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35화 죽어야 해

Author: 손라떼
하연과 이현은 조문객들 뒤편에 서 있었고, 주변은 흐느끼는 소리가 가득했다.

하지만 이현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분위기를 완화하려는 듯했다.

여러 일을 겪은 하연은 더 이상 이현이 낯선 사람이 아닌,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요. 저와 상혁 오빠는 쉽게 헤어질 수 없는 인연이에요.”

이현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해선 신중한 편이라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축하해요.”

“손이현 씨.”

그가 고개를 약간 돌린 순간, 하연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그를 불렀다.

이현은 그녀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네?”

그때, 계속 침목하고 있던 왕진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여기 왜 왔어?”

그곳에는 한서영이 있었다. 그녀는 온통 검은빛으로 물든 장례식을 향해 새빨간 옷을 입고, 요염한 화장을 한 채 당당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주머니, 따님이 떠났다고 해서 특별히 향이라도 하나 올리러 왔는데, 그렇게 나오실 거예요?”

왕진은 분노로 몸을 떨었고, 옆에 있던 사람들이 그녀를 부축했다.

“나가! 넌 여기서 환영받지 못해!”

하지만 서영은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하게 무덤 앞으로 다가갔다.

“참 예쁜 얼굴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마비된 걸까? 하긴, 이제라도 떠나서 다행이야. 자신도 괴롭고, 남까지 힘들게 한 삶이었으니까.”

이 말을 들은 하연은 당장 앞으로 나가려 했지만, 이현이 그녀를 단번에 붙잡았다.

“지금 하연 씨가 나서는 건 좋지 않아요.”

“근데 한서영이...”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지금 당장 나가라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경찰을 부를 거야!”

왕진은 분노로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아주머니, 왜 이렇게 손님 대접을 못 하셔? 우리 엄마의 자금 지원이 없었으면, 당신 딸이 목숨 연장할 돈을 구할 수 있었을까? 우린 같은 길을 걸었는데, 이제 와서 나를 미워하는 거야?”

서영은 비웃으며 웃음을 터뜨렸고, 숨이 찰 정도로 웃었다.

“아주머니가 했던 일들, 사람들 앞에서 다 까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836화 너 정말 미쳤구나

    하연의 눈동자가 커졌다. 설마 한서영이 대낮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난동을 부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한서영의 동작은 너무 빨랐다. 손이현이 즉시 손을 뻗었지만, 그녀의 옷자락만 겨우 잡을 수 있었다. 서영은 그대로 하연에게 덮쳐 넘어뜨렸고, 칼을 든 손을 잔혹하게 휘둘렀다. 주위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하연은 즉각 머리를 돌려 가까스로 피했다.“한서영! 너 정말 미쳤구나!”하연은 서영의 손을 필사적으로 제압하려 했지만, 서영의 눈은 이미 피로 물들었고, 끝장을 보기 전까지는 포기할 기세가 아니었다.“내 인생은 망했어. 너도 나랑 같이 무덤에 들어가. 너희 집안도 우리 집안과 같이 무너져야 해!”서영은 몇 번이나 칼을 휘둘렀지만, 하연은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다. 하연은 무릎을 끌어올려 서영의 하반신을 강타했고, 곧바로 몸을 돌려 서영 위에 올라탔다.“한서영!” 하연은 소리치며 서영의 뺨을 세게 때렸다. “네 오빠는 이미 감옥에 들어갔어. 너도 그렇게 되고 싶어?”“지금 안 들어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어!” 서영은 칼을 단단히 쥔 채, 주변 사람들을 경계했다. “이 모든 건 다 너 때문이야!”“왕씨 가문이 사람을 보냈어. 그 사람들은 우리를 망치고 우리 집안을 완전히 접수하려고 하지. 이것도 네가 꾸민 거 아니야?” 서영은 냉소를 지으며 갑자기 몸을 풀었다. “애초에 우리 오빠가 너를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어. 호랑이 새끼를 우리 집에 들인 거야. 내가 널 저주한 게 아니라, 너는 원래부터 재앙이었어!” 서영은 말을 끝내며 하연을 향해 침을 뱉었다.옷이 이미 엉망이 된 것을 본 하연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왕씨 가문의 책임자로부터 답이 오지는 않았지만, 한서영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건, 그 집안의 책임자가 이미 한씨 가문을 처리할 준비를 끝마쳤다는 뜻이겠지. 그래서 절박한 한서영이 이렇게 미쳐가고 있는 거야.’“한씨 가문의 몰락은 최하연 씨 때문이 아니야.”이현은 서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쉽게 그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837화 절대 보석을 허락하지 마

