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조금 전 물에 빠졌던 자양지존이었다.헝클어진 머리에 물에 빠진 생쥐 꼴처럼 온몸이 흠뻑 젖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다친 곳이 없긴 했지만 처음에 보았던 마스터의 위엄은 사라지고 말았다.“사부님이 살아계셨어? 너무 다행이야!”그 모습에 도규현 일행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다시 배짱이 두둑해졌다. 조금 전까지 절망에 빠졌던 사람들도 희망을 되찾았다.유진우가 소년 마스터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양지존도 마스터라서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조금 전에는 상대를 너무 얕잡아본 바람에 당한 것이었다.제대로 붙는다면 마스터 경지에 다다른 지 오랜 시간인 자양지존의 실력이 훨씬 뛰어날 것이다.“인마, 감히 날 기습해?”물에서 나온 자양지존이 이를 꽉 깨물고 흉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눈빛은 마치 당장이라도 상대를 집어삼킬 듯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초라했던 적이 없었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 때문에 위엄을 잃고 말았다. 이보다 더 치욕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기습? 방금 먼저 공격한 건 당신이야.”유진우는 뒷짐을 진 채 호수면 위에 서 있었다. 물결이 일렁임에 따라 몸도 따라서 움직였다.“흥! 방금은 내가 널 얕잡아봐서 틈을 준 거야. 이번에는 절대 봐주지 않아. 마스터와 마스터의 차이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게.”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양지존이 발끝으로 호수 면을 밟자 물보라가 사방에 튀었다. 동시에 그는 마치 화살처럼 튕겨 나가 유진우에게 맹공격을 가하려 했다.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호수 면이 갈라지면서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났다.유진우는 전혀 두려움 없는 기색으로 동시에 몸을 날려 정면으로 맞섰다. 두 사람은 마치 쏜살같이 달리는 자동차처럼 좌우로 날아가 그대로 부딪혔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산과 땅이 뒤흔들렸다. 부딪힌 곳을 중심으로 호수 면에서 순식간에 십여 미터에 달하는 물보라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에너지가 갑자기 폭발하여 대량의 파도가 일렁이면서 사방으로 맹렬
“헐...”하늘을 뒤덮은 피를 보며 사람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 다들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이렇게도 충격적인 광경이 눈앞에 펼쳐질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아까 이긴 거 아니었나? 그런데 왜 갑자기 폭발한 걸까?자양지존이 누구인가?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무도 마스터이자 하늘의 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런 존재가 죽었다고? 이게 정말 사실이란 말인가?“사... 사부님?”도규현은 입을 쩍 벌린 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그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못하는 게 없을 정도로 재주가 대단하신 사부가 갑자기 몸이 폭발해버렸다. 심지어 시신조차 남지 않았다.“죽... 죽었어? 자양지존 님이 죽었어?”잠깐의 침묵 후 현장이 바로 소란스러워졌다.“세상에나!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내가 꿈꾼 거 아니지?”“말... 말도 안 돼. 무도 마스터가 어떻게 죽어?”“하늘이 무너졌어... 하늘이...”그 시각 도씨 가문, 황보 가문, 인여궁, 그리고 남북 무도 연맹뿐만 아니라 수많은 무사들이 충격에 빠졌다. 하나같이 겁에 질려 몸을 부들부들 떨 정도였다.유진우가 피를 토했을 때 그들은 자양지존이 무조건 이겼다고 확신했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자양지존의 몸이 폭발하면서 즉사했다. 이런 변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저 자식... 대체 무슨 괴물이야?”호수면 위에 우뚝 서 있는 유진우를 보며 사람들의 마음은 여러 가지 감정으로 휩싸였다.충격, 경악, 분노, 질투, 공포 등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모두 있었다.믿기 어려웠지만 오늘부로 소년 마스터가 세상에 명성을 떨치고 만인의 존경의 대상이 될 거라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유진우는 호숫가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안색이 조금 창백했고 입가에 검은 핏자국이 묻어있었다.겉으로는 조금 전의 전투에서 힘겹게 이긴 것 같지만 사실 피를 토한 게 자양지존 때문이 아니라 7일 탈명단의 독 때문이라는 걸 유진우만
