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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Author: 류한나
“이게 너희들을 위해서 하는 말이야!”

김수미는 정색하며 말했다.

“온재준도 쟤 형보다 못하잖아! 돈만 있으면 뭣보다 나아. 온지유를 봐! 다른 사람들한테 부러움 받고, 칭찬받고… 어디 가나 온지유가 온채린보다 낫다고 하지. 네 딸은? 영감을 만나도 돈만 있으면 평생 걱정거리 없이 살 수 있어!”

“엄마!”

장수희는 인정하지 못한다.

“나는 엄마처럼 돈만 보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이 다 나보고 그렇대. 이게 다 엄마 닮아서 그런 거였네. 난 내 딸을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아!”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내가 뭐가 어때서!”

김수미는 화를 내면서 말했다.

장수희는 점점 흥분했다.

“내가 지금 어떤데? 남편도 죽었고, 이 지경이 됐는데 뭐가 좋아!”

“그건 네가 쓸모가 없어서 그렇지.”

김수미는 장수희를 나무라기만 했다.

“네. 그래요. 내가 소용이 없어서 이렇게 된 거예요. 가세요! 가서 아들이나 찾으세요. 이런 쓸모없는 딸은 찾지 마세요!”

장수희는 이런 어머니를 두고 있다는 게 씁쓸했다.

온지유는 문밖에서 그들의 대화 내용을 다 들었다.

온지유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그들이 화를 가라앉힐 때야 문을 두드렸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장수희는 동네 사람들이 비웃을까 봐 화를 가라앉히고 말했다.

“들어오세요.”

온지유가 들어왔다.

장수희는 온지유를 보고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

오히려 김수미가 일어나 얼른 웃으며 대접했다.

“지유구나. 얼른 와서 앉아라.”

김수미는 유난히 다정하게 대했다.

“차라도 마실래? 한잔 따라줄게.”

김수미의 행동에 장수희는 더욱 이해가 안 갔다.

분명 장수희와 온지유 사이가 좋지 않은 걸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하니 딸을 마음에 두지도 않았다.

온지유도 김수미의 행동에 부담스러워서 차갑게 말했다.

“차는 괜찮아요. 숙모 찾으러 왔어요.”

그러자 김수미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래. 네 숙모랑 이야기 나눠라.”

김수미는 장수희를 보고 당부했다.

“수희야. 너도 작작 해라. 지유가 그래도 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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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또 우리 아들 무료로 치료해 줄 의사가 왔네. 이거 하늘이 우리 진씨 집안을 도와주시네.”새로운 며느리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지석훈은 미묘하게 표정을 찌푸렸다.요즘도 가끔 뉴스에서 젊은 여자들이 이런 산골 마을에 속아 끌려왔다는 기사들을 보곤 했다.그는 태연한 척 슬쩍 떠봤다.“아주머니 운이 그렇게 좋으세요? 어디서 그렇게 예쁜 새댁을 얻으셨다고요?”옆에서 까불거리던 진나래가 천진난만하게 말했다.“산에서 길 잃고 헤매던 언니를 제가 구해줬어요. 마침 저희 오빠가 다리를 저는 바람에 장가를 못 가고 있어서 언니한테 은혜 갚으라고 했더니 오빠한테 시집가겠다고 했어요. 그냥 흔쾌히 좋다고 하던데요?”지석훈의 미간이 더욱 깊이 찌푸려졌다. 앞에서 신나게 떠드는 이 가족을 보니 속이 울렁거렸다.이건 그냥 그 여자를 도덕적으로 협박해서 붙잡아 둔 거나 마찬가지였다.김숙희는 신이 나서 덧붙였다.“그 여자애 피부는 곱긴 한데 일머리가 하나도 없어 보이더라고요. 앞으로 살림도 하고 밭일도 좀 해야 할 텐데. 우리만 고생하면 되겠어요? 그나저나 의사 선생님 우리 아들 다리 좀 먼저 봐줘요. 조금 있다가 저녁에 집에 가서 밥도 먹어야 하니까 빨리 봐줘요.”김숙희가 다급하게 말했다.지석훈은 진수호의 다리를 보기만 해도 상태를 알 수 있었다. 그 다리는 분명히 골절상이었고 제대로 된 수술을 해야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었다.이건 단순히 약으로 해결될 만한 문제가 아니었다.지석훈은 그들을 안심시키려 말했다.“이 정도면 아무것도 아니죠. 제가 고쳐드릴 수 있어요.”지석훈이 태연하게 말하자 가족들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김숙희는 흥분해서 손까지 덥석 잡으며 말했다.“정말요? 선생님 우리 아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다리가 불편했는데 정말 고칠 수 있단 말이에요?”지석훈은 몸을 움찔하며 손을 급히 빼고 가볍게 기침을 한 후 말했다.“그럼요. 저는 이 마을에서 자주 치료해 왔습니다. 제 실력은 이미 다들 잘 알고 있어요.”“다만 아직 치료해야 할 환자가 몇 명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95화