    하연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 “그런 일들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날 위해서 다른 일을 좀 해줘야겠어.” “무슨 일이죠?”“손이현에 대해 조사해봐. 그 사람의 모든 정보를 다 알아내 줘, 전부 다.”하연은 강조했다. 이에 정태훈은 당황스러워하며 물었다. “손이현 사장님요? 갑자기 왜 그분을 조사하려고 하시는 거죠?”요즘 일어난 사건들은 모두 손이현과 관련이 있었다. 원래 하연과는 아무 상관도 없던 사람이 이렇게 여러 사건에 관여하고 있었다.“학비도 기부금으로 충당해야 했던 고아가 어떻게 별장을 소유하고, 가게를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는지 궁금하네. 나도 좀 배워야 할 것 같아.”태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 후, 추가 정보를 전했다. “이미 승진하신 전 지방검찰청 검사장, 정태산 검사장님께서 곧 B시에 오실 예정입니다. HD그룹 방문 일정이 잡혀 있고, 송 대표님과의 만남 가능성도 매우 큽니다. 그 사이에 약 30분 정도 시간이 생길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 최 사장님께서 송 대표님을 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정태산 검사장님은 언제 오신대?”“모레입니다.”하연은 일정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녀는 목의 상처를 만지며 말했다. “오늘 있었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상혁 오빠에게는 특히.”하연은 상혁이 자신을 걱정하는 걸 원하지 않았고,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도 않았다. 그날 황연지가 했던 말이 가슴 깊이 박혔기 때문이다. 사실 하연도 자신이 상혁에게 너무나 큰 짐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태훈은 약간 민망해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럴 리가요. 저는 최 사장님의 비서예요, 부 대표님의 비서가 아니잖아요.”하연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 꽤 많은 걸 말했잖아.”묘지를 떠난 후, 이현은 곧바로 가게로 향했다. 거기에는 양한빈이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손 사장님, 도대체 무슨 일인데 전화로 말하지 않고 직접 보자고 한 거예요? 저도 바쁜 몸이라고요.” 양한빈이 농담을 던졌다.“한서영이 악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838화 그게 내 지시였나?

    [창명이는 시류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야. 내 학생 중에서도 창명이는 가장 규칙을 잘 지키고, 본분을 넘지 않는 애라고.]전화기 너머로 정태산이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저는요?”[너? 너는 말로는 듣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엉뚱하게 행동하지. 거의 내 머리 위에 오르려고 하지 않았나?]만약 조진숙이라는 배경이 없었다면, 정태산은 사실 부상혁의 이런 행동을 참지 않았을 것이다. 상업에 종사하는 자가 정치에까지 간섭하며, B시의 두 거물을 몰락시켰다는 건 너무나도 지나친 일이었다. 스승과 제자의 인연은 여기까지 해도 충분했다. 더 이상 도울 수 있는 점이 없었다.상혁은 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정태산이 가장 아끼던 학생은 부상혁도, 한창명도 아니었다. 그것은 지금은 모습을 감춘 정태산의 자랑스러운 제자였다.전화를 끊자, 황연지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 오늘의 업무를 보고한 후,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부 회장님께서 다시 DL그룹을 장악하신 이후, 부남준이 자주 드나들며 사실상 실권을 쥐고 있는 듯합니다. 이사회에서도 부남준에게 극진히 예를 갖추고 있습니다.”“모두...” 연지는 말을 잇지 못했다.“말해.” 상혁이 다그쳤다.“모두들 대표님이 완전히 총애를 잃고, DL그룹에서의 지위도 무너졌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원래 대표님을 지지하던 이사들마저도 지금은 흔들리며 저한테 상황을 물어보고 있습니다.”연지는 상혁이 FL그룹 일에 몰두하느라 DL그룹에서의 입지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다.“넌 뭐라고 대답했지?”“DL그룹의 구매팀과 재무팀은 여전히 저희 편에 있습니다. 그래서 부 대표님께서 DL그룹을 포기하실 생각이 없으니, 조금만 더 버티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부 회장님께서 화가 나 계시지만, 일이 끝나면 곧 돌아가실 거라고 말했습니다.”상혁이 눈을 들었다. 연지는 긴장하며 몸을 떨었다.“그게 내 지시였나?”“아닙니다...” 연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839화 나랑 거래를 하겠다고?

