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내 말이 다 맞다니까. 온지유가 졸업도 안 했는데 비서부터 됐다고 들었어! 그러니 부잣집에 시집갈 수도 있었겠지. 채린이는 지금 뭐 할 수 있는데. 취업도 못 해. 소문도 돌고 있고, 나중에 무슨 수로 살아가겠어!”김수미는 말이 심했다. 이 말에 온채린은 상처를 받았는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외할머니, 그래도 제가 손녀인데, 지유 언니보다 못하다뇨!”온채린은 말을 마치자 또 울면서 뛰어나갔다.장수희는 온채린이 도망가는 것을 보고 걱정했다.“채린아!”장수희는 또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채린이 앞에서 무슨 그런 말을 해! 우리 모녀 좀 가만히 내버려둬!”“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너희가 힘내서 다시 제대로 살라고 하는 소리지. 무슨 수단과 방법을 쓰든 잘 살아가면 돼!”김수미는 말을 마치고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온채린이 무슨 일이 생길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온채린은 냇가에 달려가, 냇가에 있는 돌을 들고 힘차게 물속으로 던졌다.모두 온채린이 온지유보다 못한다고 한다.왜 자기가 온지유가 아니냐고 생각을 한다.온채린은 이미 클 만큼 컸는데, 자꾸 온지유과 비교된다.온지유는 어릴 때부터 성적도 좋고, 얼굴도 이쁘고, 다른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았다.다들 온지유는 철이 들고 예쁘다고 칭찬만 하는데 온채린한테는 철이 없다고 욕만 한다.온채린은 분명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대학을 갔고, 선생님들도 다들 칭찬하는데, 온지유가 명문대를 갔다고 해서 또 비교대상이 됬다.이제는 졸업을 했지만, 온지유가 부잣집에 시집을 간다고 한다. 온채린은 지금 소문도 안 좋고, 취직도 못 하고 있다.왜 온지유만 그렇게 운이 좋은 건가. 분명 같은 온 씨인데, 온채린은 온지유의 그늘 속에서만 살 수 있는가.언제쯤 온채린을 칭찬해 줄 수 있을까.온지유보다 노력하고, 예쁘고, 잘 산다고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온채린은 눈물을 훔치더니, 얼굴이 또 싸늘하게 변했다.온지유가 그들 눈에서 가장 훌륭한 아이였고, 지금은 좋은 남자한테 시집도 갔으니
방은 이미 정리해 놔서, 안이 깨끗했다.그러나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집안에는 생기가 없었고, 옅은 곰팡내도 났다.온지유는 창문을 열고, 환풍을 시켰다. 그러고 궤짝 안에서 이불을 꺼냈다.“피곤하면 일단 여기 좀 누워 계세요.”여이현은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데, 몸에서 술 냄새가 풍겼다.온지유는 여이현이 말하지 않을 걸 보니 피곤하다는 걸 알아챘다.온지유는 물건을 정리해서 그를 침대에 눕게 했다.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온지유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부엌으로 내려갔다.집안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해장하는 것을 사려면 밖에 나갔다 올 수밖에 없다.마침, 온채린이 여기저기 밖을 내다보는데, 온지유가 집 안에서 나오는 것을 봤다.온채린은 지금 여이현이 친척들과 술을 마시고, 취해 있어서 위층에서 누워있을 거로 생각했다.온채린은 이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준비한 해장국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다들 온지유가 부잣집에 시집가고 좋은 남편을 만나서, 온지유에 대한 태도가 180도 바뀐 거라고 알고 있다.그래서 온채린과 장수희는 무시를 당했다.아예 그들 안중에도 없었다.만약 온지유와 여이현 사이에 금이 깨지면 어떨까?온지유와 여이현의 혼인을 온채린이 먼저 알지 않았다면, 누가 온지유가 여 씨 집안의 사모님인 줄 알겠는가.온지유는 행복하게 살면 안 된다.온채린은 젊고, 예쁘고, 온지유보다 더 낫다.학력에서 온지유보다 못하는 것 빼고, 온채린이 온지유보다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학교에서는 수많은 남자가 그녀를 쫓아다니고, 예쁘고 몸매도 좋아서 앞으로 스타가 될 수도 있다.온채린은 온지유가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온지유는 그냥 겉으로만 행복해한다고 생각했다. 온지유가 결혼생활에 무슨 문자라도 생기면,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온채린은 이런 목적을 가지고 여이현을 찾아왔다.방문은 닫히지 않았다. 여이현이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는데, 옆모습만
