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31화

Author: 강로이
“미친 사자? 미친 개겠지!”

“네가 누구든 오늘 한솔 도련님을 만난 이상 죽음뿐이야!”

몇몇 젊은 남녀들이 큰 소리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조금 전 한솔이 총을 든 킬러 몇 명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똑똑히 봤다. 그들마저 손쉽게 해결했는데 맨주먹인 이 녀석은 더욱 식은 죽 먹기가 아니겠는가?

“저 사람은 딱 봐도 힘이 엄청나게 강한 무사야. 방심한 틈을 타서 재빨리 해결해야 해.”

한솔은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바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더니 두 무릎을 살짝 구부려 힘을 끌어모았다. 두 발을 쾅 구르자 마치 폭탄처럼 쏜살같이 튕겨 나갔다.

“천둥권!”

한솔은 포효하듯 소리를 지르면서 온몸의 내공을 순식간에 폭발한 후 미친 사자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쾅!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한솔의 주먹이 미친 사자의 탄탄한 복부를 가격했다. 하지만 미친 사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는데 마치 커다란 산처럼 끄떡없었다. 미친 사자에게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한 듯했다.

“고작 이 정도야?”

미친 사자는 팔짱을 낀 채 한솔을 내려다보며 코웃음을 쳤다.

“지금 날 간지럽혀?”

“뭐?”

한솔은 그대로 얼어붙었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최선을 다해 날린 주먹인데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고? 말도 안 돼!’

“너무 약해빠졌어.”

미친 사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손을 뻗어 한솔의 목을 덥석 잡더니 그대로 들어 올렸다.

“으악...”

한솔의 두 발이 허공에 둥둥 떴고 또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미친 듯이 발버둥 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미친 사자 앞에서 그는 그저 파리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뭐야?”

그 광경에 젊은 남녀들은 놀란 나머지 안색이 급변했다. 조금 전까지 시건방을 떨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그 대신 공포가 덮쳤다.

위풍당당하게 적을 쓸어버리던 한솔이 근육남 앞에서는 반항조차 하지 못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932화

    “이게 대체...”휙 날아간 미친 사자를 본 사람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 하나같이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잘못 본 건 아닌지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미친 사자는 키가 2m 넘었고 체격이 우람했다. 게다가 근육도 탄탄하여 끄떡없는 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와 반대로 유진우는 삐쩍 말라 바람만 불어도 휙 날아갈 것만 같았다.이렇게나 체격이 천지 차이인 두 사람이 맞붙는다면 미친 사자가 완승을 해야 말이 된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X발, 저 자식 정체야 뭐야? 뭔데 저렇게 강해?”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솔마저 미친 사자의 상대가 안 되는데 한낱 돌팔이 의사가 이겼다고?“진우 오빠, 정말 대단해요.”놀라움도 잠시 남궁은설이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조금 전 유진우가 제때 나서지 않았더라면 목숨마저 잃을 뻔했다.“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절대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말고 목숨부터 지켜야 해요. 알았죠?”유진우가 경고했다. 친구를 위하여 목숨마저 다 버리다니, 정말 어리석을 정도로 착했다.“알았어요.”남궁은설이 달콤하게 히죽 웃었다. 유진우가 그녀의 목숨을 또 한 번 살려줬으니 꼭 제대로 보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너 본투비 레벨 무사였어?”바닥에서 일어난 한솔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의 천부적인 재능도 나름 뛰어났지만 그래봤자 지금은 그저 익스트림 레벨에 불과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유진우가 무도 고수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내가 무슨 레벨인지는 당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요?”유진우는 그를 싸늘하게 흘겨보았다.“너...”말문이 막힌 한솔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X발, 어디서 허세야? 고작 본투비 레벨인 주제에. 아무리 강해봤자 무사잖아. 우리 한씨 가문의 권력이라면 본투비 레벨 무사가 아니라 무도 마스터도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당장 구급차 불러!”그때, 총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던 유연지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총알이 가슴팍을 뚫긴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933화