    “제가 할 일이 아니라니요? 겨우 꽃에 물을 줬을 뿐이에요.” 하연은 물 호스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분명히 여름날의 시원함을 즐기는 듯, 물을 직접 자기 다리에 뿌렸다.물방울이 하연의 종아리를 따라 흘러내리며 잔디에 떨어졌다.상혁은 그 광경을 보고 목이 잠기는 듯했다. 그는 차에서 내려 하연 쪽으로 걸어갔다.“대표님이 돌아오셨네요.” 가정부가 외쳤다.하연은 바로 물을 끄고, 물을 튀긴 손을 뒤로 숨기며 말했다. “언제 왔어요?”상혁은 여름 저녁 햇살 속에서 흰 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어 더욱 눈에 띄었다. 그의 얼굴은 빛에 반짝이며 한층 더 매력적이었다.그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하연의 손에서 물 호스를 빼앗으며 말했다. “네 이름이 이제 ‘꽃연’이야.”하연은 잠시 멍해졌다. “무슨 소리예요?”“꽃에 물 주는 거 아니었어? 온몸이 다 젖었잖아.” 상혁은 그녀의 흠뻑 젖은 가슴을 흘끗 보며 말했다. 그곳은 이미 희미하게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었다.하연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꽃연? 그거 꽤 귀엽네요. 정원이 이렇게 큰데, 우리 배나무 하나 심어요. 내년 봄에는 눈처럼 하얀 꽃을 볼 수 있을 거예요.”상혁은 물 호스를 높은 곳에 걸어 두었다. 하연은 그의 뒤를 쫓으며 말했다. “게다가 배도 먹을 수 있잖아요.”그녀의 생각은 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상혁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농업실습 수업은 들은 적 있나?”하연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때는 수학 성적이 워낙 나빴던 탓에 보충수업에 남아야 했고, 실습수업에는 참석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오빠도 알잖아요. 나는 물리도 항상 꼴찌였어요.”상혁은 그 시절을 기억하며 웃었다. “맞아, 여름에 나무를 심으면 봄에 심은 것보다 안 자라.” “그래도 해봐야죠.” 하연은 질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상혁은 그녀의 목에 붙은 반창고를 보고 얼굴빛이 변했다.“목은 왜 그래?”하연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840화 넌 나한테 아들도 아니야

    조진숙은 상혁에게 등을 진 채, 어항 속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며 미묘한 어조로 말했다. “너, 아주 바쁜 사람이 되었더구나. 나를 만나려고 일정까지 조율해야 하다니.” 상혁은 표정을 거두고, 다른 어항의 먹이를 찾아 조진숙에게 건네며 말했다. “저 바쁘지 않아요.”“정말?” 조진숙은 분명히 화가 나 있었는데, 날카로운 어투로 말하며 상혁을 흘겨보았다. “FL그룹에서 잘나간다고 하던데, 그쪽 일에만 온 마음을 쏟는다고 들었어.”“황 비서가 그러던가요?”“누가 말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그게 사실이냐는 거지!”상혁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목소리는 차가워졌다.“네, 맞아요.”“맞아?” 조진숙은 화가 치밀어 올라 상혁이 건네준 어항 먹이를 단번에 쳐내며 바닥에 떨어뜨렸다. “너, 얼마 전에 나한테 뭐라고 했니? DL그룹에서 잠시 물러날 수 있다고 했지. 하지만 네가 더 이상 싸우지 않겠다고는 안 했잖아. 그런데 지금 이 꼴이 뭐니?”상혁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는데, 가슴은 들썩였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제가 DL그룹으로 돌아가지 않은 걸 탓하시네요.”“최소한 뭔가 행동은 보여줘야지!”“무슨 행동이요, 아버지에게 가서 사과하란 말씀이신가요?”두 사람은 마주 서서 대치했다. 조진숙은 아들을 한동안 응시한 후 말했다. “그게 잘못됐다는 거니? 나는 B시에 와서 송혜선과 정면으로 맞섰어. 송혜선의 행동은 원래 내가 무시할 만한 거였고, 신경 쓸 가치도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 부남준은 야망이 커. 이렇게 두면 DL그룹은 결국 부남준의 것이 될 거야.”이때, 하연이 계단에서 옷을 갈아입고 내려오다가 두 사람의 언쟁을 듣고 멈칫했다.“진숙 이모...”조진숙은 하연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여전히 상혁을 향해 경고했다.“이제 너도 꽤 성장했구나. 네 회사를 차려서 잘나간다지만, FL그룹이 아무리 잘돼도 DL그룹의 손가락 하나만큼의 가치가 있을 것 같니? 부씨 가문의 아들이라는 이름, DL그룹의 이사라는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841화 스파이

