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 뚝...바닥에 흥건한 오줌을 본 사람들이 모두 경악했다. 매부리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혈 자리 두 개를 눌렀을 뿐인데 오줌을 지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가장 난처한 것은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그 광경을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악!”매부리코가 비명을 지르고는 바지를 잡고 자리를 뛰쳐나갔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 오줌 발자국이 찍혔다.사람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망신당한 정도가 아니라 사회적 죽음이었다.“유진우!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유연지가 책상을 쾅 치며 말했다. 대학도 나오지 않은 사람 하나가 감히 명문가 도련님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다니,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방금 성기능 쇠약이라고 했잖아요, 신장이 약하다고. 그런데 안 믿으시니, 이렇게 증명해 드리는 수밖에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너...”유연지는 말문이 막혔다. 핑계를 찾아 그를 난처하게 할 생각이었는데, 팀 킬을 할 줄은 몰랐다.“흥! 일부러 이러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한솔이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 절친한 황우가 이렇게 망신당하는 꼴을 본 그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안 믿으시는 겁니까? 당신도 한 번 봐 드려요?”유진우의 시선이 그에게 옮겨갔다. 그 말을 들은 한솔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유진우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황우의 최후를 바로 옆에서 본 터라 모험하고 싶지 않았다.“난 안 믿어, 네가 정말 그 정도 실력이라면 나도 한 번 봐봐!”유연지가 건들거리며 한 쪽 팔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한의학을 믿지 않았고, 유진우가 한 번 보기만 해도 병을 보아낼 수 있다는 것은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정당한 방법이 아닌 속임수가 확실했다.유진우가 그녀를 유심히 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은 더 심하네요. 호흡이 일정하지 않고 이상한 소리도 들려요. 쉽게 흥분하고, 정신도 맑지 않아 보이는 게, 폐에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두루뭉술하게 말하지 마. 폐에 어떤 문제가 있는데? 난 왜 아무 느
이렇게 잘난 척하는 사람들은 상대하기도 싫었다.유연지가 깔보는 목소리로 말했다.“연지 언니! 진우 오빠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전 진우 오빠를 믿어요!”남궁은설이 유진우의 편을 들고 나섰다.“은설아, 넌 다 좋은데 너무 단순해. 그래서 저런 사람들에게 속아넘어가기 딱 좋아. 특히 이런 근본도 모르는 사람들은 꼭 조심해야 해.”유연지는 유진우를 흘깃 보며 말했다. 유연지에게 유진우는 과거 남궁은설을 따라다니던 사람들과 같았다. 갖은 방법을 다해 그녀에게 접근해 보려는 사람들.“연지 언니, 오해예요. 진우 오빠는 좋은 사람이에요!”“왜? 찔려? 할 말이 없어? 그럴 줄 알았다! 너 같은 사기꾼은 차고 넘쳤어! 은설이는 속여도 나는 못 속여!”남궁은설이 인상을 찌푸렸다. 사람들이 유진우를 적대시하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은설 씨, 나 먼저 가볼게요.”차를 마신 뒤 유진우는 일어나 자리를 뜨려 했다. 이런 사람들과 계속 접촉해봤자 좋을 게 없었다.“진우 오빠...”남궁은설은 급히 일어났지만,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은설 씨,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먼저 먹어요. 다음에 장군님 뵈러 갈게요.”유진우는 웃어 보이고는 방을 나갔다.“진...”남궁은설이 그를 쫓아가려 할 때 유연지가 그녀를 말렸다.“은설아! 뭐 해? 사기꾼일 뿐이야. 그냥 가라고 해. 여기 남으면 우리 기분만 망쳐.”“진우 오빠 그렇게 말하지 마요!”“그래, 말 안 할게.”유연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하고는 또다시 물었다.“은설아, 그 자식 좋아하는 거야?”“네?”남궁은설은 새빨개진 얼굴로 우물쭈물 대답했다.“그, 그럴 리 있어요? 진우 오빠는 제 생명의 은인이라, 보답하고 싶은 거예요.”비록 강력히 부인했지만 남궁은설의 표정은 모든 걸 설명하고도 남을 만큼 확실했다.유연지가 경고했다.“은설아, 보답하려는 거면 괜찮지만, 절대 그 자식 좋아하지 마.”“왜요?”“아직도 모르겠어? 너흰 다른 세계 사람들이야. 함께할 수 없다고
