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우 씨?”“황 사장님?”눈앞의 뚱뚱한 남자를 본 유진우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왜냐하면 미친 사자의 배후에 있던 특사가 바로 예전에 인여경을 팔았던 황성태였기 때문이다.“진우 씨, 우리 참 인연이 있나 봐요? 이렇게 만난 걸 보면.”황성태는 조금 전의 싸늘함을 지우고 마치 보살처럼 자상하게 웃었다. 악의라곤 전혀 없는 사람인 듯 상냥했다.“황 사장님이 자신의 실력을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유진우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블랙 랭킹에 3대 특사가 있는데 다들 못 하는 게 없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황 사장님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그냥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예요. 거론할 가치도 없습니다.”황성태는 환하게 웃으며 한 손으로 자리를 안내했다.“앉으시죠, 진우 씨.”유진우는 사양하지 않고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진우 씨가 오늘 자양지존을 이기면서 소년 마스터라는 명성이 아주 세상을 뒤흔들었어요. 정말 진심으로 존경합니다.”황성태는 갓 우려낸 따뜻한 차를 잔 두 개에 따랐다.“황 사장님은 소식도 참 빠르세요.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다 알고 계시네요.”유진우는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허허, 이렇게나 큰일을 아직도 모른다면 지금까지 특사를 괜히 했죠.”황성태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사장님,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오늘 타깃이 혹시 남궁은설이었나요?”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미친 사자를 뒤쫓은 건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남궁을용과 유진우의 어머니는 오랜 벗이었고 유진우를 두 번이나 도와주었다. 게다가 남궁은설도 바른 사람이라 오지랖이 넓더라도 이 일에 관여할 생각이었다.“맞아요.”황성태는 부정하지 않았다.“돈을 받고 액막이를 해주는 게 블랙 랭킹의 룰이죠.”“임무를 철수할 수 있나요?”유진우가 캐물었다.“안 됩니다. 의뢰인이 스스로 포기하면 모를까.”황성태가 계속하여 고개를 내저었다.“황 사장님, 제가 상이라도 엎어야
“스파이가 하도 꽁꽁 숨어서 아직 알아내지 못했어요.”황성태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건 이 사람이 황보 가문에서 엄청난 권력을 가졌다는 거예요. 황보 가문의 사형제 아니면 직계 가족임이 분명해요.”사형제라면 황보용명의 네 아들 춘, 하, 추, 동이었다. 그들 모두 엄청난 자원을 손에 쥐고 있고 야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꿍꿍이속을 도통 헤아리기 힘든 사람들이었다.“결국에는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은 거나 다름없네요?”유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황보 가문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짧은 시간 내에 어디 가서 그 스파이를 찾는단 말입니까?”유진우는 예전부터 의심하긴 했었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조급해하지 말아요, 진우 씨. 스파이가 누군지 알아내려면 사실 그리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해요.”황성태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그래요? 황 사장님께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 보죠?”유진우는 바로 구미가 당겼다.“좋은 방법까지는 아니고 그저 미끼가 되는 거죠.”황성태는 검지에 차를 톡 묻히더니 상 위에 글 몇 줄을 끄적였다. 내용을 확인한 유진우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이것도 방법이긴 한데 성공할지는 모르겠네요.”“일단 하는 데까진 해보고 나머지는 운명에 맡겨야죠.”황성태가 덤덤하게 말했다.“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황 사장님.”유진우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이 정보는 얼마인가요?”“친구가 된 셈 치고 공짜로 드릴게요.”황성태가 웃으며 말했다.“제 친구가 되는 건 쉽지 않아요. 남궁은설을 죽이라고 사주한 사람이 누군지 알려주시면 친구로 받아들일게요.”유진우는 조건을 내걸었다.“진우 씨, 더는 절 곤란하게 하지 말아요.”황성태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의뢰인의 정보를 발설하게 되면 앞으로 저 장사 못해요.”“사장님과 저만 입을 다문다면 누가 또 알겠어요?”유진우는 웃을 듯 말 듯 했다.“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했어요. 전 괜한 모험 같은 거 하고
