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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양의 탈을 쓴 늑대

“최 사장님은 아직 어려서 아마 이런 소리가 귀에 잘 안 들어올 수도 있어요. 우리 집에는 양딸이 한 명 있는데, 어릴 때부터 선생님을 모셔서 가야금 병창을 배웠거든요. 지금은 입만 열면 몇 소절을 척척 부르니 참 귀여워요.”

주경미는 흐뭇하게 자랑하며 말했지만, 그 안에는 약간의 우월감이 담겨 있었다.

하연은 중요한 단어를 놓치지 않았다.

“양딸이요?”

“내 복이 약해서 아들 하나뿐이잖아요. 양딸로 삼은 아이는 원래 우리 남편 비서의 딸이었는데, 그 비서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서 우리가 불쌍하게 여겨 키우게 됐어요.”

하연은 남의 사생활을 캐물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두 분께서 잘 가르치셨으니, 따님도 분명 훌륭하게 자라셨겠네요.”

“우리 딸은 올해 막 대학을 졸업했어요. 아직 일을 시키고 싶진 않아요. 앞으로 몇 년 동안 세상 경험을 쌓게 하고 나서, 좋은 사람을 골라서 평탄한 인생을 살게 할 생각이에요.”

주경미는 더욱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차 한 모금을 마셨다.

“무대에 서는 것도 좋지만, 뒤에 든든한 배경이 있는 것도 큰 장점이죠. 그렇지 않나요? 최 사장님?”

하연은 즉시 이 말을 알아들었다. 이것은 은근한 압박이었다.

하연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사모님께서 잘 기르신 따님에게는 큰 장점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겁니다.”

하연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주경미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하연은 조용히 난간 앞에 서서 건너편 무대에서 국악 공연을 하고 있는 창자를 바라보았다.

창자는 화려하게 화장하고 소리를 높여 전통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는 나름의 멋이 느껴졌다.

지금 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창자의 목소리와 그가 부르고 있는 전통 노래의 가사는 묘하게도 하연이 처한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저 여성분, 정말 묘하네요.

겸손하지도, 교만하지도 않은 그 태도.

나는 빙 둘러 물어보리라,

그 마음속 깊은 속내를.”

...

주경미는 다시 한번 말을 꺼냈다.

“지난번에 내가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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