    문지원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바라봤다. 그녀는 말투도 표정도 하나같이 순종적이였다. 그 모습을 본 진수호는 입꼬리를 비딱하게 올리며 웃었다. 그는 바구니에서 물건을 꺼내며 중얼거렸다. “눈치는 좀 있네요.” “내가 이런 복이 있을 줄이야. 다리는 절어도...” 그는 절단된 다리를 툭툭 치며 껄껄 웃었다. “이렇게 고우면서 말도 잘 듣는 마누라가 생겼잖아요.”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진수호는 문득 물었다. “근데 우리 엄마랑 나래는 어디 갔어요?” 문지원은 조용히 창밖을 가리켰다. “밖에 의사 선생님이 왔대요. 마을 사람들한테 무료 진료해준다길래 다들 몰려갔어요.” “당신 어머니도 혹시 당신 다리를 고쳐줄 수 있을지 모른다고 가보셨고요.” 진수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짜요? 내 다리를 고칠 수 있다고요? 그게 진짜면... 나 인생 제대로 풀리는 건데?” 문지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한 번 가보세요. 혹시 모르잖아요.” “그래야죠.”다리를 고칠 수 있다는 말에 진수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문앞까지 뛰어갔다. 떠나기 직전, 그는 뒤를 돌아보며 경고하듯 말했다. “잘 들어요. 집 안에 얌전히 있어요.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어디 나가면 안 돼요. 알죠?” “혹시라도 도망치면... 다리 못 쓰게 만들 거예요.” 문지원은 진씨 가족의 뻔뻔하고 역겨운 태도에 속으로는 어이가 없었지만 겉으로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전 어디 안 가요. 다른 여자들이랑은 다르니까요.” 그 말에 진수호는 흐뭇하게 웃으며 문밖으로 뛰어나갔다....진수호는 금세 마을 어귀까지 달려갔다. 밖에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고 곧 김숙희와 여동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김숙희는 아들을 보자 손을 흔들며 외쳤다. “여기야! 얼른 와 봐라.” 진수호는 절뚝이며 다가갔고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와... 줄이 이렇게까지 길다고? 이러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94화