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자양지존이 날 죽이려 했는데, 내가 자양지존을 왜 살려둬야 해?”“우리 사부님을 죽이다니, 복수할 거야!”도규현이 붉어진 눈시울로 절규했다.“규현아! 그만해!”도장수가 깜짝 놀라 그를 제지했다. 그들 눈앞에 있는 사람은 자양지존도 이겨버린 마스터인데, 그들이 유진우를 이길 리 없었다.“당당하게 도전하는 건 좋지만, 꼼수 쓰면 다 죽여버릴 거야!”유진우가 차가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도씨 가문 사람들은 놀란 얼굴로 저마다 급히 뒤로 물러났다. 무도 마스터가 그들을 쓰러뜨리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영감님, 갑시다.”유진우는 더 이상 말하기도 싫다는 듯 산 아래로 걸어갔다. 이때 홍청하가 달려와 죄책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유진우 씨! 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사과할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돼? 조금만 일찍 말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잖아. 우리 친하게 지낼 수 있었잖아. 안 그래?”유진우가 무도 마스터인 줄 알았다면 홍청하는 절대 배신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꺼져.”유진우는 미동 없이 단 두 글자만을 내뱉었다. 한 번 배신당한 사람은 절대 다시 쓸 수 없었다.“유진우 씨, 내게 죄책감 있는 거 알아. 우리 오빠를 봐서라도...”“꺼져! 내 앞에서 당신 오빠 얘기 꺼내지 마. 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어.”차가운 한 마디만을 남긴 채 유진우는 떠났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홍청하는 이를 악물고 어쩔 줄 몰랐다.“왜? 왜 내게 안 알려준 거야? 진작 신분을 알려줬다면 내가 그렇게 했겠어? 다 당신 때문이야! 인여경 돌려줘! 돌려달라고!”그녀는 아쉬움과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포효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후회가 가장 컸다. 창창한 앞길을 스스로 막은 꼴이 되었다.“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유진우의 조소 어린 목소리가 바람에 흩날렸다.인여궁의 제자가 불현듯 물었다.“사부님, 이제 어떡해요? 저녁에 풍우 산장을 공격해요?”“공격은 무슨! 미쳤니? 무도 마스터를 어떻게 칠 건데?
저녁 무렵, 로즈 레스토랑.유진우는 창가 자리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었다. 마스터 싸움 뒤 남북 두 연맹은 철저히 뒤흔들렸다. 외국 조직을 포함한 각종 세력이 그를 호시탐탐 넘보고 있었다. 물론 유진우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오늘 그는 조선미와 밥을 먹기로 했다.띵동.레스토랑 문이 갑자기 열렸다. 기장이 긴 검은 원피스 차림의 조선미가 사뿐사뿐 걸어들어왔다. 옅은 화장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더욱 생기를 더해주었다.“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요? 나 안 예뻐요?”조선미가 유진우의 앞에서 한 바퀴 돌았다. 그에 그녀의 몸매가 더욱 두드러졌다.유진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예뻐요.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하하하... 여보, 이런 말도 할 줄 알았어요?”조선미가 놀란 듯 입을 가리고 웃었다. 무뚝뚝한 줄 알았던 유진우가 이런 로맨틱한 말까지 할 줄은 몰랐다. 따로 배우기라도 했나?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사실인걸요, 뭐.”“좋아요. 그런 말 아주 좋아요.”조선미는 웃으며 자리에 앉고는 가방에서 선물상자 하나를 꺼내 식탁에 올려놓았다.“여기, 선물이에요.”“갑자기 선물은 왜요?”유진우는 미심쩍은 듯 상자를 열어보았다. 선물의 정체는 청동 자물쇠 장식이 달린 목걸이였다.“무슨 뜻이에요?”“진우 씨가 어디 가지 못하게, 제 옆에 잠가두려고요.”“지금 시대가 언젠데 아직도 이런 걸 믿어요?”“지금 내 옆에 있기 싫다는 거예요?”조선미가 밉지 않은 눈길로 유진우를 째려보았다. 그 눈빛에는 약간의 협박마저 들어있었다.유진우는 씁쓸한 웃음으로 목걸이를 걸며 말했다.“그런 뜻 아닌 거 알잖아요.”“당연히 그래야죠.”조선미가 입꼬리를 삐죽 올리며 애교스럽게 말했다.“그런데 선미 씨, 왜 식사하자고 했어요? 무슨 일 있어요?”유진우의 물음에 조선미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일이 좀 생겼어요. 연경 쪽 회사에서 준비를 마쳐서 오늘 밤 가봐야 해요, 진우 씨한테 작별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요.”“이렇
조선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 아버지는 절대 보물 지도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상대방의 화를 돋우어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네, 사람을 불러 아저씨를 보호할게요.”“그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놓이네요. 물론 너무 오래 가있지는 않을 거예요. 연경의 새 회사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바로 서울로 돌아올게요. 빠르면 일주일 안에 돌아올 수도 있어요.”“네, 기다릴게요.”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두 사람은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했다.