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청하는 잠깐 멈칫하다가 억지웃음을 쥐어짰다.“사부님, 저 눈치가 빨라서 사부님께 도움이 될 겁니다.”“괜찮아.”백수정이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연주 혼자 도와줘도 충분하니까 넌 나가 있어.”“하지만...”홍청하는 뭐라 더 얘기하고 싶었지만 백수정이 두 눈을 부릅떴다.“왜? 이젠 사부의 말도 듣지 않겠다는 거야?”“제가 어찌 감히...”홍청하는 바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나가!”백수정의 인내심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그럼 먼저 물러가겠습니다.”더는 남아있을 수 없었던 홍청하는 인사를 올린 후 하는 수 없이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그녀의 두 눈에 짙은 불만과 분노가 가득했다.수년 동안 물불 안 가리고 많은 일을 했지만 여전히 사부의 믿음을 얻지 못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계속 이방인이었다.홍청하는 이미 충분히 노력했고 자신의 충성심을 다 보여줬다고 생각했었다.만약 홍청하가 아니었더라면 백수정은 어떻게 인여경을 손에 넣고 또 어떻게 인여경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었겠는가?보물을 찾아내는 데 사실 홍청하의 공이 가장 컸다.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상을 받기는커녕 되레 사부가 경계하기 시작했고 지도를 볼 자격조차 없었다. 홍청하가 그동안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많은 일을 한 건 다 누구 때문인데?왜 백수정은 그녀를 믿지 않고 백수정의 마음을 얻지 못한단 말인가? 대체 왜!홍청하는 이를 꽉 깨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의 두 눈에 원망이 스쳤다.별장을 나선 홍청하는 휴대 전화를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진우, 나 인여궁의 비밀을 발견했는데 당신에게 유용한 정보야. 관심 있으면 오늘 저녁 8시 진성 식당에서 봐.”...저녁 8시, 진성 식당.홍청하는 안절부절못하며 룸 안에 홀로 앉아있었다. 사실 그녀는 유진우가 올지 말지 확신이 없었다.여러 일을 겪고 나니 남을 믿는 것보다는 자기 자신을 믿는 게 가장 현명하다는 걸 문득 깨달았
“정말 고영은이야? 잘못 안 거 아니고?”유진우는 흥분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홍청하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엄청난 힘에 홍청하는 팔이 저릿하여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직접 봤어. 절대 거짓말이 아니야.”홍청하는 아픔을 가까스로 참으며 진지하게 대답했다.“묘 어디 있어? 얼른 말해!”유진우는 무척이나 급해 보였다. 마치 상대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이었다.그렇지 않아도 인여궁을 통하여 고영은에 관한 정보를 알아보려 했었는데 이렇게나 빨리 찾을 줄은 몰랐다.“아프다고!”홍청하는 유진우의 손을 뿌리치려 발버둥 치면서 눈살을 찌푸렸다.“묘의 정확한 위치는 나도 잘 몰라. 사부는 지도를 연구하겠다면서 날 일부러 내쫓더라고. 어렴풋하게 블랙 숲이라는 세 글자를 보았어.”“블랙 숲?”유진우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그게 어딘데?”“이미 알아봤는데 블랙 숲은 무주 지역에 있더라고. 늪이 가득한 아주 위험한 자연림이야. 지세가 험하고 환경도 열악해서 인적이 아주 드물어. 아직 미개발 지역이야.”홍청하가 설명했다.“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라 정확한 위치야.”유진우가 서늘하게 말했다. 숲이라고 불릴 정도라면 면적이 아주 넓을 것이다. 지도 없이 숨은 묘를 찾는다는 건 바다에 빠진 바늘을 찾는 격이었다.“내가 알아낸 건 잠시 이것뿐이야.”홍청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걱정하지 마. 백수정 옆에서 정보를 캐낼 거야. 뭔가 알아낸 게 있다면 바로 연락할게. 그런데 그전에 조건이 있어.”“무슨 조건?”유진우가 되물었다.“보물을 찾으면 나한테 절반을 줘.”홍청하가 대놓고 요구했다. 유진우를 찾은 건 강한 조력자가 필요해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진우의 인품도 믿을만하니까.“그래.”유진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흔쾌히 대답했다. 보물인지 뭔지 그는 하나도 관심이 없었다. 그저 검은 꽃무릇만 손에 넣으면 되었다.“좋아! 약속 지켜!”홍청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유진우가 흥정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고영은의 묘가 다시 나타났고 그 위치가 바로 무주의 블랙 숲이라는 정보였다. 