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용명이 죽은 뒤 그는 계속해 주시하고 있었다. 강남 무도 연맹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했다.“어서 앉으시죠.”송만규는 담담하게 웃으며 그들을 자리로 안내했다. 소홍도는 스스럼없이 자리에 앉아 질문했다.“송 맹주님, 오늘 결투 어떻게 보십니까?”“당연히 눈으로 보죠.”“하하... 정말 재미있으시네요. 자양지존은 제자 도규현의 복수를 위해 왔다던데, 그 천재 오늘은 좀 위험하겠네요.”“그건 운명에 맡겨야죠.”“강남 무도 연맹에서 어렵게 나온 천재인데, 죽어도 괜찮다는 말씀입니까?”“천재긴 하지만 성품이 좋지 못하면 안 되죠.”“맞아요! 아버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범인으로서 죽어 마땅합니다.”황보추가 끼어들었다.“죽을지 말지는 곧 알게 되겠지.”소홍도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는 오늘 구경하러 온 거였다. 강남 무도 연맹의 내부 싸움도 격렬할수록 좋다고 생각했다.“와! 예쁜 여자들이 왜 이렇게 많아?”이때 탄성이 들려왔다. 수려한 외모의 여자들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모두 손에 장검을 든 것이 보통 여자들은 아니었다. 바로 인여궁 사람들이었다!“어머! 어디서 여자 무사들이 이렇게나 많이 온 거야? 너무 예쁜 거 아니야?”“옷을 보니 연경 인여궁 사람들 같아.”“인여궁? 모두 재능이 뛰어나고 아름다운 여자 제자들이라 들었는데, 역시 그러네!”“눈 호강이네. 저들 중 한 명과 결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사람들이 웅성댔다. 특히 남자 무사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여자 무사는 원래도 적은데, 한꺼번에 이렇게나 많이 등장하니 시선을 끌 수밖에 없었다.“선배, 여기 무사들은 다 왜 이래요? 너무 역겨워요.”“강남과 연경을 어떻게 비교해. 이런 곳은 볼 가치도 없어.”“우리가 너무 예뻐서 그런가 봐요. 가끔은 예쁜 게 죄네요.”인여궁 제자들의 콧대가 한껏 올라갔다. 그녀들은 주목받는 걸 은근히 즐겼다. 그녀들의 특권 같은 거였다. 남자들은 그들에게 굽신거리며 한껏 떠받들어야 했다.“사부님, 유진우
유진우가 나오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분노, 원한, 놀라움, 비웃음, 무시. 각종 감정을 담은 시선들이 한데 얽혀 유진우의 몸에 내리꽂혔다.황보용명의 죽음으로 유진우는 거의 모든 무사의 눈엣가시가 되었다. 오늘도 자양지존이 어떻게 그를 죽일까 보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네요.”장 어르신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청양호 주위에 사람들이 빼곡히 서 있었다. 대부분 사람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절 깎아내리려고 왔을 거예요.”유진우는 태연하게 그들을 마주했다. 도전장을 받는 순간부터 오늘 싸움은 일반 싸움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지금이라도 돌아가죠? 무도 마스터는 일반 상대가 아니에요. 체면보단 목숨이 중요하지 않아요?”장 어르신이 낮게 말했다. 그는 유진우의 실력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자양지존은 강남에 이름을 알린 무도 마스터였다. 두 사람의 차이는 어마어마했다.마스터 아래는 모두 똑같다. 그건 누구도 깰 수 없는 철칙이었다.“이제 와서 도망가는 게 어디 있어요?”“무도 마스터는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신 같은 존재입니다. 다시 한번만 생각해 보세요!”“걱정 마요. 전 다 계획이 있어요.”유진우가 작게 웃었다. 자양지존은 강한 상대였지만 유진우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유진우 씨...”이때 홍청하가 복잡한 표정으로 그를 향해 걸어왔다.“무슨 일입니까?”유진우는 금세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 어젯밤 두 사람은 완전히 갈라섰다.“진우 씨, 결투를 포기하세요.”“이유는요?”“진우 씨 생각해서요. 자양지존은 무도 마스터예요. 유진우 씨보다 훨씬 강하다고요.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예요!”“제 일에 신경 쓰지 마시고, 사부님한테 가세요.”“이러지 마요. 진우 씨가 살아있었으면 해서 하는 말인데 왜 계속 죽으려 들어요?”“싸우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내가 죽는다고 확신합니까?”“꼭 싸워봐야 알아요? 자양지존은 무도 마스터라고요. 당신은 뭔데요? 사부님이 다치지 않으셨다면 어제 같은 일은 없었을