띵동.이때 또다시 대문이 열렸다. 한껏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웃으며 들어왔다.유진우는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훑어보다 흠칫하며 놀라운 표정으로 그들을 빤히 쳐다보았다.“왜요?”조선미는 금세 이상함을 느꼈다.“별거 아니에요, 아는 사람을 봐서.”“아는 사람이요? 가서 인사할래요?”조선미는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젊은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의 옷차림과 행동을 봤을 때 모두 부유한 사람들이었다.“아뇨, 저희끼리 먹죠.”유진우는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돌리고는 식사를 계속했다. 지금의 안정이 좋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선미와 함께 있을 때면 더없이 편안했다. 그를 괴롭히던 일들도 모두 사라진 것 같았다.“여보, 비행기를 타야 해서 먼저 가볼게요. 며칠 뒤 봐요.”배불리 먹은 뒤 조선미가 몸을 일으켰다. 유진우도 따라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그래요, 데려다줄게요.”“그럴 필요 없어요. 차를 이미 불렀거든요. 피곤해 보이는데, 들어가서 푹 쉬어요. 맞다, 나 없을 때 한눈팔면 나한테 죽어요.”조선미는 일부러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엄포를 놓고는 피식 웃으며 유진우의 볼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갈게요.”그 말을 남긴 채 조선미는 손을 흔들며 레스토랑을 나갔다.유진우는 멍하니 조선미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마음속 어딘가가 구멍이 뚫린 듯 공허했다.“진우 오빠?”이때 맑은 여자 목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울렸다.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 몇 명이 호기심 어린
“온 지는 좀 됐는데 너무 바빠서 아직 장군님께 인사드리지 못했어요.”유진우는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맞다, 몸은 좀 어때요? 불편한 덴 없어요?”극한 신체는 100년에 한 번 나올지 하는 희귀병으로서 치료가 극히 어려웠다. 누에로 그 기를 눌렀어도 10년 동안만 버틸 수 있었다. 10년이 지나면 다른 변수가 없는 이상 남궁은설은 죽은 목숨이었다.남궁은설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네, 괜찮아요. 다 진우 오빠 덕분이죠.”“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은설아, 이분 누구야?”남궁은설의 옆에 선 붉은 옷의 여자가 입을 열었다.남궁은설이 재빨리 그를 소개했다.“연지 언니, 이 분이 전에 말한 진우 오빠세요. 제 병을 고쳐주신 분이요!”남궁은설이 고개를 조금 쳐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오, 그쪽이 은설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에요?”유연지가 유진우를 아래 우로 훑어보며 말했다.얼굴은 괜찮았지만, 옷차림이 시골 사람 같은 게, 그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급이 아니었다. 이렇게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남궁은설의 마음을 앗아갔지? 단지 얼굴이 잘생겨서?정말 그렇다면 너무 격 떨어지는 일이었다.“진우 오빠, 밥 아직 안 드셨죠? 같이 먹을래요?”“아, 방금 먹었어요.”남궁은설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급히 말을 덧붙였다.“그럼 같이 커피라도 마셔요. 마침 의학 관련해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말을 마친 남궁은설은 기대 넘치는 표정으로 유진우를 쳐다보았다.“그래요.”유진우는 조금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거절했다가는 그녀를 울릴 수도 있었다.“좋아요! 진우 오빠 이리 오세요!”남궁은설은 활짝 웃으며 유진우의 팔을 끌고 호화롭게 장식된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이미 사람들이 앉아있었다.가장 가운데에는 정장을 입은 반듯한 인상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20대 정도로 보이는 그는 보기만 해도 압도되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앉아만 있어도 눈에 띌 정도로 출중한 용모였다.“은설아, 옆에 선 분은 누구셔? 본 적이 없는데.”정장