    그날 하연은 상혁과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상혁 역시 DL그룹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았다. 서로 간에 묘한 침묵 속의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며칠 후, 정태산이 B시에 도착했고, 공식적인 행사를 마친 뒤 비로소 개인 일정이 시작되었다.상혁은 고요한 정취가 흐르는 수연정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국악 공연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으로, 그의 방문 소식을 들은 주인은 특별히 유명한 명창을 초대해 무대에 올렸다. 지금 상혁은 정자에 서서 푸르른 여름 풍경을 배경으로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고고한 양반가의 우아한 도련님을 떠올리게 했다.황연지는 그곳에 도착해 상혁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가가며 말했다.“부 대표님, 우희서 씨가 도착했습니다.”연지 옆에 서 있는 우희서는 수수한 옷차림으로, 모자와 마스크를 벗어도 여전히 단정한 얼굴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얼굴에는 은근한 매력이 감돌고 있었다.“부 대표님.” 희서가 인사했다.상혁은 호수에 핀 한 송이 연꽃을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지난달에‘NIGHT'에서 10억을 벌어들여 1위를 했다고?”희서는 솔직하게 보고했다. “B시에는 재벌 2세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저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부남준이 좋아했어?”“제 지위로는 아직 부남준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대부분 남희가 중간에서 처리했습니다. 남희는 다음 주에 부남준이 돌아오면 저를 부남준과 만나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NIGHT’은 단순한 클럽이 아니었다. 클럽이란 돈만 있으면 부유층이나 연예인이 쉽게 열 수 있는 곳이지만, ‘NIGHT’ 같은 최고급 클럽은 엄청난 인맥과 자본 없이는 성립할 수 없었다. 한때 ‘NIGHT’은 단속으로 큰 타격을 입었으나,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 안에는 유능한 인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모두 남희의 지휘에 따랐다. 그리고 그 남희 위에는 바로 부남준이 있었다.우희서는 저번 단속 이후, 부상혁이 의도적으로 심어놓은 ‘스파이’로서 ‘NIGHT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842화 딱 맞춰 왔네요

    그날 HD그룹은 분주한 분위기였다. HD그룹 대표인 송기정은 쉴 틈도 없이 바쁘게 움직였고, 정태산을 접대한 후, 하연에게 남겨진 30분의 면담 시간은 결국 20분으로 줄어들었다.하연은 송기정의 사무실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그녀는 DS그룹과 HD그룹이 협력할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는 자료를 충분히 준비해 왔다.송기정은 두 손을 책상 위에 얹고 하연의 프레젠테이션을 다 듣고 나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최 사장님의 아이디어와 실행력은 시대를 앞서가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이 이를 수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희도 내부 고위층 회의를 거친 후에야 명확한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이 진부한 답변은 하연이 예상했던 것이었다. 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크게 실망하지 않았고, 송기정과 악수하며 말했다.“송 대표님, 만나 뵐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송기정은 급히 해야 할 일이 있는 듯 보였고, 비서에게 하연을 배웅하도록 지시했다.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정태훈은 하연을 위로했다.“최 사장님, 이번 일은 이미 완벽하게 마치셨습니다. 자책하실 필요 없습니다. 벌써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이번에 하연의 준비는 철저했지만,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약간의 실망은 남아 있었다.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키가 크고 세련된 한 여자가 우아하게 걸어 나왔다. 그녀는 목에 스카프를 둘러 매우 젊어 보였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세월의 흔적이 엿보였다. 그런데도 철저한 관리 덕분에 마흔쯤으로 보였으며, 뒤에는 몇 명의 부하들이 그녀를 따르고 있었다.HD그룹에서 대기하던 직원들은 그 여자를 보자마자 달려가며 말했다.“저쪽으로 안내하겠습니다!”하연은 잠시 그 여자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주변의 HD그룹 직원들이 낮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저 여자분이 바로 혜성그룹에서 온 고위층인가? 생각보다 젊네. 상상과는 달라.”“혜성그룹 본사는 B시에 없잖아. 일부러 온 거라니,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843화 양의 탈을 쓴 늑대

    “최 사장님은 아직 어려서 아마 이런 소리가 귀에 잘 안 들어올 수도 있어요. 우리 집에는 양딸이 한 명 있는데, 어릴 때부터 선생님을 모셔서 가야금 병창을 배웠거든요. 지금은 입만 열면 몇 소절을 척척 부르니 참 귀여워요.” 주경미는 흐뭇하게 자랑하며 말했지만, 그 안에는 약간의 우월감이 담겨 있었다.하연은 중요한 단어를 놓치지 않았다. “양딸이요?”“내 복이 약해서 아들 하나뿐이잖아요. 양딸로 삼은 아이는 원래 우리 남편 비서의 딸이었는데, 그 비서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서 우리가 불쌍하게 여겨 키우게 됐어요.”하연은 남의 사생활을 캐물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두 분께서 잘 가르치셨으니, 따님도 분명 훌륭하게 자라셨겠네요.”“우리 딸은 올해 막 대학을 졸업했어요. 아직 일을 시키고 싶진 않아요. 앞으로 몇 년 동안 세상 경험을 쌓게 하고 나서, 좋은 사람을 골라서 평탄한 인생을 살게 할 생각이에요.” 주경미는 더욱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차 한 모금을 마셨다. “무대에 서는 것도 좋지만, 뒤에 든든한 배경이 있는 것도 큰 장점이죠. 그렇지 않나요? 최 사장님?”하연은 즉시 이 말을 알아들었다. 이것은 은근한 압박이었다.하연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사모님께서 잘 기르신 따님에게는 큰 장점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겁니다.”하연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주경미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하연은 조용히 난간 앞에 서서 건너편 무대에서 국악 공연을 하고 있는 창자를 바라보았다. 창자는 화려하게 화장하고 소리를 높여 전통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는 나름의 멋이 느껴졌다. 지금 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창자의 목소리와 그가 부르고 있는 전통 노래의 가사는 묘하게도 하연이 처한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저 여성분, 정말 묘하네요. 겸손하지도, 교만하지도 않은 그 태도.나는 빙 둘러 물어보리라,그 마음속 깊은 속내를.”...주경미는 다시 한번 말을 꺼냈다. “지난번에 내가 창