그런데 갑자기.귓가에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네 형부라는 걸 알고 있기나 한 거니?”온채린은 순간 몸이 굳어져서 고개를 들어 여이현을 바라보는데, 그의 차가운 시선이 자기를 응시하고 있었다.여이현의 눈에는 남자로서의 욕망이 없었고, 오히려 아주 차갑게 대했다.이런 여이현을 본 온채린은 식은땀이 났다.온채린은 손을 꼭 잡은 채, 진정하고 말했다.“당연히 알고 있죠.”여이현은 눈살을 찌푸렸다.이에 온채린이 말했다. “형부. 머리 아프죠? 제가 안마해 드릴까요?”온채린이 막 손을 내밀려고 하자 여이현이 차갑게 말했다.“형부라고 알면, 분수를 좀 알아야 하지 않겠어?”온채린은 여이현이 어렇게 나오자, 완전 예상 밖이었다.어떻게 이럴 수가.젊고 예쁜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가 없다고?온채린은 억지웃음을 짓고 말했다.“형부. 저는 난 그냥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 거죠. 언니가 집에 없으니, 제가 도와주려고요. 제가 언니보다 훨씬 나아요.”온채린의 말에는 다른 뜻이 숨겨져 있었다.여이현은 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네 언니가 집에 없어서… 언니를 대신하려고?”여이현의 말을 들은 온채린은 자신감이 생겨서 그윽한 눈빛으로 여이현을 쳐다보았다.“어차피 언니도 집에 없는데, 제가 언니보다 훨씬 젊고, 활기차요. 언니가 알까 봐 그러죠? 괜찮아요.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않을게요. 형부가 좋다면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온채린은 그들의 결혼을 깨뜨릴 수만 있다면 뭘 해도 상관없다.여이현의 환심을 살 수 있다면 나중에 온지유를 대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때가 되면 온지유는 버림받은 사람밖에 안 된다.온채린은 이번 기회를 잡으려고 했다.여이현의 몸에 손을 닿고 싶었다.여이현의 옷은 단추가 몇 개 풀어져 있었는데, 쇄골이 보이면서 아주 섹시해 보였다.여이현은 평소에 수트를 입고, 위엄 있고, 패기 넘치는 모습이었다.수트를 입는 게 잘 어울리는 남자는 몇 명 없다. 몸매 비율이 좋아야 한다. 온채린은 여이현이 헬스를 많이 해서 그
왜 여이현한테 꼬리를 치는 걸까?온채린은 팔꿈치가 까져서 걸어 나오는데, 온지유한테 웃음거리가 될까 봐 도망쳤다.온지유는 온채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또 고개를 돌려 여이현을 바라보았다.여이현은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차갑게 온지유를 쳐다보았다.“당신 동생이 나를 꼬리를 쳤는데, 못 봤어?”온지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봤어요.”온지유의 대답에 여이현의 얼굴이 더욱 어두웠다.“아무 반응도 없어?”“무슨 반응이 필요한지?”여이현은 온지유가 다른 사람이 자기한테 꼬리를 치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고, 화도 나지 않고,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 것에 대해 짜증이 난 듯했다.여이현을 매우 불쾌하게 했다.온지유는 조금의 질투도 하지 않았다.온지유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사실 온채린이 그렇게 하는 걸 보고 좀 놀라긴 했어요. 근데 온채린이 나한테 좋은 마음을 가지고 않다는 걸 알고, 복수하려 한다는 것도 알아서 괜찮아요. 다만 당신한테 실례를 범해서 죄송해요.”“그게 다야?”여이현은 온지유를 쳐다보았다.“네.”여이현은 눈빛이 차갑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온지유. 내 옆에 여자가 얼마 있든, 넌 아무 상관 없지? 그냥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지낼 수 있는 거지?”“그럴 리가요. 전에 당신이 만났던 여자들 제가 다 말렸잖아요. 온채린은 당신이 직접 거절했으니, 제가 뭘 하지 않아도 되고.”여이현이 말했다.“그건 네가 해야 할 일이잖아.”“업무상 필요한 건 맞아요.”온지유가 말했다.“지금도 그렇고.”여이현은 온지유가 무슨 다른 마음이라도 생긴 줄 알았는데, 역시나 업무상 필요한 일이었다.“허…”온지유는 여이현의 아내가 될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온지유가 여이현의 안색이 나빠진 걸 쳐다보는데, 아마 기분이 상했다고 생각했다.온지유가 물었다.“해장하실 거예요?”온지유는 테이블 위에도 해장국이 놓여있는 걸 보았다.“여기도 놓여 있네요. 그거 마실 거예요? 아니면 제가 끓인 걸 마실 거예요?