    “너!”유연지는 치가 떨릴 정도로 화가 났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꾹 참아야만 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유진우가 조금 더 빨리 움직이길 바랄 뿐이었다. 왜냐하면 피가 점점 많이 흘러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3분 후, 두 번째 남자의 치료도 끝났다. 지혈만 한다면 당분간은 죽지 않을 것이다.“인제 내 차례지? 얼른, 얼른 치료해 줘!”유연지는 다급한 마음에 끊임없이 재촉했다. 하지만 유진우는 유유자적하게 먼저 손을 닦고 기지개를 켜더니 찻잔을 들고 차를 음미하기 시작했다.“야,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지혈해달라고!”유연지가 발끈했다.‘피가 지금 철철 흐르는데 차가 목구멍에 넘어가?’“뭘 그리 닦달해요? 죽지도 않을 건데.”유진우는 그녀를 보고도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죽지 않는다니? 나 총에 맞은 거 안 보여? 넌 인간미도 없어? 빨리 날 살려달라고!”유연지가 노발대발했다. 그런데 갑자기 흥분한 바람에 피가 더 철철 흘러나왔다. 화들짝 놀란 그녀는 심호흡하며 마음을 진정했다.“살려달라는 사람의 태도가 고작 이거예요?”유진우는 차를 느긋하게 마시며 말했다.“유진우, 실력 조금 있다고 건방 떨지 마!”유연지는 화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평소였더라면 유씨 집안의 귀한 딸인 그녀에게 다들 굽신거리기 바빴을 것이다. 그런데 한낱 돌팔이 의사 주제에 그녀 앞에서 시건방을 떤다는 건 그야말로 용납할 수가 없었다.“성의가 없으니 됐어요. 난 이만 가볼게요.”유연지와 얘기를 섞고 싶지 않았던 유진우는 차를 단숨에 들이킨 후 그냥 가려 했다.“잠깐만요, 가지 마세요... 명의님, 유진우 명의님,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실례했네요. 명의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상황이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자 유연지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어쨌거나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니까.“진우 오빠, 연지 언니 얼마 못 버틸 것 같아요. 얼른 살려주세요.”남궁은설도 나서서 부탁했다.“그래요. 은설 씨 체면을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934화

    밤이 점점 깊어졌다.그 시각 진성 식당 안.시끌벅적하고 사람들로 붐비는 대낮과 달리 밤이 깊어진 진성 식당은 아주 고요했다. 하나는 위치가 조금 외진 곳에 있었고 또 하나는 밤에 영업하지 않기 때문이다.슉!그때 우람한 체격의 누군가가 갑자기 담장을 뛰어넘고 들어오더니 한두 번이 아닌 듯 아주 익숙하게 2층의 룸으로 향했다. 문 앞에 도착한 그 사람은 가볍게 똑똑 노크했다.“들어와.”어두컴컴한 방안에서 누군가의 위엄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람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한쪽 무릎을 꿇더니 병풍 앞에서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고 예의를 갖췄다.“미친 사자가 특사님께 인사 올립니다.”“다쳤어?”병풍 뒤에서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특사님, 임무에 실패했습니다. 방금 엄청난 실력자를 만난 바람에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습니다.”미친 사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다친 팔에서 아직도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쥐 죽은 듯이 고요한 밤이라 더욱 잘 들리는 것 같았다.“실패해놓고 무슨 낯짝으로 다시 돌아와?”병풍 뒤의 목소리가 갑자기 날카로워졌고 무서운 위압감이 느껴졌다.“특사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무조건 성공하겠습니다.”미친 사자는 두려움에 벌벌 떨며 식은땀을 흘렸다.“이 빌어먹을 놈아, 뒤에 꼬리를 달고 온 것도 몰랐어?”특사가 호통쳤다.“꼬리요?”미친 사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는 재빨리 부정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오는 내내 주변을 경계했는데 아무도 없었어요.”“이봐, 왔으면 그냥 나올 것이지 뭘 그렇게 숨어있어?”병풍 뒤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그 순간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복도에서 어렴풋하게 들려왔는데 유진우가 덤덤하게 걸어오고 있는 것이었다.“네가 여길 어떻게...”미친 사자의 표정이 급변했다.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친 바람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누군가 자신을 뒤따라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뛰어난 실력의 킬러인 미친 사자는 어릴 적부터 엄격한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935화

    “유진우 씨?”“황 사장님?”눈앞의 뚱뚱한 남자를 본 유진우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왜냐하면 미친 사자의 배후에 있던 특사가 바로 예전에 인여경을 팔았던 황성태였기 때문이다.“진우 씨, 우리 참 인연이 있나 봐요? 이렇게 만난 걸 보면.”황성태는 조금 전의 싸늘함을 지우고 마치 보살처럼 자상하게 웃었다. 악의라곤 전혀 없는 사람인 듯 상냥했다.“황 사장님이 자신의 실력을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유진우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블랙 랭킹에 3대 특사가 있는데 다들 못 하는 게 없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황 사장님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그냥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예요. 거론할 가치도 없습니다.”황성태는 환하게 웃으며 한 손으로 자리를 안내했다.“앉으시죠, 진우 씨.”유진우는 사양하지 않고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진우 씨가 오늘 자양지존을 이기면서 소년 마스터라는 명성이 아주 세상을 뒤흔들었어요. 정말 진심으로 존경합니다.”황성태는 갓 우려낸 따뜻한 차를 잔 두 개에 따랐다.“황 사장님은 소식도 참 빠르세요.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다 알고 계시네요.”유진우는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허허, 이렇게나 큰일을 아직도 모른다면 지금까지 특사를 괜히 했죠.”황성태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사장님,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오늘 타깃이 혹시 남궁은설이었나요?”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미친 사자를 뒤쫓은 건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남궁을용과 유진우의 어머니는 오랜 벗이었고 유진우를 두 번이나 도와주었다. 게다가 남궁은설도 바른 사람이라 오지랖이 넓더라도 이 일에 관여할 생각이었다.“맞아요.”황성태는 부정하지 않았다.“돈을 받고 액막이를 해주는 게 블랙 랭킹의 룰이죠.”“임무를 철수할 수 있나요?”유진우가 캐물었다.“안 됩니다. 의뢰인이 스스로 포기하면 모를까.”황성태가 계속하여 고개를 내저었다.“황 사장님, 제가 상이라도 엎어야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936화