    “여기 사람들은 전부 한통속이야. 낮에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어. 밤이 되면 우리를 집 안에 가두고 도망칠 기회조차 없게 만들어.”여자의 말에도 불구하고 문지원의 눈빛은 여전히 결의에 찬 표정을 유지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가 도망칠 수 있다면 반드시 희망이 있어요.” 여자는 한숨을 쉬며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너 참 순진하구나. 그런 생각을 하다니... 예전에 한 여자도 너처럼 여기로 팔려왔었어.” “그 여자는 도망쳤지. 산을 넘어 읍내까지 갔는데... 결국 잡혀서 다시 끌려왔어.” 문지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꽉 쥐고는 결연히 말했다. “그래도 포기하면 안 돼요. 우리는 이미 정보를 얻었잖아요. 기회만 잘 잡으면 분명 빠져나갈 수 있어요.”그녀는 고개를 돌려 진지한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때까지는... 언니도 최대한 조용히 지내세요. 반항하면 다시 맞을 거예요.”“차라리 그들을 방심하게 만든 뒤 도망치는 게 더 나을 거예요.” 여자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일어섰다. 그리고는 화제를 툭 바꾸며 말했다. “아까 요리 배우고 싶다고 했지?” “지금 가르쳐줄게. 도망 얘기는 나중에 하자.” 그 말을 듣고 문지원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급히 여자의 팔을 잡고 물었다. “그럼... 언니도 저랑 같이 도망치기로 한 거 맞죠?”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너 말대로 지금은 일단 그 사람들 말에 따르자.” “네. 좋아요.” 문지원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태어나서 제대로 요리를 해본 적 없던 문지원은 그녀와 함께 부엌으로 향했다. 여자는 칼을 들어 고구마를 자르며 말했다. “이건 이렇게 손으로 잡고 썰어야 해. 그래야 손 안 베지.” 문지원은 조수현의 말을 따라 하나씩 배워갔다. 같이 칼질을 하던 문지원은 문득 물었다. “맞다. 언니, 이름이 뭐예요?” 여자는 잠시 생각한 뒤 조용히 대답했다. “난 조수현이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93화

    그 여자가 돼지우리 안에 갇혀 채찍질을 당하던 모습을 떠올리는 순간, 문지원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이 마을에는... 나 말고도 저렇게 갇혀 있는 여자가 얼마나 더 있을까?’ 생각할수록 숨이 턱 막혔다.너무 끔찍했고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녀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과자를 반쯤 먹었을 즈음, 서대수가 고개를 푹 숙인 여자를 데리고 나왔다. 여자는 낡고 해진 삼베옷을 입고 있었고 앙상한 몸에 헝클어진 머리까지 형편없는 몰골이었다.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한 채 마치 존재를 숨기듯 서 있었다. 서대수는 여자의 등을 거칠게 떠밀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가! 지원 씨가 요리 좀 가르쳐달라잖아.”“말 잘 들어. 안 그러면 집에 가서 굶는 수밖에 없을 줄 알아.”문지원은 떨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저릿하게 아팠다. 문지원은 의자를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 심장이 조여오는 듯한 감정에 숨을 한번 가다듬은 그녀는 조심스레 여자 앞으로 다가갔다. 문지원은 입술이 떨리는 걸 들키지 않으려는 듯 여자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말을 이었다. “언니, 저... 얼마 전에 막 시집온 새댁이에요.”“아직 요리를 하나도 못 해서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좀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여자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툭 떨어뜨렸다.그 눈물방울이 땅바닥에 맺히는 걸 보는 순간, 문지원의 가슴도 함께 무너져내렸다. 잠시 후, 여자는 억지로 말을 짜내듯 힘겹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응...”그 순간, 서대수는 또다시 쾌활한 얼굴로 돌변해 떠나기 전 그녀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잘 좀 가르쳐줘라! 쓸데없는 소리하거나 말 안 들으면... 알지?”멀어지는 발소리. 두 사람은 진씨네 집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서 한참 떨어져 걸은 뒤 여자는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문지원의 손을 확 낚아채듯 뿌리치며 날카롭게 거리를 벌렸다. 문지원은 당황한 얼굴로 황급히 말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92화

