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조금 전 물에 빠졌던 자양지존이었다.헝클어진 머리에 물에 빠진 생쥐 꼴처럼 온몸이 흠뻑 젖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다친 곳이 없긴 했지만 처음에 보았던 마스터의 위엄은 사라지고 말았다.“사부님이 살아계셨어? 너무 다행이야!”그 모습에 도규현 일행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다시 배짱이 두둑해졌다. 조금 전까지 절망에 빠졌던 사람들도 희망을 되찾았다.유진우가 소년 마스터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양지존도 마스터라서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조금 전에는 상대를 너무 얕잡아본 바람에 당한 것이었다.제대로 붙는다면 마스터 경지에 다다른 지 오랜 시간인 자양지존의 실력이 훨씬 뛰어날 것이다.“인마, 감히 날 기습해?”물에서 나온 자양지존이 이를 꽉 깨물고 흉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눈빛은 마치 당장이라도 상대를 집어삼킬 듯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초라했던 적이 없었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 때문에 위엄을 잃고 말았다. 이보다 더 치욕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기습? 방금 먼저 공격한 건 당신이야.”유진우는 뒷짐을 진 채 호수면 위에 서 있었다. 물결이 일렁임에 따라 몸도 따라서 움직였다.“흥! 방금은 내가 널 얕잡아봐서 틈을 준 거야. 이번에는 절대 봐주지 않아. 마스터와 마스터의 차이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게.”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양지존이 발끝으로 호수 면을 밟자 물보라가 사방에 튀었다. 동시에 그는 마치 화살처럼 튕겨 나가 유진우에게 맹공격을 가하려 했다.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호수 면이 갈라지면서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났다.유진우는 전혀 두려움 없는 기색으로 동시에 몸을 날려 정면으로 맞섰다. 두 사람은 마치 쏜살같이 달리는 자동차처럼 좌우로 날아가 그대로 부딪혔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산과 땅이 뒤흔들렸다. 부딪힌 곳을 중심으로 호수 면에서 순식간에 십여 미터에 달하는 물보라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에너지가 갑자기 폭발하여 대량의 파도가 일렁이면서 사방으로 맹렬
“헐...”하늘을 뒤덮은 피를 보며 사람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 다들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이렇게도 충격적인 광경이 눈앞에 펼쳐질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아까 이긴 거 아니었나? 그런데 왜 갑자기 폭발한 걸까?자양지존이 누구인가?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무도 마스터이자 하늘의 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런 존재가 죽었다고? 이게 정말 사실이란 말인가?“사... 사부님?”도규현은 입을 쩍 벌린 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그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못하는 게 없을 정도로 재주가 대단하신 사부가 갑자기 몸이 폭발해버렸다. 심지어 시신조차 남지 않았다.“죽... 죽었어? 자양지존 님이 죽었어?”잠깐의 침묵 후 현장이 바로 소란스러워졌다.“세상에나!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내가 꿈꾼 거 아니지?”“말... 말도 안 돼. 무도 마스터가 어떻게 죽어?”“하늘이 무너졌어... 하늘이...”그 시각 도씨 가문, 황보 가문, 인여궁, 그리고 남북 무도 연맹뿐만 아니라 수많은 무사들이 충격에 빠졌다. 하나같이 겁에 질려 몸을 부들부들 떨 정도였다.유진우가 피를 토했을 때 그들은 자양지존이 무조건 이겼다고 확신했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자양지존의 몸이 폭발하면서 즉사했다. 이런 변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저 자식... 대체 무슨 괴물이야?”호수면 위에 우뚝 서 있는 유진우를 보며 사람들의 마음은 여러 가지 감정으로 휩싸였다.충격, 경악, 분노, 질투, 공포 등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모두 있었다.믿기 어려웠지만 오늘부로 소년 마스터가 세상에 명성을 떨치고 만인의 존경의 대상이 될 거라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유진우는 호숫가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안색이 조금 창백했고 입가에 검은 핏자국이 묻어있었다.겉으로는 조금 전의 전투에서 힘겹게 이긴 것 같지만 사실 피를 토한 게 자양지존 때문이 아니라 7일 탈명단의 독 때문이라는 걸 유진우만