    “스파이가 하도 꽁꽁 숨어서 아직 알아내지 못했어요.”황성태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건 이 사람이 황보 가문에서 엄청난 권력을 가졌다는 거예요. 황보 가문의 사형제 아니면 직계 가족임이 분명해요.”사형제라면 황보용명의 네 아들 춘, 하, 추, 동이었다. 그들 모두 엄청난 자원을 손에 쥐고 있고 야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꿍꿍이속을 도통 헤아리기 힘든 사람들이었다.“결국에는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은 거나 다름없네요?”유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황보 가문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짧은 시간 내에 어디 가서 그 스파이를 찾는단 말입니까?”유진우는 예전부터 의심하긴 했었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조급해하지 말아요, 진우 씨. 스파이가 누군지 알아내려면 사실 그리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해요.”황성태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그래요? 황 사장님께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 보죠?”유진우는 바로 구미가 당겼다.“좋은 방법까지는 아니고 그저 미끼가 되는 거죠.”황성태는 검지에 차를 톡 묻히더니 상 위에 글 몇 줄을 끄적였다. 내용을 확인한 유진우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이것도 방법이긴 한데 성공할지는 모르겠네요.”“일단 하는 데까진 해보고 나머지는 운명에 맡겨야죠.”황성태가 덤덤하게 말했다.“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황 사장님.”유진우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이 정보는 얼마인가요?”“친구가 된 셈 치고 공짜로 드릴게요.”황성태가 웃으며 말했다.“제 친구가 되는 건 쉽지 않아요. 남궁은설을 죽이라고 사주한 사람이 누군지 알려주시면 친구로 받아들일게요.”유진우는 조건을 내걸었다.“진우 씨, 더는 절 곤란하게 하지 말아요.”황성태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의뢰인의 정보를 발설하게 되면 앞으로 저 장사 못해요.”“사장님과 저만 입을 다문다면 누가 또 알겠어요?”유진우는 웃을 듯 말 듯 했다.“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했어요. 전 괜한 모험 같은 거 하고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937화

    “뭐? 아무 움직임도 없다고?”황보 저택의 정원에서 부하의 보고를 듣던 황보추가 의아해하며 물었다.“확실해?”“확실합니다.”부하가 진지하게 말했다.“저희가 온 하루 지켜봤는데 강린파의 제자들이 전부 풍우 산장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이 자식 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야?”황보추는 고민에 빠졌다. 며칠 동안 유진우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하면서 조사를 펼쳤다. 그런데 갑자기 아무 움직임도 없으니 당연히 의심할 만 했다.“넌 계속 지켜보고 있어. 새로운 소식 있으면 바로 보고해.”황보추가 분부했다.“알겠습니다.”부하는 대답한 후 바로 자리를 떠났다.사흘째 되는 날에도 강린파 제자들은 풍우 산장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여전히 술을 마시면서 즐겼다. 매일 하는 훈련 말고는 먹고 노는 것밖에 없어 정말 살맛이 났다.풍우 산장의 분위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재난이 곧 닥칠 거라는 불안한 모습이라곤 눈곱만치도 없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황보추는 더욱 어리둥절했다.“X발, 유진우 이 자식 자포자기한 건가? 죽을 거라는 걸 알고 마지막으로 마음껏 노는 거야?”하지만 황보추는 생각하면 할수록 의문이 풀리지 않아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아는 유진우는 절대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쉽게 포기했더라면 무도 마스터의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했을 테니까.그런데 문제는 포기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틀 동안 아무 움직임도 없냐는 것이다. 혹시 뭔가를 알아챘나?“가서 꼼꼼하게 알아봐! 이 자식 대체 무슨 속셈인지 알아야겠어.”황보추가 다시 한번 명을 내렸다.나흘째 되는 날에도 강린파 제자들은 여전히 두문불출했고 외부의 일 따위 신경도 쓰지 않았다. 흥을 돋우려고 공연단을 불러 공연을 즐기기도 했는데 정말 하루하루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그리고 유진우는 사흘이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강린파 제자들도 유진우가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했다. 정말 증발한 것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그럴수록 황보추는 점점 불안하기만 했다. 맨날 오만가지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938화

