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대표님, 이건...” 경비원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한서준의 모습을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여긴 병원이잖아요, 죽진 않을 거예요.” 상혁은 그렇게 말하며 멀리서 자신을 지켜보던 의사와 눈을 맞췄다. 그 의사는 겁에 질린 듯 고개를 숙이고 몸을 피했다. “부상혁!!!” 부상혁이 걸음을 떼려는 순간, 뒤에서 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이길 수는 있어도, 한명준까지 이길 수 있겠어? 자신 있냐고!” 서준의 목소리에는 비애와 자조가 섞여 있었고, 바닥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형, 한명준은 겉으로는 아무것도 탐내지 않는 것 같지만, 진짜 뭔가를 노리기 시작하면 네 상대가 안 될 거야.” 상혁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뒤돌아보지도, 답하지도 않았다. 황연지는 상혁을 따라가며 말했다. “한서준이 장난치는 것 같지 않은데, 혹시 뭔가 계획이 더 있는 걸까요?” “한씨 집안을 완전히 망치려는 게 아니라면, 누군가가 그 뒤를 이어받을 거야. 한명준이 나설지 아닐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상혁은 엘리베이터로 들어갔고, 마침 그곳에서 한창명을 마주쳤다. 한창명은 평범한 복장에 운동복 차림으로 혼자였다. 상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 검사장님, 병문안 오셨나요?” 한창명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병원에 운동하러 온 건 아니겠지요.” “한 검사장님께서 직접 오실 정도면, 심각한 일이겠군요. 무슨 일입니까?” “양쪽 아킬레스건이 끊어졌고, 양손은 심각한 골절이에요. 특히 오른손은 완전히 쓸모없게 됐죠.” 한창명은 표정 없이 정확하게 말했다. 엘리베이터 안, 두 사람의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상혁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쩌다가 그렇게 됐나요?” “집단 폭행.” “신고는 했나요?” 한창명은 천천히 상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맞은 사람은 제 비서였어요. 부 대표님도 전에 만난 적 있는 사람
“네. 마침 주경미 사모님께서 저와 최하연 씨를 연결해 주셨는데, 아직 감사의 인사를 전하지 못했습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한창명은 이 말을 남기고 떠났다.2시간 동안의 응급처치 끝에 왕정은 간신히 한 줄기의 생명을 붙잡았다. 하연은 지친 발걸음을 끌며 병동을 나서다가, 분노에 찬 한창명의 모습을 발견했다.공교롭게도, 한창명도 하연을 보았다.그는 발걸음을 돌려 하연을 불러 세웠다. “최하연 씨.”강직하고 정직하던 한창명이 갑작스러운 미소를 띠자, 하연은 의아해했다. “한 검사장님.”“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니, 그냥 제 이름을 부르셔도 됩니다.”하연은 그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함부로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물었다. “병문안 오셨나요?”오늘은 날씨가 좋았고, 하연은 따사로운 햇볕 아래 서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빛을 받아 투명하게 빛났고, 소녀와 성숙한 여인 사이에서 맴도는 미묘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꽃보다도 더 아름다웠다.그 순간, 한창명은 이현오가 했던 말을 떠올렸고, 얼굴이 어두워졌다.“부하 직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습니다. 최하연 씨께 사과드려야겠군요.”하연은 곧장 한창명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알아차렸다.‘의왼데? 한창명이 직접 사과할 줄은 몰랐는데.’ ‘한창명은 역시 소문대로 매우 올곧은 사람이었네.’“사람마다 각자의 품행이 있죠. 사과는 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 것이니, 한 검사님이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하연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당당하고 겸손하게 대답했다.“최하연 씨는 어떻게 하고 싶으십니까?”“사과의 진정성은 상대가 어떤 보상을 하느냐에 달렸지, 제가 먼저 요구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 검사장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하연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창명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손을 뻗었고, 하연의 머리카락에 얹힌 합환화 꽃을 가볍게 털어주었다.하연은 순간 당황했다.“최하연 씨의 말이 맞습니다. 나중에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한창명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