이때 한 매부리코 남자가 물었다.“둘 다 아닙니다.”유진우가 고개를 저었다. 매부리코 남자가 다시 물었다.“그럼? 어디 지잡대 나왔어?”다른 사람들도 모두 흥미진진하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대학을 안 나왔습니다.”유진우가 간결하게 대답했다. 매부리코가 일부러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진짜야? 대학을 안 나왔는데 어떻게 의사가 돼?”“저는 한의학을 배웠습니다. 어릴 때부터 배워 자연스럽게 할 줄 알게 되었어요.”매부리코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한의학? 지금 장난치는 거야? 그거 다 속임수 아니야? ”“하하하... 요즘도 한의학 믿는 사람이 있어? 머리가 어떻게 됐나 봐.”“하긴 폐지 줍는 노인들은 이런 거 믿을 테니까. 한 명이라도 더 속이면 좋잖아.”사람들이 웃으며 비아냥댔다. 서양식 교육을 받은 그들에게 한의사는 돌팔이나 다름없었다.“은설아, 정말 저 사람이 널 살려준 거야? 속은 건 아니고?”유연지가 비꼬았다.“아니에요! 진우 오빠는 정말 실력 있는 사람이에요!”“실력? 하하하... 난 왜 안 믿기지?”매부리코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한의사라며? 내 건강이 어떤지 한 번 봐봐. 맞히면 상을 줄게.”매부리코가 손을 내밀며 어디 한 번 말해보라는 표정을 지었다.유진우는 그를 쓱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요즘 들어 추위를 많이 타고, 허리가 아프고, 땀도 많아졌죠?”“응? 어떻게 알았어?”매부리코가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히 최근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두 눈에 초점이 없고, 호흡도 가쁘고, 얼굴빛도 좋지 않아요. 거기다 춥고 허리가 아프고 땀이 많이 난다면, 아마 성기능이 쇠약할 겁니다.”“웃기지 마! 난 멀쩡해, 하룻밤에 일곱 번도 거뜬하다고!”“그뿐만 아니라 성병도 있는 것 같네요. 빨리 병원에 가 보는 게 좋겠어요. 병이 진행되면 그곳이 썩어버릴 거예요.”“너... 허튼소리 마! 다시 한번 이상한 소리 하면 본때를 보여줄 거야!”매부리코가 얼굴이 빨개진 채 외쳤다. 성기능 쇠약도 모
뚝... 뚝...바닥에 흥건한 오줌을 본 사람들이 모두 경악했다. 매부리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혈 자리 두 개를 눌렀을 뿐인데 오줌을 지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가장 난처한 것은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그 광경을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악!”매부리코가 비명을 지르고는 바지를 잡고 자리를 뛰쳐나갔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 오줌 발자국이 찍혔다.사람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망신당한 정도가 아니라 사회적 죽음이었다.“유진우!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유연지가 책상을 쾅 치며 말했다. 대학도 나오지 않은 사람 하나가 감히 명문가 도련님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다니,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방금 성기능 쇠약이라고 했잖아요, 신장이 약하다고. 그런데 안 믿으시니, 이렇게 증명해 드리는 수밖에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너...”유연지는 말문이 막혔다. 핑계를 찾아 그를 난처하게 할 생각이었는데, 팀 킬을 할 줄은 몰랐다.“흥! 일부러 이러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한솔이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 절친한 황우가 이렇게 망신당하는 꼴을 본 그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안 믿으시는 겁니까? 당신도 한 번 봐 드려요?”유진우의 시선이 그에게 옮겨갔다. 그 말을 들은 한솔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유진우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황우의 최후를 바로 옆에서 본 터라 모험하고 싶지 않았다.“난 안 믿어, 네가 정말 그 정도 실력이라면 나도 한 번 봐봐!”유연지가 건들거리며 한 쪽 팔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한의학을 믿지 않았고, 유진우가 한 번 보기만 해도 병을 보아낼 수 있다는 것은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정당한 방법이 아닌 속임수가 확실했다.유진우가 그녀를 유심히 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은 더 심하네요. 호흡이 일정하지 않고 이상한 소리도 들려요. 쉽게 흥분하고, 정신도 맑지 않아 보이는 게, 폐에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두루뭉술하게 말하지 마. 폐에 어떤 문제가 있는데? 난 왜 아무 느
조이준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 이미지에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바로 땅에서 오령정을 줍고 있었다.이것들은 천금 같은 보물이어서 팔든 직접 사용하든 모두 좋은 선택이었다.“오령정? 이게 모두 오령정이라고?”“어서 와. 빨리 주워.”이 순간 많은 사람이 땅 위에 널려 있는 검은 결정체의 정체를 알고 하나둘씩 쟁탈전을 벌이기 시작했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유를 모르더라도 모두가 빼앗는 것을 보고 주저하지 않고 쟁탈 대열에 합류했다.“이 오령정은 내가 먼저 본 거야, 이리 내놔.”“헛소리 집어치워, 지금은 내 손에 있으니 바로 내 것이야. 인정하기 싫으면 한판 붙던가.”“제기랄, 누가 감히 나한테서 뺏어간다면 다 죽을 줄 알아.”이익이 있는 곳에는 항상 싸움이 따르기 마련이다.오령정의 가치를 알게 된 후 각 세력은 미친 듯이 경쟁하기 시작했으며 실력이 강한 사람은 몇 개를 더 얻을 수 있었고 실력이 약한 사람은 남은 찌꺼기만 조금 주워가며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을 유감없이 정교하게 보여주었다.