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입을 다물고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뒤에 차가 여러 대 서 있었고, 크고 눈에 띄는 사람이 다가왔다.양복을 차려입고, 얼굴은 차갑고 잘생긴 눈매에 감히 건들지 못하는 아우라를 뿜으며 등장했다.그들은 저절로 뒤로 물러섰다.온지유는 고개를 돌려 보자마자, 그 남자가 어떻게 왔는냐는 생각이 들었다.긴장을 풀고, 손에 쥐고 있는 수도꼭지도 내버렸다.몇 초 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누구야? 온 씨 집안일에 네가 왜 끼어들어?”여이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그러자 기세가 꺾여 갑자기 주눅 됐다.여이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온지유 씨 남편 되는 사람입니다. 이제 자격이 있는지?”“남편?”모두 놀란 표정들이었다.“남편이면, 그 부잣집 아니야?”입구에만 고급 차가 수십 대 주차되어 있었다.모두 쉽게 아는 브랜드이지만, 쉽게 볼 수 없는 브랜드이다.그들도 이 사람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원래는 소문으로만 온지유가 부잣집에 시집을 갔다고 들었는데, 실제로는 처음 봤다.“어쩐지 차가 그렇게 많더라니. 역시 부잣집은 다르다.”그들은 모조리 밖에 있는 차에 시선을 두었다.여이현이 온지유의 곁으로 다가갔다.온지유가 물었다.“어떻게 여기까지 왔어요?”온지유는 며칠 동안 여이현을 만나지 못했다.전에도 설날이나 무슨 명절 때도 부모님이랑 같이 돌아오고, 여이현은 오지 않았다.계약 결혼이라서 싱글과 다를 바 없이 각자 따로 산다.여이현은 온지유의 고향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다.온지유도 그가 올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여이현이 말했다.“친척 장례식에 온다는데, 제가 와야죠.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아니요.”여이현은 그들이 온지유의 곁을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마치 괴롭히려는 것 같아 말했다.“지금이 무슨 시대인데, 이런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해요? 빨리 물러나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 방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여
오랫동안 비어있었지만, 청소하러 오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온경준과 정미리도 그들의 결혼이 없었던 일이라고 알고 있지만, 온지유보고 여이현한테 감사하다고 얘기하라고 했다.여이현은 거실에 앉아 있었다.온지유가 물 한 잔을 주면서 말했다.“엄마 아빠가 고맙다고 전해달래요.”“별말씀을요.”온지유는 여이현 옆에 앉아 한풀이했다.“아니, 제가 분명 한참 동안 설명해 드렸는데 듣지도 않고, 당신 몇 마디에 바로 수락하다니. 제가 너무 약한가요? 왜 저를 믿지 않고 당신 말은 믿는 걸까요?”온지유는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혼자 해결할 수 있었는데 결국 여이현이 해결해 줬다.여이현은 물을 마시면서 온지유의 말을 들었다. 얼굴에는 아무런 기색의 변화도 없었다. 사실 여이현에 있어서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사람의 인성은 태어날 때부터 추악하다는 걸 기억해 둬. 특히 그 친척들을 멀리하고. 그들은 당신 약점만 뽑아 보는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너무 챙기려고 하지 마. 사람은 다 양면성이 있어. 너를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너보다 못 살고 너를 헤치려고 안달을 써.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여이현은 온지유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당신뿐만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야. 다만 네가 지금 너희 집안에서 찍혀서 다행이지, 우리 집안 사람들을 만나면 웬만한 맹수들보다 더 무섭게 나와.”온지유는 생각에 잠겼다.“그래요?”“응.”온지유는 여이현의 가족들이랑 엮여보지 않아서, 맹수보다 무섭다는 게 어떤지 알 수 없었다.장례식은 3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친척과 이웃들, 그리고 친구들도 다 올 것이다.점심시간이 되자 온지유는 여이현이 적응을 못 할까 봐 여쭤봤다.“점심 식사는 다들 같이하는데 가실 거예요?”“왜 안 가?”여이현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당신이 적응을 못 할까 봐 그래서요. 안 오셔도 괜찮아요.”“갈 거야.”여이현이 가고 싶은데, 온지유도 더 이상 막지 않았다.하지만 부모님은 부르러 가지 않기로 했다. 이따가 밥만 좀 가져다드리려고 했다.온지유는