“뭐? 아무 움직임도 없다고?”황보 저택의 정원에서 부하의 보고를 듣던 황보추가 의아해하며 물었다.“확실해?”“확실합니다.”부하가 진지하게 말했다.“저희가 온 하루 지켜봤는데 강린파의 제자들이 전부 풍우 산장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이 자식 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야?”황보추는 고민에 빠졌다. 며칠 동안 유진우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하면서 조사를 펼쳤다. 그런데 갑자기 아무 움직임도 없으니 당연히 의심할 만 했다.“넌 계속 지켜보고 있어. 새로운 소식 있으면 바로 보고해.”황보추가 분부했다.“알겠습니다.”부하는 대답한 후 바로 자리를 떠났다.사흘째 되는 날에도 강린파 제자들은 풍우 산장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여전히 술을 마시면서 즐겼다. 매일 하는 훈련 말고는 먹고 노는 것밖에 없어 정말 살맛이 났다.풍우 산장의 분위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재난이 곧 닥칠 거라는 불안한 모습이라곤 눈곱만치도 없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황보추는 더욱 어리둥절했다.“X발, 유진우 이 자식 자포자기한 건가? 죽을 거라는 걸 알고 마지막으로 마음껏 노는 거야?”하지만 황보추는 생각하면 할수록 의문이 풀리지 않아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아는 유진우는 절대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쉽게 포기했더라면 무도 마스터의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했을 테니까.그런데 문제는 포기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틀 동안 아무 움직임도 없냐는 것이다. 혹시 뭔가를 알아챘나?“가서 꼼꼼하게 알아봐! 이 자식 대체 무슨 속셈인지 알아야겠어.”황보추가 다시 한번 명을 내렸다.나흘째 되는 날에도 강린파 제자들은 여전히 두문불출했고 외부의 일 따위 신경도 쓰지 않았다. 흥을 돋우려고 공연단을 불러 공연을 즐기기도 했는데 정말 하루하루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그리고 유진우는 사흘이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강린파 제자들도 유진우가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했다. 정말 증발한 것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그럴수록 황보추는 점점 불안하기만 했다. 맨날 오만가지
그날 저녁, 풍우 산장.순찰하는 제자들 말고 대부분의 강린파 제자들은 술에 잔뜩 취해 거의 인사불성이 되었다.그때 검은 옷차림을 한 열 명이 담장을 뛰어넘어 산장 내부를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이상하리만큼 날렵했고 마치 영혼처럼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강린파의 순찰팀은 그 어떤 수상한 움직임도 알아채지 못했다.그들 열 명은 전부 황보 가문에서 가장 강한 비밀 호위였다. 수많은 실력자 중에서 어렵게 고른 고수들이었고 엄격한 훈련을 거쳤다. 암살, 잠복, 정보 캐내기 등 임무 성공률이 항상 100%에 달했다.황보 가문이 탑 쓰리 중 하나라고 불리게 된 이유도 무도 마스터인 황보용명이 있어 그런 것도 있지만 비밀 호위의 공로도 빼먹을 수는 없었다. 비밀 호위는 황보 가문을 도와 앞길을 막는 장애물을 제거해 주었고 적을 두려움에 떨게 했기에 그 공로가 상당했다.“바로 여기입니다.”여기저기 찾아다니던 비밀 호위들이 드디어 영령전 근처에 도착했다.영령전 문 앞에 강린파 제자 두 팀이 지키고 있었고 가끔 순찰팀도 지나갈 정도로 경계가 아주 삼엄했다.두 비밀 호위 팀장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다가 각각 향 하나를 꺼내 불을 붙였다. 파란 연기가 피어오를 무렵 비밀 호위 열 명은 코와 입을 막고 숨을 죽였다. 바람 때문에 파란 연기가 순식간에 영령전 문 앞까지 날아갔다.숨을 몇 번 들이쉬자 문 앞을 지키던 강린파 제자들이 전부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순찰팀이 5분에 한 번씩 돌아다니니까 빨리 움직여야 해!”명이 떨어지자 비밀 호위 10명은 바로 영령전으로 들어가 곳곳을 수색하기 시작했다.영령전이 아주 크고 널찍했다. 가지런히 놓인 위패 앞에 커다란 향로가 하나 놓여있었다.“찾았습니다.”3분 후, 한 비밀 호위가 누군가의 위패 밑에서 숨겨진 곳을 발견했다. 열어보니 안에 검은 비단 주머니가 있었다.비밀 호위들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재빠르게 어둠 속에서 사라졌다.그 시각 영