만약 양측의 실력이 모두 강하고 아무도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면 큰 싸움으로 승패를 나누었고 불과 몇 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바로 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평화롭던 곳에서 이미 적지 않은 사망자가 발생했다.“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네.”사방에서 피 터지는 싸움을 하는 것을 본 이청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겨우 몇 조각의 오령정으로 사람들이 목숨 걸고 싸우다니, 만약 이보다 더 가치 있는 보물이 나온다면 또 어떤 장면일까?“이봐요, 손에 쥐고 있는 오령정을 내놔요. 아니면 제가 무례하다고 탓하지 마세요.”그때 갑자기 두 남자가 다가오더니 이청성이 손에 쥐고 있는 오령정에 시선을 고정하며 앞뒤로 그녀를 에워싸면서 말했다.“어디서 감히 아가씨를 협박해! 너희들 다 뒤지고 싶어?”상황을 목격한 이청성 주변에 있던 근위병들은 바로 칼을 빼 들며 말했다.그들은 모두 반은 종사급 고수들이니 무림인들의 세계 부하들을 상대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
갑작스러운 폭발에 모두가 깜짝 놀랐고 에너지파가 휩쓸면서 적지 않은 무사들이 사방으로 날려 아수라장이 되었다.다행히 서지석과 제자들이 빨리 달린 탓에 피해를 면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폭발했더라면 그들도 크게 다쳤을 것이다.모든 먼지가 다 떨어질 때쯤 다들 시선을 집중하고 보니 마을 이장의 집은 이미 평지로 변해 있었고 사방의 무너진 담벼락에 의해 온 땅이 어질러져 있었다.허공에 매달렸던 바람은 나무와 함께 완전히 사라졌고 곤룡띠만 덩그러니 땅에 떨어져 있었으며 그 외에도 땅에는 정체 모를 검은 결정체들이 마치 조약돌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유진우는 분명히 바람의 몸이 폭발하면서 튀어나온 물건이라고 확신했다.결정체에서 나오는 피비린내는 아마도 혈액에 의해 녹아서 나는 냄새일 것이고 정상인의 피는 액체 상태이지만 바람이 죽기 전의 피는 고체 상태로 결정체가 되어버렸으니 확실히 이상한 점들이 있어 보였다.유진우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이 많아 식견이 넓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바람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그의 인식을 뛰어넘었다.처음에는 이유 없이 미친 듯이 발광하다가 그 뒤로 신체 소질이 갑자기 배로 강해져 고통과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 마리의 미친 짐승과도 같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의 몸에 이해할 수 없는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날카로운 이빨, 칼날 같은 손톱, 갑자기 몸에 생겨난 검은 비늘은 칼로도 베기 힘들 정도였고 총적으로 바람은 이미 사람이 아니라 괴물로 보였으며 현재 땅에 널려진 검은색 고체 상태의 결정체들만으로도 문제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도대체 무엇이 바람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전에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도 바람은 모든 면에서 정상이었는데 왜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렇게 큰 변화가 생긴 것인지.혹시 그가 뭐라도 빠뜨린 것이라도 있었는지.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 듯하였고 비록 무슨 원인인지 모르지만 바람이 짐승처럼 변한 것은 분명 그 괴상한 오아시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고 안타깝게도 바람은 이미 죽었으니 더
자부심이 강하고 지려고 하지 않는 성격의 조이준은 몇 번이고 거절당한 유진우한테 다소 불만이 있었지만 생사를 가를 때가 되면 반드시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 믿고 더는 조르지도 않았다.“당신들은 여기 멍하니 서 있지만 말고 얼른 가서 서지석 씨를 도와줘요.”유진우는 머리를 돌려 가만히 서 있는 금도문의 제자들을 보고 말했다.그때 서지석은 한창 미쳐 발광하는 바람과 싸우고 또 싸우고 있었다.다만 기력이 소모됨에 따라 서지석은 속도와 힘이 현저히 느려지고 있었고 반면, 바람은 여전히 힘이 넘쳤고 지칠 줄을 몰랐다.이대로라면 서지석은 얼마 못 버티고 패배할 것이 분명했다.“빨리 대선배를 도우러 가요.”금도문의 몇 명 제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곧 칼을 빼 들고 앞으로 돌진하려 했다.“잠깐만요, 이걸 가지고 가요.”그때 이청성은 갑자기 금빛 밧줄을 꺼내며 금도문 제자에게 던져주었다.이 금색 밧줄은 매우 단단했고 표면에 은은한 빛이 돌고 있어 평범해 보이진 않았다.“뭐죠?”금색 밧줄을 본 조이준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라며 물었다.“이것은 말로만 듣던 곤룡띠가 아니에요?”“조 선배님 눈썰미가 참 대단하시네요.”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뭐라고요? 곤룡띠라고요?”곤룡띠에 대해 들은 적 있는 금도문의 제자들은 그 가치를 알고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곤룡띠는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유명한 보물로 매우 보기 드문 물건이었고 어떠한 칼로도 상처를 내기 힘들고 물과 불에도 쉽게 손상되지 않으며 매우 단단하고 질긴 것으로 설령 무도 종사를 묶어 두어도 벗어날 수 없었다.다만 곤룡띠는 너무 희귀해서 무림인들의 세계에서도 가진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게다가 가진 자는 모두 최고의 대문 파인데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여인이 이런 보물을 지니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이 여인은 대체 어떤 사람이지?“그만 쳐다보고 빨리 서지석 씨를 도우러 가요.”이청성은 재촉하며 말했다.“네, 그래야죠.”금도문 제자들은 잠깐 꿈에서 깨어난 듯 그제야 정신을