    그날 저녁, 풍우 산장.순찰하는 제자들 말고 대부분의 강린파 제자들은 술에 잔뜩 취해 거의 인사불성이 되었다.그때 검은 옷차림을 한 열 명이 담장을 뛰어넘어 산장 내부를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이상하리만큼 날렵했고 마치 영혼처럼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강린파의 순찰팀은 그 어떤 수상한 움직임도 알아채지 못했다.그들 열 명은 전부 황보 가문에서 가장 강한 비밀 호위였다. 수많은 실력자 중에서 어렵게 고른 고수들이었고 엄격한 훈련을 거쳤다. 암살, 잠복, 정보 캐내기 등 임무 성공률이 항상 100%에 달했다.황보 가문이 탑 쓰리 중 하나라고 불리게 된 이유도 무도 마스터인 황보용명이 있어 그런 것도 있지만 비밀 호위의 공로도 빼먹을 수는 없었다. 비밀 호위는 황보 가문을 도와 앞길을 막는 장애물을 제거해 주었고 적을 두려움에 떨게 했기에 그 공로가 상당했다.“바로 여기입니다.”여기저기 찾아다니던 비밀 호위들이 드디어 영령전 근처에 도착했다.영령전 문 앞에 강린파 제자 두 팀이 지키고 있었고 가끔 순찰팀도 지나갈 정도로 경계가 아주 삼엄했다.두 비밀 호위 팀장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다가 각각 향 하나를 꺼내 불을 붙였다. 파란 연기가 피어오를 무렵 비밀 호위 열 명은 코와 입을 막고 숨을 죽였다. 바람 때문에 파란 연기가 순식간에 영령전 문 앞까지 날아갔다.숨을 몇 번 들이쉬자 문 앞을 지키던 강린파 제자들이 전부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순찰팀이 5분에 한 번씩 돌아다니니까 빨리 움직여야 해!”명이 떨어지자 비밀 호위 10명은 바로 영령전으로 들어가 곳곳을 수색하기 시작했다.영령전이 아주 크고 널찍했다. 가지런히 놓인 위패 앞에 커다란 향로가 하나 놓여있었다.“찾았습니다.”3분 후, 한 비밀 호위가 누군가의 위패 밑에서 숨겨진 곳을 발견했다. 열어보니 안에 검은 비단 주머니가 있었다.비밀 호위들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재빠르게 어둠 속에서 사라졌다.그 시각 영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939화

    “시신에 증거가 있어? 죽기 전에 남긴 거라고?”황보추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시신을 처리할 때 한 번 꼼꼼히 살펴보았었는데 이상한 점이라곤 없었다.‘혹시... 내가 뭘 놓쳤나?’“애들 몇 명 불러서 당장 뒷산으로 가야겠다. 오늘 밤에 관을 열어서 시신을 다시 살펴봐야겠어.”황보추는 잠깐 생각한 후 결정을 내렸다. 혹시라도 뭔가 놓친 게 있다면 큰일이다. 하여 아직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틈에 시신을 없애서 증거를 인멸해야 했다.30분 후, 황보추는 한 무리 심복들과 함께 몰래 뒷산에 왔다.이곳은 황보 가문 사람들을 묻은 곳인데 황보용명도 죽은 후 이곳에 안치되었다. 황보용명의 묘를 찾은 황보추는 먼저 절을 한 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아버지, 죄송해요. 아들이 한 번만 더 실례하겠습니다.”그러고는 손을 흔들었다.“당장 파!”황보추의 명이 떨어지자 한 무리의 심복들이 묘를 파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분도 채 되지 않아 관을 꺼냈다.그때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사람들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져 몸을 파르르 떨더니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고는 찔리는 게 있는 표정으로 목을 움츠린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멍하니 서서 뭐 해? 뚜껑 빨리 열어!”황보추가 낮은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았다. 이렇게 된 이상 더는 돌아갈 수도 없었다.“열어!”사람들은 이를 꽉 깨물고 관 뚜껑을 열었다.황보용명이 수의를 입은 채 관속에 조용히 누워있었다. 얼굴이 시퍼런 게 전혀 편해 보이질 않았다.“아버지... 죄송해요.”황보추는 침을 꿀꺽 삼킨 후 관속으로 뛰어들어가 여기저기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러 번이고 뒤져봤지만 그 어떤 수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입 안, 콧구멍 안, 머리카락, 손톱 밑까지 전부 자세히 살폈지만 깨끗했고 그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증거는? 왜 없어?”조급해진 황보추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아무것도 찾지 못할수록 더욱 당황했다.“이봐요.”그때 누군가 한 손으로 황보추의 어깨를 툭툭 쳤다.“X발

