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우는 홍청하를 진심으로 걱정했다.“됐어요. 얼른 가서 준비해요. 오늘 저녁에 연회를 열 생각이에요. 청하 씨에게 강린파 제자들도 소개해 주고요.”유진우는 홍청하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더니 두 여자 도우미를 불러 홍청하를 부축하여 처소로 돌아가라고 했다.“보스, 청하 씨에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닌가요?”장 어르신이 감탄했다.“청하 씨 오빠에게 목숨을 빚졌으니 도울 수 있는 만큼 도와야죠.”유진우의 눈빛이 어딘가 허전해 보였다.“청하 씨가 보스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네요.”장 어르신의 얼굴에 부러움이 스쳤다.홍청하를 살려주고 고통의 구렁에서 벗어나게 한 것도 모자라 인여경까지 선물했고 또 당주 자리에도 앉혔다.이런 대우는 아무나 받지 못하는 대우였다. 장 어르신은 자신이 만약 여자였더라면 몸도 기꺼이 바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어느덧 어둠이 짙게 깔렸다.풍우 산장의 연회장에 강린파 고위층들이 한데 모여 술을 마시면서 즐거움을 나누고 있었다.5대 파의 당주들도 전부 한자리에 모였다.악당파의 장 어르신, 염룡파의 홍청하, 맹호당의 유군철, 곰파의 석웅걸, 망파의 변대성. 이 5인은 유진우의 유능한 부하들이었다.장 어르신은 무술 실력이 더할 나위 없이 강하고 홍청하는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났다. 유군철은 머리가 영특하고 석웅걸은 의리가 넘치며 변대성은 임기응변에 능했다. 각자 자기만의 장점이 있었다.“홍 당주님, 강린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자, 제가 먼저 한잔 올리겠습니다.”“홍 당주님의 인품은 제가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염룡파가 더욱 찬란하게 발전하길 바랄게요.”“홍 당주님, 전 말주변이 없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 진심은 이 한잔에 담도록 하겠습니다.”4대 당주들이 하나둘 일어나 홍청하에게 술을 따랐다. 그들은 5대 파 중에서 염룡파가 유진우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여 여인이 염룡파 당주가 돼도 절대 무시할 수가 없었다.“고맙습니다.”홍청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한잔
둥근 상 맞은편의 홍청하를 보며 유진우는 멍해졌고 경악한 기색이 역력했다. 약을 탄 사람이 홍청하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당신이었어요? 당신이 어떻게...”장 어르신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라움과 경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눈빛 속에 분노가 가장 짙었다. 유진우가 그렇게 잘해줬던 홍청하가 배신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홍청하는 죄책감에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심지어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대체 왜 그런 거예요?”유진우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힘겹게 물었다.홍길수의 여동생이라는 이유로 홍청하를 자기 친여동생으로 생각했고 무슨 일이든 그녀 편에 서서 도와주었다. 그리고 고통의 구렁에서 벗어나게 했고 심지어 인여궁에도 여러 번 양보했지만 돌아오는 건 배신일 줄은 정말 몰랐다.“인여궁은 나의 집이고 이 사람들은 내 가족이에요.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요. 진심으로 미안해요...”홍청하는 끊임없이 고개를 내저으며 사과했다. 유진우에게 너무도 미안했지만 사부의 뜻을 거스를 수가 없었고 인여궁과 맞서 싸울 용기가 없었다.“인여궁이 당신에게 이런 짓까지 했는데 대체 왜 아직도 체념 못 하고 목숨까지 바치는데요? 대체 왜?”유진우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인여궁에서 쫓겨나고 개보다도 못한 취급을 당하면서도 왜 계속 충성하려는지 유진우는 도무지 이해되질 알았다.“난...”홍청하는 순간 말문이 막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가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침묵을 택했다.“인마, 인제 와서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야?”그때 백수정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청하는 내 제자고 인여궁 사람이야. 그러니 당연히 내 편을 들지. 누굴 탓하려면 어리석은 자신이나 탓해.”“그래! 전투에서는 적을 기만하는 전술을 쓰기도 하잖아. 누가 너더러 여자를 그리 쉽게 믿으라 했어? 쌤통이야 아주!”인여궁 제자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한마디 했다. 마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듯 하나같이 우쭐거