“이게 너희들을 위해서 하는 말이야!”김수미는 정색하며 말했다.“온재준도 쟤 형보다 못하잖아! 돈만 있으면 뭣보다 나아. 온지유를 봐! 다른 사람들한테 부러움 받고, 칭찬받고… 어디 가나 온지유가 온채린보다 낫다고 하지. 네 딸은? 영감을 만나도 돈만 있으면 평생 걱정거리 없이 살 수 있어!”“엄마!”장수희는 인정하지 못한다.“나는 엄마처럼 돈만 보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이 다 나보고 그렇대. 이게 다 엄마 닮아서 그런 거였네. 난 내 딸을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아!”“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내가 뭐가 어때서!”김수미는 화를 내면서 말했다.장수희는 점점 흥분했다.“내가 지금 어떤데? 남편도 죽었고, 이 지경이 됐는데 뭐가 좋아!”“그건 네가 쓸모가 없어서 그렇지.”김수미는 장수희를 나무라기만 했다.“네. 그래요. 내가 소용이 없어서 이렇게 된 거예요. 가세요! 가서 아들이나 찾으세요. 이런 쓸모없는 딸은 찾지 마세요!”장수희는 이런 어머니를 두고 있다는 게 씁쓸했다.온지유는 문밖에서 그들의 대화 내용을 다 들었다.온지유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그들이 화를 가라앉힐 때야 문을 두드렸다.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장수희는 동네 사람들이 비웃을까 봐 화를 가라앉히고 말했다.“들어오세요.”온지유가 들어왔다.장수희는 온지유를 보고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오히려 김수미가 일어나 얼른 웃으며 대접했다.“지유구나. 얼른 와서 앉아라.”김수미는 유난히 다정하게 대했다.“차라도 마실래? 한잔 따라줄게.”김수미의 행동에 장수희는 더욱 이해가 안 갔다.분명 장수희와 온지유 사이가 좋지 않은 걸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하니 딸을 마음에 두지도 않았다.온지유도 김수미의 행동에 부담스러워서 차갑게 말했다.“차는 괜찮아요. 숙모 찾으러 왔어요.”그러자 김수미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래. 네 숙모랑 이야기 나눠라.”김수미는 장수희를 보고 당부했다.“수희야. 너도 작작 해라. 지유가 그래도 조카
온지유는 장수희가 그들과 만났다는 걸 잘 알고 있다.장수희가 소리를 질러서 말했는데도, 온지유는 침착하게 물었다.“그날 삼촌이 납치된 현장에 다른 한 사람이 있었어요. 여자였는데 저한테 들키고 싶지 않아서 변성 처리를 했어요. 당신들이 다 저를 모함하는데, 누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요. 저를 납치한 사람도 한 명 더 있었고요. 전화한 사람이랑 같은 사람이라고 봐요. 그러니 삼촌을 죽인 사람을 찾으려면 숙모가 필요해요!”“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장수희는 믿지 않았다.“그냥 자기 살려고 다른 사람 있다고 모함하나 본데, 너 그렇게 살지 마!”장수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기 때문이다.온재준이 온지유를 납치해서, 이런 응보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장수희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잘못을 온지유한테 덮어씌우면 아무도 자기를 탓하지 않기 때문이다.“숙모. 잘 생각해 보세요. 삼촌의 죽음이 이대로 넘어갈 수 있는지. 저한테 그 여자를 알려주면, 제가 가만히 있지 않을게요.”온채린도 듣고, 온지유가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안색이 창백해서 약간 비정상적이었다.온지유가 갔다.장수희는 화가 나서 책상을 뒤집혔다.온채린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엄마, 뭐 하는 거야?”장수희는 눈을 붉히며 말했다.“온지유가 네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따로 있대. 자꾸 자기 죄를 덮어씌우려고 하잖아. 그냥 우리를 한 번도 생각해 준 적이 없어!”장수희는 또 울기 시작했다.온채린은 장수희를 끌어안았다.“엄마, 이러지 마. 아빠가 하늘나라에서 보면 얼마나 속상하겠어. 그리고 엄마가 이렇게 속상한 걸 바라지 않을 거야.”발인하는 날이 밝았다.하늘에는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분위기도 이상하게 침울했다.다들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온재준을 할머니 할아버지의 묘비 옆에 묻혔다.정미리는 온경준과 함께 서 있었는데, 온경준은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말하지 않았다.다만 장수희와 온채린 모녀는 펑펑 울며 온재준의 묘비를 끌어
