 여 대표님이 구속되었어도 아직 저랑 배 비서님이 여 대표님의 뜻을 전달해 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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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준의 등에 떠밀려 이 자리에 참석한 주주들은 온지유의 말에 토를 달 수 없었다.진예림도 온지유와 최승준의 싸움이 더욱 커지길 바랐는데 이렇게 끝날 줄 몰랐다.그녀 역시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여이현이 없는 동안이 가장 좋은 기회인 건 틀림없었다.--한참 가만히 앉아있던 온지유는 유인작전을 실행해 보기로 했다.그래서 일부러 배진호에게 전화했다.“저한테 지금 중요한 증거가 있는데 여 대표님께 직접 드려야겠어요.”전화를 끊자마자 진예림이 온지유의 앞으로 다가와서 혹시나하는 마음에 물었다.“온 비서님, 방금 중요한 증거를 대표님께 가져다드린다고 하셨어요? 누가 대표님을 모함했는지 알아낸 거예요?”온지유가 고개를 끄덕였다.“회사 내부 사람이죠.”“누구를 의심하고 있는데요?”이 질문에 온지유는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모든 사람이 여이현이 감옥에 갈까 봐 걱정하고 있는 와중에 진예림이 이런 질문을 할 줄 몰랐다.온지유가 피식 웃었다.“제가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증거를 찾은 거죠. 지금 바로 대표님 만나러 갈거예요.”온지유는 말하면서 테이블을 정리했다.사실 몰래 녹음기를 켜놓은 것이다.진예림은 확실한 대답을 듣기 전에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온 비서님, 저랑 함께 가요. 평소에는 그래도 배 비서님이 계셨는데 오늘은 안 계시는 배 비서님 대신 제가 함께할게요. 물건들 제가 들어드릴게요.”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다면 이 말을 믿었을지도 몰랐다.온지유는 아무 물건이나 건네면서 말했다.“그러면 진 비서님이 가져다주세요. 저는 개인적인 일 때문에 퇴사할 예정이거든요. 그리고 최근에 대표님 심기도 건드리고 해서...”“네?”진예림은 겉으로는 놀란 척했지만 내심 기뻤다.‘그래서 그때 성동 공사 현장에서 대표님 편을 들어준 거구나.’이렇게까지 말했는데 거절할 진예림이 아니었다.“그러면 저한테 주세요. 제가 가져다드릴게요.”“네.”온지유는 떠나가는 진예림의 뒷모습을 쳐다보다 녹음한 내용을 배진호에게 보내주었다.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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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요?”진예림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최승준이 카페를 벗어나려고 할 때,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배진호, 온지유, 그리고 경찰들이 들이닥쳤다.진예림의 표정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온 비서님, 저한테 수작 부린 거였어요?”온지유가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수작이 아니라, 진 비서님 스스로 함정에 빠진 거잖아요.”원래는 최승준과 이채현이 가장 의심되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유인작전을 제대로 실행하기도 전에 진예림이 배진호와의 대화를 엿듣고 제 발로 찾아올 줄 몰랐다.그래서 혹시나하는 마음에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진예림을 통해 진짜 범인을 찾아낼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만약 진예림과 상관없는 일이라면 나중에 사과하면 될 일이었다.과연 누가 범인인지는 시도해 보면 되었다.역시나 사람은 욕심 많은 동물이라 꼬리가 밟히기 일쑤였다.그렇게 진예림과 최승준은 경찰에 체포되었고, 녹음까지 된 마당에 진예림은 솔직해져 보기로 했다.“최 대표님이 먼저 저를 찾으셨어요. 시키는 대로만 하면 온 비서님을 회사에서 쫓아내 주겠다고... 그러면 제가 유일한 여비서로 될수 있다면서요... 그래서 최 대표님이 시키는 대로 몇몇 계약서를 위조한 것뿐이에요. 마약밀수는 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최 대표님이 몰래 벌인 일이라고요. 저는 그저 대표님의 이쁨을 받는 온 비서님이 싫었을 뿐이에요. 제가 어떻게 다른 짓까지 벌일 수 있겠어요!”아무리 해소해 봐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내내 입을 다물고 있던 최승준은 여이현을 보자마자 펄쩍 뛰기 시작했다.“여이현! 너무 잘난 척하지 마! 옆에 충신이 없었으면 넌 이번에 끝장났어!”퍽!여이현은 바로 최승준을 발로 걷어차고는 어두운 표정으로 다가가 그의 등을 짓밟았다.“최승준, 여진 그룹에 오래 있었으면 내가 어떤 성격인 거 알지?”“아악!”심문실에서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1분도 안 되어 최승준은 이빨이 다 빠진 채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배진호는 최승준과 진예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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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님.”온지유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여이현은 아무 말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온지유에게 다가갔다.