두 사람의 시선을 견디기 힘들어진 홍청하는 어서 그 자리를 벗어나고만 싶었다.“이제 시작인걸. 이 자식은 인여궁 사람들을 이간질하고 연주를 다치게 했으니 이대로 내버려둘 수 없어.”백수정이 인상을 쓰고 말했다. 유진우가 알고 있는 인여궁의 비밀은 너무도 많았다. 이런 보물은 아무도 아는 사람 없이, 그녀의 소유로만 되어야 했다. 그 때문에라도 그녀는 꼭 그를 죽여 입을 막아야 했다!“사부님, 진우 씨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하셨잖아요.”홍청하는 조금 불안했다. 비록 유진우를 배신했지만 그래도 그가 죽는 것은 원치 않았다.“그래? 내가 언제? 청하야, 무서우면 나가 있어, 그래도 돼.”“사부님! 원하시던 인여경이 손에 들어왔는데, 이제 그만하세요.”홍청하가 싹싹 빌었다. 지금 백수정은 정말 살의를 품고 있었다.“청하야, 똑똑히 하는 게 좋을 거야. 넌 인여궁 제자니 인여궁의 처지에서 생각해야지. 이번에 공을 세운 건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해. 인여검법을 수련하면 네게도 전수해 줄 거야. 하지만 조건이 있어. 지금 공개적으로 네 충성심을 증명해 봐.”백수정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어떻게요?”“날 대신해 저 자식을 죽여!”백수정은 살의가 넘치는 눈을 부릅뜨고 손가락으로 유진우를 가리켰다.“안 돼요!”홍청하는 깜짝 놀라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유진우는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데, 은혜를 어떻게 원수로 갚는단 말인가?“청하야, 저놈을 죽이면 널 수석대제자로 임명할게, 어때?”백수정이 홍청하를 회유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이 그녀에겐 무엇보다 재미있었다.“수석 안 할 거예요! 전 못 죽여요!”“내 명령에 불복하는 거야?”“사부님, 부탁드려요, 전 정말 그렇게 못 해요!”홍청하가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백수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쓸모없는 놈, 남자 놈 하나를 왜 못 죽여 안달이야?”“사부님, 전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살인만 하지 않게 해주세요.”“헛소리 마! 명령대로 안 하면 널 쫓아낼 거야!”
홍청하는 검을 들고 복잡한 표정으로 주춤거리며 유진우에게 다가갔다. 절반쯤 갔을 때 그녀가 든 검이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사부님... 전 못 해요. 전 정말 못 해요!”홍청하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백수정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표정에는 비참함과 자책이 섞여 있었다.백수정은 어두운 표정으로 홍청하의 뺨을 내리쳐 그녀를 쓰러뜨렸다.“쓸데없는 놈! 남자 하나도 못 죽이는 주제에 뭘 하려고 그래?”“사부님! 제가 할게요!”사람들 틈에서 차연주가 절뚝거리며 걸어 나왔다. 그녀는 원한 서린 눈길로 유진우를 쏘아보았다. 맞은 건 그렇다 쳐도 자신의 미모를 무시하는 일은 참을 수 없었다.“좋아. 네가 죽여.”백수정이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대제자가 마음에 들었다.“유진우, 이런 날이 있을 줄은 몰랐지? 개 같은 놈, 날 배신해? 오늘 널 공개 처형할 거야!”차연주는 일그러진 웃음을 지으며 유진우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갖지 못하는 건 다른 사람도 가질 수 없었다.‘날 좋아하지 못하겠다면 그냥 죽어.’“멋대로 하다가는 다른 한 쪽 다리도 날려버릴 거야.”“하하하... 죽을 때가 돼서도 고집을 꺾지 않겠다는 거야? 네 부하들은 모두 약에 중독됐어. 제일 센 그 노인네도 지금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간들간들해. 아직도 네가 살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믿지 못하겠으면 직접 해보시든지.”“지랄. 너 같은 놈은 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어!”말을 맺은 차연주는 발을 굴러 뛰어오르고는 유진우의 하체를 공격했다.“하.”유진우는 책상을 쿵 쳤다. 젓가락 한 개가 날아오르더니 그의 손길에 따라 화살처럼 날아가 차연주의 무릎을 관통했다.“아악!”차연주는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녀가 쓰러지기도 전에 손바닥 하나가 그녀의 얼굴을 강타했다. 마찰음과 함께 그녀가 몇 미터 뒤로 날아가 철퍼덕 엎어졌다.“어?”그 모습을 본 인여궁 제자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차연주는 비록 한쪽 다리를 절지만 그래도