툭!손이현의 머리가 그대로 땅에 떨어져 마치 공처럼 몇 바퀴 굴러다니더니 마침 몇몇 금도문 제자들의 발밑에서 멈추었다.이 상황에 충격을 받은 제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두 눈을 부릅뜨고 멍하니 서 있었다.손이현은 죽기 전까지도 자신이 미쳐 날뛰는 바람의 손에 죽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서 있던 유진우에게 목이 잘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손이현은 도명창으로 명성이 자자했고 총잡이 원호를 사부로 모시고 있었으며 배경이 좋아 앞길도 창창하였고 죽음의 사막으로 온 이유는 보물을 찾아 내공을 높여 온 천하에 이름을 날리려는 목적이었다.자신은 분명 주인공이 될 운명이었고 여태까지 운수가 좋았으며 이번에도 제일 먼저 보물을 찾아 사람들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고 작은 마을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목숨이 끊어질 줄이야.아니야, 내가 원한 건 이런 것이 아니었어!손이현은 마음속으로 울부짖었지만 결국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고 그의 휘황찬란한 인생은 마치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그는 어려서부터 타고난 재능이 남달랐고 또 뜻밖의 인연이 끊기지 않아 무슨 일을 하든지 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져서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았다.사부님 원호의 말대로라면 그의 무도 재능은 미래의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온 천하가 존경하는 최고의 강자로 되였을 것이다.그렇게 아름다운 꿈이었고 그리워했던 일이었었는데 이제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되어 버렸다.‘알고 보니 나는 주역이 아니었고 천명이 아니었으며 결국 나도 이렇게 죽는구나.’후회의 외침 속에서 손이현의 의식은 점점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이게 뭐야?”땅에 떨어진 손이현의 머리를 마주한 몇몇 금도문의 제자들은 너무 놀라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어찌할 바를 몰랐고 바로 전에 그들이 가까스로 위험에서 구해낸 손이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시체가 분리된 상태로 눈앞에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어떻게 된 거지?몇몇 사람이 경악하며 뒤를 돌아보니 유진우의 손에 든
“너... 이놈!”손이현이 막 맞서려고 할 때 앞에서 갑자기 짐승 같은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눈여겨보니 바람은 이미 사납게 덮쳐오고 있었고 손발을 함께 사용하여 빠르게 달리며 매번 땅을 디딜 때마다 손톱이 땅에 맞닿으며 몇 줄의 깊은 흔적까지 남겼고 그 날카로운 정도가 강철 칼날에 불과했다.“거기 누구 없어? 빨리 날 구해줘! 이 괴물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손이현은 안색이 크게 어두워지며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몰랐다.“야, 이 제기랄. 빨리 손을 쓰지 않고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야.”손이현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흉악한 얼굴로 유진우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그러나 유진우는 꿈쩍하지 않고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진우 씨, 지금은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아요. 손이현이 죽으면 안 돼요.”옆에 있던 서지석이 급해하며 말했다.“저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유진우는 여전히 움직이지도 않았다.“됐어요, 됐어요. 보아하니 제가 손을 쓸 수밖에 없겠네요.”유진우가 너무 고집을 부리자 서지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칼을 뽑아 들고 직접 손이현을 구하러 나섰다.하지만 실력이 자신보다 더 막강한 손이현도 바람을 굴복시킬 힘이 없는데 자신이 대신하면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팍!바람은 피비린내에 이끌려 다시 손이현에게 달려들었다.“죽이지 마, 날 죽이지 마.”손이현은 너무 놀라 바짓가랑이는 이미 다 젖어 있었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버젓한 도명창마저 놀라 바지에 오줌을 쌀 지경이라니.“망할 놈, 그렇게 날뛰더니!”손이현이 갈기갈기 찢겨 부스러기가 될 뻔할 때 서지석이 그의 앞을 가로막아주며 바람과 혈투를 시작했다.바람의 신체가 더 크게 강화되어 그 상태에서 정면으로 맞서게 되면 서지석은 더는 상대하기 어려웠지만, 다행히 바람은 이미 공격에 아무런 준비가 없이 이성을 잃었고 진기도 사용할 줄 몰랐기에 서지석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서지석은 민첩한 몸놀림과 함께 손에 쥔 보검으로 바람을 간신히 견제했다.그