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자양지존이 날 죽이려 했는데, 내가 자양지존을 왜 살려둬야 해?”“우리 사부님을 죽이다니, 복수할 거야!”도규현이 붉어진 눈시울로 절규했다.“규현아! 그만해!”도장수가 깜짝 놀라 그를 제지했다. 그들 눈앞에 있는 사람은 자양지존도 이겨버린 마스터인데, 그들이 유진우를 이길 리 없었다.“당당하게 도전하는 건 좋지만, 꼼수 쓰면 다 죽여버릴 거야!”유진우가 차가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도씨 가문 사람들은 놀란 얼굴로 저마다 급히 뒤로 물러났다. 무도 마스터가 그들을 쓰러뜨리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영감님, 갑시다.”유진우는 더 이상 말하기도 싫다는 듯 산 아래로 걸어갔다. 이때 홍청하가 달려와 죄책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유진우 씨! 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사과할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돼? 조금만 일찍 말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잖아. 우리 친하게 지낼 수 있었잖아. 안 그래?”유진우가 무도 마스터인 줄 알았다면 홍청하는 절대 배신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꺼져.”유진우는 미동 없이 단 두 글자만을 내뱉었다. 한 번 배신당한 사람은 절대 다시 쓸 수 없었다.“유진우 씨, 내게 죄책감 있는 거 알아. 우리 오빠를 봐서라도...”“꺼져! 내 앞에서 당신 오빠 얘기 꺼내지 마. 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어.”차가운 한 마디만을 남긴 채 유진우는 떠났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홍청하는 이를 악물고 어쩔 줄 몰랐다.“왜? 왜 내게 안 알려준 거야? 진작 신분을 알려줬다면 내가 그렇게 했겠어? 다 당신 때문이야! 인여경 돌려줘! 돌려달라고!”그녀는 아쉬움과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포효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후회가 가장 컸다. 창창한 앞길을 스스로 막은 꼴이 되었다.“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유진우의 조소 어린 목소리가 바람에 흩날렸다.인여궁의 제자가 불현듯 물었다.“사부님, 이제 어떡해요? 저녁에 풍우 산장을 공격해요?”“공격은 무슨! 미쳤니? 무도 마스터를 어떻게 칠 건데?
저녁 무렵, 로즈 레스토랑.유진우는 창가 자리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었다. 마스터 싸움 뒤 남북 두 연맹은 철저히 뒤흔들렸다. 외국 조직을 포함한 각종 세력이 그를 호시탐탐 넘보고 있었다. 물론 유진우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오늘 그는 조선미와 밥을 먹기로 했다.띵동.레스토랑 문이 갑자기 열렸다. 기장이 긴 검은 원피스 차림의 조선미가 사뿐사뿐 걸어들어왔다. 옅은 화장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더욱 생기를 더해주었다.“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요? 나 안 예뻐요?”조선미가 유진우의 앞에서 한 바퀴 돌았다. 그에 그녀의 몸매가 더욱 두드러졌다.유진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예뻐요.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하하하... 여보, 이런 말도 할 줄 알았어요?”조선미가 놀란 듯 입을 가리고 웃었다. 무뚝뚝한 줄 알았던 유진우가 이런 로맨틱한 말까지 할 줄은 몰랐다. 따로 배우기라도 했나?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사실인걸요, 뭐.”“좋아요. 그런 말 아주 좋아요.”조선미는 웃으며 자리에 앉고는 가방에서 선물상자 하나를 꺼내 식탁에 올려놓았다.“여기, 선물이에요.”“갑자기 선물은 왜요?”유진우는 미심쩍은 듯 상자를 열어보았다. 선물의 정체는 청동 자물쇠 장식이 달린 목걸이였다.“무슨 뜻이에요?”“진우 씨가 어디 가지 못하게, 제 옆에 잠가두려고요.”“지금 시대가 언젠데 아직도 이런 걸 믿어요?”“지금 내 옆에 있기 싫다는 거예요?”조선미가 밉지 않은 눈길로 유진우를 째려보았다. 그 눈빛에는 약간의 협박마저 들어있었다.유진우는 씁쓸한 웃음으로 목걸이를 걸며 말했다.“그런 뜻 아닌 거 알잖아요.”“당연히 그래야죠.”조선미가 입꼬리를 삐죽 올리며 애교스럽게 말했다.“그런데 선미 씨, 왜 식사하자고 했어요? 무슨 일 있어요?”유진우의 물음에 조선미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일이 좀 생겼어요. 연경 쪽 회사에서 준비를 마쳐서 오늘 밤 가봐야 해요, 진우 씨한테 작별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요.”“이렇
