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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화

“시신에 증거가 있어? 죽기 전에 남긴 거라고?”

황보추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시신을 처리할 때 한 번 꼼꼼히 살펴보았었는데 이상한 점이라곤 없었다.

‘혹시... 내가 뭘 놓쳤나?’

“애들 몇 명 불러서 당장 뒷산으로 가야겠다. 오늘 밤에 관을 열어서 시신을 다시 살펴봐야겠어.”

황보추는 잠깐 생각한 후 결정을 내렸다. 혹시라도 뭔가 놓친 게 있다면 큰일이다. 하여 아직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틈에 시신을 없애서 증거를 인멸해야 했다.

30분 후, 황보추는 한 무리 심복들과 함께 몰래 뒷산에 왔다.

이곳은 황보 가문 사람들을 묻은 곳인데 황보용명도 죽은 후 이곳에 안치되었다. 황보용명의 묘를 찾은 황보추는 먼저 절을 한 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버지, 죄송해요. 아들이 한 번만 더 실례하겠습니다.”

그러고는 손을 흔들었다.

“당장 파!”

황보추의 명이 떨어지자 한 무리의 심복들이 묘를 파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분도 채 되지 않아 관을 꺼냈다.

그때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사람들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져 몸을 파르르 떨더니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고는 찔리는 게 있는 표정으로 목을 움츠린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멍하니 서서 뭐 해? 뚜껑 빨리 열어!”

황보추가 낮은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았다. 이렇게 된 이상 더는 돌아갈 수도 없었다.

“열어!”

사람들은 이를 꽉 깨물고 관 뚜껑을 열었다.

황보용명이 수의를 입은 채 관속에 조용히 누워있었다. 얼굴이 시퍼런 게 전혀 편해 보이질 않았다.

“아버지... 죄송해요.”

황보추는 침을 꿀꺽 삼킨 후 관속으로 뛰어들어가 여기저기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러 번이고 뒤져봤지만 그 어떤 수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입 안, 콧구멍 안, 머리카락, 손톱 밑까지 전부 자세히 살폈지만 깨끗했고 그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

“증거는? 왜 없어?”

조급해진 황보추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아무것도 찾지 못할수록 더욱 당황했다.

“이봐요.”

그때 누군가 한 손으로 황보추의 어깨를 툭툭 쳤다.

“X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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