Latest chapter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10화

    “아직 절 기억해주고 계셔서 감사합니다. 저 아직 살아있습니다.”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은성종의 과거사를 몰랐던 터라 갑자기 흥분한 모습을 보니 조금 의아했다.“살아있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은성종은 놀라면서도 기뻐했다.“벌써 10년이나 지났어요. 그사이 세자 전하께서 이렇게 성장하시다니...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그러네요. 10년 동안 많은 게 변했습니다.”유진우는 감탄하며 말했다.10년 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10년 후에는 아버지가 암살당했다. 10년 사이에 부모님이 모두 세상을 떠났다는 게 참으로 안타까웠다.“제후님, 아까 제 형을 보면 서경왕부를 전폭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지금 형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약속을 어기진 않으실 거죠?”유천우가 떠보듯 물었다.“만약 세자 전하께서 왕위를 이어받으시겠다고 한다면 난 목숨을 걸고서라도 세자 전하가 왕의 자리에 앉도록 도와줄 거야.”은성종이 진지하게 말했다.조금 전까지 냉정하고 덤덤했던 모습과는 달리 지금의 그는 투지가 넘쳤고 온몸에서 전에는 본 적 없는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좋습니다. 제후님은 역시 약속을 잘 지키시네요.”유천우는 웃어 보이고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역시 형이 나서야 했어.’그가 아무리 애를 써도 은성종을 설득하지 못했는데 유진우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모든 게 쉽게 해결되었다.비록 10년이 흘렀지만 유씨 가문 천재라는 명성은 여전히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었고 만인의 존경을 받았다.“제후님, 제가 서경에 돌아온 사실을 아직 외부에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잡을 때까지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어요.”유진우가 당부했다.“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절대 입 밖에 꺼내지 않겠습니다.”은성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가 좋은 그는 당연히 유장혁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다.위왕이 호룡각의 잔당들에게 살해당했고 유태범은 왕위를 빼앗으려 혈안이 되어있었다. 정말 여러 가지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09화

    “왕위를 이을 생각이 없다면서 왜 싸우려는 건데?”은성종이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전 서경왕이 될 자격이 부족하지만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은 유태범보다 더 어울려요.”유천우가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그게 누군데?”은성종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제 형님 유장혁입니다.”유천우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유장혁?”은성종은 실눈을 뜨더니 인정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세자 전하께서 서경왕이 되는 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문제는 실종된 지 10년이 넘었고 감감무소식이라는 거야.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왕위를 이을 수 있겠어?”“제 형님은 죽지 않았고 이미 서경에 돌아왔습니다. 서경왕의 자리에 앉을 사람은 형님밖에 없습니다.”유천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말로만 해서는 안 돼. 증거가 있어?”은성종이 물었다.만약 유장혁이 정말로 서경에 돌아왔다면 벌써 서경 전체에 소문이 퍼졌을 것이다. 하여 유천우가 단지 그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핑계를 대는 것이라 생각했다.“제후님, 증거를 드릴 수는 있는데 그 전에 물을 게 있어요. 만약 제 형님이 왕위를 물려받는다면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실 겁니까?”유천우가 되물었다.“그건...”은성종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유천우가 하도 자신감이 넘쳐서 오히려 확신이 없어졌다.“제후님, 서경에는 좋은 왕이 필요합니다. 제 형님보다 더 서경왕에 적합한 사람은 없어요. 제후님도 잘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유천우가 말했다.“그래. 만약 내가 직접 세자 전하를 만난다면 널 도와줄게. 만나지 못하면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야 할 거야.”은성종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약속하는 겁니다.”유천우는 웃으면서 유진우를 돌아보았다.“형, 이젠 형이 나설 때가 됐어요.”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말 없이 얼굴에 쓰고 있던 가면을 벗고 본모습을 드러냈다.“당신은...”은성종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믿을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08화