Latest chapter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9화 기회

    배가 항구에 서서히 가까워질 때, 허징인은 저 멀리 보이는 부두를 응시하면서 머릿속에서 끔찍했던 기억들이 마치 영화처럼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날의 비명, 피 냄새, 그리고 민찬의 얼굴...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는 참았던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숨을 깊게 들이쉬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난간을 꽉 잡은 여자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하얀 손등에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허징인의 떨리는 손끝은 마음속 분노와 슬픔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때, 상혁이 조용히 허징인 곁에 다가왔다. 남자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바닷바람에 섞여 들려왔다. “배에서 내리면, 제 부하들이 안전한 곳으로 허징인 씨를 모실 겁니다. 모든 게 끝날 때까지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마세요.” 허징인은 거센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여자의 차가운 눈빛과 함께 낮고 냉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부 대표님, 하나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한겨울의 서리처럼 차가웠다. “제 남편이 부남준 밑에서 오랜 시간 일을 했어요. 물론, 제 남편도 깨끗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저와 민찬이를 지키기 위해 부남준의 죄를 대신 뒤집어쓴 적도 많았어요.” 잠시 말을 멈춘 허징인은 숨을 고르며 상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금 제 남편은 민찬이의 죽음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동안 자신과 부남준 사이에 있었던 모든 부정한 거래를 실토할 겁니다.”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 부 대표님께서 제 남편에게 이 소식을 전할 방법을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허징인의 목적은 단순했다. ‘정규인을 이용해 부남준을 무너뜨릴 단서를 만들어야 해. 민찬이의 억울한 죽음을, 그리고 수많은 희생자들의 한을 풀기 위해!’ 상혁은 잠시 고개를 숙여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이윽고, 그의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8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상혁의 원래 무심하던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그가 감정적으로 흔들렸다는 건 분명했다. 상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담배 한 갑을 꺼내 들었다. 남자의 길고 날렵한 손가락이 담배 한 개비를 집어 들고는 정확히 입술 끝에 물었다. 그다음엔 상혁은 침착하게 라이터를 켜고 담배를 태우기 시작했다. 그는 담배를 깊이 들이마신 뒤, 한순간 숨을 멈췄다가 연기를 천천히 내뱉었다. 연기 사이로 보이는 남자의 눈빛은 이전보다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이 판이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어.’ 그러나 허징인은 자신의 분노에 사로잡혀, 상혁의 변화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부남준은 제가 가진 증거를 빼앗으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겠죠. 그래서 절 죽이고 모든 걸 덮으려 했던 거고요. 정말 어리석은 꿈을 꾼 거죠.” 허징인의 목소리는 점점 격앙되었다. 감정이 폭발하면서 그녀는 마치 스스로를 증명하려는 듯 말을 쏟아냈다. “부남준도 설마 이런 상황까지는 생각 못 했겠죠. 제가 이런 처지에 놓일 거라고는 꿈에도 예상 못 했을 거예요. 하지만 증거를 손에 넣는 순간부터 전 모든 걸 철저히 준비해 뒀어요. 단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말이에요.” 상혁은 담배를 쥔 손을 잠시 멈추고, 허징인을 바라봤다. 남자의 눈빛엔 전에 없던 흥미와 약간의 감탄이 섞여 있었다. “허징인 씨, 오늘 정말 날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허징인은 상혁의 반응에 반응하지 않았고, 대신 스스로를 비웃듯 쓴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처음엔 그저 제 아들과 평범하게 살고 싶었어요. 그 사람이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둔다면, 제가 가진 증거는 영원히 세상에서 사라졌을 겁니다.” 그녀는 한순간 말을 멈췄다. 그리고 다음 순간, 허징인의 눈이 새빨갛게 충혈되며,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폭발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에요. 그놈이 제 아들을... 민찬이를 죽였어요! 제 손으로 지켜야 했던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7화 진짜 범인