온지유는 여이현이 이렇게 말을 하자, 그녀도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철수 할아버지. 저 결혼 했어요. 선 안 봐도 돼요.”“네가 바로 지유 남편이구나!”한철수는 오히려 매우 기뻐했다. 온지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온지유는 학생이었는데, 결혼했다니 아주 신기하고 기뻤다. 여이현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얼굴도 잘생겼고, 딱 봐도 인재가 따로 없네. 지유 네가 사람 복이 있구나.”“너희 예쁘게 잘 살아야 해. 이렇게 만나는 것도 인연인데, 소중하게 여기고!”한철수가 잔소리하는 것도 그들을 위해서이다.여이현은 한철수의 말을 듣고 입꼬리가 올라갔다.온지유도 한철수의 말을 끊기가 어려워서 그저 들을 수밖에 없었다.한철수도 장례식에 가려고 그들과 같이 갔다. 한숨을 쉬며 말했다.“재준이 이 녀석도 참… 온 씨가 먼저 가서 다행이지, 알면 화병으로라도 죽었을 거다.”한철수는 온재준을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랐다.온재준이 점점 변해가는 걸 보았다. 온재준이 자기보다 일찍 죽었으니, 한철수도 내심 유감스럽다고 느꼈다.온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이현의 말처럼, 진실을 알고 싶은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된다.하객들은 이미 꽉 찼다.온지유는 들어가자, 누군가 뒷담화를 하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그런데 그녀가 도착하기도 전에 누군가가 온지유를 향해 손짓했다.“지유야. 어서 이리 와서 앉아. 우리 사위도 이리 와!”갑자기 누군가 자기 손을 잡으니 의아했다. 온지유는 큰할아버지 댁의 딸인 것을 보고 조금 놀라며 여이현을 쳐다보았다.여이현은 온지유에게 안도의 눈빛을 보내더니, 당황하지 말라고 하는 듯했다.“지유가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돌아오자마자 사위를 데려왔네! 다들 이리 와서 봐봐요! 지유 남편이에요!”“지유도 이뻐졌네. 이 사위 놈도 잘생겼네. 온 씨 집안에 복도 많구나!”“과찬이세요. 그냥 사위가 아니에요. 회사 차리는 사장이랍니다. 우리 지유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지유야! 그리고 우리 사위! 어서
온지유는 물을 받아 아무 말이나 대응했다.“다정하기도 해라. 뭘 해도 마누라 생각만 하네.”그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까지 눈에 띄었다.오히려 이렇게 웃고, 떠들고 하는 게 온지유를 어색하게 만들었다.여이현은 술잔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제 마누라는 제가 챙겨야죠.”“어머나. 우리 신랑이 네 반만큼 해줘도 여한이 없다. 그러면 맨날 싸우지도 않고 얼마나 좋아.”“하하하.”그들은 환하게 웃었다.온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여이현이 이미 그녀의 체면을 세워줬다.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온지유가 부잣집에 시집가고 남편도 세심하게 보살펴서 많은 사람들의 눈을 붉게 했다.온지유는 좀 이해가 안 가서 물었다.“아까까지만 해도 친척들이 저한테 차갑게 대해주더니, 갑자기 변했어요. 당신이 몰래 무슨 짓을 한 거 아니에요?”여이현은 친척들과의 사이가 아주 좋았다.“별거 아니야. 그냥 작은 보너스 정도?”어쩐지.온지유가 왜 사람들의 환심을 사느냐 했다.뭔가를 받았으니 이렇게 갑자기 변하지…여이현은 다시 잠잠한 목소리로 말했다.“다른 건 다 필요 없고, 그냥 네가 친척들한테 미움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여이현의 말에 온지유는 어리둥절해졌다.온지유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아니면 친척들에게 욕을 먹을까 봐 걱정돼서 미리 뭘 한 걸까?온지유가 생각도 다 하기 전에 들려오는 소리에 생각을 멈췄다.“이리 와! 삼촌이랑 같이 술 좀 마시자! 살다 살다 너처럼 싹싹하고, 마음에 드는 젊은이는 처음이다!”술에 잔뜩 취한 삼촌이 여이현을 향해 손짓했다.온지유는 여이현이 한시도 머물 임 없이 일어나서, 같이 술을 마시러 가는 것을 보며 신기했다.온지유도 처음 보는 여이현의 모습이다.회사에서는 사업만 하고, 기타 시간에는 항상 도도하고 말수도 적고, 인간미가 없었다.하지만 지금 보니 자기 신분을 낮추고, 일반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수다를 떠는 모습이다.이런 모습은 온지유가 알던 여이현이 아니었다.이 장면을 본 장수희 모녀는 눈이 벌겋게 달아
