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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둥근 상 맞은편의 홍청하를 보며 유진우는 멍해졌고 경악한 기색이 역력했다. 약을 탄 사람이 홍청하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당신이었어요? 당신이 어떻게...”

장 어르신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라움과 경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눈빛 속에 분노가 가장 짙었다. 유진우가 그렇게 잘해줬던 홍청하가 배신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홍청하는 죄책감에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심지어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대체 왜 그런 거예요?”

유진우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힘겹게 물었다.

홍길수의 여동생이라는 이유로 홍청하를 자기 친여동생으로 생각했고 무슨 일이든 그녀 편에 서서 도와주었다. 그리고 고통의 구렁에서 벗어나게 했고 심지어 인여궁에도 여러 번 양보했지만 돌아오는 건 배신일 줄은 정말 몰랐다.

“인여궁은 나의 집이고 이 사람들은 내 가족이에요.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요. 진심으로 미안해요...”

홍청하는 끊임없이 고개를 내저으며 사과했다. 유진우에게 너무도 미안했지만 사부의 뜻을 거스를 수가 없었고 인여궁과 맞서 싸울 용기가 없었다.

“인여궁이 당신에게 이런 짓까지 했는데 대체 왜 아직도 체념 못 하고 목숨까지 바치는데요? 대체 왜?”

유진우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인여궁에서 쫓겨나고 개보다도 못한 취급을 당하면서도 왜 계속 충성하려는지 유진우는 도무지 이해되질 알았다.

“난...”

홍청하는 순간 말문이 막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가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침묵을 택했다.

“인마, 인제 와서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그때 백수정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청하는 내 제자고 인여궁 사람이야. 그러니 당연히 내 편을 들지. 누굴 탓하려면 어리석은 자신이나 탓해.”

“그래! 전투에서는 적을 기만하는 전술을 쓰기도 하잖아. 누가 너더러 여자를 그리 쉽게 믿으라 했어? 쌤통이야 아주!”

인여궁 제자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한마디 했다. 마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듯 하나같이 우쭐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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