“인여경요?”유진우는 잠깐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코웃음을 쳤다.“결국에는 다 그것 때문이었네요?”상대가 그래도 양심이 있어서 유진우의 안전을 걱정하여 설득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 다 거짓이었다. 그녀의 최종 목적은 그저 인여경이었다.“진우 씨, 인여경은 나에게 정말 중요해요. 그러니 돌려줬으면 좋겠어요.”홍청하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지만 눈빛만큼은 아주 확고했다.“인여경을 이미 청하 씨에게 주었는데 다시 달라고 하는 건 무슨 경우인가요?”유진우의 표정이 점점 차가워졌다.“시치미 떼지 말아요. 당신이 인여경을 훔쳐 갔다는 거 다 알아요. 지금이라도 내놓으면 앞으로 그래도 친구는 할 수 있어요.”홍청하가 진지하게 말했다.“일단 이것부터 바로 잡을게요. 인여경은 내가 훔친 게 아니라 당신들이 잃어버린 거예요. 당신들 문제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요. 그리고 당신 같은 사람과는 친구 못해요.”유진우는 대놓고 비아냥거렸다.“진우 씨,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 인여경은 당신에게 아무런 쓸모가 없잖아요. 인심 쓰는 셈 치고 나에게 돌려주면 얼마나 좋아요.”홍청하가 눈살을 찌푸렸다. 전까지만 해도 유진우가 꽤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인제 보니 그냥 위선자였다.‘인여경을 일부러 훔쳐 가서 내가 먼저 화해를 청하게 만들어? 정말 비겁한 놈이야!’“귀먹었어요? 한 번 더 얘기하는데 인여경 나에게 없다고요. 그리고 내가 가져갔다면 또 어쩔 건데요? 인여경을 싹 다 태워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 같은 사람에게는 절대 못 줘요.”유진우가 냉랭하게 쏘아붙였다.“당신!”홍청하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말문이 막혀버렸다.‘역시 간사하고 속 좁은 놈이었어.’“유진우 씨, 인여경은 원래 우리 인여궁의 물건인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못 준다는 건데요?”홍청하가 참다못해 발끈했다.“계속 이렇게 억지를 부렸다간 당신이 저지른 추악한 짓을 싹 다 까발릴 거예요. 나중에 지위도 명예도 잃게 되면 후회해도 늦어요.”“허허... 지금 날 협박하는 겁니까?”
그녀의 욕설에도 유진우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갈 길을 갔다. 이미 모든 성의를 다 보여줬는데도 홍청하는 고집불통이었고 인여궁의 백수정 등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다 한통속이었다.그가 아무리 도와주고 설득해도 고마운 줄을 모르고 되레 배신까지 했다. 이런 여자는 정말 치료할 약도 없다. 더는 그녀의 일에 끼어들어봤자 득이 될 게 없으니 아예 남 취급하는 게 더 편했다.“어떻게 됐어? 인여경 가져왔어?”그때 백수정이 한 무리 제자들과 함께 다가왔다.어젯밤 인여경을 잃어버린 후 백수정은 줄곧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하여 유진우를 보자마자 홍청하에게 인여궁의 보물을 다시 찾아오라고 한 것이었다.“사부님, 그 자식이 주기는커녕 되레 제 뺨을 때렸어요.”홍청하는 억울하다는 듯 얼굴을 움켜쥐었다.“뭐? 안 준다고?”백수정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일단 그 자식의 마음부터 잡고 살살 꼬셔서 가져오라고 했잖아. 어떻게 했는데?”“당연히 그렇게 했죠. 그런데 유진우는 끄떡도 하지 않았어요. 어찌나 절 경계하는지 아예 줄 생각이 없더라고요.”홍청하가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쓸모없는 것 같으니라고. 이런 작은 일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해?”백수정이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주변에 사람이 적었더라면 아마 홍청하의 뺨을 날려서라도 화풀이했을 것이다.“사부님, 유진우가 인여경을 훔친 게 맞다면 풍우 산장에 있는 게 틀림없어요.”홍청하가 갑자기 말했다.“그래서 어쩔 건데?”백수정이 그녀를 째려보며 말했다.“우리에게는 절호의 기회죠.”홍청하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었다.“사부님, 오늘 결투에서 유진우는 반드시 질 거고 어쩌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요. 유진우만 죽는다면 우린 무서울 사람이 없잖아요? 그때 다시 풍우 산장에 가면 인여경을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음... 일리가 있어.”백수정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하지만 풍우 산장에 보는 눈이 많아서 몰래 찾는 건 쉽지 않을 텐데.”“사부님, 굳이 그
