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만규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였다.‘반보 마스터급 고수라면 무도 연맹의 장로 자리에 앉을 자격이 충분할 텐데 왜 유진우의 곁에 있는 거지? 혹시 거금을 들여서 도와달라고 모셔온 분인가?’“하룻밤 사이에 저 영감탱이의 실력이 또 는 것 같아.”그 시각 백수정은 어두운 안색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원한이 더욱 짙어졌다.그녀는 반보 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른 지 수년이나 지났지만 지금까지 다음 단계로 돌파하지 못했다. 그런데 저 비쩍 마른 영감은 아직도 실력이 늘고 있다. 이러니 어찌 질투가 안 나겠는가?“X발, 저 영감탱이 대체 정체가 뭐예요? 빙화쌍살까지 막지 못하다니.”도민향이 조급해하기 시작했다.“진정해. 지금 상황을 보면 빙화쌍살이 아직 우세를 차지하고 있어.”도장수가 수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스카이 랭킹 5위와 6위는 절대 허울뿐이 아니다. 손을 잡으면 실력이 배가 되기에 언젠가는 상대를 무너뜨릴 것이다.“걱정하지 마. 저 영감은 우리 선배님들을 이기지 못해.”도규현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내가 장담하는데 아마 3분 내로 지게 될 거야.”“으악!”그런데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왔다.힘이 빠진 진화가 갑자기 장 어르신의 주먹에 가슴을 맞고 수 미터 날아가더니 나무에 세게 부딪혀 피를 콸콸 토했다.“선배!”화들짝 놀란 김설이 공격을 잠시 멈추었다. 그녀가 방심한 순간 장 어르신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김설의 등을 힘껏 내리쳤다. 김설도 수 미터 날아가 진화 옆에 떨어졌고 시뻘건 피를 토해냈다.전세가 순식간에 역전되고 말았다.“뭐야? 빙화쌍살이 졌어?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세상에나. 저 영감 대박인데? 일대 이로 싸웠는데도 이겼어.”“역시 실력을 숨긴 고수였구나.”장 어르신의 승리로 현장은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다. 이름도 모르는 강자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깊어졌다.“말도 안 돼!”도규현의 얼굴에 지어졌던 미소가 굳어졌고 그 대신 충격이 가득했다. 두 선배가 영감에게 질 거라
“뭐야?”휙 날아간 장 어르신을 보며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입을 쩍 벌렸다.조금 전 그들은 장 어르신의 실력을 똑똑히 목격했었다. 혼자서 빙화쌍살을 손쉽게 해결하는 모습이 참으로 위풍당당했다.그런데 그런 강자가 나뭇잎에 피를 흘리고 쓰러지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건 나뭇잎이 1㎞ 밖에서 날아왔다는 것이다.대체 누구이기에 1㎞ 밖에서 얼굴도 드러내지 않고 반보 마스터급 강자에게 중상을 입혔단 말인가?“왔어요!”많은 사람의 주목 속에 하얀 옷차림에 얼굴은 동안이지만 백발인 한 노인이 청양호의 끝자락에 불쑥 나타났다.노인은 뒷짐을 진 채 마치 땅을 걷듯 호수면 위에서 성큼성큼 걸어왔다. 발을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수면에 물결이 일렁거렸고 놀란 물고기들이 펄쩍펄쩍 뛰어올랐다.얼핏 보면 하늘에서 신이 구름을 타고 유유히 내려온 것만 같았다. 노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남다른 분위기가 흘러넘쳤다.“수면 위에서 저렇게도 가볍게 걸어 다니다니, 무도 마스터가 틀림없어!”인파 속에서 누군가가 소리 높이 말했다. 그 순간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마스터를 직접 본 사람이 매우 적었고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마스터의 위엄을 느낄 일은 더더욱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무도 마스터는 신과도 같아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그렇게 되는 어려웠다. 그런 마스터를 직접 보았으니 당연히 놀랄 만도 했다.“사부님.”백발의 노인을 보자마자 도규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조마조마했던 마음도 드디어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두 선배가 패배하면서 사실 도규현은 속으로 무척이나 당황했었다. 그런데 이젠 사부가 왔으니 당연히 당해낼 자가 없다고 생각했다.“저분이 바로 자양지존이셔? 역시 명불허전이구나.”도장수는 놀라면서도 기뻐했다. 1㎞ 밖에서 고작 나뭇잎 하나로 반보 마스터급 강자를 이겼다. 정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실력이었다.“하하... 우리의 구세주가 드디어 왔어!”넋을 잃은 것도 잠시 도민향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퍽!수구가 터졌고 안에서 헤엄치던 물고기마저도 터져버리고 말았다.“뭐야?”예상 밖의 상황에 자양지존이 눈살을 찌푸렸다. 