    은성종은 유천우의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자신과 유천우에게 술 한 잔씩 따라 주었다. 그리고 잔을 가볍게 부딪친 후 술을 단숨에 마셨다.“좋은 술이군.”은성종은 혀를 차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유천우도 다그치진 않고 술을 다 마신 다음 은성종을 바라보며 말하기를 기다렸다.“유태범이 나한테 손을 잡자고 하더라고. 엄청난 이익을 약속했지만 모두 거절했어.”이 말을 들은 유천우의 얼굴에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이어진 은성종의 말에 살짝 당황했다.“아직 너무 기뻐하진 마. 유태범의 제안을 거절하긴 했지만 너도 도울 생각은 없어.난 전쟁을 싫어해서 중립을 선택할 거야.”은성종이 솔직하게 말했다.“중립이라고요?”유천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바로 설득했다.“제후님, 서경의 일원으로서 서경이 무너지는 걸 그냥 보고만 계실 겁니까?”“난 능력이 부족해서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어.”은성종이 고개를 내저었다.“그리고 난 야심이 없어서 그저 편안하게 살고 싶어. 이런 권력 다툼에는 참여하고 싶지 않아. 내가 가진 작은 땅만 잘 지킬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은성종이 잠깐 멈칫하다가 또 말을 이었다.“솔직히 말해서 너랑 표기 대장군 모두 유씨 가문의 핏줄이라 누가 서경왕이 되든 나한테는 아무런 차이가 없어. 말이 반란이지, 그저 왕위 다툼일 뿐이야.”“그건...”유천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상대방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천우야, 난 성격이 솔직한 편이라 혹시 불쾌한 점이 있다면 부디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은성종이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제후님이 평화를 바라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면 제후님도 무사하지 못해요.”유천우가 다시 설득했다.“태평은 변경의 작은 도시이고 가난하고 가진 게 없어서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여기까지 쳐들어올 일은 없어.”은성종이 담담하게 말했다.“게다가 이미 유태범과도 합의했어. 내가 싸움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태평에는 절대 쳐들어오지 않겠다고.”“제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07화

    “제후님께서 도련님이 오실 걸 알고 저더러 미리 나와 기다리라 하셨습니다.”늙은 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내가 올 걸 알고 있었다고요?”유천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면서 옆에 있는 유진우를 쳐다봤다. 저도 모르게 불안감이 밀려왔다.은성종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건 두 가지 가능성밖에 없었다.제갈영군이 전화로 알렸거나 유태범의 사자가 먼저 와서 선수를 친 것이다.“도련님, 제후님께서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늙은 집사가 허리를 굽히면서 손짓으로 안내했다.유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여기까지 온 이상 중간에 물러설 수는 없었다. 아무리 위험한 곳이라고 해도 뚫고 나가야 했다.일행은 늙은 집사를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 여러 시설을 지난 후 식당에 도착했다.식당 안에 푸짐한 음식과 술이 준비되어 있었다. 음식 냄새와 술 냄새가 뒤섞여 식욕을 돋우었다.유천우 일행은 하루 종일 이동하느라 식사할 시간도 없었다. 눈앞에 차려진 푸짐한 음식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고 배에서도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도련님, 먼 길을 오느라 배고프실 텐데 식사부터 하시죠.”늙은 집사가 공손하게 말했다.“제후님은요?”유천우가 물었다.“곧 오실 것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늙은 집사가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유천우는 웃으면서 손짓했다.“너희들, 얼른 와서 먹어.”“네.”근위병 몇 명은 대답을 마치자마자 바로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맛보기 시작했다.훈련을 잘 받은 근위병들은 3일 밤낮으로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이렇게 행동하는 건 음식에 독이 든 건 아닌지 유천우 대신 시험해보기 위한 것이었다.항상 방심해서는 안 되었다. 만약 은성종이 음식에 약을 넣었다면 그들이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도련님, 아무 문제 없습니다.”모든 음식을 다 맛본 후에야 근위병들은 유천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유천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더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06화

    해 질 무렵, 유천우와 유진우 일행은 변경 요새 도시인 태평에 도착했다.태평은 회음 제후 은성종의 영역이었고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낙후한 작은 마을에 불과했다.은성종의 통치 아래 짧은 10여 년 만에 서경에서 5위 안에 드는 도시가 되었다. 군사,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의료까지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태평이 오늘날의 번영을 누릴 수 있는 건 은성종의 뛰어난 재능과 지식 덕이었다.만약 제갈영군이 난세의 영웅이라면 은성종은 세상을 다스린 명신이었다.그 시각 회음 제후 저택 밖.검은색 승합차 한 대가 길가에 천천히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자 유진우와 유천우 일행이 잇달아 내렸다.“형, 여기가 마지막 목적지예요.”유천우는 저택 간판을 바라보면서 감탄했다.“회음 제후 은성종은 아버지와 친분이 두터울 뿐만 아니라 마음이 따뜻하고 의협심도 강해요. 게다가 제갈영군의 편지까지 있으니 이번에는 문제없을 겁니다.”“섣불리 판단해선 안 돼.”유진우는 고개를 내저었다.“마지막 순간이 될수록 더욱 긴장을 늦추면 안 돼. 은성종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서 유만수조차도 은성종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지 못했어. 아무도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혹시 변수가 생길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유천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유태범이 이미 제갈영군과 연락했으니까 분명히 은성종과도 접촉했을 거야. 은성종이 유태범한테 설득당해서 유태범의 진영에 합류할까 봐 걱정돼.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지금 저택에 들어가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마찬가지야.”유진우가 분석했다.유태범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표기 대장군까지 오른 사람이라면 지혜와 용맹을 모두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건 유태범도 당연히 생각했을 것이다.유천우 일행이 사방에서 사람들을 모으고 있을 때 절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유태범이 아니었다.전에 제갈영군을 끌어들이려고 도시 두 개를 제시했다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남쪽 4대 제후 중에서 장범규는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05화

