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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2화

“안녕, 내 사랑...”

흐리멍덩한 의식 속 유진우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고 싶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떠지지 않았다.

몸이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지옥에 빠진 듯 계속 밑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공포와 절망이 유진우를 덮쳤고 온 세상이 암흑이다 못해 빛이라곤 전혀 없었다. 이런 상태가 얼마나 지속되었는지도 모르겠다.

1년? 10년? 아니면 100년?

그런데 유진우의 정신세계가 완전히 무너져내릴 것만 같던 그때 한 줄기의 빛이 나타났다. 그는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미친 듯이 발버둥 쳐서 빛이 보이는 쪽으로 헤엄쳐갔다. 그렇게 빛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드디어 빛과 한 몸이 되었다...

“쓰읍!”

병실 침대에 누워있던 유진우가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떴다. 기운이 폐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심장도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마치 환생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체내의 독이 신기하게도 전부 사라졌다는 것이다. 몸이 아직 허약하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유 장로, 드디어 깨어났군요. 이번 고비를 넘기지 못할까 봐 걱정 많이 했습니다.”

지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유진우가 눈을 떠보니 약신왕 조안태가 침대 옆에 앉아있었다. 땀에 흠뻑 젖은 채 안색이 창백했고 숨도 거칠게 내쉬는 게 진기를 아주 많이 소모한 듯했다.

“약신왕 선배님께서 살려주셨군요. 이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유진우가 재빨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가 중독된 독은 거의 해독 불가능한 독이었다. 조안태가 황천길에서 맴도는 유진우를 끌어오느라고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지 모른다. 정말 생명의 은인이었다.

“유 장로, 난 그저 진기를 조금 소모했을 뿐 딱히 한 거 없어요. 유 장로가 고마워해야 하는 사람은 이분입니다.”

조안태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분이요?”

유진우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옆 침대에 얼굴에 핏기라곤 전혀 없는 아름다운 여인이 가만히 누워있었다. 호흡이 아주 미약하다 못해 가슴팍도 움직이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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