조금 전 대충 날린 공격이긴 하지만 일반인이 막아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자양지존, 당신의 상대는 나야.”유진우는 성큼성큼 다가가 장 어르신의 앞을 막아섰다.“네가 유진우야?”자양지존은 유진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눈빛이 싸늘하고 날카로웠으며 기세도 살벌했다. 마치 높은 곳에 있는 신이 한낱 개미 같은 비천한 인간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그래.”유진우가 덤덤하게 대답했다.“그동안의 수련을 전부 망가뜨리고 두 손을 자른 후 내 제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사과한다면 목숨은 살려줄게.”자양지존이 싸늘하게 말했다. 말투는 차분했지만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풍겼다.“유진우, 들었어? 당장 수련을 망가뜨리고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도규현이 거들먹거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 유진우에게 모욕을 줄 기회가 생겼는데 당연히 놓칠 리가 없었다. 유진우가 무술 실력을 잃는다면 앞으로 마음껏 가지고 놀아도 되었다.“흥! 개보다도 못한 목숨을 건질 기회가 있다니, 정말 운도 좋아.”도민향은 팔짱을 낀 채 유진우를 경멸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양지존이 너무 자비를 베푼다고 생각했다. 그녀였더라면 그냥 죽였을 텐데.“싸우기도 전에 큰소리부터 쳐? 자신감이 너무 넘치는 거 아니야?”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뭐야? 그럼 나에게 도전이라도 하겠다는 거야?”자양지존이 옆을 슬쩍 흘겼을 뿐인데 광풍이 휘몰아치면서 물결이 연신 일렁거렸다.“아니,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같은데.”유진우의 눈빛도 점점 날카로워졌다.“당신에게 도전하는 게 아니라 다시는 일어나지도 못하게 만들 거거든.”쿵!그의 말에 현장이 떠들썩해졌다.“세상에나. 저 자식 미쳤어? 감히 자양지존 님에게 저런 막말을 해?”“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저 녀석은 무도 마스터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예 몰라.”“어린 나이에 저렇게 나대? 정말 죽
정말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갑자기 조용해졌다.사람들은 하나같이 넋을 잃은 표정이었고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강하기로 명성을 떨친 자양지존이 단 일격에 물에 빠질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자양지존은 무도 마스터이다. 일반 무사에게 있어서는 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손가락만 까딱해도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고 대충 가한 공격으로도 본투비 레벨 고수를 죽일 수 있었다.그런 최고 고수라면 아주 압도적으로 이겨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지금 이건 무슨 상황이지? 단 일격에 신이라 불리는 자양지존이 패배하고 말았다.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잠깐의 침묵 후 청양호 주변이 들끓기 시작했다.“세상에나!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자양지존이 물에 빠졌어?”“아니야, 말도 안 돼. 마스터는 신이나 다름없어. 일반인이 어떻게 신을 이길 수 있어?”“...”“마스터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마스터밖에 없어. 그렇다면 저 사람 설마 마스터야?”“소년 마스터! 소년 마스터야!”“우리 강남 무도 연맹에 엄청난 괴물이 나타났다!”호수 면에 우뚝 서 있는 유진우를 보며 사람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저마다 입을 쩍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말... 말도 안 돼. 저... 저놈이 무도 마스터였어?”도규현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낯빛이 사색이 되었다. 유진우의 실력이 단지 자신보다 조금 더 강한 줄 알았는데 이미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무도 마스터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그렇다면 도규현을 죽이는 건 개미 새끼를 밟아 죽이는 것처럼 쉬웠다. 너무나도 큰 충격에 도규현은 거의 절망에 빠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도씨 가문의 다른 가족들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대체 왜? 저놈 왜 저렇게 강한 거야?”차연주는 도무지 믿을 수 없어 연신 고개를 저었다. 그녀에게 쩔쩔맨다고 생각했던 유진우가 이렇게 강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망했어요, 망했어요... 우리 소년 마스터를 건드