이 정보가 알려지자마자 곳곳의 수많은 무사들이 무주로 몰려들어 숟가락을 끼얹었다. 어쨌거나 이런 색다른 경험은 흔히 있는 건 아니니까.그 시각, 무주로 향하는 한 승합차 안.유진우는 유리창 밖의 휙휙 지나가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황은아가 옆에서 쉴새 없이 재잘거렸다.“아저씨, 약신왕 선배님께서 몸조심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셨어요. 약 제때 먹고 절대 진기를 써서는 안 된댔어요. 그렇지 않으면 내장을 심하게 다친대요. 그리고 고영은의 일을 누가 발설했는지 지금 엄청 많은 사람이 보물을 찾겠다고 혈안이 되어있어요. 우리 이번에 경쟁자가 아주 많아요. 아 참, 나쁜 소식도 있어요. 어젯밤에 어떤 고수가 무도 연맹 감옥에 쳐들어가서 황보춘을 데려갔대요. 무도 연맹에서 많은 사람을 보내 쫓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대요.”황은아는 들어온 소식을 보면서 유진우에게 보고했다. 멍하니 듣고만 있던 유진우가 드디어 반응을 보였다.“황보춘이 도망쳤다고? 대체 누가 그런 재주가 있어서 감히 무도 연맹 감옥에서 사람을 데려가?”“장 어르신이 보낸 정보에 따르면 영살문의 짓인 것 같아요. 무도 연맹이 잠깐 방심한 틈에 많은 이가 죽었대요.”황은아가 설명했다.“만약 미야모토 코지로가 직접 나섰다면 가능성 있어. 하지만 영살문이 고작 황보춘 때문에 이런 위험을 무릅쓸 줄은 몰랐네.”유진우가 실눈을 뜨고 말했다.“명의님, 황보용명이 죽은 그 순간부터 전 자꾸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그때 옆에 앉아있던 설연홍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황은아의 경호원으로서 당연히 동행해야 했다.“뭐가 이상하다는 거죠?”유진우가 미간을 찌푸렸다.“모르겠어요. 그냥 누군가에게 끌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설연홍은 다리를 꼬고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지금은 그런 거 생각하지 맙시다. 일단 검은 꽃무릇부터 찾고 봐요.”유진우는 더는 따지기 귀찮아 두 눈을 감았다.점심쯤 승
“멸치?”갑작스러운 소리에 흉터남이 화들짝 놀랐다. 고개를 돌려 보니 평범한 옷차림에 서늘한 표정의 남자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인마, 넌 또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야? 경고하는데 오지랖 부리지 마!”흉터남이 잔뜩 굳은 얼굴로 째려보았다.“살려주세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여인이 발버둥 치며 울부짖었다. 공포에 질린 얼굴에 한 가닥의 희망이 생겼다. 오늘 몸이 더럽혀질 것 같다는 생각에 거의 절망에 빠졌지만 지나가던 누군가가 흔쾌히 나서서 도와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난 오지랖 부리겠다고 한 적 없어. 하던 거 계속해.”유진우는 팔짱을 낀 채 관심 없는 척했다.“응?”유진우의 행동에 흉터남은 되레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여인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날 구하려던 거 아니었어? 왜 가만히 있지? 설마 구경하러 온 거야?’“흥! 난 또 무슨 큰 인물이라도 되는 줄 알았더니 잡것이었구나.”흉터남이 코웃음을 쳤다.“나서지 못하겠으면 그냥 꺼져. 내 일을 방해하지 말고.”“그래! 당장 꺼져. 그렇지 않으면 다리를 분질러버리겠다!”몇몇 부하들이 흉악스러운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넌 네 일 하고 난 풍경을 감상하겠다는데 왜? 그나저나 멸치인 네가 설 수나 있을지 모르겠네.”유진우는 흉터남의 바짓가랑이를 힐끗거리며 비웃었다.“죽으려고 환장했어?”치욕을 당했다는 생각에 흉터남은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더니 두말없이 칼을 뽑아 들고 유진우를 내리치려 했다. 눈앞의 유진우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기세였다.쨍!유진우는 한 손으로 칼날을 가볍게 잡았다. 흉터남이 흠칫하며 넋이 나간 그때 그의 바짓가랑이를 힘껏 걷어찼다.흉터남은 처참하게 울부짖으며 두 다리를 오므리면서 털썩 주저앉았다. 안색이 창백해지고 입에 거품까지 물었다. 보기만 해도 상당한 고통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어!”흉터남의 부하들이 분노하며 저마다 칼을 뽑아 들었다.유진우가 킥으로 그들의 바짓가랑이를 걷어차자 또다시 처참한 비