“아니, 내 말이 다 맞다니까. 온지유가 졸업도 안 했는데 비서부터 됐다고 들었어! 그러니 부잣집에 시집갈 수도 있었겠지. 채린이는 지금 뭐 할 수 있는데. 취업도 못 해. 소문도 돌고 있고, 나중에 무슨 수로 살아가겠어!”김수미는 말이 심했다. 이 말에 온채린은 상처를 받았는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외할머니, 그래도 제가 손녀인데, 지유 언니보다 못하다뇨!”온채린은 말을 마치자 또 울면서 뛰어나갔다.장수희는 온채린이 도망가는 것을 보고 걱정했다.“채린아!”장수희는 또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채린이 앞에서 무슨 그런 말을 해! 우리 모녀 좀 가만히 내버려둬!”“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너희가 힘내서 다시 제대로 살라고 하는 소리지. 무슨 수단과 방법을 쓰든 잘 살아가면 돼!”김수미는 말을 마치고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온채린이 무슨 일이 생길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온채린은 냇가에 달려가, 냇가에 있는 돌을 들고 힘차게 물속으로 던졌다.모두 온채린이 온지유보다 못한다고 한다.왜 자기가 온지유가 아니냐고 생각을 한다.온채린은 이미 클 만큼 컸는데, 자꾸 온지유과 비교된다.온지유는 어릴 때부터 성적도 좋고, 얼굴도 이쁘고, 다른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았다.다들 온지유는 철이 들고 예쁘다고 칭찬만 하는데 온채린한테는 철이 없다고 욕만 한다.온채린은 분명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대학을 갔고, 선생님들도 다들 칭찬하는데, 온지유가 명문대를 갔다고 해서 또 비교대상이 됬다.이제는 졸업을 했지만, 온지유가 부잣집에 시집을 간다고 한다. 온채린은 지금 소문도 안 좋고, 취직도 못 하고 있다.왜 온지유만 그렇게 운이 좋은 건가. 분명 같은 온 씨인데, 온채린은 온지유의 그늘 속에서만 살 수 있는가.언제쯤 온채린을 칭찬해 줄 수 있을까.온지유보다 노력하고, 예쁘고, 잘 산다고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온채린은 눈물을 훔치더니, 얼굴이 또 싸늘하게 변했다.온지유가 그들 눈에서 가장 훌륭한 아이였고, 지금은 좋은 남자한테 시집도 갔으니
방은 이미 정리해 놔서, 안이 깨끗했다.그러나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집안에는 생기가 없었고, 옅은 곰팡내도 났다.온지유는 창문을 열고, 환풍을 시켰다. 그러고 궤짝 안에서 이불을 꺼냈다.“피곤하면 일단 여기 좀 누워 계세요.”여이현은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데, 몸에서 술 냄새가 풍겼다.온지유는 여이현이 말하지 않을 걸 보니 피곤하다는 걸 알아챘다.온지유는 물건을 정리해서 그를 침대에 눕게 했다.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온지유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부엌으로 내려갔다.집안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해장하는 것을 사려면 밖에 나갔다 올 수밖에 없다.마침, 온채린이 여기저기 밖을 내다보는데, 온지유가 집 안에서 나오는 것을 봤다.온채린은 지금 여이현이 친척들과 술을 마시고, 취해 있어서 위층에서 누워있을 거로 생각했다.온채린은 이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준비한 해장국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다들 온지유가 부잣집에 시집가고 좋은 남편을 만나서, 온지유에 대한 태도가 180도 바뀐 거라고 알고 있다.그래서 온채린과 장수희는 무시를 당했다.아예 그들 안중에도 없었다.만약 온지유와 여이현 사이에 금이 깨지면 어떨까?온지유와 여이현의 혼인을 온채린이 먼저 알지 않았다면, 누가 온지유가 여 씨 집안의 사모님인 줄 알겠는가.온지유는 행복하게 살면 안 된다.온채린은 젊고, 예쁘고, 온지유보다 더 낫다.학력에서 온지유보다 못하는 것 빼고, 온채린이 온지유보다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학교에서는 수많은 남자가 그녀를 쫓아다니고, 예쁘고 몸매도 좋아서 앞으로 스타가 될 수도 있다.온채린은 온지유가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온지유는 그냥 겉으로만 행복해한다고 생각했다. 온지유가 결혼생활에 무슨 문자라도 생기면,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온채린은 이런 목적을 가지고 여이현을 찾아왔다.방문은 닫히지 않았다. 여이현이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는데, 옆모습만