차연주는 귀신 들린 듯 소리를 질러댔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듯했다.“청하야, 어떻게 된 거야? 약을 탄 게 아니었어?”백수정은 곱지 않은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의 특제 약은 마스터 급 아래의 사람들은 당해낼 수 없었다.“탔는데요, 술에 분명히 탔어요.”홍청하가 급히 대답했다. 분명 술을 마셨는데 왜 아직도 멀쩡하지?“운 좋게 빠져나갔나 보군.”백수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직접 검을 뽑았다.“본투비 레벨까지 다다른 것도 이미 천재적인 거야. 하지만 난 천재 죽이는 일이 가장 재미있다? 내 손에 죽는 걸 영광으로 알아.”“누가 죽을지는 아직 모르지. 마지막 기회를 줄 테니 꿇어앉아 사과해. 그럼 살려는 줄게.”그 말을 들은 모두가 크게 놀라더니 깔깔 웃어댔다.“야! 너 미쳤어? 네가 뭔데 큰소리야?”“나쁜 놈! 사부님은 반보 마스터 급 강자신데 그 앞에서 설치다니, 죽고 싶나 봐?”“어떤 꼴을 당할지 두고 보자!”인여궁 제자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던졌다.백수정은 인여궁 궁주, 반보 마스터 급 강자로서 연경시에서도 손꼽히는 고수였다. 그런 사람에게 유진우 따위는 상대도 안 될 것이다.“자식,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해? 나더러 빌라고? 네가 감히?”백수정이 이상한 눈길로 유진우를 쏘아보았다. 20대의 청년이 그녀 앞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못 믿겠으면 직접 실험해 보든지.”유진우는 백수정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말했다.“건방진 놈, 널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무시당한 백수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주저 없이 검을 뽑아 들고 유진우를 향해 돌진했다. 검의 위력은 실로 강력해 주변의 책상과 술병들이 흔들릴 정도였다. 그녀가 지나간 길 위에 칼자국이 주욱 그어졌다.“검과 한 몸이 됐어!”“역시 사부님이야, 마스터 급이 아닌 사람들은 이 검을 받아칠 수 없을 거야.”“사부님 손에 죽는다는 게 어디야.”인여궁 제자들은 정신이 번쩍 들어 연신 감탄했다. 그녀들에게 유진우는 이미 죽은
“아...”벽에 매달린 백수정을 본 인여궁 제자들은 매우 놀랐다.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백수정은 그들의 사부였고, 인여궁 궁주였고, 반보 마스터급 강자였고, 최고의 검술 고수였다. 그런 사람이 유진우에게 처참하게 패배했다.말도 안 돼!“이...이럴 수가? 사부님이 지다니?”“내 착각일 거야. 사부님이 질 리가 없어.”“왜? 왜 이런 건데?”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사람들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강하게만 보였던 백수정이 이렇게 패배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너... 대체 누구야?”풍자 할멈은 표정이 금세 변해 안절부절못했다. 백수정의 상처가 다 낫지 않았다지만 일반인에게 질 정도는 아니었다.“내 땅에서 설치고 다니면서 내가 누구냐니?”유진우는 살기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그럴 리 없어! 넌 사부님한테 안 돼. 비열한 방법을 쓴 거지?”정신을 차린 차연주가 유진우를 질책했다.“맞아! 사부님이 왜 너한테 지겠어? 급습이라니 정말 비겁하다.”인여궁 제자들이 그에 맞장구를 쳤다. 방금 일어난 일은 너무 빨라서 어떻게 된 건지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 하기에 유진우가 비겁한 방법을 썼을 거라 단정지은 것이다.그리고 백수정의 상처가 채 회복되지 않았고, 적을 쉽게 봤기에 이런 상황이 생겼을 것으로 생각했다.생각을 정리한 그들은 안정을 회복했고, 유진우라는 적을 더욱 괄시하게 되었다.이때 벽의 돌들이 조금 떨어지며 벽에 박힌 백수정도 정신을 회복했다. 그녀는 어지러운 머리를 털며 볼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입을 벌리자, 치아 몇 개가 떨어져 나왔다. 피로 얼룩진 얼굴은 보기 흉했다.“감히 날 때려? 네가 감히?”백수정은 이를 악물었다. 사람에게 맞고 벽에 박히기까지 하다니, 인여궁 궁주로서 오늘보다 창피한 날은 없었다. 그녀의 위엄과 체면이 모두 깨져버렸다.“넌 죽었어, 너와 네 가족까지 모두 죽여버릴 거야!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백수정은 생각할수록 화가 나 고함을 지르며 유진우에게 달려들었다