그때 하연은 며칠 동안 밀렸던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서류에 집중하던 고개를 들었다. “무슨 정보요?”[강영숙 어르신이 실종됐습니다.]자백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고강도 심문 끝에 한서준이 최하연을 증오하게 되었고, 방어선이 무너져 자백하게 되었다.하연은 ‘강영숙 어르신’라는 말을 듣자마자 일어섰다. “다른 자백은 없었어요?”[그게 전부입니다. 더 이상 말하려 하지 않아서, 우리 사람들이 강영숙 어르신의 행방을 수색하고 있습니다. 최 사장님께도 여쭤봐야 할 것 같아서요.] 하연은 사무실을 오가며 걸었다. 그녀는 이수애에게서 강영숙이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말을 들었고,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지만, 이후 벌어진 일들이 너무 급작스러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저도 할머니께서 어디 계신 줄 몰라요. 그분은 한서준의 친할머니잖아요. 그런 분에게까지 손을 대다니!”[막다른 길에 몰리면 자기 자신도 희생할 수 있는 법이죠. 하물며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요.]...양한빈은 유용한 정보를 얻지 못한 채 전화를 끊고 손이현에게 전화했다.한씨 가문의 숨겨진 친척으로서, 이현도 이 사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알고 있어.] 이현의 목소리는 냉담했다. [나도 바로 고향으로 사람을 보내 할머니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어.]“그럼 끝난 거네요. 어르신의 건강이 이 상황을 견딜 수 있을까요?”[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할머니께서 한서준의 남은 세력에게 잡혀 있지는 않으신 것 같아. 어디로 가셨는지는... 아직 찾고 있지만, 너희도 멈추지 마.]지난번 한서준과 싸웠을 때, 이현은 한서준의 어투에서 강영숙을 인질로 삼았다는 뉘앙스를 느꼈다.그래서 즉시 사람을 보내 강영숙을 보호하려 했지만,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다.하지만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고, 한서준 자신도 지금쯤 정신없이 몰려 있을 테니, 강영숙에게 해코지할 여력이 없어 보였다.문제는 이방규다. 한서준이 사고를 친 이후로 이방규는 행방불명 상태였다..
공식적인 장소의 전용 엘리베이터는 고위층 인사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 한창명은 분명히 하연이 불편을 겪을까 봐 신경을 쓴 것이다.현장에 있던 방송국의 고위층 인사들은 왕정의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이 상황을 지켜보던 왕진은 경험이 많은 듯, 한마디 덧붙였다. “친구예요?”하연은 한창명이 고위층 인사들의 환대를 받으며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세 번 만났을 뿐이에요.”‘이번까지 포함해야 겨우 세 번인데...’“그럼 친구라고 할 수 없겠네요.” 왕진은 하연의 옆을 지나며 말했다. “제 생각에 저분이 아가씨에게 관심 있는 것 같은데요. 나중에 친구가 아니라 남자 친구로 발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하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왕진의 단순한 생각으로는 두 사람 사이에 얽힌 복잡한 감정을 이해할 수 없을 터였다. 하연은 한창명의 속내가 따로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왕정의 자리는 맨 앞줄에 배정되어 있었고, 하연은 회사 걸그룹의 여자아이들이 왕정과 인사를 나누게 했다.이번 행사의 보석 후원을 맡은 신가흔이 하연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역시 최씨 가문의 막내딸은 착하네, 이렇게 신경을 쓰고 말이야.”하연은 가흔의 농담을 무시하고 물었다. “하성 오빠는 아직 안 왔어? 분명 온다고 했었는데.”최하성이 굳이 올 필요는 없었지만, 온다면 더 좋을 것 같았다.가흔은 약간 달라진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마 내가 있어서 안 오는 거겠지.”“싸웠어?”가흔은 대답하지 않았고,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관객들이 입장 중이었다. “부상혁은 왔네.”하연은 고개를 들었다.상혁은 특별 대우를 받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가느다란 햇빛이 상혁의 몸에 비추자,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그는 단정하고 우아해 보였다. 그야말로 깔끔하면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모습이었다.많은 사람이 상혁을 돌아보았다.상혁은 하연을 향해 걸어왔다. “아직 시작 안 했네.