느닷없이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조금 전 물에 빠졌던 자양지존이었다.헝클어진 머리에 물에 빠진 생쥐 꼴처럼 온몸이 흠뻑 젖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다친 곳이 없긴 했지만 처음에 보았던 마스터의 위엄은 사라지고 말았다.“사부님이 살아계셨어? 너무 다행이야!”그 모습에 도규현 일행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다시 배짱이 두둑해졌다. 조금 전까지 절망에 빠졌던 사람들도 희망을 되찾았다.유진우가 소년 마스터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양지존도 마스터라서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조금 전에는 상대를 너무 얕잡아본 바람에 당한 것이었다.제대로 붙는다면 마스터 경지에 다다른 지 오랜 시간인 자양지존의 실력이 훨씬 뛰어날 것이다.“인마, 감히 날 기습해?”물에서 나온 자양지존이 이를 꽉 깨물고 흉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눈빛은 마치 당장이라도 상대를 집어삼킬 듯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초라했던 적이 없었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 때문에 위엄을 잃고 말았다. 이보다 더 치욕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기습? 방금 먼저 공격한 건 당신이야.”유진우는 뒷짐을 진 채 호수면 위에 서 있었다. 물결이 일렁임에 따라 몸도 따라서 움직였다.“흥! 방금은 내가 널 얕잡아봐서 틈을 준 거야. 이번에는 절대 봐주지 않아. 마스터와 마스터의 차이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게.”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양지존이 발끝으로 호수 면을 밟자 물보라가 사방에 튀었다. 동시에 그는 마치 화살처럼 튕겨 나가 유진우에게 맹공격을 가하려 했다.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호수 면이 갈라지면서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났다.유진우는 전혀 두려움 없는 기색으로 동시에 몸을 날려 정면으로 맞섰다. 두 사람은 마치 쏜살같이 달리는 자동차처럼 좌우로 날아가 그대로 부딪혔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산과 땅이 뒤흔들렸다. 부딪힌 곳을 중심으로 호수 면에서 순식간에 십여 미터에 달하는 물보라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에너지가 갑자기 폭발하여 대량의 파도가 일렁이면서 사방으로 맹렬
“헐...”하늘을 뒤덮은 피를 보며 사람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 다들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이렇게도 충격적인 광경이 눈앞에 펼쳐질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아까 이긴 거 아니었나? 그런데 왜 갑자기 폭발한 걸까?자양지존이 누구인가?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무도 마스터이자 하늘의 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런 존재가 죽었다고? 이게 정말 사실이란 말인가?“사... 사부님?”도규현은 입을 쩍 벌린 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그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못하는 게 없을 정도로 재주가 대단하신 사부가 갑자기 몸이 폭발해버렸다. 심지어 시신조차 남지 않았다.“죽... 죽었어? 자양지존 님이 죽었어?”잠깐의 침묵 후 현장이 바로 소란스러워졌다.“세상에나!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내가 꿈꾼 거 아니지?”“말... 말도 안 돼. 무도 마스터가 어떻게 죽어?”“하늘이 무너졌어... 하늘이...”그 시각 도씨 가문, 황보 가문, 인여궁, 그리고 남북 무도 연맹뿐만 아니라 수많은 무사들이 충격에 빠졌다. 하나같이 겁에 질려 몸을 부들부들 떨 정도였다.유진우가 피를 토했을 때 그들은 자양지존이 무조건 이겼다고 확신했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자양지존의 몸이 폭발하면서 즉사했다. 이런 변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저 자식... 대체 무슨 괴물이야?”호수면 위에 우뚝 서 있는 유진우를 보며 사람들의 마음은 여러 가지 감정으로 휩싸였다.충격, 경악, 분노, 질투, 공포 등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모두 있었다.믿기 어려웠지만 오늘부로 소년 마스터가 세상에 명성을 떨치고 만인의 존경의 대상이 될 거라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유진우는 호숫가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안색이 조금 창백했고 입가에 검은 핏자국이 묻어있었다.겉으로는 조금 전의 전투에서 힘겹게 이긴 것 같지만 사실 피를 토한 게 자양지존 때문이 아니라 7일 탈명단의 독 때문이라는 걸 유진우만
