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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그녀의 욕설에도 유진우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갈 길을 갔다. 이미 모든 성의를 다 보여줬는데도 홍청하는 고집불통이었고 인여궁의 백수정 등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다 한통속이었다.

그가 아무리 도와주고 설득해도 고마운 줄을 모르고 되레 배신까지 했다. 이런 여자는 정말 치료할 약도 없다. 더는 그녀의 일에 끼어들어봤자 득이 될 게 없으니 아예 남 취급하는 게 더 편했다.

“어떻게 됐어? 인여경 가져왔어?”

그때 백수정이 한 무리 제자들과 함께 다가왔다.

어젯밤 인여경을 잃어버린 후 백수정은 줄곧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하여 유진우를 보자마자 홍청하에게 인여궁의 보물을 다시 찾아오라고 한 것이었다.

“사부님, 그 자식이 주기는커녕 되레 제 뺨을 때렸어요.”

홍청하는 억울하다는 듯 얼굴을 움켜쥐었다.

“뭐? 안 준다고?”

백수정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일단 그 자식의 마음부터 잡고 살살 꼬셔서 가져오라고 했잖아. 어떻게 했는데?”

“당연히 그렇게 했죠. 그런데 유진우는 끄떡도 하지 않았어요. 어찌나 절 경계하는지 아예 줄 생각이 없더라고요.”

홍청하가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

“쓸모없는 것 같으니라고. 이런 작은 일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해?”

백수정이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주변에 사람이 적었더라면 아마 홍청하의 뺨을 날려서라도 화풀이했을 것이다.

“사부님, 유진우가 인여경을 훔친 게 맞다면 풍우 산장에 있는 게 틀림없어요.”

홍청하가 갑자기 말했다.

“그래서 어쩔 건데?”

백수정이 그녀를 째려보며 말했다.

“우리에게는 절호의 기회죠.”

홍청하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었다.

“사부님, 오늘 결투에서 유진우는 반드시 질 거고 어쩌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요. 유진우만 죽는다면 우린 무서울 사람이 없잖아요? 그때 다시 풍우 산장에 가면 인여경을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음... 일리가 있어.”

백수정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풍우 산장에 보는 눈이 많아서 몰래 찾는 건 쉽지 않을 텐데.”

“사부님, 굳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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