“시신에 증거가 있어? 죽기 전에 남긴 거라고?”황보추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시신을 처리할 때 한 번 꼼꼼히 살펴보았었는데 이상한 점이라곤 없었다.‘혹시... 내가 뭘 놓쳤나?’“애들 몇 명 불러서 당장 뒷산으로 가야겠다. 오늘 밤에 관을 열어서 시신을 다시 살펴봐야겠어.”황보추는 잠깐 생각한 후 결정을 내렸다. 혹시라도 뭔가 놓친 게 있다면 큰일이다. 하여 아직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틈에 시신을 없애서 증거를 인멸해야 했다.30분 후, 황보추는 한 무리 심복들과 함께 몰래 뒷산에 왔다.이곳은 황보 가문 사람들을 묻은 곳인데 황보용명도 죽은 후 이곳에 안치되었다. 황보용명의 묘를 찾은 황보추는 먼저 절을 한 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아버지, 죄송해요. 아들이 한 번만 더 실례하겠습니다.”그러고는 손을 흔들었다.“당장 파!”황보추의 명이 떨어지자 한 무리의 심복들이 묘를 파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분도 채 되지 않아 관을 꺼냈다.그때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사람들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져 몸을 파르르 떨더니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고는 찔리는 게 있는 표정으로 목을 움츠린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멍하니 서서 뭐 해? 뚜껑 빨리 열어!”황보추가 낮은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았다. 이렇게 된 이상 더는 돌아갈 수도 없었다.“열어!”사람들은 이를 꽉 깨물고 관 뚜껑을 열었다.황보용명이 수의를 입은 채 관속에 조용히 누워있었다. 얼굴이 시퍼런 게 전혀 편해 보이질 않았다.“아버지... 죄송해요.”황보추는 침을 꿀꺽 삼킨 후 관속으로 뛰어들어가 여기저기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러 번이고 뒤져봤지만 그 어떤 수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입 안, 콧구멍 안, 머리카락, 손톱 밑까지 전부 자세히 살폈지만 깨끗했고 그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증거는? 왜 없어?”조급해진 황보추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아무것도 찾지 못할수록 더욱 당황했다.“이봐요.”그때 누군가 한 손으로 황보추의 어깨를 툭툭 쳤다.“X발
“거기 서! 경고하는데 함부로 하지 마. 난 황보 가문의 아들이야!”황보추는 뒷걸음질 치면서 소리를 질렀다.“자기 아버지마저 죽인 사람이 뻔뻔스럽게 그런 소리를 해?”유진우는 그를 경멸스럽게 쳐다보았다.“오늘 일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 결과가 어떨 것 같아?”“비밀 호위, 저 자식을 죽여버려!”황보추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이런 순간에도 황보추는 싹 다 죽여버리려 했다. 그런데 주변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고 가끔 바람 소리만 들렸다.“비밀 호위! 비밀 호위!”조급해진 황보추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당신 심복들은 다 여기 있어.”장 어르신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람 머리 두 개를 들고 어둠 속에서 달빛이 비치는 환한 곳으로 걸어왔다. 그가 머리를 툭 던지자 데굴데굴 굴러서 황보추의 발밑에 멈췄다. 깜짝 놀란 황보추의 표정이 급변했다.“황보추, 당신은 이미 독 안에 든 쥐야. 절대 도망 못 가. 아직 할 얘기 더 남았어?”유진우가 냉랭하게 말했다.“잠깐!”상황이 여의치 않자 황보추가 갑자기 머리를 굴렸다.“유진우, 영원한 적은 없고 영원한 이익만 있다고 했어. 이 일 우리 아직 협상할 여지가 있어.”“어떻게 협상할 건데?”유진우의 표정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손을 잡자! 손을 잡으면 되지.”황보추가 침을 꿀꺽 삼켰다.“황보 가문은 재산이 아주 많아. 내가 가주 자리에 앉는 걸 도와주면 재산 절반을 너에게 줄게. 그때가 되면 넌 원하는 걸 뭐든지 다 얻을 수 있어. 어때?”“내가 지금 살인죄를 뒤집어쓴 건 어떻게 해결할 건데?”유진우가 갑자기 물었다.“그거야 쉽지. 아무 희생양이나 찾으면 돼.”황보추의 안색이 금세 환해졌다. 유진우의 마음이 흔들린 줄 알고 재빨리 말했다.“나와 손만 잡으면 가문 내에서 아무나 찾아 희생양으로 만들면 돼. 그러면 넌 아무 일 없을 거야.”“아주 괜찮은 생각인 것 같네.”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지? 역시 넌 큰일을 할 사람이라니까.”황보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계속 유