“한 검사장님도 이런 행사에 관심이 있으시군요. 여기 생방송이 기록을 깼다고 하니, 꼭 한 번 보셔야겠지요.” 옆에 있던 방송국 고위층 인사 중 한 명이 농담을 던졌다.한창명은 미소만 지을 뿐,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상혁을 지나 하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듣자 하니, DS그룹의 걸그룹이라고요?”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가 하연에게 직접 말을 건네자, 하연은 조금 놀랐다. “네, 오랫동안 준비했습니다.”“괜찮네요.” 한창명이 짧게 평했다.상혁은 손에 든 물티슈로 손가락 하나하나를 닦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한 검사장님도 이런 취미가 있으신가 보네요. J시에서 미인들을 많이 보셨을 텐데요.”한창명은 상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J시에서 본 여인들은 대부분이 ‘명문가 아가씨 수업’에서 오랜 훈련을 받은 분들인데, 아무리 아름다워도 다 똑같더라고요. 부 대표님이 원하신다면 제가 나중에 소개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저는 관심 없습니다.” 상혁은 그제야 무대 위로 시선을 옮겼다. 최근 유행하는 편곡과 안무가 펼쳐지자, 관객들이 열광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저는 오히려 한 검사장님이 여기 계신 게 더 신기한데요. 워낙 명예를 중시하는 분이라 들었는데, 사적으로 이런 걸그룹 생방송에 참석한 게 알려지면, 이상한 소문이 퍼지지 않을까요?” 한창명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 “왜 사적인 일이겠습니까? 동료도 있고, 부 대표님과 최 사장님도 같이 있는데 말입니다.”현장에서 이 말을 들은 방송국 고위층 인사들은 서둘러 맞장구를 치며, 하나같이 최하연을 유심히 살폈다.주경미가 B시에 왔을 때부터, 한창명과 최하연은 소개받은 사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을 눈치챈 대부분의 사람은 한창명이 하연을 위해 왔을 거라 짐작했고, 두 사람 사이에 특별한 감정인 오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던 참이었다.그러나 방송국 고위층은 부상혁 또한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부상혁 역시 정태산의 제자
“바보 같은 아이, 그런 말은 하지 마...” 왕진은 눈물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왕정은 갑자기 기침하더니 입가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하연은 깜짝 놀라 손으로 피를 받으며 외쳤다. “정아!!”무대 앞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상혁은 바로 일어나 현장에 있는 스태프들에게 지시했다. “길을 트고, 119를 불러야 해!”한창명은 눈살을 찌푸리며, 휠체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하연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고, 손에는 피가 묻어 있었지만 전혀 주저하지 않고 피를 받아내고 있었다. 이 순간, 그도 하연의 진심 어린 걱정이 느껴졌다.“이걸 쓰세요.” 한창명은 바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건넸다.하연은 누구의 것인지 따질 겨를도 없이 그것을 받아들고, 피를 닦으며 지혈을 시도했다.왕정은 곧바로 응급차로 이송되었는데, 응급차에는 가족만 동승할 수 있었다. 하연은 왕진 모녀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는데, 숨을 고르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괜찮을까요?”상혁은 하연의 흔들리는 몸을 붙잡았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실은 하연도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의 결과를 예상했기 때문이었다.“괜찮을 거야.”하연의 긴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녀는 힘이 빠진 듯 상혁의 품에 기대어 숨을 고르고 있었다.이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던 한창명은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옆에 있던 방송국의 한 고위층 인사가 웃으며 말했다. “최 사장님도 참... 저렇게 위독한 사람을 이런 자리에 데리고 오다니, 한 검사장님도 놀라셨겠어요.”한창명은 바로 굳은 얼굴로 말했다. “위독한 사람이라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아, 아닙니다...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한 검사장님...” 한창명은 하연을 한 번 더 흘끗 쳐다본 후, 결국 아무 말 없이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걸그룹의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뛰어난 춤과 노래 실력으로 수많은 팬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왕정은 10시간의 긴 수술 끝에 결국 숨을 거두었다.깊은 밤, 하