    금발 남자의 얼굴엔 잔인한 기색이 스쳤다. 허징인과 민찬에게 단 한 줌의 자비도 보이지 않았다. “저년의 입과 코를 꽁꽁 막아. 빈틈 하나도 남기지 말고.” 허징인은 절망에 빠진 눈으로 민찬을 바라보았다. ‘내 아들... 우리 민찬이...!’ 울부짖는 어린 민찬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가운데, 그녀는 거대한 배의 20미터 높이의 갑판에서 차갑고 무자비하게 바다로 내던져졌다. 얼음처럼 차가운 바닷물이 온몸을 감싸고, 숨을 쉴 수 없는 답답함이 허징인을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의식은 멀어지고, 그녀의 몸은 깊고 어두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여기서 이렇게 끝나는 건가...?’ 그러나 의식이 다시 돌아왔을 때, 허징인은 머리가 지끈거리고 무겁게 아파왔다. ‘아... 여긴 어디지?’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머리를 눌러본 뒤에야, 그녀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낯선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나는 바다에 던져졌는데... 대체 여긴 어디지?’ 그리고 그녀의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 민찬. ‘민찬? 설마... 설마 내 아들...!’ 그 순간, 절망감이 몰려오며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나왔다. 갑자기, 문이 거칠게 열렸다. 허징인은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뒷걸음질쳤다. ‘누구야? 또다시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너무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부상혁 대표님...?” 상혁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 “허징인 씨, 오랜만이네요.” 상혁 곁에 있던 원신민은 눈치를 보며 조용히 방을 나가고, 문을 닫았다. 허징인은 불신과 놀라움으로 가득 찬 표정으로 상혁을 바라보았다. “부 대표님, 어떻게... 어떻게 여기에...?” 여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대답을 기다리며 불안감이 가득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허징인은 곧 머리를 굴렸다. ‘설마... 나를 구한 사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6화 바다로 던져버려

    “조사가 끝났습니다.” 원신민은 망설임 없이 지도를 꺼내 상혁의 앞에 펼쳐 놓았다. “이 배는 F국 항구에서 출발해 서해안을 따라 항해한 후, 이 항로를 통해 태평양을 건너 L국의 T시 항구에 도착...” 원신민의 손가락이 지도 위를 천천히 움직이며 항로를 또렷하게 그려냈다. “대표님, 우리가 이 사람을 빼돌릴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은 오늘 밤입니다. 배가 F국 영해를 벗어나면 일이 훨씬 까다로워질 겁니다.” 상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긴 손가락 끝으로 지도 위 특정 지점을 톡 건드렸다. ‘역시 냉철해.’ 원신민은 눈치를 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굵직한 뱃고동 소리가 항구를 울렸다. 거대한 배는 서서히 항구를 떠나 물결을 헤치며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이 배는 15층짜리 대형 크루즈로, 가장 아래층은 화물칸으로 쓰이고, 그 위로는 승객의 숙소, 식당, 그리고 각종 오락 시설이 층층이 자리 잡고 있었다. 허징인과 아들 민찬은 가장 아래층의 음침하고 습한 방에 배치되었다. 방에는 좁은 창문 하나만 달려 있어 바깥의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것이 전부였다. “엄마, 무서워요!” 민찬은 허징인의 품에 파고들며 온몸을 덜덜 떨었다. 허징인은 아들을 꼭 끌어안으며 본능적으로 달랬다. “괜찮아, 민찬아. 엄마가 있잖아.”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낯선 남자들이 순식간에 방으로 들이닥치며 좁은 공간을 가득 메웠다. 허징인은 경악하며 외쳤다. “당신들 누구야? 뭐 하려는 거야?” 이 사람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이었다. 그는 거대한 체구와 빽빽이 자란 턱수염을 가졌고, 강렬한 눈빛으로 허징인을 꿰뚫듯 쳐다보았다. 이어서 다소 서툴지만 알아듣기 쉬운 F국말로 입을 열었다. “당신이 바로 남준이 말한 여자인가?” 그는 허징인의 얼굴을 훑어보더니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었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5화 다시는 이 땅을 밟지 않을 겁니다