주소영은 피하지 않고 다만 머리를 옆으로 살짝 돌리고 다시 온지유를 쳐다보았다.“지유 씨. 화가 많이 나신 거 같네요. 사람 때는 거 폭행이에요. 범죄야!”온지유도 지지 않았다.“소영 씨가 한 짓보다는 못 하죠.”주소영은 겁먹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어떤 일이요? 지유 씨, 사람 함부로 모함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그냥 여행하러 왔어요.”“온지유! 뭐 하는 거야!”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 여진숙이 걸어왔다. 표정은 사람을 때리려는 것처럼 하고 말했다.“간이 컸구나! 소영이를 때려? 우리 집안 핏줄이 배 속에 있는데, 어디 잘못되면 네가 책임질거야?”여진숙이 이쪽으로 와서, 주소영을 편들어 주었다.주소영은 이것만 믿고, 이겼다는 표정을 지었다.“아주머니, 괜찮아요. 아이를 가질 수 없어서, 제가 임신한 걸 보고 질투해서 그런가 봐요. 이해해요.”여진숙은 야박하게 굴었다.“지가 못 낳아서, 다른 사람도 못 넣게 하냐? 무슨 못돼 먹은 버릇이야!”온지유는 주소영을 빤히 쳐다보았다. 주소영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금 기세가 올라가 있었다.주소영이 원했던 결과였다.온지유가 자기한테 아무것도 하지 못하니, 분명 화가 날 것이다.주소영은 온재준을 살릴 리가 없다.온재준이 온지유를 어떻게 하지 못하니, 언제 가서 온지유한테 알리면 끝이다.그러면 주소영도 납치에 참여해서 감옥에 가게 될 거다.감옥에 가고 싶지 않아서, 그 죄를 뒤집혀 쓸 사람이 필요했다.그 사람이 온재준이었다.온재준만 죽으면 주소영이 한 일은 아무도 모르게 될 것이다.“가만히 서 있을 거야?”여진숙은 주소영을 부축하며 말했다.“한 번만 더 소영이 괴롭히기만 해봐. 그땐 가만히 안 있어! 내 손자가 잘못되기만 하면, 너 가만 안 둬!”주소영이 이어 말했다.“지유 씨. 아주머니랑 같이 여행하러 왔다고 했잖아요. 왜 믿지를 않아요? 여기의 공기가 좋아서 산책하기 좋고, 아이한테도 좋다고 해서 왔어요.”주소영은 배를 어루만지며 온지유 앞에서 자
주소영은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며 손바닥에 땀이 났다. 그녀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나는 잘못한 게 없으니 벌 받을 일도 없어요.”여진숙은 두 사람이 암시적으로 대화하는 것을 보고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여기서 온지유를 보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여진숙이 냉정하게 물었다. “산책하러 나왔다가 너를 만나다니.”주소영이 재빨리 대답했다. “아까 물어봤는데, 온지유 언니가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 같아요. 바로 이 근처에서요.”“장례식?”여진숙의 얼굴이 굳어지며 주소영을 급히 끌어당겼다. “그 사람과 같이 있지 마, 불길해!”온지유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차갑고 담담하게 말했다. “여러분이 있는 이곳 전체가 다 묘지입니다.”“이런 곳이었다니, 소영아, 너 왜 이런 곳에 온 거야.” 여진숙이 말했다. “가자, 다른 곳으로 가자. 이곳은 음기가 강해서 태아에게 좋지 않아!”그들이 얘기하는 동안, 마침 묘지 입구에 서 있던 온채린은 주소영의 모습을 보고 얼굴이 어두워졌다.저 여자다!온채린은 손을 꽉 쥐고 눈살을 찌푸렸다. 저 여자가 왜 여기 있는 거지?그녀가 어머니와 함께 온지유를 비방했던 것은 그녀가 시킨 일이었다.그녀가 정말 온지유를 알고 있는 걸까?온지유와 무슨 원한이 있는 걸까?갑자기 그녀는 온지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죽음에 다른 범인이 있고, 주모자가 있다고 했던 말이...“온채린.” 장수희의 쉰 목소리가 들렸다. “뭘 보고 있는 거니?”그녀는 방금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겪은 후라 얼굴이 좀 초췌해 보였다. 집에 가려던 참에 온채린이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온채린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마침 온지유의 모습을 보았다.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 뭐 하러 봐? 네 아버지가 죽었는데 그녀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어. 그녀는 정말 냉혈한 물건이야!” 장수희가 분노에 차서 말했다.온채린은 정신을 차리고 장수희를 바라보며 마음이 복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