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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5화

유진우는 사방을 둘러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모두 보셨죠? 황보추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맹주 자리에 앉기 위해 친아버지까지 죽인 사람입니다. 이런 짐승을 살려둬도 되겠습니까?”

그 말에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 가장 큰 소리로 얘기하던 황보 가문 또한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황보춘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황보곰이 중얼댔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아빠가 할아버지를 죽였다고? 아니... 아니야!”

자신의 아버지가 이런 짓을 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권력과 지위를 위해서 천륜까지 거스르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난 유진우가 범인일 줄 알았는데, 황보 가문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난 거네.”

“친아버지를 죽이다니, 짐승 같은 놈!”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의리 넘치던 셋째 도련님이 이런 사람일 줄 누가 알았겠어?”

사람들이 쑥덕거렸다.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은 황보 가문에게로 옮겨갔다.

이때 백수정이 의심의 화살을 던졌다.

“잠깐! 황보추의 힘이 아주 약하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무도 마스터를 암살할 수 있어요?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들어요?”

“맞아요! 마스터만이 마스터를 죽일 수 있는데, 황보추가 무슨 힘으로 마스터를 죽여요? 누군가 자신의 죄를 덮으려고 희생양으로 황보추를 세운 건 아니에요?”

차연주가 질세라 말을 꺼냈다. 유진우가 이렇게 위기를 벗어나는 꼴은 죽어도 볼 수 없었다. 모함일지라도 어떻게든 죄를 덮어씌워야 했다.

“맞아! 황보추 실력에 어떻게 맹주님을 다치게 하겠어?”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또다시 의심을 시작했다. 무도 마스터는 신과도 같은 존재라, 일반 마스터들은 그들을 다치게 하기 어려웠다. 하물며 암살이라니?

의심되는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유진우는 인여궁 쪽을 힐긋 쳐다보고는 설명했다.

“황보추 한 사람만으론 당연히 안 되죠. 맹주님을 직접 죽인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송만규가 인상을 찌푸리고 물었다.

“그게 누군데요?”

“영살문 에이스 청부업자, 미야모토 코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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