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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1화

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자양지존이 날 죽이려 했는데, 내가 자양지존을 왜 살려둬야 해?”

“우리 사부님을 죽이다니, 복수할 거야!”

도규현이 붉어진 눈시울로 절규했다.

“규현아! 그만해!”

도장수가 깜짝 놀라 그를 제지했다. 그들 눈앞에 있는 사람은 자양지존도 이겨버린 마스터인데, 그들이 유진우를 이길 리 없었다.

“당당하게 도전하는 건 좋지만, 꼼수 쓰면 다 죽여버릴 거야!”

유진우가 차가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도씨 가문 사람들은 놀란 얼굴로 저마다 급히 뒤로 물러났다. 무도 마스터가 그들을 쓰러뜨리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

“영감님, 갑시다.”

유진우는 더 이상 말하기도 싫다는 듯 산 아래로 걸어갔다. 이때 홍청하가 달려와 죄책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우 씨! 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사과할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돼? 조금만 일찍 말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잖아. 우리 친하게 지낼 수 있었잖아. 안 그래?”

유진우가 무도 마스터인 줄 알았다면 홍청하는 절대 배신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꺼져.”

유진우는 미동 없이 단 두 글자만을 내뱉었다. 한 번 배신당한 사람은 절대 다시 쓸 수 없었다.

“유진우 씨, 내게 죄책감 있는 거 알아. 우리 오빠를 봐서라도...”

“꺼져! 내 앞에서 당신 오빠 얘기 꺼내지 마. 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어.”

차가운 한 마디만을 남긴 채 유진우는 떠났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홍청하는 이를 악물고 어쩔 줄 몰랐다.

“왜? 왜 내게 안 알려준 거야? 진작 신분을 알려줬다면 내가 그렇게 했겠어? 다 당신 때문이야! 인여경 돌려줘! 돌려달라고!”

그녀는 아쉬움과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포효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후회가 가장 컸다. 창창한 앞길을 스스로 막은 꼴이 되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유진우의 조소 어린 목소리가 바람에 흩날렸다.

인여궁의 제자가 불현듯 물었다.

“사부님, 이제 어떡해요? 저녁에 풍우 산장을 공격해요?”

“공격은 무슨! 미쳤니? 무도 마스터를 어떻게 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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