거대한 체구에 온지유는 압박감을 느꼈다.여이현의 표정은 경직되어 있었다.온지유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그러다...여이현이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온지유, 왜 날 도와줬어?”배진호한테서 온지유가 도와줬다는 사실을 들은 것이다.이렇게 빨리 풀려났던 것은 최승준과 진예림이 꾸민 일인 걸 알고 일부러 함정을 파놓았기 때문이다.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온 것을 보면 걱정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온지유는 여이현이 이렇게 물을 줄 몰랐는지 멈칫도 잠시, 이렇게 대답했다.“대표님, 저는 대표님 비서입니다. 여진 그룹에 있는 동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그녀의 말투는 평온하기만 했다.맑은 두 눈을 보니 숨기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여이현이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정말 좋은 직원이네.”“별말씀을요.”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에 여이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석이라는 사람이랑 몰래 데이트할 때는 활짝 웃고 있더니, 나한테는 굳은 표정으로 차가운 말만 하네.’“그래. 온지유, 너는 회사 직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야!”여이현은 그대로 뒤돌아 사무실로 들어갔다.온지유는 숨은 말뜻을 단번에 알아차렸다.뭐 더 바라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온지유는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내가 뭘 더 바라겠어...’만약 정말 원하는 것이 있었다면 보자마자 얘기했을 것이다.그런데 도와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했다.--여이현은 사무실로 들어가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였다.연속 세 대를 태우고 나서야 배진호에게 전화했다.“모든 직원을 다 조사해 보세요. 더 이상 벌레 같은 사람을 용납할 수 없어요.”“네.”배진호는 바로 움직였다.여이현은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온지유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40분 뒤.여이현은 경성에서 가장 큰 클럽에 모습을 드러냈다.이 자리에는 지석훈, 최주하 그리고 나도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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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석훈은 바로 흥미를 느꼈다.“다이닝 클럽 VIP 룸이요. 빨리 오셔야 해요. 저는 저녁에 출근해야 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네.”지석훈이 출근하지 않는다고 해도 전화를 받은 이상 취한 여이현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온지유가 전화를 끊자마자 지석훈은 다시 핸드폰을 여이현의 주머니에 넣었다.지석훈은 최주하, 나도현과 눈빛을 주고받고는 이곳을 떠났다.이들이 떠나자마자 여이현은 바로 눈을 떴다.어두운 눈빛을 보니 전혀 취한 것 같지 않았다.--온지유가 클럽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 시간 뒤였다.여진 그룹에서부터 택시를 잡았지만 길이 워낙 막혀서 오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여이현의 비서를 한 지 7년 동안 이곳에 자주 왔었다.클럽 복도, 한 건장한 남자가 취했는지 비틀거리면서 맞은편에서 걸어왔다.온지유는 본능적으로 옆으로 피했다.그런데 그 남자가 온지유의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뒤돌았다가 하얀 피부에 몸매 좋은 온지유를 발견하게 되었다.특히나 앵두 같은 입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온지유가 자기 앞에 무릎 꿇는 모습이 상상되면서 흥분하더니 온지유의 손목을 잡았다.온지유가 벌버둥 치면서 말했다.“이봐요. 취하셨네요. 사람 잘못 보셨어요.”상대방은 손을 놓는 대신 온지유를 품에 끌어안아 그녀의 샴푸 향을 느꼈다.“글쎄 향긋한 냄새가 난다고 했더니 그쪽 샴푸 향이네요. 오늘 밤은 저랑 함께하시죠!”그는 바로 온지유를 들어서 안았다.공중에 몸이 떠있는 채로 배까지 드러난 상태에서 온지유는 두려움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살려주세요! 석훈 씨! 석훈 씨! 살려주세요!”여이현이 취했다고 했으니 믿을 사람은 지석훈밖에 없었다.하지만 비명에 상대가 철저히 분노하고 말았다.그는 온지유의 어깨를 잡고 아래로 누르면서 바닥에 떨어뜨렸다.다행히도 엉덩이부터 바닥에 떨어졌다.쨕!힘이 잔뜩 실린 손아귀 힘에 온지유는 어질어질해졌다.“이런 쌍년이! 내가 너 마음에 들어 하는 거, 영관인 줄 알아! 내가 누군 줄 알고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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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만요. 저도 할 말이 있어요. 