“으르렁!”바람은 깊고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입에서는 알 수 없는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왜곡된 얼굴, 송곳니로 가득한 입, 그리고 사나운 표정은 마치 악마의 형상처럼 끔찍하게 변해 있었다.그와 눈이 마주친 손이현은 놀란 나머지 온몸을 움찔했다. 그 자리에서 다리가 풀려버렸다.“야! 저기 누구! 어딜 가는 거야! 제발 나 좀 구해줘!”유진우가 등을 돌리고 가는 모습에 손이현은 순간적으로 어안이 벙벙해져 필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바람의 광기를 직접 목격한 손이현은 싸움의 의지를 잃었다. 그의 눈에 비친 바람의 존재는 이제 그저 공포의 대상일 뿐이었다.“콧대가 높으시잖아요? 내가 못된 마음을 품었다고 했죠? 그럼 저도 이제는 신경 끌 게요. 그쪽이 알아서 하세요.”유진우는 차갑게 말했다.그는 은혜를 원수로 갚은 자에게 더 이상 신경 쓸 가치를 느끼지 않았다. 손이현이 죽든 말든 그것은 유진우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멈춰! 당장 멈춰! 내가 명령한다! 이 미친놈을 빨리 쫓아내!”손이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소리쳤다.하지만 유진우는 그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 듯 아무런 반응도 없이 앞으로 걸어갔다.“야! 내가 누군 줄 알아? 난 도명창 손이현이야! 내 사부님은 서남 지방 5대 강자 중 하나인 원호야! 오늘 네가 내 목숨을 구하지 않으면 사부님은 절대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손이현은 죽을힘을 다해 소리쳤다. 협박이라도 할 셈이었다.서남 지방에서 원호라는 이름은 듣기만 해도 다들 숨을 죽이기 마련이었다.“뭐? 원호? 그 사람은 서남 지방에서 실력이 상위 3위 안에 드는 존재잖아!”“손이현의 스승이 원호라니! 그가 왜 그렇게 유명했는지 이제 알겠네. 아무도 그를 건드릴 수 없었겠지.”“원호는 성격이 포악하고 자기를 아끼는 사람에게는 무자비하다고 들었어. 만약 손이현이 죽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멀리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이 속속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원호의 명성은 사막의 교룡보다도 더 위세를
“응?”손이현이 뒤를 돌아보자 한 줄기 차가운 빛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속도는 엄청나게 빨랐고 그와 함께 피의 비린내가 짙게 맴돌았다.공격을 가한 자는 다름 아닌 바람이었다!나무에 박혀 몸을 움찔거리던 바람은 결국 두 손으로 창대를 붙잡고 비틀어 간신히 반 미터 정도 앞으로 몸을 끌어당겼다.그는 손이현에게 다가가며 그 날카로운 손톱을 펼쳐 내리치려 했다.그의 손톱은 마치 날 선 강철처럼 그 자체로도 무지하게 치명적이었다.“고작 이런 기술로 나를 공격하겠다고?”손이현은 갑작스레 다가오는 공격에 콧방귀를 끼며 팔을 휘둘렀다.“펑!”폭발적인 소리가 울렸다.손이현의 진기가 바람의 손톱에 의해 가볍게 찢어졌다. 손목마저 그대로 잘려 나가서 뜨거운 피가 튀며 바닥에 떨어졌다.현장은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었다.“아악!”손이현은 떨어진 손목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가 곧이어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그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바람의 손톱이 이렇게 날카롭고 강력할 줄을 말이다.한순간에 자신의 진기를 뚫고 손목을 자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내 손! 내 손!”손이현은 잘린 손을 붙잡고 고통과 당혹감에 휩싸여 있었다.그는 바람을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으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펼쳐졌다. 바람은 그의 손목을 마치 두부를 베어내듯 손쉽게 잘라버렸다.갑작스레 다가온 공격에 손이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으르렁!”바람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손톱을 휘둘러 창대를 부러뜨리고 속박에서 벗어났다.그리고 다시 포효하며 손이현을 향해 달려들었다.“안 돼... 가까이 오지 마!”손이현은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을 쳤다.바람의 손톱에 이미 트라우마가 생긴 듯했다.잘린 손목은 아픈 데다 창은 나무에 고정되어 있어 바람을 제대로 막아낼 수도 없었다.그는 그저 극심한 통증 속에서 도망치는 길을 택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바람을 죽여버려야 했다.바람은 폭주해서 고통을 느끼지 못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너무 공포 그 자체였다.