조선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 아버지는 절대 보물 지도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상대방의 화를 돋우어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네, 사람을 불러 아저씨를 보호할게요.”“그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놓이네요. 물론 너무 오래 가있지는 않을 거예요. 연경의 새 회사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바로 서울로 돌아올게요. 빠르면 일주일 안에 돌아올 수도 있어요.”“네, 기다릴게요.”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두 사람은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했다.띵동.이때 또다시 대문이 열렸다. 한껏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웃으며 들어왔다.유진우는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훑어보다 흠칫하며 놀라운 표정으로 그들을 빤히 쳐다보았다.“왜요?”조선미는 금세 이상함을 느꼈다.“별거 아니에요, 아는 사람을 봐서.”“아는 사람이요? 가서 인사할래요?”조선미는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젊은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의 옷차림과 행동을 봤을 때 모두 부유한 사람들이었다.“아뇨, 저희끼리 먹죠.”유진우는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돌리고는 식사를 계속했다. 지금의 안정이 좋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선미와 함께 있을 때면 더없이 편안했다. 그를 괴롭히던 일들도 모두 사라진 것 같았다.“여보, 비행기를 타야 해서 먼저 가볼게요. 며칠 뒤 봐요.”배불리 먹은 뒤 조선미가 몸을 일으켰다. 유진우도 따라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그래요, 데려다줄게요.”“그럴 필요 없어요. 차를 이미 불렀거든요. 피곤해 보이는데, 들어가서 푹 쉬어요. 맞다, 나 없을 때 한눈팔면 나한테 죽어요.”조선미는 일부러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엄포를 놓고는 피식 웃으며 유진우의 볼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갈게요.”그 말을 남긴 채 조선미는 손을 흔들며 레스토랑을 나갔다.유진우는 멍하니 조선미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마음속 어딘가가 구멍이 뚫린 듯 공허했다.“진우 오빠?”이때 맑은 여자 목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울렸다.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 몇 명이 호기심 어린
“온 지는 좀 됐는데 너무 바빠서 아직 장군님께 인사드리지 못했어요.”유진우는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맞다, 몸은 좀 어때요? 불편한 덴 없어요?”극한 신체는 100년에 한 번 나올지 하는 희귀병으로서 치료가 극히 어려웠다. 누에로 그 기를 눌렀어도 10년 동안만 버틸 수 있었다. 10년이 지나면 다른 변수가 없는 이상 남궁은설은 죽은 목숨이었다.남궁은설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네, 괜찮아요. 다 진우 오빠 덕분이죠.”“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은설아, 이분 누구야?”남궁은설의 옆에 선 붉은 옷의 여자가 입을 열었다.남궁은설이 재빨리 그를 소개했다.“연지 언니, 이 분이 전에 말한 진우 오빠세요. 제 병을 고쳐주신 분이요!”남궁은설이 고개를 조금 쳐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오, 그쪽이 은설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에요?”유연지가 유진우를 아래 우로 훑어보며 말했다.얼굴은 괜찮았지만, 옷차림이 시골 사람 같은 게, 그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급이 아니었다. 이렇게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남궁은설의 마음을 앗아갔지? 단지 얼굴이 잘생겨서?정말 그렇다면 너무 격 떨어지는 일이었다.“진우 오빠, 밥 아직 안 드셨죠? 같이 먹을래요?”“아, 방금 먹었어요.”남궁은설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급히 말을 덧붙였다.“그럼 같이 커피라도 마셔요. 마침 의학 관련해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말을 마친 남궁은설은 기대 넘치는 표정으로 유진우를 쳐다보았다.“그래요.”유진우는 조금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거절했다가는 그녀를 울릴 수도 있었다.“좋아요! 진우 오빠 이리 오세요!”남궁은설은 활짝 웃으며 유진우의 팔을 끌고 호화롭게 장식된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이미 사람들이 앉아있었다.가장 가운데에는 정장을 입은 반듯한 인상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20대 정도로 보이는 그는 보기만 해도 압도되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앉아만 있어도 눈에 띌 정도로 출중한 용모였다.“은설아, 옆에 선 분은 누구셔? 본 적이 없는데.”정장
