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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나랑 거래를 하겠다고?

“제가 할 일이 아니라니요? 겨우 꽃에 물을 줬을 뿐이에요.”

하연은 물 호스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분명히 여름날의 시원함을 즐기는 듯, 물을 직접 자기 다리에 뿌렸다.

물방울이 하연의 종아리를 따라 흘러내리며 잔디에 떨어졌다.

상혁은 그 광경을 보고 목이 잠기는 듯했다.

그는 차에서 내려 하연 쪽으로 걸어갔다.

“대표님이 돌아오셨네요.”

가정부가 외쳤다.

하연은 바로 물을 끄고, 물을 튀긴 손을 뒤로 숨기며 말했다.

“언제 왔어요?”

상혁은 여름 저녁 햇살 속에서 흰 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어 더욱 눈에 띄었다. 그의 얼굴은 빛에 반짝이며 한층 더 매력적이었다.

그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하연의 손에서 물 호스를 빼앗으며 말했다.

“네 이름이 이제 ‘꽃연’이야.”

하연은 잠시 멍해졌다.

“무슨 소리예요?”

“꽃에 물 주는 거 아니었어? 온몸이 다 젖었잖아.”

상혁은 그녀의 흠뻑 젖은 가슴을 흘끗 보며 말했다. 그곳은 이미 희미하게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연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꽃연? 그거 꽤 귀엽네요. 정원이 이렇게 큰데, 우리 배나무 하나 심어요. 내년 봄에는 눈처럼 하얀 꽃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상혁은 물 호스를 높은 곳에 걸어 두었다.

하연은 그의 뒤를 쫓으며 말했다.

“게다가 배도 먹을 수 있잖아요.”

그녀의 생각은 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상혁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농업실습 수업은 들은 적 있나?”

하연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때는 수학 성적이 워낙 나빴던 탓에 보충수업에 남아야 했고, 실습수업에는 참석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오빠도 알잖아요. 나는 물리도 항상 꼴찌였어요.”

상혁은 그 시절을 기억하며 웃었다.

“맞아, 여름에 나무를 심으면 봄에 심은 것보다 안 자라.”

“그래도 해봐야죠.”

하연은 질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상혁은 그녀의 목에 붙은 반창고를 보고 얼굴빛이 변했다.

“목은 왜 그래?”

하연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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