바람은 그로 인해 계속 후퇴하며 포효했다.그는 이미 폭주한 상태였고 진기라는 보호막조차 거두어낸 채 오직 육체만으로 모든 것을 견디고 있었다.그리하여 손이현의 날카로운 창끝이 바람을 찔러대며 그의 온몸을 갈기갈기 베어가자 그의 피는 마치 폭포처럼 쏟아졌다.모두가 바람이 이번엔 쓰러질 거라 생각했을 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바람은 고통을 모르는 듯 자신에게 난 상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또다시 미친 듯이 손이현에게 달려들었다.가장 두려운 점은 그의 상처가 눈에 띄게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었다.그의 회복력은 그 자체로 공포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놀라웠다.“흥! 죽기 전까지는 깨닫지 못하는군! 한 방에 너를 끝장내겠다!”바람이 다시 달려들었으나 손이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긴 창을 한 손에 쥐고 떨자 은색 빛이 사방으로 퍼지더니 주위를 밝게 밝혔다.“이 창이 세상을 놀라게 하리!”손이현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창을 뒤로 당기곤 그것을 무자비하게 앞으로 내질렀다.윙!웅장한 소리가 들렸다.그 순간, 창끝에서 은빛의 기운이 폭발하듯 터지며 마치 하늘을 가르는 용처럼 바람을 향해 돌진했다.그의 일격은 너무나 빠르고 강력하여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와, 정말 멋진 창법이야! 기세가 정말 무서워!”“이게 바로 도명창의 실력인가? 역시 대단해!”“이 창 한 방이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 바람은 이제 끝장났다고 봐야지!”사람들은 손이현이 내뿜은 은빛용을 바라보며 놀라움과 경외의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그들은 손이현의 이름을 익히 들어왔지만 그가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었다.이번에야 비로소 도명창 손이현의 위력을 깊이 체감하게 된 것이다.“으르렁!”손정의 공격을 마주한 바람은 여전히 피하지 않고 그대로 정면으로 돌진했다.“펑!”폭발적인 소리가 울려 퍼지며 손이현의 은빛 창이 바람의 배를 뚫고 들어갔다.창끝이 그의 배를 관통하고 몸을 뚫고 지나가며 온몸을 꿰뚫었다.하지만 기이하게도 창끝에 묻은 피는
“큰일이에요! 금실망이 곧 터질 거 같아요!”그때, 누군가가 외쳤다.모두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금실망에 갇힌 바람은 거대한 존재로 변해 가는 것처럼 보였다.그의 온몸은 검은 문양에 휩싸이게 되었다.그의 이빨은 날카로운 송곳처럼 치솟았고 손톱은 뾰족하게 변했다. 그의 눈은 붉은빛에서 칠흑처럼 깊고 검은색으로 변했으며 입에서는 짐승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그르렁! 으르렁! 크아악!”바람의 포효는 점점 더 커져갔고 그 표정 또한 야수처럼 흉측하게 일그러졌다.그의 등은 천천히 부풀어 올랐으며 팽팽하게 펴진 금실망을 한 줄, 한 줄씩 찢어 나갔다.“으르렁!”바람은 또 한 번 포효했다.그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금실망을 움켜잡고 힘껏 찢었다.“쾅!”튼튼한 금실망이 그대로 두 동강 나며, 거대한 틈이 벌어졌다.금실망을 잡고 있던 청년들은 그 힘에 순간적으로 밀려나며 바닥에 쓰러졌다.“큰일 났다! 이 미친놈이 나왔어!”“빨리! 빨리 그를 막을 방법을 찾아!”그들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 있었고 급한 대로 줄을 꺼내 바람을 다시 묶으려 했다.“으르렁!”바람은 하늘을 향해 포효하며 그의 근육질 몸체를 한 번 더 흔들어 강력한 힘을 발산했다.그러자 거대한 밧줄들이 순식간에 부러지며 바람을 막을 힘이 없음을 증명해 보였다.“막을 수 없어! 모두 도망쳐!”마을의 청년들은 절박한 상황에서 두려움에 빠진 채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바람이 방금 전 마을 사람들을 처참히 무찌르던 그 장면이 눈앞에 떠올라 다시 그에게 다가가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이 괴물 같은 존재를 상대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쓸모없는 놈들! 내가 나서마!”그때 갑자기 청색 의복을 입은 한 남자가 군중 속에서 솟구쳐 나와 바람 앞을 가로막았다.긴 창을 든 그 남자는 바람 앞에 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옷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내뿜는 기세는 마치 고요한 폭풍처럼 강렬했다.“봐! 손이현이야!”“손이현? 서남 지역에서 명성을 떨친 도명창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