짝!“이건, 앞뒤가 모순된 것.”짝!“이건, 감히 제자를 받은 것.”짝!“이건,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것.”“...”유진우는 한 대씩 설명을 덧붙이며 힘껏 백수정을 때렸다. 백수정은 처참한 몰골이 되어있었다.“아...”미친 듯이 맞아대는 백수정을 보며 인여궁 제자들은 놀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입을 쩍 벌리고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유진우가 비겁한 방법으로 백수정을 이긴 줄 알았는데, 이 광경을 보니 그녀들이 한참 잘못 짚었다!짝, 짝, 짝...유진우는 아직도 백수정을 때리고 있었다. 인여궁 제자들은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 없이 그 광경을 보고만 있었다. 사부님도 당했는데, 그녀들이 유진우와 맞서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그만해요!”백수정의 숨이 간들간들해졌을 때, 홍청하가 뛰쳐나가 백수정의 앞을 막은 채 단호하게 말했다.“때리려면 날 때려요! 저희 사부님은 건드리지 마요!”“응?”유진우는 눈썹을 찌푸리며 손을 들어 내리치려다 홍길수의 얼굴이 떠올라 손을 서서히 내렸다.“유진우 씨, 못 할 짓한 거 알아요. 하지만 제 사부님이 다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어요. 차라리 절 때려요.”홍청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효심이 지극하네요. 이렇게 사부님을 감싸고 돌다니, 이런 걸 보통, 의리 있다고 하죠?”유진우는‘의리 있다’ 에 악센트를 실어 말했다.“아...”홍청하는 말문이 막혔다. 죄책감이 들었지만, 자신이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안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을 위해 사부와 척질 수는 없었다.“유진우 씨, 내게 원한 있는 거 알아요. 반격 안 할 테니 몇 대 때리고 화 풀어요. 하지만 때리고 나서는 넘어가야 해요!”“됐어요. 당신을 때려봤자 제 손만 더러워질 뿐이에요.”홍길수의 동생이라 열심히 도와주고 양보도 했는데 그 성의를 무시하다니, 그럼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었다. 여기까지 한 걸로 족했다.“유진우 씨, 잘 대해주신 거 알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 오늘부로 사부님과의 일은
그 말을 들은 유진우가 피식 웃었다.“홍청하 씨, 왜 이렇게 이중잣대를 들이밀어요? 당신 사부가 앞뒤 다른 말 할 때, 은혜를 원수로 갚을 때, 내 술에 약을 타라고 당신을 사주할 때, 방금 날 죽이려 들었을 때는 막무가내란 생각 안 했어요? 힘으로 안 될 것 같으니 어떻게든 설득하려 하고, 웃긴다는 생각 안 해요?”유진우가 위험에 처했을 때 홍청하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데 백수정이 위험에 처하니 갖은 방법을 다 쓰고 있었다. 정말 눈 뜨고 봐줄 수 없었다.“난...”유진우의 질문 공격에 홍청하는 말문이 턱 막혔다. 핑곗거리를 찾지 못한 그녀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말했다.“다 당신을 위한 거예요!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사부님 인맥이 얼마나 넓은데, 잘못했다간 고수들에게 미움받을 거예요. 그럼, 유진우 씨에게 좋을 것 하나도 없어요.”“다들 절 눈엣가시로 보는데, 인여궁 하나 정도는 일도 아니죠.”유진우가 차갑게 말했다. 그는 이미 공공의 적이었는데, 인여궁 하나가 더 들어온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었다.“말이 안 통하네요!”홍청하는 화가 나 어쩔 줄 몰랐다. 백수정이 다치지 않았다면 유진우에게 질 수 있었을까? 좋은 마음으로 알려줬더니 유진우는 그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홍청하 씨, 더 이상 그쪽이랑 얘기하고 싶지 않네요. 당신 오빠를 봐서 한 번은 놓아줄게요. 이게 마지막이에요. 다시 절 건드린다면 그땐 정말 놔주지 않을 거예요. 지금 당장 풍우 산장에서 꺼져요!”유진우가 소리쳤다. 강한 위압이 풍겨 나왔다. 인여궁 제자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물러났다. 홍청하도 깜짝 놀라 입을 반쯤 벌린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빨리! 빨리 궁주님을 모셔가!”풍자 할멈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는 급히 백수정을 데려가라 명령하고 도망쳤다. 오늘은 이대로 망한 것이다. 하지만 백수정이 무사하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유진우! 나와서 죽어!”이때 위엄 있는 고함이 들려왔다. 그 소리는 풍우 산장을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