박살 난 술잔을 본 사람들이 멍해졌다. 유진우가 다시 돌아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아무 말도 없이 유연지의 술잔을 깨뜨리다니.“야! 뭐 해? 미쳤어?”유연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외쳤다. 방금 맞은 손등이 화끈거리며 조금 부어올랐다.“감히 연지를 건드리다니, 무섭지도 않아?”사람들이 모두 화가 나 소리쳤다.“너,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기 전까지 여기서 한 발짝도 못 뗄 줄 알아.”한솔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강한 기운이 새어 나왔다.“술에 독이 있어요. 지금 당신들 목숨을 구해드리는 겁니다.”유진우가 차갑게 대답했다.“독?”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놀란 채 서로를 응시했다. 유진우가 일부러 보복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거짓말이면 어떡할래?”유연지가 외쳤다. 그녀는 의심이 많아 다른 사람의 말을 쉽게 믿지 않았다.유진우는 아무 말 없이 은침 하나를 꺼내 남궁은설의 술잔에 넣었다. 조금 젓고 다시 침을 꺼내니 은침은 이미 새까맣게 변해있었다.“이러면 되겠습니까?”유진우는 새까맣게 변한 은침을 사람들 앞에 내밀었다.“응?”이를 본 유연지는 흠칫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은침이 까맣게 변했다는 건 술에 독이 있다는 것이었다. 마셨다면 큰일났을 거였다.“젠장! 정말 독이 있잖아? 누구 짓이야?”“감히 우리 술에 독을 타? 죽고 싶은 거야?”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목숨에 관계되는 일은 중요시해야 했다.“진우 오빠, 정말 고마워요. 오빠 아니었으면 우리 모두 중독됐을 거예요.”남궁은설은 아직 진정되지 않은 듯 침을 삼키며 말했다.“별거 아니에요.”유진우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은설을 봐서라도 그들을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잠깐! 네가 어떻게 독이 있다는 걸 알았어?”유연지가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술을 마시지도, 검사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확신했어?”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유진우를 바라보았다. 그들도 미심쩍었다. 어떻게
“연지 언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진우 오빠가 우릴 구해줬잖아요!”“은설아, 저 자식한테 속지 마. 절대 좋은 마음으로 그런 게 아니야! 우리 술 안의 독은 이 자식이 탄 거야! 일부러 자리를 뜨고는 중요한 타이밍에 등장해 호감을 사지. 이까짓 꼼수로 날 속일 수 있을 것 같아?”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처음 본 유진우보다는 유연지에게 더 믿음이 갔다.“자신감이 너무 넘치는 거 아니에요? 난 그런 거 할 시간이 없어요.”유진우가 차갑게 말했다. 좋은 마음으로 도와준 건데 이렇게 돌아올지는 몰랐다. 짐승도 은혜 갚을 줄 안다고 했는데!유연지가 계속해서 다그쳤다.“흥! 인정하지 않는 거야? 그럼 하나만 물어볼게. 어떻게 마침 그 직원을 마주쳤고, 마침 이 독약을 손에 넣었어? 이게 다 우연의 일치야?”“맞아요. 우연의 일치입니다.”“하하, 다들 들었지? 이 자식 할 말이 없어졌어.”유연지가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이것 말고도 더 치명적인 게 있어. 그 은침 말이야. 누가 미쳤다고 은침을 가지고 다녀? 진작 계획한 거잖아!”“저 자식이 독을 탄 거라니,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은 믿을 수 없어!”“연지가 똑똑해서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으면 우리 다 속을 뻔했어.”“찢어 죽일 놈, 감히 우리 앞에서 꼼수 쓰다니, 살고 싶지 않은 거야?”사람들이 유진우를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처음의 감격이 이제는 분노로 뒤바뀌었다.“유진우, 이렇게 빨리 들통날 줄은 몰랐지? 더 할 말 있어?”유연지는 팔짱을 끼고 신이 나 말했다. 미제사건을 해결한 것인 양 득의양양한 모습이었다.“안 믿으니 어쩔 수 없네요. 전 못 본 걸로 하세요. 그럼.”말을 마친 유진우는 몸을 휙 돌려 걸어 나갔다.“거기 서!”유연지가 유진우의 앞을 막고 소리쳤다.“우리 술에 독을 탔으면서 그냥 가려고? 그런 게 어디 있어?”“자식!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사람들이 웅성댔다. 모두가 기회를