    제갈영군의 날카로운 눈빛과 창을 바라보면서도 유천우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제후님, 도시 두 개의 유혹이 매우 큰 건 사실입니다. 저였더라도 거절하지 못했을 거예요. 만약 제후님이 제 목숨으로 도시 두 개를 바꾸고 싶으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유천우는 두 손을 맞잡고 예를 표하면서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그래? 죽는 게 두렵지 않아?”제갈영군이 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아니면 내가 감히 널 죽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죽는 건 당연히 두렵습니다. 살 수 있다면 죽음을 택하지 않아요.”유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게다가 제후님은 여러 해 동안 전쟁을 치르시면서 앞길을 막는 자는 전부 다 죽였죠. 그런 분이 저의 목숨 따위 가져가는 건 순간일 것이고 힘을 들일 필요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죽는 게 두렵다면서 왜 이렇게 태연한 거지?”제갈영군은 조금 의아해했다.“죽는 걸 두려워하는 건 한 가지 일이고 죽음을 맞이할 용기가 있는 건 또 다른 일입니다. 저택에 들어온 순간부터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했습니다.”유천우가 진지하게 말했다.“게다가 제후님이 정말로 저를 죽이려고 한다면 도망갈 수도 없어요. 차라리 깔끔하게 죽는 게 그나마 고통을 덜 수 있다고 생각해요.”“재밌는 녀석이군.”제갈영군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더니 천천히 창을 내려놓았다.“피는 못 속인다더니 오늘 보니까 맞는 말 같군. 유씨 가문에는 쓸모없는 자식이 하나도 없어.”“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후님.”유천우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됐어. 농담 그만할게. 유태범의 부하들이 날 찾아온 건 맞지만 이미 내가 다 죽였어.”제갈영군이 손가락을 튕기자 곧바로 몇 명의 호위병이 시신을 끌고 와 유천우의 발밑에 던졌다.“자, 얘네들이 유태범이 보낸 사람들이야.”제갈영군은 발로 시신을 툭툭 치면서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제후님, 유태범이 주겠다는 도시 두 개를 포기하겠단 겁니까? 전 그렇게 좋은 걸 드릴 수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04화

    한바탕 공격이 지나간 후 연무장에는 제갈영군 혼자만 남았다.“실력이 점점 더 형편없어지는구나. 앞으로 더 열심히 훈련하도록 해. 알았어?”제갈영군이 호위병들에게 호통쳤다.“네.”호위병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됐어. 모두 나가 봐.”제갈영군은 손을 휘둘러 호위병을 전부 내보낸 다음 돌아서서 유천우 일행을 쳐다보았다.“제후님의 창술은 정말 신이 내린 창술입니다. 서경 전체를 통틀어 적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정말 존경합니다.”유천우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아무 일 없이 여기까지 올 리는 없을 테고. 무슨 일로 이 먼 곳까지 왔지?”제갈영군은 수건을 들고 땀을 닦기 시작했다.“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실례도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유천우가 두 손을 맞잡고 예를 표했다.“네 아버지 때문에 왔지?”제갈영군은 마치 예상한 듯 전혀 놀라지 않았다.“제후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셨습니까?”유천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서경왕이 암살당한 게 얼마나 큰일인데 내가 모를 수가 있겠어?”제갈영군은 차를 마시면서 혼자 자리에 앉았다.“그럼 북쪽 4대 제후가 반란을 일으킨 것도 알고 계십니까?”유천우가 다시 물었다.“소문은 들었어.”제갈영군이 고개를 끄덕였다.“제후님은 충의로운 분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부디 위기에 처한 서경왕부를 도와주십시오.”유천우는 두 손을 맞잡고 허리 굽혀 인사했다.“만약 네 아버지가 왔다면 난 당연히 도왔을 거야. 왜냐하면 난 그분을 존경하거든. 근데 넌... 아직 자격이 부족해.”제갈영군은 찻잔을 들어 한 번에 다 마셔버렸다. 내뱉는 말도 매정하기 그지없었다.유천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 곧바로 평정을 되찾았다.그는 제갈영군이 오만하고 변덕이 심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저택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난처함을 겪을 준비를 마쳤다.“제후님, 아버지와 비교하면 전 정말 보잘것없고 제후님께 뭔가를 요구할 자격도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유천우가 갑자기 화제를 바꾸었다.“하지만 전 유씨 가문 사람이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03화

