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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화

조선미가 기꺼이 목숨을 바치고 수만 마리의 개미가 뼈를 갉아 먹는 듯한 고통을 견뎌낸 것, 그리고 죽음에 임박했다가 마지막에 산송장이 된 것까지 이 전체 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유진우에게 말해주었다.

왜냐하면 유진우가 반드시 이 사실을 알아야 하고, 조선미가 죽을 각오까지 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안태의 설명을 듣던 유진우는 그대로 넋이 나갔다. 자리에 멍하니 선 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조선미가 유진우를 위하여 목숨까지 내놓을 정도로 희생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유진우는 그제야 조선미의 사랑을 뼛속 깊이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이 무겁고 소중한 사랑을 그가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이건 선미 씨가 유 장로에게 남긴 편지입니다. 읽어보세요.”

조안태는 복잡한 표정으로 조선미의 유언이 담긴 편지를 조심스럽게 건넸다. 지금까지 누군가를 존경하고 탄복한 적이 없는 그였는데 조금 전 조선미의 용기는 진심으로 존경할만했다.

수만 마리 개미가 뼈를 갉아 먹는 듯한 고통은 무도 마스터라도 버틸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런데 여린 여자가 그 고통을 견뎌냈고 게다가 어떤 후회와 두려움도 없이 강인하고 단호했다.

한 사람을 대체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해야만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조안태는 신이 와도 유진우의 목숨을 구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조선미를 통하여 일반인에게도 신과 겨룰만한 강력한 힘이 있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되었다.

유진우는 떨리는 손으로 편지 봉투를 받고 열어보았다. 가지런한 글씨가 그의 눈앞에 또렷하게 나타났다.

[여보, 당신이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난 아마 이 세상에 없겠죠? 하지만 너무 속상해하지도 말고 자책하지도 말아요. 이 모든 건 다 내가 원해서 선택한 거니까. 사실 당신을 만난 그 순간부터 난 당신이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했었어요. 처음에는 단지 재미나는 사람이라고만 여겼었는데 나중에 나도 모르게 진우 씨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머릿속에 매일 당신 얼굴이 떠오르고 한시도 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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