“응?”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유연지는 멍해졌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가슴의 상처를 바라보았다. 놀라움, 경악, 의문, 공포가 담긴 복합적인 표정이었다.자신이 총에 맞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아무런 징조 없이 이렇게나 갑자기.뒤늦게 상황을 알아챈 그녀는 단말마의 비명만을 남긴 채 그대로 쓰러졌다.“킬러야, 빨리 엎드려!”한솔이 크게 외쳤다. 사람들이 급히 땅에 엎드렸다. 그와 동시에 가면을 쓴 킬러들이 문을 박차고 뛰어 들어왔다. 모두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들고, 보이는 사람마다 가차 없이 쏘아댔다.빵, 빵, 빵, 빵...총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땅에 쓰러졌다.“젠장!”한솔은 화가 나 킬러들 쪽으로 테이블을 뒤엎었다.킬러들이 테이블을 피하는 사이 그는 킬러 두 사람의 목을 잡고는 손에 힘을 줬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목을 잡힌 두 사람이 쓰러졌다.둘을 해치운 뒤 한솔은 다시 주먹을 뻗었다. 그 위력은 천둥번개처럼 강력했다.쿵. 쿵. 쿵.소리와 함께 남은 킬러들도 가슴이 관통당한 채 고꾸라졌다. 단 몇 분 만에 한솔은 모든 킬러를 처리했다. 그 실력에 모두가 놀랐다.“쓰레기들.”한솔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콧방귀를 뀌고는 땅에 널브러진 테이블보를 들어 손에 묻은 피를 닦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모두가 환호했다.“역시 도련님이에요! 너무 대단해요!”“당연하지, 도련님은 가문의 후계자시고 천하회 회원이기도 하시니, 이 정도는 기본이지!”“이 사람들, 운 없기도 하지. 도련님을 만났으니.”사람들은 저마다 한솔을 칭송했다. 한솔은 그들 사이에서도 리더였다. 신분도 고귀하고 실력도 강했다. 서울 전체에서도 그와 대적할 만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이제 네 차례야.”한솔은 고개를 돌려 곱지 않은 시선으로 유진우를 빤히 쳐다보았다.“이 킬러들, 네가 보낸 거지?”“저는 당신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제가 왜 당신들을 죽이려 하겠습니까?”“네가 어디 사는 누구인지도 모르잖아. 사실대로 말하는
“미친 사자? 미친 개겠지!”“네가 누구든 오늘 한솔 도련님을 만난 이상 죽음뿐이야!”몇몇 젊은 남녀들이 큰 소리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조금 전 한솔이 총을 든 킬러 몇 명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똑똑히 봤다. 그들마저 손쉽게 해결했는데 맨주먹인 이 녀석은 더욱 식은 죽 먹기가 아니겠는가?“저 사람은 딱 봐도 힘이 엄청나게 강한 무사야. 방심한 틈을 타서 재빨리 해결해야 해.”한솔은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바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더니 두 무릎을 살짝 구부려 힘을 끌어모았다. 두 발을 쾅 구르자 마치 폭탄처럼 쏜살같이 튕겨 나갔다.“천둥권!”한솔은 포효하듯 소리를 지르면서 온몸의 내공을 순식간에 폭발한 후 미친 사자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쾅!둔탁한 소리와 함께 한솔의 주먹이 미친 사자의 탄탄한 복부를 가격했다. 하지만 미친 사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는데 마치 커다란 산처럼 끄떡없었다. 미친 사자에게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한 듯했다.“고작 이 정도야?”미친 사자는 팔짱을 낀 채 한솔을 내려다보며 코웃음을 쳤다.“지금 날 간지럽혀?”“뭐?”한솔은 그대로 얼어붙었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내가 최선을 다해 날린 주먹인데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고? 말도 안 돼!’“너무 약해빠졌어.”미친 사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손을 뻗어 한솔의 목을 덥석 잡더니 그대로 들어 올렸다.“으악...”한솔의 두 발이 허공에 둥둥 떴고 또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미친 듯이 발버둥 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미친 사자 앞에서 그는 그저 파리 목숨이나 다름없었다.“뭐야?”그 광경에 젊은 남녀들은 놀란 나머지 안색이 급변했다. 조금 전까지 시건방을 떨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그 대신 공포가 덮쳤다.위풍당당하게 적을 쓸어버리던 한솔이 근육남 앞에서는 반항조차 하지 못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이