해남 구역의 경쟁입찰은 이미 제가 손에 넣었거든요.”이때 나태욱이 갑자기 손을 들며 끼어들었고 사람들은 놀란 표정을 짓게 되었다. 양시은도 놀란 눈빛을 하며 그를 보았다.해남 구역의 경쟁입찰을 나태욱이 이미 손에 넣었다니...다들 수군거리고 있던 때에 나태욱은 턱을 괴며 건방진 미소를 지었다.“다들 모르셨어요? 아, 제가 말해준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네요. 그래도 큰일이라 다들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말을 하면서 그는 나도현을 보았다. 그 순간 회의실 안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붙었고 양시은은 걱정 어린 눈길로 나도현을 보았다.“그럼 다른 프로젝트를 논의하죠.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이것 하나뿐인 건 아니니까요.”나도현은 그녀의 생각보다 더 차분하고 이성적이었고 심지어 흐름이 끊기지 않게 했다. 하지만 나태욱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회의는 계속 진행되었지만 이번에 민망해진 사람은 그들이 아니었다. 여하간에 방금 자랑을 했지만 무시를 당하지 않았던가. 민망한 사람은 나태욱이었다.회의가 끝나고 양시은은 서류 정리 때문에 늦게 나오게 되었다. 나도현은 아직 멀리 가지 않았고 일부러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그녀를 기다려주고 있었다.양시은이 그를 따라잡으려 할 때 나태욱이 갑자기 그녀를 불러세웠다.“양 비서, 나한테 아직 일 잘하는 개인 비서가 없는데 이번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만 형한테 말해서 나한테 오는 건 어때요?”또 그녀를 자신의 편으로 들이려는 속셈이었다. 나태욱은 자신이 말을 꺼내기만 하면 안 넘어갈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 듯했지만 그녀는 정말로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었다.“괜찮아요. 전 이미 지난번에 분명하게 말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전 대표님 곁이 아니라면 다른 곳에 갈 생각은 없네요.”그러자 나태욱이 픽 웃었다.“양 비서, 정말로 그렇게 붙어 있으면 형이 양 비서랑 결혼해줄 줄 알았어요? 그만 포기해요. 우리 고집 센 아버지는 절대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해 줄 리가 없으니까.”양시은은 걸음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14화

    잘됐다며 칭찬을 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부정적인 목소리도 들려왔다. 하지만 손실을 최소화한 것이고 더는 변호사도 아니었던지라 변호사가 회사를 운영한다는 불만 가득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오성 구역은 재개발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유진혁이 했던 짓에 관해서도 뭔가를 알아내게 되었다.“유진혁이 요즘 자주 도박장에 나타난다고 하더라고요.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현금을 들고 자주 나타난다고 했으니까 제 생각엔 아마 그 배후가 계좌이체 하는 수단이 아닌 현금으로 거래하는 수단으로 유진혁과 연락하고 있는 것 같네요.”양시은의 추측에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고개를 돌리자 나도현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비서는 손가락을 들어 자신을 짚으며 멍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또 제가 가요?”나도현의 확고한 눈빛에 비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덕였고 신세 한탄했다. 이때 양시은이 끼어들었다.“저도 갈 수 있어요. 소식은 제가 알아낸 거니까 제가 가서 알아보는 게 더 나을 것 같네요.”나도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양시은이 나도현을 설득하려고 머리를 굴리던 때 의외의 대답이 들려왔다. 나도현이 그녀의 말에 동의한 것이다.“너무 깊게 파지는 마. 알아볼 수 있는 것만 알아보고 안 되면 그냥 사람만 데리고 오면 돼.”아주 강압적인 어투에 양시은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볼 수밖에 없었다. 변호사를 그만둔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위압감이 넘치는 한 회사의 대표님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이내 그녀는 비서와 함께 알아보러 떠났고 뜻밖에도 너무도 순조로웠다. 돈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그들은 유진혁을 잡게 되었다.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은 어느 한 수영센터에 있는 사물함이었다. 그들이 찾아갔을 때 마침 유진혁이 수상한 모습으로 돈을 세고 있었고 굳이 그들이 사물함을 열어볼 것도 없이 돈과 유진혁을 손에 넣게 된 것이다. 그들에게 붙잡힌 유진혁은 빠르게 입을 열었다.“난 두 사람이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요. 애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13화