황보추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그 영감탱이 얘기 하지 마. 지금은 우리가 힘을 합치는 게 제일 중요해. 날 밀어준다면 며칠 안에 황보 가문을 먹어버릴 수 있어.”“내가 언제 너와 힘을 합친댔어?”“응? 이 조건 혹하지 않아?”“친아버지도 가차 없이 죽이는 너 같은 짐승이랑 합작하는 건 내 명성만 망칠 뿐이야. 네가 한 모든 짓을 이미 모두에게 알렸으니 얌전히 죽을 준비나 해.”유진우가 차갑게 말하며 손을 휙 저었다. 이를 본 장 어르신이 쏜살같이 달려가 황보추를 넘어뜨렸다.“비겁한 놈! 방금 승낙했잖아! 왜 이러는 건데?”황보추가 절규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성공할 수 있었다. 권력, 지위, 명성은 모두 그의 것이 될 것이었다. 그런데 대체 왜?유진우가 차가운 눈길로 말했다.“난 좋은 사람은 못 되어도 짐승 새끼까진 아니야. 이봐, 이자를 때려 기절시킨 뒤 끌고 가. 내일 아침 공개처형이다!”...다음 날 새벽.풍우 산장 문가.사람들이 점점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무문, 음양종, 진혼파 등 각 세력과 파벌들이 모두 소식을 듣고 모여들었다. 강남과 강북 무사 연맹의 맹주들과 원로들도 분분히 이곳을 찾아왔다. 인여궁 사람들도 구경에 열을 올렸다.7일이 지났으니 이젠 황보용명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혀낼 때였다.“송 맹주님, 최근 유진우의 소식이 들리지 않는데, 죄를 인정하기로 마음먹은 걸까요?”인파의 맨 앞줄에 선 소홍도가 흥미진진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송만규가 딱딱하게 물었다.“소 맹주님,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이십니다?”“오해입니다, 소년 마스터의 명성이 자자한데, 저도 이런 천재는 무사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황보용명 선배님의 죽음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겠지요.”“말씀하시기 전에 웃음기부터 거두시죠?”“제가 그랬나요? 아닌데요.”소홍도는 어깨를 으쓱하며 계속해서 미소 지었다. 유진우가 강북 무사 연맹의 사람이었다면 주저 없이 그를 지켰겠으나, 그는 하필이면 강남의 무사였고, 그를 살려뒀다간 추후 큰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다. 풍우 산장 문가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다. 끝도 없는 인파가 풍우 산장으로 몰려들었다.사람들이 모두 도착했다. 유진우를 처리하려는 사람들, 구경꾼들, 그의 적수들까지.유진우가 이 고비만 잘 넘기면 이제 탄탄대로를 걸으리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희대의 천재 한 명이 몰락하고 말 것이었다.“유진우! 안에 있는 거 알아. 약속한 7일이 지났으니 이제 나와서 순순히 죽어줘!”황보 가문의 사람들이 크게 소리쳤다.쾅!이때 문이 천천히 열리고 몇 사람을 거느린 유진우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이렇게나 많이 왔어요? 북적북적하니 좋네요.”유진우는 천천히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아닌 척하지 마! 내 할아버지를 죽였으니, 오늘은 너도 죽어줘야겠어!”황보곰이 씩씩거리며 말했다.“그래! 송 맹주님이 은혜를 베풀어 7일간 더 살려뒀지만, 오늘 죽음을 피하기는 어려울 거야!”이에 사람들이 하나둘 동조했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황보용명을 존경했고, 한편으로는 유진우라는 이 소년 마스터를 질투했다.“유진우 씨, 억울하다고 해서 7일간 시간을 줬는데, 증거는 찾았습니까?”송만규가 물었다.“네, 범인을 찾았습니다.”“웃기시네! 네놈이 할아버지를 죽였잖아?”황보곰이 흥분해 말했다. 이에 유진우가 제스처를 취하며 평온하게 대답했다.“누가 범인인지는 곧 있으면 알게 될 겁니다.”유진우의 손짓과 함께 몸이 꽁꽁 묶인 채 복면이 씌워진 남자가 장 어르신에게 이끌려 나왔다.“흥! 아무 희생양이나 잡아 거짓으로 자백시키면 넘어가 줄 줄 알았어? 꿈 깨!”황보곰이 격분해 말했다. 황보춘도 차가운 표정으로 한 마디 더 얹었다.“유진우 씨!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어서 자백하세요. 쉽게 쉽게 갑시다!”“맞아요! 당장 자백해요!”황보 가문의 사람들이 분분히 거들었다. 모두 유진우가 희생양을 잡아 거짓 자백을 시킨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쉽게 끝날 일이 아닌데?“먼저 범인을 확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