    서대수는 문지원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고 그 눈빛 속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문지원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당근하죠. 숙희 아주머니가 대수 씨 정말 능력 있고 남자답다고 항상 칭찬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왜 아내분은 대수 씨 말을 안 듣는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좋은 남자를 두고도 몰라보다니...” 누군가 자신을 이렇게 칭찬해주자 서대수는 무릎을 탁 치며 환하게 웃었다. “정말 맞는 말만 하시네요. 저 여편네가 보는 눈이 없어서 그래요.” “나처럼 이렇게 좋은 남자가 또 어디 있겠어요...”서대수는 점점 분노를 느끼며 말을 이었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게 아니라 눈이 멀 정도로 어두운 거죠. 내가 이렇게 좋은 남자라는 걸 모르다니...” “모두가 당신처럼 눈을 뜨고 보면 얼마나 좋을까요.” 문지원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안쪽으로 돌리며 물었다. “그런데 아내분은 어디 계세요?” “그 여자요?”서대수는 콧방귀를 끼며 얼굴에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 여자, 말을 안 들어서 지금 돼지우리 안에 갇혀 있어요.” 문지원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녀는 얼굴 색이 급격히 바뀌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 여편네 얘긴 왜 꺼내시는 거예요? 괜히 기분만 상하게...” 말을 끝나자 서대수는 금세 웃으며 기분을 풀었다. “시간 내서 와주셨으니 우리 집에서 뭘 좀 먹고 가세요.” “며칠 전에 어머니가 읍내에서 간식을 사왔는데 한번 드셔보세요.” 문지원은 진씨 집에 온 뒤로 고기 한 점 제대로 못 먹은 지 오래라 속이 허전했다. “그럼 대수 씨, 잘 먹을게요.”서대수는 문지원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은 꽤 좁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서대수는 서랍에서 과자 한 상자와 작은 간식들을 꺼내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그리고 문지원에게 따뜻한 물 한 컵을 따라주며 친절하게 말했다. “자, 따뜻한 물 한 잔 드세요.”그는 문지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91화

    “틀린 말은 아니네.” 김숙희는 차가운 웃음을 내뱉으며 떠나기 직전 문지원의 얼굴을 가리키고는 낮게 경고했다. “너, 이 마을 사람들이 다 한통속이라는 거... 이제 슬슬 눈치 챘겠지?”“이웃끼리 워낙 끈끈해서 말이야. 네가 발만 슬쩍 빼도 금세 내 귀에 들어온다?”“우리가 이렇게까지 챙겨줬는데도 네가 끝까지 도망치겠다고 나선다면... 그땐 돼지우리에서 콕 처박혀야 할 거다.”“그때 가서 우리가 너무하다느니, 냉정하다느니 해봤자 소용없어. 그건 다 네가 자초한 일이니까.”이런 식의 협박은 문지원이 TV에서나 보던 장면이었다.설마 자기 인생에 이런 막장 드라마 같은 상황이 펼쳐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금 이 판국에 괜히 발끈했다가는 맞아죽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살아남으려면 그냥 얌전한 며느리 코스프레나 잘하는 수밖에 없었다. “저 도망 안 가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문지원은 어린 소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등 뒤로 감춘 손을 악착같이 움켜쥐었다. “나래가 저를 구해줬잖아요.”“저도 진씨 가문에 꼭 보답하고 싶어요.”문지원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 말에 김숙희는 잠시 그녀의 얼굴을 훑어보더니 별다른 수상함을 느끼지 못했는지 다시 한번 싸늘하게 비웃었다. “쓸데없는 꿍꿍이 부릴 생각 마.”“경고하는데 우리 집 사람들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쏘아붙이듯 말을 마친 김숙희는 진나래의 손을 잡았다. “가자. 아가.”“듣자 하니 그 의사가 꽤 유명하다더라. 진짜로 네 오빠 다리를 고칠 수 있을지도 몰라.”“그러면 우리 집안엔 또 한 번 경사가 나는 거지.”진나래는 오빠의 불편한 다리를 떠올리자 어느새 붉어진 눈가를 손등으로 훔쳤다. “맞아요... 오빠는 그 다리 때문에 정말 많은 걸 견뎌야 했어요.”“이제 다리만 나으면 남들 눈치 보며 살 필요도 없고...”그녀는 문지원을 돌아보며 수줍게 웃었다. “이렇게 예쁜 언니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면... 다들 부러워서 입이 딱 벌어질 거예요.”그때, 김숙희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90화