    양시은은 당연히 고분고분 자리를 비워줄 사람이 아니었다.“안 가. 그러니까 쫓아내려고 하지 마.”창가에 서 있던 나도현이 고개를 돌렸고 그의 얼굴엔 그림자가 져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유난히도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하민이 곧 하원 할 시간이잖아. 네가 안 보인다면 하민이가 불안해할 거야.”그의 말에 양시은은 말문이 막혀버렸고 결국 먼저 자리를 뜨는 수밖에 없었다. 떠나기 전까지 걱정되었던 그녀는 비서에게 나도현을 잘 지켜봐달라는 말을 남겼고 비서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회사를 나섰다.하민이를 집으로 데리고 온 뒤 하민이는 집안을 한번 둘러보다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왔다.“엄마, 아저씨는 오늘 오지 않으신 거예요?”“아저씨는 바빠서 못 올 것 같대. 아마 밤늦게까지 일하다가 오실 것 같은데 우리 조금 더 기다려볼까?”나도현이 자주 집으로 찾아와 양시은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하민이 하원도 도와주면서 같이 식사도 했기에 하민이는 이미 그의 존재가 익숙해 져버렸다. 하민이는 떼를 쓰지도 않고 양시은의 말을 듣고는 실망한 기색이 가득했지만 얌전히 기다리려고 했다.다행히 나도현은 밤에 돌아왔다. 어쩌면 하민이가 실망하는 것이 싫었는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도현은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들어왔다.“늦었네. 하민아, 아저씨가 뭘 사 왔는지 알아?”하민이는 기쁜 얼굴로 그가 들고 온 것을 받았고 집안의 분위기도 화목하게 바뀌었다.양시은은 그런 나도현을 위아래 살펴보았고 정말로 괜찮아졌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했다. 저녁을 먹은 후 두 사람은 보기 드물게 서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나도현도 자기 생각을 말해주었다.“생각해 봤는데 변호사가 될 수 없다면 나진 그룹에 계속 남아 있으려고. 마침 너도 거기서 일하잖아.”양시은은 그의 말에 가슴이 벅차올랐고 믿어지지 않는 듯 말했다.“나 때문에 그러는 거야?”그녀는 나도현이 변호사를 포기하는 것에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유가 자신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12화

    나용민이 정말로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잘살기를 바랐다면 두 사람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붙여놓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두 사람을 괴롭히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나태욱은 아주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거만하게 앉아있는 그를 내려다보더니 입을 열었다.“난 예전부터 형이 고귀한 척하는 게 싫었어. 어차피 형도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누릴 수 있는 거 누릴 뿐이잖아.”“할 말 끝났으면 나가.”나도현은 더는 나태욱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나태욱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형은 예전부터 가진 것에 만족하지도 않고 아끼지도 않더라.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내가 왔으니 나진 그룹은 더는 형 혼자만의 것이 아니니까 두고 봐.”나도현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가 나가는 것을 보았다. 사무실 문이 열리자 양시은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냉담한 표정을 보아 그를 상대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았지만 나태욱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양 비서, 우리 또 만났네요. 지난번에 내가 말했죠?”“나태욱 대표님.”너무도 대놓고 자신과 거리를 두는 모습에 나태욱은 눈썹을 꿈틀거렸고 뒤를 슬쩍 보더니 이내 씩 웃었다.“우리 형 따라다니느라 많이 힘들죠? 매일 저렇게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만 짓고 있으니까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죠? 차라리 내 비서 하는 건 어때요? 마침 내 비서 자리가 비어있거든요.”나도현은 마치 얼음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나태욱, 넌 내가 안 보이나 보다?”나태욱이 입을 열려던 순간 양시은의 공손한 거절이 들려왔다.“죄송해요. 딱히 관심은 없네요.”그의 체면이라곤 전혀 챙겨주지 않는 모습에 나태욱은 스쳐 지나가는 그녀를 보며 표정을 굳혔다.양시은은 서류를 나도현의 앞에 내려놓았다.“대표님, 이건 결재가 필요한 서류에요.”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자리를 뜨지 않았고 오히려 나도현을 빤히 보았다. 나도현은 당연히 그 시선을 모를 리가 없었고 사인을 하면서 말했다.“할 말이 있으면 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11화