    다음 날 오전, 남운.유진우와 유천우는 밤을 새워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목적지인 남운에 도착했다.남운은 무릉 제후 제갈영군이 지키고 있었고 남쪽 4대 제후 중에서도 병력이 가장 많으며 경제력이 가장 강한 도시였다.하지만 제갈영군은 성격이 괴팍하고 변덕이 심해서 화를 내면 유만수의 체면조차 봐주지 않았다. 하여 유천우는 제갈영군을 설득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형, 무릉 제후 저택에 도착했어요.”차가 멈춘 후 유천우와 유진우 일행이 잇달아 차에서 내렸다.“벌써 둘째 날이야. 네가 제후 저택을 다니고 있다는 소식이 곧 알려질 테니 서둘러야 해.”유진우가 당부했다.“알고 있어요.”유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제갈영군은 다루기 힘든 사람이지만 또 함부로 배신하는 소인배는 아니에요. 충분한 대가를 제시하고 감정으로 호소하면 설득할 수 있을 거예요.”“그럼 좋고.”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들어가자.”유천우는 옷을 정돈하고 얼굴을 매만져 정신을 차린 후 발걸음을 옮겨 저택 호위병에게 신분을 밝혔다.전과 마찬가지로 일행은 순조롭게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하지만 이번에 만난 장소는 저택의 거실이 아니라 제갈영군의 개인 연무장이었다.모두가 알다시피 제갈영군은 무술광이었다. 평소 직접 군대를 이끌고 훈련을 했기 때문에 그가 이끄는 장병들 모두 용맹하고 뛰어났다.“도련님, 제후님 지금 안에서 훈련 중이십니다. 들어가 보십시오.”호위병은 그들 일행을 연무장 문 앞까지 안내한 후 가버렸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연무장 가운데서 건장한 체격에 온몸이 근육질인 중년 남자가 수십 명의 정예 호위병과 함께 훈련하고 있었다.중년 남자는 창을 들고 위풍당당하게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양손으로 창을 휘두르자 창이 용이나 뱀처럼 움직였는데 민첩할 뿐만 아니라 파워도 넘쳤다.주변에 칼과 방패를 든 수십 명의 정예 호위병들은 속수무책으로 밀려났고 공격을 전혀 막아내지 못했다.이들은 제후 저택의 정예병으로서 혼자서 백 명을 거뜬히 상대할 수 있는 실력을 지녔다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02화

    “여봐라. 가서 펜과 종이를 가져와.”주한휘는 바로 부하에게 펜과 종이를 가져오라고 하고는 혼약을 맺을 준비를 했다.이런 기회는 좀처럼 얻기 힘든 좋은 기회였다. 딸이 서경왕부에 시집간다면 미래의 왕비가 될 것이다. 그러면 그의 외손자가 차기 서경왕이 될 가능성이 있다.이 내기는 어떻게 계산해도 이익밖에 없었다.“도련님, 잠깐만요. 인생의 중대사인데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죠.”유진우가 귀띔했다.“뭐?”주한휘가 얼굴을 찌푸리면서 불만을 드러냈다.‘호위병 주제에 어디서 지적질이야? 버르장머리 없이. 만약 내 부하였더라면 진작 매를 들었어.’“설득할 필요 없어. 난 이미 결정했어.”아직 유진우의 정체를 들켜선 안 되기에 유천우도 호위병을 대하듯 했다. 유천우는 유진우를 돌아보면서 웃었다.“제후님의 따님은 얼굴도 예쁘고 현명해서 그런 여자와 결혼하는 건 내 복이야. 복이 스스로 굴러들어왔는데 거절할 이유가 있겠어?”“역시 넌 사람 보는 눈이 있다니까.”주한휘는 기회를 놓칠세라 바로 추켜세웠다.“도련님...”유진우가 뭐라 얘기하려던 그때 주한휘가 호통쳤다.“건방진 놈! 감히 주인의 결정에 끼어들어? 버르장머리 없이.”유진우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분노를 터트리려 하자 유천우가 말렸다.“됐어. 난 이미 결정했으니까 더는 뭐라 하지 마.”그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혼약서에 사인하고 지장을 찍었다.유진우는 마음 아픈 나머지 한숨을 내쉬었다.‘내 동생 많이 컸구나. 이젠 무슨 일을 하든 항상 대국을 생각하고.’이 점은 유진우마저도 따라갈 수 없었다.“제후님, 혼약도 정해졌으니 부디 약속을 지키시길 바랍니다.”유천우가 두 손을 맞잡고 인사했다.“걱정하지 마. 앞으로 우린 한 가족이야. 서경왕부에 무슨 어려움이 있든 발 벗고 도와줄게.”주한휘가 가슴을 툭툭 치면서 장담했다.“감사합니다, 제후님. 전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유천우는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인사했다.“내가 문 앞까지 배웅해줄게.”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