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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알면 안 되는 일

종이에 잉크가 번지면서 커다란 얼룩이 생겼다.

하연은 겨우 자세를 바로잡고 글씨를 써냈지만, 그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글씨가 아주 못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결코 아름답다고 할 수 없었다.

상혁은 그녀가 쓴 글자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그렇게 쓰기 어려웠어?”

예전에도 몇몇 명문가 집안 자제들과 같은 서예 수업을 들었는데, 하연은 항상 성적이 가장 낮았다. 그래서 늘 선생님에게 남아 추가로 연습해야 했고, 한 글자를 열 번씩, 합쳐서 백 번을 써야 했다. 그때 하연은 매우 괴로워했다.

“나는 원래 글쓰기에 소질이 없다고요!”

하연의 오빠들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나갔지만, 상혁만은 남아서 하연의 손을 잡고 글씨를 가르쳤다. 그렇게 해서 겨우 글씨를 절반 정도 배울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연은 그 시절을 거의 잊어버렸다.

하연은 갑갑한 기분에 붓을 던져두고, 얼음 통에서 에비앙 물병을 꺼내어 한껏 들이마셨다. 물방울이 턱을 타고 흘러내리자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제야 조금 긴장이 풀렸다.

상혁은 가정부에게 글씨를 가져가서 액자로 만들라고 지시하고는 하연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

하연은 노트북을 켜고 ‘왕씨 가문’을 검색했다.

“왕씨 가문의 현재 가주는 왕아영이라는 사람인데, 올해 마흔이고 아직 결혼은 안 했어요.”

상혁은 그녀를 힐끔 보며 대답했다.

“그 사람을 만났어?”

하연은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여자는 계속 나에게 불만을 품고, 마치 자기 인생의 모든 불행이 내 탓인 것처럼 원망하는 것 같아요. 내가 왕씨 가문에 그 소식을 전했기 때문이라면서요.”

하연은 분노에 가득 차 가슴을 오르락내리락했다.

상혁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자기 무릎 위로 끌어올리며 말했다.

“왕씨 가문은 아들이 없이 딸 둘만 있는 상황에서, 왕명주는 정략결혼을 거부하고 한씨 가문에 시집갔고, 난산으로 죽으면서 왕씨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켰지. 그래서 왕아영이 집안을 이끌어야 했고, 지금까지 결혼도 못 했으니, 불만이 있는 건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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