    “그저 여자일 뿐인데, 너무 똑똑하면 손해만 볼 뿐이에요.” 남준이 허징인에게 다가가며, 몸을 숙여 그녀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여기까지 왔으니, 내가 원하는 걸 이제 줘야 하지 않겠어요?” 허징인은 차갑게 비웃으며 얼굴을 굳혔다. “뭐가 그렇게 겁나십니까, 상무님? 제가 약속을 어길까 봐요? 아니면... 그 물건들이 엉뚱한 사람 손에 들어갈까 봐요?” “그건 사모님이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때의 이야기죠.” 남준의 목소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허징인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고, 속으로는 분이 차올랐지만, 상황을 감안해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어. 지금은 일단 물러서는 게 최선이야.’ “걱정하지 마세요, 상무님. 이미 약속한 이상, 전 제 말을 반드시 지킬 겁니다.” 허징인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며 남준과 눈을 맞췄다. “상무님도 본인의 약속을 지키길 바랍니다.” 남준은 가볍게 손을 펼치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허징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작전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제가 반은 먼저 드리고, 나머지는 우리가 안전한 곳에 도착하면 드릴게요.” “안 돼요!” 남준이 단호히 그 제안을 거절했다. “지금 사모님한테는 조건을 제시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 안 그래요?” 허징인은 눈을 감고 결연한 태도로 말했다. “그럼 차라리 지금 절 죽이세요. 하지만 제가 죽으면 그 물건들이 공개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알아두세요.” “엄마!” 곁에 있던 민찬이 울먹이며 그녀의 다리에 매달렸다. “엄마, 무서워요!” 허징인은 민찬을 꼭 안으며 남준을 노려보았다. ‘이 상황에서 물러서면 끝장이야. 적어도 내 아이는 지켜야 해.’ “상무님, 선택은 당신 몫입니다.” 남준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침묵했다. 남자의 눈빛은 한층 더 날카로워졌고, 어금니를 악물더니 잠시 후 말했다. “죽음도 불사하다니, 사모님의 배짱은 보통이 아니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4화 참 행복해

    집에 돌아온 하연은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침실 안. 은은한 조명이 켜진 방에서, 하연은 소파에 몸을 웅크린 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대표님...” 가정부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조심스레 부르며 방으로 들어왔다. 상혁은 문틈 사이로 방 안의 하연을 흘깃 바라보며 손으로 가정부를 막았다. “내가 할게요.” 가정부가 물러난 뒤, 상혁은 바로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벽에 기대어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때, 상혁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렸는데, 원신민에게서 온 메시지였다.그 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상혁은 짧은 문장을 확인한 뒤, 입가에 가볍게 조소를 띄우며 휴대폰 화면을 껐다. 마치 모든 걸 손아귀에 쥐고 있는 사람의 태도였다. 그는 이내 천천히 방의 문을 열었다. “하연아.” 남자의 차분한 목소리에 하연은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상혁을 바라보며 조금 의아한 듯 물었다. “언제 들어왔어요?” 상혁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우유를 하연의 손에 쥐어주었다. “따뜻할 때 마셔.” 남자의 부드러운 말에 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곧 우유를 들고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잠시 후, 컵이 바닥을 드러냈다. “잠깐 회사에 좀 다녀올게. 집에서 푹 쉬고 있어.” 상혁은 하연이가 들고 있던 유리잔을 받아들며 말했다. “이 밤중에요? 무슨 일 있는 거예요?” 하연은 살짝 의아해했다.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아마 늦을 거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남자는 고개를 숙여 하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지금 이 순간이 난 참 행복해.” 상혁의 눈에는 하연이가 자신의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이 행복이 오래가길, 조금이라도 더 오래가길...’ 하연은 상혁의 목에 팔을 두르고 그의 품에 안기며 살짝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도요. 정말 행복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3화 왜 갑자기 포기했을까?