“이게 대체...”휙 날아간 미친 사자를 본 사람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 하나같이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잘못 본 건 아닌지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미친 사자는 키가 2m 넘었고 체격이 우람했다. 게다가 근육도 탄탄하여 끄떡없는 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와 반대로 유진우는 삐쩍 말라 바람만 불어도 휙 날아갈 것만 같았다.이렇게나 체격이 천지 차이인 두 사람이 맞붙는다면 미친 사자가 완승을 해야 말이 된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X발, 저 자식 정체야 뭐야? 뭔데 저렇게 강해?”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솔마저 미친 사자의 상대가 안 되는데 한낱 돌팔이 의사가 이겼다고?“진우 오빠, 정말 대단해요.”놀라움도 잠시 남궁은설이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조금 전 유진우가 제때 나서지 않았더라면 목숨마저 잃을 뻔했다.“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절대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말고 목숨부터 지켜야 해요. 알았죠?”유진우가 경고했다. 친구를 위하여 목숨마저 다 버리다니, 정말 어리석을 정도로 착했다.“알았어요.”남궁은설이 달콤하게 히죽 웃었다. 유진우가 그녀의 목숨을 또 한 번 살려줬으니 꼭 제대로 보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너 본투비 레벨 무사였어?”바닥에서 일어난 한솔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의 천부적인 재능도 나름 뛰어났지만 그래봤자 지금은 그저 익스트림 레벨에 불과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유진우가 무도 고수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내가 무슨 레벨인지는 당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요?”유진우는 그를 싸늘하게 흘겨보았다.“너...”말문이 막힌 한솔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X발, 어디서 허세야? 고작 본투비 레벨인 주제에. 아무리 강해봤자 무사잖아. 우리 한씨 가문의 권력이라면 본투비 레벨 무사가 아니라 무도 마스터도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당장 구급차 불러!”그때, 총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던 유연지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총알이 가슴팍을 뚫긴
“너!”유연지는 치가 떨릴 정도로 화가 났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꾹 참아야만 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유진우가 조금 더 빨리 움직이길 바랄 뿐이었다. 왜냐하면 피가 점점 많이 흘러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3분 후, 두 번째 남자의 치료도 끝났다. 지혈만 한다면 당분간은 죽지 않을 것이다.“인제 내 차례지? 얼른, 얼른 치료해 줘!”유연지는 다급한 마음에 끊임없이 재촉했다. 하지만 유진우는 유유자적하게 먼저 손을 닦고 기지개를 켜더니 찻잔을 들고 차를 음미하기 시작했다.“야,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지혈해달라고!”유연지가 발끈했다.‘피가 지금 철철 흐르는데 차가 목구멍에 넘어가?’“뭘 그리 닦달해요? 죽지도 않을 건데.”유진우는 그녀를 보고도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죽지 않는다니? 나 총에 맞은 거 안 보여? 넌 인간미도 없어? 빨리 날 살려달라고!”유연지가 노발대발했다. 그런데 갑자기 흥분한 바람에 피가 더 철철 흘러나왔다. 화들짝 놀란 그녀는 심호흡하며 마음을 진정했다.“살려달라는 사람의 태도가 고작 이거예요?”유진우는 차를 느긋하게 마시며 말했다.“유진우, 실력 조금 있다고 건방 떨지 마!”유연지는 화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평소였더라면 유씨 집안의 귀한 딸인 그녀에게 다들 굽신거리기 바빴을 것이다. 그런데 한낱 돌팔이 의사 주제에 그녀 앞에서 시건방을 떤다는 건 그야말로 용납할 수가 없었다.“성의가 없으니 됐어요. 난 이만 가볼게요.”유연지와 얘기를 섞고 싶지 않았던 유진우는 차를 단숨에 들이킨 후 그냥 가려 했다.“잠깐만요, 가지 마세요... 명의님, 유진우 명의님,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실례했네요. 명의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상황이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자 유연지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어쨌거나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니까.“진우 오빠, 연지 언니 얼마 못 버틸 것 같아요. 얼른 살려주세요.”남궁은설도 나서서 부탁했다.“그래요. 은설 씨 체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