이때 한 매부리코 남자가 물었다.“둘 다 아닙니다.”유진우가 고개를 저었다. 매부리코 남자가 다시 물었다.“그럼? 어디 지잡대 나왔어?”다른 사람들도 모두 흥미진진하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대학을 안 나왔습니다.”유진우가 간결하게 대답했다. 매부리코가 일부러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진짜야? 대학을 안 나왔는데 어떻게 의사가 돼?”“저는 한의학을 배웠습니다. 어릴 때부터 배워 자연스럽게 할 줄 알게 되었어요.”매부리코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한의학? 지금 장난치는 거야? 그거 다 속임수 아니야? ”“하하하... 요즘도 한의학 믿는 사람이 있어? 머리가 어떻게 됐나 봐.”“하긴 폐지 줍는 노인들은 이런 거 믿을 테니까. 한 명이라도 더 속이면 좋잖아.”사람들이 웃으며 비아냥댔다. 서양식 교육을 받은 그들에게 한의사는 돌팔이나 다름없었다.“은설아, 정말 저 사람이 널 살려준 거야? 속은 건 아니고?”유연지가 비꼬았다.“아니에요! 진우 오빠는 정말 실력 있는 사람이에요!”“실력? 하하하... 난 왜 안 믿기지?”매부리코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한의사라며? 내 건강이 어떤지 한 번 봐봐. 맞히면 상을 줄게.”매부리코가 손을 내밀며 어디 한 번 말해보라는 표정을 지었다.유진우는 그를 쓱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요즘 들어 추위를 많이 타고, 허리가 아프고, 땀도 많아졌죠?”“응? 어떻게 알았어?”매부리코가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히 최근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두 눈에 초점이 없고, 호흡도 가쁘고, 얼굴빛도 좋지 않아요. 거기다 춥고 허리가 아프고 땀이 많이 난다면, 아마 성기능이 쇠약할 겁니다.”“웃기지 마! 난 멀쩡해, 하룻밤에 일곱 번도 거뜬하다고!”“그뿐만 아니라 성병도 있는 것 같네요. 빨리 병원에 가 보는 게 좋겠어요. 병이 진행되면 그곳이 썩어버릴 거예요.”“너... 허튼소리 마! 다시 한번 이상한 소리 하면 본때를 보여줄 거야!”매부리코가 얼굴이 빨개진 채 외쳤다. 성기능 쇠약도 모
뚝... 뚝...바닥에 흥건한 오줌을 본 사람들이 모두 경악했다. 매부리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혈 자리 두 개를 눌렀을 뿐인데 오줌을 지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가장 난처한 것은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그 광경을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악!”매부리코가 비명을 지르고는 바지를 잡고 자리를 뛰쳐나갔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 오줌 발자국이 찍혔다.사람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망신당한 정도가 아니라 사회적 죽음이었다.“유진우!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유연지가 책상을 쾅 치며 말했다. 대학도 나오지 않은 사람 하나가 감히 명문가 도련님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다니,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방금 성기능 쇠약이라고 했잖아요, 신장이 약하다고. 그런데 안 믿으시니, 이렇게 증명해 드리는 수밖에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너...”유연지는 말문이 막혔다. 핑계를 찾아 그를 난처하게 할 생각이었는데, 팀 킬을 할 줄은 몰랐다.“흥! 일부러 이러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한솔이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 절친한 황우가 이렇게 망신당하는 꼴을 본 그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안 믿으시는 겁니까? 당신도 한 번 봐 드려요?”유진우의 시선이 그에게 옮겨갔다. 그 말을 들은 한솔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유진우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황우의 최후를 바로 옆에서 본 터라 모험하고 싶지 않았다.“난 안 믿어, 네가 정말 그 정도 실력이라면 나도 한 번 봐봐!”유연지가 건들거리며 한 쪽 팔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한의학을 믿지 않았고, 유진우가 한 번 보기만 해도 병을 보아낼 수 있다는 것은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정당한 방법이 아닌 속임수가 확실했다.유진우가 그녀를 유심히 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은 더 심하네요. 호흡이 일정하지 않고 이상한 소리도 들려요. 쉽게 흥분하고, 정신도 맑지 않아 보이는 게, 폐에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두루뭉술하게 말하지 마. 폐에 어떤 문제가 있는데? 난 왜 아무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