    지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상혁의 얼굴에 잠시 스치는 한 줄기 차가운 빛... 하지만 그것은 곧 부드러운 미소로 가려졌다. “지석 도련님 말씀대로, 형제간에는 서로 도와야 하는 법이죠.” “다만, 부씨 가문의 일을 굳이 외부인이 나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만.” 상혁의 말에는 분명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었고, 그의 기운에 압도된 지석은 잠시 얼굴이 굳었다.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은 지석이 변명을 하려는 찰나, 슬기가 먼저 나섰다. “하연 씨, 여기 메뉴 중에서 어떤 게 제일 맛이 괜찮아요? 추천 좀 해주세요.” 슬기의 말에 하연은 조용히 상혁의 손등 위에 손을 올렸다. 둘의 시선이 교차하자, 상혁의 눈가에 웃음이 스쳤다. ‘지금 나를 걱정하는 거야? 하지만 너무 날 과소평가하는 거 아닌가?’ 별일도 아닌 걸로 걱정하는 하연을 안심시키려는 듯, 상혁은 눈빛으로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하연이 그제야 안심이 되어 바로 슬기에게 메뉴를 추천했다.“오리지널 맛도 괜찮고, 여러가지가 섞인 맛도 좋을 것 같아요. 둘 다 드셔보세요.” “그럼 두 가지 맛으로 각각 한 그릇씩 주세요!” 슬기는 메뉴를 탁 닫으며 밝게 말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지석은 더 이상 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게요.” 그가 나가는 것을 슬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석이 자리를 떠나 자, 슬기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해요. 두 분의 오붓한 자리를 불편하게 해서요. 집안에서 주선한 선 자리를 억지로 나온 거라...” 여자의 말투에서 묘한 무력감이 느껴졌다. 슬기는 문득 눈을 들어 상혁을 바라보았지만, 상혁은 그녀를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온전히 하연에게만 시선을 두고 있었다. 슬기는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그 눈빛을 외면했다. “그나저나, 하연 씨.” 슬기가 화제를 돌렸다. “최근 하연 씨가 뒤로 물러나고 회사를 최하성 씨에게 맡겼다고 들었어요.”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2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하연 씨, 우리 같이 합석해도 괜찮을까요?” 슬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연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 괜찮죠.” 슬기는 예상 밖의 대답에 약간 놀란 듯했다.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하연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하연 씨, 이제 저 같은 ‘라이벌’에게 경계심이 풀린 건가요? 그래도 혹시 모르죠. 제가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재도전할지?” 슬기가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그 속엔 은근한 탐색이 깃들어 있었다.그러나 하연은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되받아쳤다. “주 대표님, 그런 생각할 여유가 있으시면 옆에 있는 분 눈치부터 보셔야 하지 않을까요?”슬기는 어깨를 으쓱하며 별거 아니라는 듯 답했다. “뭐, 집에서 주선한 맞선일 뿐이라 별로 신경 안 써요. 첫 만남이기도 하고요.”그 순간 뒤에 있던 지한이 앞으로 나서며 상혁을 향해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부 대표님, 평소에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부 대표님’이라는 말은, 그가 이미 상혁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한은 외부에서 떠도는 소문을 떠올렸다. 최씨 가문과 부씨 가문이 곧 혼사를 통해 막대한 사업적 결합을 이룰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여자가 바로 최씨 가문의 딸이라는 사실에 지한은 적잖이 긴장했다.“최하연 씨, 안녕하세요.” 지한이 하연에게도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면서도 속으로는 긴장의 끊을 놓지 않았다. ‘주슬기가 최씨 가문과 부씨 가문 사람들과 이렇게 가까운 사이일 줄은 몰랐는데?’ 처음 지한은 그저 형식적인 맞선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이 상황을 보니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고 느꼈다.그때 상혁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SW그룹의 도련님을, 여기서 다 만나고 보기 드문 일이군요.” 단 한마디로 심지한의 배경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지한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 “부 대표님께서 저를 알고 계셨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1화 생각보다 괜찮은데?

    최근 몇 년 동안 H시는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며 번화한 고층 빌딩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고, 도시 풍경은 완전히 새롭게 바뀌어 이제는 명실상부한 대도시로 자리 잡았다.상혁은 차를 몰고 하연과 함께 요즘 SNS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유명 먹거리 거리로 향했다. 차를 주차장에 세운 후, 두 사람은 나란히 걸어 먹거리 거리로 들어섰다. 거리 양옆으로는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했고, 상인들은 열심히 손님들을 끌어모으며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곳곳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가 두 사람의 발걸음을 이끌었다.한참을 걷던 중, ‘10년 전통 국밥집'이라는 간판이 걸린 깔끔하고 정갈한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내부 인테리어는 오래된 가게답지 않게 세련되었고, 메뉴는 벽에 붙어 있어 가격이 한눈에 들어왔다.상혁이 가게를 한참 바라보는 사이, 하연은 이미 들어가 자리에 앉으며 기다릴 새도 없이 외쳤다. “사장님, 여기 대표 국밥 하나요!” 사장님은 빠르게 주문을 적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못 드시는 재료 있으세요?”“짜지 않게 해주시고, 후추는 빼주세요. 나머지는 다 괜찮아요.” 하연이 주문을 마치자 사장님은 상혁을 향해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사장님은 뭘로 드릴까요?”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사장님의 깍듯한 존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도 같은 걸로 주세요.” 가게의 음식 나오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잠시 후, 두 사람 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 두 그릇이 놓였다. 하연은 반짝이는 눈으로 국밥을 바라보며 기쁜 표정으로 숟가락을 들고 신나게 먹기 시작했다.“천천히 먹어.” 상혁은 그녀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한마디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자신 앞에 놓인 국밥을 내려다보았다. 어릴 때부터 상혁은 까다로운 식습관을 가진 어머니인 조진숙의 영향으로 엄격하게 관리된 음식을 먹으며 자라, 이런 길거리 음식은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