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자양지존이 날 죽이려 했는데, 내가 자양지존을 왜 살려둬야 해?”“우리 사부님을 죽이다니, 복수할 거야!”도규현이 붉어진 눈시울로 절규했다.“규현아! 그만해!”도장수가 깜짝 놀라 그를 제지했다. 그들 눈앞에 있는 사람은 자양지존도 이겨버린 마스터인데, 그들이 유진우를 이길 리 없었다.“당당하게 도전하는 건 좋지만, 꼼수 쓰면 다 죽여버릴 거야!”유진우가 차가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도씨 가문 사람들은 놀란 얼굴로 저마다 급히 뒤로 물러났다. 무도 마스터가 그들을 쓰러뜨리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영감님, 갑시다.”유진우는 더 이상 말하기도 싫다는 듯 산 아래로 걸어갔다. 이때 홍청하가 달려와 죄책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유진우 씨! 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사과할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돼? 조금만 일찍 말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잖아. 우리 친하게 지낼 수 있었잖아. 안 그래?”유진우가 무도 마스터인 줄 알았다면 홍청하는 절대 배신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꺼져.”유진우는 미동 없이 단 두 글자만을 내뱉었다. 한 번 배신당한 사람은 절대 다시 쓸 수 없었다.“유진우 씨, 내게 죄책감 있는 거 알아. 우리 오빠를 봐서라도...”“꺼져! 내 앞에서 당신 오빠 얘기 꺼내지 마. 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어.”차가운 한 마디만을 남긴 채 유진우는 떠났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홍청하는 이를 악물고 어쩔 줄 몰랐다.“왜? 왜 내게 안 알려준 거야? 진작 신분을 알려줬다면 내가 그렇게 했겠어? 다 당신 때문이야! 인여경 돌려줘! 돌려달라고!”그녀는 아쉬움과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포효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후회가 가장 컸다. 창창한 앞길을 스스로 막은 꼴이 되었다.“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유진우의 조소 어린 목소리가 바람에 흩날렸다.인여궁의 제자가 불현듯 물었다.“사부님, 이제 어떡해요? 저녁에 풍우 산장을 공격해요?”“공격은 무슨! 미쳤니? 무도 마스터를 어떻게 칠 건데?
저녁 무렵, 로즈 레스토랑.유진우는 창가 자리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었다. 마스터 싸움 뒤 남북 두 연맹은 철저히 뒤흔들렸다. 외국 조직을 포함한 각종 세력이 그를 호시탐탐 넘보고 있었다. 물론 유진우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오늘 그는 조선미와 밥을 먹기로 했다.띵동.레스토랑 문이 갑자기 열렸다. 기장이 긴 검은 원피스 차림의 조선미가 사뿐사뿐 걸어들어왔다. 옅은 화장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더욱 생기를 더해주었다.“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요? 나 안 예뻐요?”조선미가 유진우의 앞에서 한 바퀴 돌았다. 그에 그녀의 몸매가 더욱 두드러졌다.유진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예뻐요.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하하하... 여보, 이런 말도 할 줄 알았어요?”조선미가 놀란 듯 입을 가리고 웃었다. 무뚝뚝한 줄 알았던 유진우가 이런 로맨틱한 말까지 할 줄은 몰랐다. 따로 배우기라도 했나?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사실인걸요, 뭐.”“좋아요. 그런 말 아주 좋아요.”조선미는 웃으며 자리에 앉고는 가방에서 선물상자 하나를 꺼내 식탁에 올려놓았다.“여기, 선물이에요.”“갑자기 선물은 왜요?”유진우는 미심쩍은 듯 상자를 열어보았다. 선물의 정체는 청동 자물쇠 장식이 달린 목걸이였다.“무슨 뜻이에요?”“진우 씨가 어디 가지 못하게, 제 옆에 잠가두려고요.”“지금 시대가 언젠데 아직도 이런 걸 믿어요?”“지금 내 옆에 있기 싫다는 거예요?”조선미가 밉지 않은 눈길로 유진우를 째려보았다. 그 눈빛에는 약간의 협박마저 들어있었다.유진우는 씁쓸한 웃음으로 목걸이를 걸며 말했다.“그런 뜻 아닌 거 알잖아요.”“당연히 그래야죠.”조선미가 입꼬리를 삐죽 올리며 애교스럽게 말했다.“그런데 선미 씨, 왜 식사하자고 했어요? 무슨 일 있어요?”유진우의 물음에 조선미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일이 좀 생겼어요. 연경 쪽 회사에서 준비를 마쳐서 오늘 밤 가봐야 해요, 진우 씨한테 작별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요.”“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