그런데 갑자기.귓가에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네 형부라는 걸 알고 있기나 한 거니?”온채린은 순간 몸이 굳어져서 고개를 들어 여이현을 바라보는데, 그의 차가운 시선이 자기를 응시하고 있었다.여이현의 눈에는 남자로서의 욕망이 없었고, 오히려 아주 차갑게 대했다.이런 여이현을 본 온채린은 식은땀이 났다.온채린은 손을 꼭 잡은 채, 진정하고 말했다.“당연히 알고 있죠.”여이현은 눈살을 찌푸렸다.이에 온채린이 말했다. “형부. 머리 아프죠? 제가 안마해 드릴까요?”온채린이 막 손을 내밀려고 하자 여이현이 차갑게 말했다.“형부라고 알면, 분수를 좀 알아야 하지 않겠어?”온채린은 여이현이 어렇게 나오자, 완전 예상 밖이었다.어떻게 이럴 수가.젊고 예쁜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가 없다고?온채린은 억지웃음을 짓고 말했다.“형부. 저는 난 그냥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 거죠. 언니가 집에 없으니, 제가 도와주려고요. 제가 언니보다 훨씬 나아요.”온채린의 말에는 다른 뜻이 숨겨져 있었다.여이현은 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네 언니가 집에 없어서… 언니를 대신하려고?”여이현의 말을 들은 온채린은 자신감이 생겨서 그윽한 눈빛으로 여이현을 쳐다보았다.“어차피 언니도 집에 없는데, 제가 언니보다 훨씬 젊고, 활기차요. 언니가 알까 봐 그러죠? 괜찮아요.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않을게요. 형부가 좋다면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온채린은 그들의 결혼을 깨뜨릴 수만 있다면 뭘 해도 상관없다.여이현의 환심을 살 수 있다면 나중에 온지유를 대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때가 되면 온지유는 버림받은 사람밖에 안 된다.온채린은 이번 기회를 잡으려고 했다.여이현의 몸에 손을 닿고 싶었다.여이현의 옷은 단추가 몇 개 풀어져 있었는데, 쇄골이 보이면서 아주 섹시해 보였다.여이현은 평소에 수트를 입고, 위엄 있고, 패기 넘치는 모습이었다.수트를 입는 게 잘 어울리는 남자는 몇 명 없다. 몸매 비율이 좋아야 한다. 온채린은 여이현이 헬스를 많이 해서 그
왜 여이현한테 꼬리를 치는 걸까?온채린은 팔꿈치가 까져서 걸어 나오는데, 온지유한테 웃음거리가 될까 봐 도망쳤다.온지유는 온채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또 고개를 돌려 여이현을 바라보았다.여이현은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차갑게 온지유를 쳐다보았다.“당신 동생이 나를 꼬리를 쳤는데, 못 봤어?”온지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봤어요.”온지유의 대답에 여이현의 얼굴이 더욱 어두웠다.“아무 반응도 없어?”“무슨 반응이 필요한지?”여이현은 온지유가 다른 사람이 자기한테 꼬리를 치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고, 화도 나지 않고,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 것에 대해 짜증이 난 듯했다.여이현을 매우 불쾌하게 했다.온지유는 조금의 질투도 하지 않았다.온지유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사실 온채린이 그렇게 하는 걸 보고 좀 놀라긴 했어요. 근데 온채린이 나한테 좋은 마음을 가지고 않다는 걸 알고, 복수하려 한다는 것도 알아서 괜찮아요. 다만 당신한테 실례를 범해서 죄송해요.”“그게 다야?”여이현은 온지유를 쳐다보았다.“네.”여이현은 눈빛이 차갑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온지유. 내 옆에 여자가 얼마 있든, 넌 아무 상관 없지? 그냥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지낼 수 있는 거지?”“그럴 리가요. 전에 당신이 만났던 여자들 제가 다 말렸잖아요. 온채린은 당신이 직접 거절했으니, 제가 뭘 하지 않아도 되고.”여이현이 말했다.“그건 네가 해야 할 일이잖아.”“업무상 필요한 건 맞아요.”온지유가 말했다.“지금도 그렇고.”여이현은 온지유가 무슨 다른 마음이라도 생긴 줄 알았는데, 역시나 업무상 필요한 일이었다.“허…”온지유는 여이현의 아내가 될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온지유가 여이현의 안색이 나빠진 걸 쳐다보는데, 아마 기분이 상했다고 생각했다.온지유가 물었다.“해장하실 거예요?”온지유는 테이블 위에도 해장국이 놓여있는 걸 보았다.“여기도 놓여 있네요. 그거 마실 거예요? 아니면 제가 끓인 걸 마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