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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7화

홍청하는 잠깐 멈칫하다가 억지웃음을 쥐어짰다.

“사부님, 저 눈치가 빨라서 사부님께 도움이 될 겁니다.”

“괜찮아.”

백수정이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연주 혼자 도와줘도 충분하니까 넌 나가 있어.”

“하지만...”

홍청하는 뭐라 더 얘기하고 싶었지만 백수정이 두 눈을 부릅떴다.

“왜? 이젠 사부의 말도 듣지 않겠다는 거야?”

“제가 어찌 감히...”

홍청하는 바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나가!”

백수정의 인내심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그럼 먼저 물러가겠습니다.”

더는 남아있을 수 없었던 홍청하는 인사를 올린 후 하는 수 없이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그녀의 두 눈에 짙은 불만과 분노가 가득했다.

수년 동안 물불 안 가리고 많은 일을 했지만 여전히 사부의 믿음을 얻지 못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계속 이방인이었다.

홍청하는 이미 충분히 노력했고 자신의 충성심을 다 보여줬다고 생각했었다.

만약 홍청하가 아니었더라면 백수정은 어떻게 인여경을 손에 넣고 또 어떻게 인여경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었겠는가?

보물을 찾아내는 데 사실 홍청하의 공이 가장 컸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상을 받기는커녕 되레 사부가 경계하기 시작했고 지도를 볼 자격조차 없었다. 홍청하가 그동안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많은 일을 한 건 다 누구 때문인데?

왜 백수정은 그녀를 믿지 않고 백수정의 마음을 얻지 못한단 말인가? 대체 왜!

홍청하는 이를 꽉 깨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의 두 눈에 원망이 스쳤다.

별장을 나선 홍청하는 휴대 전화를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우, 나 인여궁의 비밀을 발견했는데 당신에게 유용한 정보야. 관심 있으면 오늘 저녁 8시 진성 식당에서 봐.”

...

저녁 8시, 진성 식당.

홍청하는 안절부절못하며 룸 안에 홀로 앉아있었다. 사실 그녀는 유진우가 올지 말지 확신이 없었다.

여러 일을 겪고 나니 남을 믿는 것보다는 자기 자신을 믿는 게 가장 현명하다는 걸 문득 깨달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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