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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5화

50년 전 조안태가 아직 풋내기이던 시절 고영은은 이미 세상에 명성을 떨쳤다. 운 좋게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아주 기품이 흘러넘치고 사람을 압도할 만한 분위기를 지닌 여자였다.

“고영은? 인여궁?”

유진우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바로 물었다.

“선배님, 고영은이라는 분의 묘가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허무맹랑한 물건이라고 했던 이유가 바로 그거예요.”

조안태가 한숨을 내쉬었다.

“50년 동안 고영은의 묘를 찾아다닌 사람이 수두룩한데 지금까지 찾아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러니까 이 검은 꽃무릇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죠.”

“찾지 못했다고 해서 없는 건 아니잖아요.”

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

“무슨 방법을 써서든 검은 꽃무릇을 찾아내고 말 겁니다. 그래도 안 되면 주술교에 쳐들어가는 수밖에 없죠.”

“미쳤어요? 거긴 아주 위험한 곳이에요.”

조안태의 표정이 급변했다.

“선미 씨는 저를 위해서 목숨까지 바쳤는데 위험한 곳에 들어가는 게 뭐가 대수라고요.”

유진우의 눈빛이 매우 확고했다.

“하지만...”

조안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선배님, 선미 씨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어요?”

유진우가 갑자기 물었다.

“그건 나도 확실하게 말하긴 어려워요. 길면 보름이고 짧으면 닷새 정도인데 선미 씨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어요.”

조안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유진우는 아무 말 없이 허리를 굽혀 조선미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하고 부드럽게 말했다.

“선미 씨, 내가 돌아올 때까지 꼭 버텨요... 나랑 평생 함께하겠다면서요. 그 약속 지켜야죠. 내가 무슨 대가를 치르든 반드시 구해줄 테니까 기다려요.”

그러고는 문을 나섰다. 그의 두 눈에 전에 본 적 없었던 확고함이 가득했고 살짝만 건드려도 미쳐 돌아갈 것만 같았다.

...

교외에 정원이 딸린 어느 한 고급 별장.

인여궁 궁주 백수정과 몇몇 제자들이 한 데 둘러앉아 완전하지 않은 인여경을 연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꼼꼼하게 살펴도 그 어떤 수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청하야, 이 안에 다른 게 숨겨져 있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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