하연과 이현은 조문객들 뒤편에 서 있었고, 주변은 흐느끼는 소리가 가득했다. 하지만 이현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분위기를 완화하려는 듯했다.여러 일을 겪은 하연은 더 이상 이현이 낯선 사람이 아닌,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요. 저와 상혁 오빠는 쉽게 헤어질 수 없는 인연이에요.”이현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해선 신중한 편이라 더 이상 묻지 않았다.“축하해요.”“손이현 씨.” 그가 고개를 약간 돌린 순간, 하연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그를 불렀다. 이현은 그녀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네?”그때, 계속 침목하고 있던 왕진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여기 왜 왔어?”그곳에는 한서영이 있었다. 그녀는 온통 검은빛으로 물든 장례식을 향해 새빨간 옷을 입고, 요염한 화장을 한 채 당당하게 다가오고 있었다.“아주머니, 따님이 떠났다고 해서 특별히 향이라도 하나 올리러 왔는데, 그렇게 나오실 거예요?” 왕진은 분노로 몸을 떨었고, 옆에 있던 사람들이 그녀를 부축했다.“나가! 넌 여기서 환영받지 못해!”하지만 서영은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하게 무덤 앞으로 다가갔다. “참 예쁜 얼굴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마비된 걸까? 하긴, 이제라도 떠나서 다행이야. 자신도 괴롭고, 남까지 힘들게 한 삶이었으니까.” 이 말을 들은 하연은 당장 앞으로 나가려 했지만, 이현이 그녀를 단번에 붙잡았다. “지금 하연 씨가 나서는 건 좋지 않아요.”“근데 한서영이...”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지금 당장 나가라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경찰을 부를 거야!” 왕진은 분노로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아주머니, 왜 이렇게 손님 대접을 못 하셔? 우리 엄마의 자금 지원이 없었으면, 당신 딸이 목숨 연장할 돈을 구할 수 있었을까? 우린 같은 길을 걸었는데, 이제 와서 나를 미워하는 거야?”서영은 비웃으며 웃음을 터뜨렸고, 숨이 찰 정도로 웃었다. “아주머니가 했던 일들, 사람들 앞에서 다 까
하연의 눈동자가 커졌다. 설마 한서영이 대낮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난동을 부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한서영의 동작은 너무 빨랐다. 손이현이 즉시 손을 뻗었지만, 그녀의 옷자락만 겨우 잡을 수 있었다. 서영은 그대로 하연에게 덮쳐 넘어뜨렸고, 칼을 든 손을 잔혹하게 휘둘렀다. 주위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하연은 즉각 머리를 돌려 가까스로 피했다.“한서영! 너 정말 미쳤구나!”하연은 서영의 손을 필사적으로 제압하려 했지만, 서영의 눈은 이미 피로 물들었고, 끝장을 보기 전까지는 포기할 기세가 아니었다.“내 인생은 망했어. 너도 나랑 같이 무덤에 들어가. 너희 집안도 우리 집안과 같이 무너져야 해!”서영은 몇 번이나 칼을 휘둘렀지만, 하연은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다. 하연은 무릎을 끌어올려 서영의 하반신을 강타했고, 곧바로 몸을 돌려 서영 위에 올라탔다.“한서영!” 하연은 소리치며 서영의 뺨을 세게 때렸다. “네 오빠는 이미 감옥에 들어갔어. 너도 그렇게 되고 싶어?”“지금 안 들어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어!” 서영은 칼을 단단히 쥔 채, 주변 사람들을 경계했다. “이 모든 건 다 너 때문이야!”“왕씨 가문이 사람을 보냈어. 그 사람들은 우리를 망치고 우리 집안을 완전히 접수하려고 하지. 이것도 네가 꾸민 거 아니야?” 서영은 냉소를 지으며 갑자기 몸을 풀었다. “애초에 우리 오빠가 너를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어. 호랑이 새끼를 우리 집에 들인 거야. 내가 널 저주한 게 아니라, 너는 원래부터 재앙이었어!” 서영은 말을 끝내며 하연을 향해 침을 뱉었다.옷이 이미 엉망이 된 것을 본 하연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왕씨 가문의 책임자로부터 답이 오지는 않았지만, 한서영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건, 그 집안의 책임자가 이미 한씨 가문을 처리할 준비를 끝마쳤다는 뜻이겠지. 그래서 절박한 한서영이 이렇게 미쳐가고 있는 거야.’“한씨 가문의 몰락은 최하연 씨 때문이 아니야.”이현은 서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쉽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