예전에 유진우에게 폭행당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도민향은 눈앞의 유진우가 뼈에 사무치도록 미웠다. 오늘 드디어 유진우에게 복수할 기회가 생겼다.“쓸데없는 얘기 그만하고 자양지존더러 나오라고 해.”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흥! 우리 사부와 겨루기 전에 우리부터 넘어서야 해.”그때 엄청난 기운이 갑자기 인파 속에서 터져 나왔다. 곧이어 남녀 한 쌍이 펄쩍 뛰어오르더니 순식간에 십여 미터를 넘어 도씨 가문의 진영 앞에 살포시 착지했다.남자는 훤칠한 키에 눈빛이 날카로웠고 기운이 불같아 당장이라도 폭발할 정도로 뜨거웠다. 그와 반대로 여자는 자태가 부드럽고 아름다웠으며 표정이 무덤덤했다. 또 기운이 얼음처럼 차가우면서도 날카로웠다. 얼음과 불인 두 남녀는 완전히 극과 극이었다.“선배님들,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두 사람을 보자마자 도규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누가 널 괴롭혔다는데 당연히 와봐야지.”남자는 호탕하게 웃었고 여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걸로 인사를 대신했다.“규현아, 이 두 분은...”도장수가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아버지, 제가 소개해드릴게요. 이분은 저의 큰 선배님 진화이고 이분은 둘째 선배님 김설인데 두 사람 부부예요. 게다가 이분들이 바로 스카이 랭킹에서 이름을 떨친 빙화쌍살입니다.”도규현이 두 사람을 소개했다.“빙화쌍살?”그 말에 주변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빙화쌍살은 스카이 랭킹 5위와 6위인 최고의 강자들이다. 한 사람만 나서도 가는 곳마다 적을 무너뜨릴 정도로 대적할 자가 없는데 그런 두 사람이 손을 잡는다면 그 실력은 그야말로 극에 달한다. 마스터급 이하라면 그들을 당해낼 자가 아무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빙화쌍살까지 왔어? 오늘 고수들이 한자리에 다 모였구나!”“빙화쌍살은 도규현의 선배님들이셔. 기세를 보아하니 후배를 위해 나설 모양이야.”“흥, 유진우 저 녀석 오늘 혼 좀 제대로 나겠구나.”사람들은 저마다 이러쿵저러쿵 수군거리며 지적했다. 놀란 것도 사실이지만 고소해하는 사
진화가 주먹을 뻗었을 때 장 어르신도 갑자기 움직이더니 재빨리 펄쩍 뛰어올라 주먹을 뻗었다. 엄청난 진기가 덮어져 있는 장 어르신의 주먹과 진화의 불 주먹이 서로 부딪혔다.쾅!폭발음과 함께 기운이 폭발하면서 불꽃이 사방에 튀었다.장 어르신은 몸을 잠깐 비틀거리다가 바로 중심을 잡았다. 그런데 그런 그와 달리 진화는 열몇 걸음 연신 뒤로 물러났고 걸음마다 바닥에 깊은 발자국이 생겼다.누가 실력이 강하고 약한지 순식간에 판가름 났다.“X발, 저 영감은 누구야? 스카이 랭킹 5위인 고수를 단번에 제압했어.”“진화보다도 실력이 더 강하다니, 보통 사람이 아니야!”“역시 강남에는 강자들이 숨어있다니까. 갑자기 나타난 영감도 이렇게나 강해.”장 어르신이 선보인 실력에 적지 않은 사람이 충격에 빠졌다.삐쩍 마른 영감이 단지 주먹만으로 진화를 이겼다는 건 그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뜻한다.“너 누구야? 누군데 감히 날 막아?”체면이 구겨진 진화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멀고도 먼 연경에서 온 그들은 이곳에서 한껏 위세를 펼칠 줄 알았다. 그런데 주먹을 뻗자마자 체면을 구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한낱 무명인일 뿐이야.”장 어르신이 덤덤하게 말했다.“말 안 하겠다 이거야? 그래, 그럼 오늘 입을 열 때까지 제대로 때려줄게.”더는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었던 진화는 다시 한번 몸을 날렸다. 이번에는 타깃을 장 어르신으로 잡았다.“지열권!”장 어르신에게 가까이 가는 동시에 진화는 번개처럼 빠른 두 주먹을 미친 듯이 휘둘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주먹을 열여덟 번이나 뻗었다. 주먹의 잔영이 하늘을 뒤덮었고 마치 거미줄처럼 장 어르신을 덮치려 했다. 게다가 불꽃까지 띄고 있었는데 살짝만 닿아도 몸에 불이 달릴 수 있었다.“그냥 보잘것없는 재주일 뿐이야.”장 어르신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주먹을 뻗었다. 좌우로 가볍게 밀면서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태극권을 이용하여 진화의 열여덟 번의 주먹을 단숨에 제압해버렸다.진화의 맹렬한 주먹은 장 어르신의