    “뭘 번거롭게 식을 올리려고 하는 거니? 내가 네 아빠한테 시집왔을 때는 그냥 머리에 면사포 하나만 두르고 왔어. 그 면사포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김숙희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둘이서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면 되는 거지 뭘 그렇게 겉치레에 신경 써?”웨딩드레스니 뭐니 들어만 봐도 돈이 많이 들 것 같았다. 그들의 집안 형편은 좋지 못했다. 그동안 모은 돈도 400만 원 되지 않았고 결혼식에 전부 다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문지원이 핸드폰에 배터리가 남아 있는 틈을 타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사진을 검색해 진나래에게 보여주었다.“네 오빠가 이런 턱시도를 입으면 분명 엄청 멋있을 거야.”“와! 옷이 너무 예뻐요. 언니는 원래도 이쁘니까 이런 옷을 입으면 완전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님이 될 거예요.”진나래는 바로 감탄했다.“이 옷을 사면 나중에 저도 빌려 입을 수 있어요?”“당연하지.”어차피 문지원이 원해서 하는 결혼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사진을 보여준 뒤 진나래의 마음을 움직여 가족들을 설득해주길 바랐다.그녀의 예상대로 진나래는 웨딩드레스를 사달라고 졸랐고 진수호도 턱시도를 입고 싶다며 말했다. 자식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김숙희는 결국 고개를 끄덕여 허락하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문지원이 조금 전 꺼낸 돈도 있지 않은가.김숙희는 그간 모은 돈을 전부 진수호에게 주었다.“내일 혼자 시내로 가서 사와. 이 돈을 다 쓰지는 말고. 조금이라도 남겨. 우리 집에서 키우는 닭도 몇 마리 안 되는데 남은 돈으로 돼지고기라도 사와야 하니까.”“알았어요.”진수호는 원래부터 문지원을 데리고 갈 생각이 없었다.“다른 사람들을 보니까 핸드폰으로 물건도 사고 그러던데, 지원 씨 핸드폰에도 돈이 있어요? 있는 거면 내일 내가 은행 가서 찾아올게요. 나랑 결혼하는데 나만 돈을 쓰는 건 불공평하잖아요.”문지원은 이미 진수호의 행동에서 뿌리 깊게 내린 악을 발견했다. 진수호는 부녀자를 유괴했을 뿐 아니라 스스럼없이 돈도 요구하고 있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89화

    진나래는 문지원을 보며 말했다.“고기 몇 점 더 먹는다고 살이 찌진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드세요. 전 명절에 매일 돼지고기만 먹었는데도 살이 안 쪘거든요.”문지원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런 가정에서 평소에 매일 고기를 먹기란 불가능한 일이었고 명절이 되어야만 먹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먹는 간식은 물론이고 인스턴트 음식도 이곳에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살이 찔 수가 있단 말인가.그녀가 음식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은 살이 찔까 봐 두려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진나래가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그녀가 걱정되어서 그런 것이었고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아이가 너무도 미웠지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던 그녀는 밥그릇에 있는 고기를 먹어버렸다.김숙희는 그제야 만족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아이도 낳지 않았는데 그렇게 몸매에 집착할 것 없어. 많이 먹어야 건강한 아들을 낳을 수 있는 거야. 아들 낳고 나서 살을 빼든 말든 마음대로 해. 그땐 간섭하지 않을 테니까. 오늘은 너와 수호가 이 방에서 자. 어차피 이젠 내 아들과 살림을 차려야 할 텐데 일찌감치 한방에서 자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리고 나한테는 며느리니까 말도 놓을게. 얼른 떡두꺼비 같은 손자를 안겨주면 좋겠구나.”그 순간 문지원의 손이 멈칫했다. 그녀는 비록 순결에 집착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런 외진 마을에 갇혀 아이를 낳는 도구가 되는 건 싫었다. 그녀의 아이가 이런 곳에 태어나 비정상적인 교육을 받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 만약 정말로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나았다.“오늘부터 같이 밤을 보내기엔 너무 이르지 않을까요?”문지원은 일부러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저희 집에서는 결혼하기 전까지 외간 남자와 함께 밤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저희 부모님께서 어릴 때부터 가르치셨거든요.”“그럼 지금도 순결을 유지하고 있는 거예요?”진수호는 눈에 띄게 흥분했다. 이렇게나 예쁜 여자가 자신의 여자로 되었으니 그간 얼마나 많은 남자를 만났든 신경 쓰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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