하지만 이럴수록 그녀의 승부욕을 불러일으켰다. 한예슬은 입을 삐죽 내밀고 유진우를 흘겨보며 말했다.“까칠하게 굴지 말아요. 은혜를 갚으려는 것뿐이에요. 이 은혜를 갚지 못한다면, 저는 그게 마음에 걸려서 잠도 제대로 못 잘 거예요.”“그건 수면제를 드시면 되겠네요. 그럼 이만.”유진우는 단 한마디를 던지고는 떠났다.“저기요!”한예슬이 유진우를 쫓아갔다. 그런데 얼마 가지도 못한 채 발목을 삐끗했는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가슴 앞의 가리개가 찢어져 그녀의 몸체가 드러났다.유진우는 멈칫하고는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던져줬다.“고마워요!”한예슬은 새빨개진 얼굴로 급히 겉옷을 집어 몸을 감쌌다. 마음속에 한 줄기 감동이 피어났다.“예슬아!”이때 남녀 한 쌍이 달려왔다. 비싼 옷을 걸치고 기백이 남다른 것을 보아 보통 사람은 아닌 듯싶었다.“선배!”그들을 본 한예슬이 금세 정신을 차리고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예슬아! 말도 없이 어디 갔던 거야? 걱정했잖아!”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일부러 심각한 표정을 짓고 꾸짖듯 말했다. 검은 옷차림의 남자도 인상을 찌푸리고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예슬아, 머리가 왜 산발이 됐어? 그 옷차림은 또 뭐냐. 무슨 일 있었어?”“선배, 방금 양아치 몇 명을 만났는데, 다행히 이분이 구해주셨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정말 큰 일 날 뻔했어요!”“응?”검은 옷의 남자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유진우를 훑어보았다.붉은 옷의 여자가 유진우에게 다가가 꾸벅 인사하고 말했다.“정말 감사합니다. 전 벽하파의 심연수입니다. 이쪽은 저희 선배, 심호중이고요. 실례지만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유진우입니다.”유진우가 작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상대방이 예의를 차리기에 그도 상대를 존중해야 했다.“그렇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근데 무주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이곳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고영은의 묘 때문에요?”“어떻게 아셨습니까?”“저도 찍은 거예요. 무주에 무림 고수들이 많이 왔다는 소식을
밤 7시.유진우는 황은아와 설연홍을 데리고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식당은 몇백 명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큰 규모였다.식당에 들어선 유진우의 눈에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보였다. 관광객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소문을 듣고 온 무사들이었다.“유진우 씨! 여기요!”이때 한예슬이 벌떡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유진우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람들을 이끌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오셨네요. 어서 앉아요.”심연수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 옆의 심호중은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유진우를 쳐다보다 설연홍과 황은아를 발견하고는 급히 옷매무새를 정리했다.유진우가 간단히 일행을 소개했다.“제 친구들이에요. 이쪽은 설연홍 씨, 이쪽은 황은아 씨. 같이 왔는데, 괜찮죠?”“당연하죠, 사람이 많으면 힘도 커지잖아요. 모두 앉아요.”심연수가 옅게 웃으며 손짓했다.“감사합니다.”유진우가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주위를 둘러보자 심연수 일행을 제외하고도 낯선 얼굴들이 몇몇 보였다.옷차림을 봐서는 모두 벽하파 사람 같았다. 가장 약한 사람도 후천 대성이었다. 일반 무사 중에서는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각 파벌을 상대해 보물을 차지하기엔 조금 부족했다.심연수가 먼저 말을 걸었다.“유진우 씨, 이번 일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블랙 숲에는 맹수들과 독 있는 동물들이 가득해요. 들어가려면 꼭 해독제, 치료제, 집기단 등을 챙겨야 해요. 그 외에도 나침반, 모기향, 특제 텐트 등도 중요한 물건이죠. 꼭 필요할 거예요.”“네? 그런 것도 챙겨야 해요? 저흰 아무것도 안 챙겼어요.”황은아가 어리둥절해졌다. 그들은 모두 급하게 오느라 일상용품만 챙겨왔다.“보물 찾으러 온 사람 맞아요? 휴가 온 거 아니에요?”심연수가 웃으며 농담하고는 계속해 말했다.“괜찮아요. 저희가 이미 다 준비해 놓았으니, 물건이 모자랄 일은 없어요.”“정말요? 너무 잘됐어요! 감사합니다!”황은아가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심연수는 심각하