송만규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였다.‘반보 마스터급 고수라면 무도 연맹의 장로 자리에 앉을 자격이 충분할 텐데 왜 유진우의 곁에 있는 거지? 혹시 거금을 들여서 도와달라고 모셔온 분인가?’“하룻밤 사이에 저 영감탱이의 실력이 또 는 것 같아.”그 시각 백수정은 어두운 안색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원한이 더욱 짙어졌다.그녀는 반보 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른 지 수년이나 지났지만 지금까지 다음 단계로 돌파하지 못했다. 그런데 저 비쩍 마른 영감은 아직도 실력이 늘고 있다. 이러니 어찌 질투가 안 나겠는가?“X발, 저 영감탱이 대체 정체가 뭐예요? 빙화쌍살까지 막지 못하다니.”도민향이 조급해하기 시작했다.“진정해. 지금 상황을 보면 빙화쌍살이 아직 우세를 차지하고 있어.”도장수가 수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스카이 랭킹 5위와 6위는 절대 허울뿐이 아니다. 손을 잡으면 실력이 배가 되기에 언젠가는 상대를 무너뜨릴 것이다.“걱정하지 마. 저 영감은 우리 선배님들을 이기지 못해.”도규현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내가 장담하는데 아마 3분 내로 지게 될 거야.”“으악!”그런데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왔다.힘이 빠진 진화가 갑자기 장 어르신의 주먹에 가슴을 맞고 수 미터 날아가더니 나무에 세게 부딪혀 피를 콸콸 토했다.“선배!”화들짝 놀란 김설이 공격을 잠시 멈추었다. 그녀가 방심한 순간 장 어르신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김설의 등을 힘껏 내리쳤다. 김설도 수 미터 날아가 진화 옆에 떨어졌고 시뻘건 피를 토해냈다.전세가 순식간에 역전되고 말았다.“뭐야? 빙화쌍살이 졌어?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세상에나. 저 영감 대박인데? 일대 이로 싸웠는데도 이겼어.”“역시 실력을 숨긴 고수였구나.”장 어르신의 승리로 현장은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다. 이름도 모르는 강자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깊어졌다.“말도 안 돼!”도규현의 얼굴에 지어졌던 미소가 굳어졌고 그 대신 충격이 가득했다. 두 선배가 영감에게 질 거라
“뭐야?”휙 날아간 장 어르신을 보며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입을 쩍 벌렸다.조금 전 그들은 장 어르신의 실력을 똑똑히 목격했었다. 혼자서 빙화쌍살을 손쉽게 해결하는 모습이 참으로 위풍당당했다.그런데 그런 강자가 나뭇잎에 피를 흘리고 쓰러지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건 나뭇잎이 1㎞ 밖에서 날아왔다는 것이다.대체 누구이기에 1㎞ 밖에서 얼굴도 드러내지 않고 반보 마스터급 강자에게 중상을 입혔단 말인가?“왔어요!”많은 사람의 주목 속에 하얀 옷차림에 얼굴은 동안이지만 백발인 한 노인이 청양호의 끝자락에 불쑥 나타났다.노인은 뒷짐을 진 채 마치 땅을 걷듯 호수면 위에서 성큼성큼 걸어왔다. 발을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수면에 물결이 일렁거렸고 놀란 물고기들이 펄쩍펄쩍 뛰어올랐다.얼핏 보면 하늘에서 신이 구름을 타고 유유히 내려온 것만 같았다. 노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남다른 분위기가 흘러넘쳤다.“수면 위에서 저렇게도 가볍게 걸어 다니다니, 무도 마스터가 틀림없어!”인파 속에서 누군가가 소리 높이 말했다. 그 순간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마스터를 직접 본 사람이 매우 적었고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마스터의 위엄을 느낄 일은 더더욱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무도 마스터는 신과도 같아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그렇게 되는 어려웠다. 그런 마스터를 직접 보았으니 당연히 놀랄 만도 했다.“사부님.”백발의 노인을 보자마자 도규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조마조마했던 마음도 드디어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두 선배가 패배하면서 사실 도규현은 속으로 무척이나 당황했었다. 그런데 이젠 사부가 왔으니 당연히 당해낼 자가 없다고 생각했다.“저분이 바로 자양지존이셔? 역시 명불허전이구나.”도장수는 놀라면서도 기뻐했다. 1㎞ 밖에서 고작 나뭇잎 하나로 반보 마스터급 강자를 이겼다. 정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실력이었다.“하하... 우리의 구세주가 드디어 왔어!”넋을 잃은 것도 잠시 도민향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