    양시은은 나도현의 낯빛이 한순간에 차가워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게 되었고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전 개인 비서예요.”그녀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상대에게 설명했다. 그 말인즉 억측하지 말라는 의미였고 나태욱은 의외라는 눈빛을 하며 보았다.“우리 형과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어요? 정말로 그런 거라면 미안해요. 난 두 사람이 이미...”“네 알 바가 아니잖아.”나도현이 차갑게 말을 잘랐다.나태욱은 멈칫하더니 시선을 돌려 나도현을 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더는 대화가 오가지 않았지만 무거운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그는 웃음기 머금은 눈을 하면서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었다.“난 형처럼 고집이 있는 사람이 아니야. 아버지는 무슨 수를 써서 라든 회사를 형에게 넘겨주려고 하지만 형은 계속 변호사로 살고 싶어 하잖아. 이런 부분에서는 난 형에게 한참 미치지 못하지.”말은 이렇게 하고 있었지만 도발하는 의미가 가득했고 나도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아버렸다.“내가 뭘 하든 네 알 바 아니야.”말을 마친 나도현은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고 양시은도 얼른 따라갔다. 그러자 뒤에서 나태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양시은 씨, 나중에 또 봐요.”차에 올라타고도 나도현의 표정은 펴지지 않았고 누가 봐도 잔뜩 화난 모습이었다. 나태욱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챈 양시은은 그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다.“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은아, 앞으로 나태욱만 보면 피해 다녀.”그는 고개를 돌리더니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하고 있었고 양시은은 멍해지게 되었다.“들었어?”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나도현의 안색이 조금 풀어졌다. 양시은은 방금 본 남자의 신분을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나태욱이 바로 나도현이 말한 나씨 가문의 혼외자식인 것이다...양시은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나태욱은 나진 그룹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앞으로 다시 만날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음 날 바로 나태욱이 나진 그룹으로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게 될 줄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10화

    그랬기에 나용민이 쉽게 나도현을 포기할 리가 없었다. 나도현이 한 집안사람도 아닌 양시은을 데리고 온 것부터 불만이었기에 화를 내는 것이다.“나이가 들면서 머리도 녹이 슬어가나 봐요? 지난번에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시은이는 더는 남이 아니라고요.”비꼬는 나도현의 어투에 나용민은 화가 치밀었고 당장이라도 침대에서 뛰어내릴 듯한 모습으로 말했다.“지금 뭐라고 했냐?”나도현은 코웃음을 치면서 머리뿐만이 아니라 귀도 안 좋다고 생각했다. 너무도 모욕적인 표정에 나용민의 얼굴은 빨갛게 되어버렸고 씩씩대며 거친 숨을 내몰아 쉬고 있었다.“내가 왜 너처럼 말도 안 듣는 아들을 낳아서는...”나도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양시은은 나용민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얼른 벨을 눌러 의사를 불렀다. 급하게 달려온 간호사는 어떻게든 나용민의 분노를 가라앉히려고 했고 그들에게 말했다.“환자는 안정이 필요한 상태에요. 그렇게 자극하시면 안 돼요.”나도현은 눈을 내리깐 채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몰랐다. 양시은은 간호사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네, 주의할게요. 감사해요.”간호사가 나간 뒤 나용민은 침대에 누워 두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보더니 차갑게 픽 웃었다.“하마터면 화병으로 죽을 뻔했구나. 이 불효자식아.”“변호사 사무소에서 연락 왔었어요. “나도현이 갑자기 입을 열자 나용민은 어딘가 켕기는 구석이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나용민이 한 짓이라는 것을 눈치챈 나도현은 더욱 자신이 가소롭게 느껴졌다. 정말로 나용민이 사주한 일일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양시은은 믿어지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대체 왜 그러신 거예요? 도현은 그동안 매일 회사에만 다니면서 단 하루도 편히 쉬어본 적 없었어요. 매일 쌓인 업무를 처리하느라 쉬지도 못하고, 지난번에는 열이 39도까지 올라갔는데도 이튿날 바로 출근했다고요. 대체 도현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시는 건데요.”나용민의 눈빛이 어두워졌고 나도현이 아팠다는 얘기를 듣자 눈에 띄게 흔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09화