“물론 모두 고수들이지만 저희 벽하파에게는 위협적이지 않아요. 정말 위협적인 건 큰 규모의 파벌과 최고급 고수에요. 현무문, 대비사, 응양종, 진혼파 등 파벌이요. 맞다, 예의주시해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요!”“그게 누군데요?”“최근에 자양지존과 결투한 소년 마스터요!”“네?”황은아가 어리둥절해졌다.‘그거 스승님 아닌가?’그녀는 묘한 표정으로 유진우를 쳐다보았다. 유진우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이번엔 조용히 행동해야지, 눈에 띄었다가는 누군가의 계략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설연홍이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그 소년 마스터 본 적 있어요?”“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당연히 본 적 없죠. 하지만 소문은 많이 들었어요. 얼굴도 잘생겼고, 의리도 있고. 가장 중요한 건 20대에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는 거예요!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천재고, 엄청나게 많은 여자 무사의 이상형이라고요.”심연수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수려한 외모에 최고의 실력을 갖춘 소년 마스터를 누가 싫어하겠는가?“하하, 그분을 상당히 좋아하시나 봐요.”설연홍이 유진우를 흘깃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유진우는 못 들은 척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안 좋아할 사람이 있겠어요?”심연수가 쿨하게 인정했다. 어차피 만나지 못할 사람인데, 조금 언급해도 괜찮을 것이었다.“흥! 그 사람이 대단하긴 하지만 나도 나쁘지 않아. 10년만 있으면 내가 그 사람을 이겨버릴 거야!”심호중이 차갑게 말했다. 제 동생이 다른 남자를 칭찬하는 말을 듣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정말 되겠어요?”황은아가 심호중을 훑어보며 의심스럽게 말했다.“당연하죠. 저도 무주 무림계에선 알아주는 사람입니다. 절 모르는 사람은 없어요.”“맞아요! 저희 선배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한예슬이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저희 선배는 무주 10대 호걸 중 3위에요. 지금은 본투비 레벨 고수시고, 모두가 인정하는 무도 천재에요!”“이 식당 안에 있는 무사들과 10대1로 싸워도 지지 않을 거
“응?”심호중은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한창 잘난 척하고 있었는데 막을 새도 없이 갑자기 술병 하나가 날아왔다.그는 맞은 자리를 만져보았다. 피가 흥건했다. 진기의 보호가 없는 한 그는 일반인보다 조금 튼튼할 뿐이었다.“젠장! 누구야?”심호중이 크게 외쳤다. 벽하파 제자들도 이에 동조하며 외쳤다.“감히 선배님을 공격하다니, 어떤 놈이야?”“나다.”이때 잘 차려입고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무사 두 명을 데리고 천천히 걸어왔다.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발걸음이었다.“자식! 내가 누군 줄 알아? 감히 날 급습해?”“음? 그럼 한 수 배워야겠네. 네가 누군데?”선글라스 낀 남자가 놀림조로 말했다.“잘 들어! 난 무주 10대 호걸, 핸섬 리틀 드래곤, 심호중이야!”“무주 10대 호걸? 핸섬 리틀 드래곤? 얼씨구, 너무 멋있다. 정말 무섭군.”남자가 심호중을 조롱했다. 뒤에 선 무사 두 명도 크게 웃기 시작했다.“네가 감히!”“간덩이가 부었군!”벽하파 제자들이 칼을 뽑아 들었다.“감히 날 모욕해? 결투다!”심호중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는데, 결투라도 하지 않으면 이제 이 바닥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결투? 하하... 감히 나와 결투한다고? 내가 누군 줄 알아?”“그건 내 알 바 아니야! 감히 날 급습해? 오늘이 네놈 제삿날이 될 거야!”심호중은 크게 외치고는 칼을 내리찍으려 했다.“난 구정파 장문의 아들, 엄홍수다!”남자가 한 마디를 던졌다. 그 말을 들은 심호중이 휘두르려던 칼을 멈췄다.“구정파? 엄홍수?”심호중의 눈에 두려움이 들어찼다. 상대방의 실력은 무섭지 않았지만, 그 신분이 무서웠다.엄홍수는 별 볼 일 없는 실력을 갖췄지만, 좋은 아버지를두었다. 그의 아버지는 구정파 장문, 무주의 제일가는 무사, 엄건호였다. 그는 최고의 실력과 지위를 가졌다.엄건호의 이름을 들은 심호중이 공격을 멈췄다. 아무리 스승이라지만 두려운 존재였다. 이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