    양시은은 돈을 내고 택시에서 내렸다.“기사님, 저 여기서 내릴게요. 감사합니다.”택시에서 내린 그녀는 얼른 검은색 차로 달려갔다.나도현은 창밖에서 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양시은이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창문을 열자 양시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도현, 문 열어줘.”나도현의 눈빛이 흔들리고 손을 뻗더니 문이 열렸다. 양시은은 얼른 차에 올라탔다.“왜 말 한마디도 없이 혼자 여기 온 건데? 하민이 하원 시간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잖아.”“그냥 오고 싶었어.”“비서님한테 이미 들었어.”나도현은 입술을 달싹이더니 아주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누가 사주한 것인지.”그가 변호사 되기를 반대하고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용민 뿐이었고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몰랐다.나용민은 나도현에게 아주 큰 기대를 하고 있었기에 나도현이 그저 평범한 변호사가 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었다. 그는 자기 아들이 자신처럼 나진 그룹을 이끄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병문안 갈까 고려하고 있었으니 가기도 전에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시네.”“미안해. 다 내 탓이야...”양시은은 그런 그가 안쓰러우면서도 죄책감이 들었다.“만약 내가 설득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이런 기분을 느낄 일은 없었을 거야.”“네 잘못은 아니야. 내 잘못이지.”나도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애초에 조금이나마 기대한 그의 잘못이었다.양시은은 나도현의 냉담한 어투로 기쁨을 느낄 리가 없었고 그가 냉담하면 할수록 더 안쓰러웠다. 그동안 그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만약 그녀가 나도현이었어도 자신의 아버지가 꿈을 방해한다면 숨이 턱턱 막힐 것이었다.“괜찮아. 내가 있잖아.”양시은은 그를 조심스럽게 안아주었다. 그날 밤처럼 자신의 따듯한 체온으로 차가워진 그의 마음을 녹여주려 했다.나도현은 그런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기사님, 병원으로 가주세요.”나도현의 입에선 뜻밖의 말이 나와 양시은은 멍한 눈빛으로 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08화

    대체 누가 나도현의 심기를 건드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싸늘해진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고 양시은도 협조적이었다.점차 그들의 분위기도 바뀌면서 룸 안은 열기로 가득해졌다. 이때 누군가 무심코 물었다.“양 비서님, 나중에 결혼 계획 있으세요?”나도현은 차가운 눈길로 입을 연 사람을 보았고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비서는 더 긴장하게 되었다.다행히 양시은은 대충 둘러 말했다.“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으면 아마 할 것 같네요. 하지만 아직은 결혼 계획은 없네요.”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그들은 배불리 먹고 즐긴 후 돌아갔다.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셨던지라 해롱해롱한 상태였고 비서는 그들을 집으로 전부 돌려보랬다. 물론 양시은도 술을 마셨지만 두 잔만 마셨던지라 그저 얼굴만 불그스레한 상태였다.“양 비서님은 혼자 돌아갈 수 있죠? 혼자 갈 수 있으면 전 이만 먼저 가볼게요.”비서는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직원을 등에 업고 있었고 그 직원은 비서의 뺨을 찰싹찰싹 때렸다.그런 그의 모습을 보니 양시은은 괜스레 측은한 마음이 들어 그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네. 전 혼자 갈 수 있어요.”“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비서는 얼른 자리를 떠나버렸다. 양시은이 위험할지 안 할지는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나도현이 곁에 있는 한 양시은이 절대 위험할 리가 없었으니까.직원들이 떠나고 나니 두 사람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나도현은 자연스럽게 양시은의 가방을 들어주며 말했다.“데려다줄게. 가자.”양시은은 자신의 가방을 돌려받고 싶었지만 그의 모습을 보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돌려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으니까.뒷좌석에 앉은 양시은은 뒤늦은 취기에 머리가 어질거렸다. 나도현은 한참 지나도 들리지 않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양시은은 손을 들어 턱을 괸 채 눈을 감고 있었고 잠든 것 같았다.“대표님, 차가 좀 막힐 것 같습니다.”운전기사가 눈치 없이 말하자 나도현은 바로 눈치를 주었다.“목소리를 낮추세요. 길 막히면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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