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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인제야 잘못한 걸 깨달았어? 네가 사람을 해칠 땐 오늘이 있을 줄 생각 못 했어?”

머리를 조아리며 손이야 발이야 비는 강백준을 보고 있는 유진우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고 두 눈에 찬 살기도 여전히 그대로였다.

“내가 잠깐 머리가 어떻게 되었었나 봐. 사과할게. 그러니까 넓은 아량으로 한 번만 용서해 줘. 날 놓아주면 앞으로는 정말 인간답게 살게.”

강백준이 미친 듯이 머리를 조아렸고 한 마리의 개처럼 비굴하기 그지없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존심 따위 다 버렸다. 목숨만 부지할 수 있다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었다.

“왜 내가 너에게 인간답게 살 기회를 줄 거라고 생각해?”

유진우가 싸늘하게 물었다.

“나... 돈도 있고 인맥도 있어. 목숨만 살려준다면 그 어떤 조건이든 다 들어줄게.”

강백준은 유진우를 회유하려 했다.

“난 다른 조건 없어. 그저 네가 죽길 바랄 뿐이야.”

유진우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죽이지만 말아줘! 제발. 날 살려두면 나중에 쓸모가 있을 거야. 널 더 높은 자리에 앉힐 수 있고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줄게.”

당황한 강백준은 눈물 콧물 범벅이 되도록 울었다. 만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던 그 모습은 진작 사라지고 없었다.

“관심 없어.”

유진우는 다시 한번 칼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강백준의 등을 베었는데 기다란 상처가 생겨났다.

그는 강백준을 바로 죽일 생각이 없었다. 죽을 때까지 공포와 고통이 무엇인지 제대로 맛보게 할 생각이었다. 하여 강백준이 아무리 빌고 처참하게 울부짖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것이었다.

유진우는 느리지도 급하지도 않게 강백준의 몸을 여기저기 찔렀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강백준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고 피를 철철 흘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유진우가 급소를 전부 다 피했다는 것이다. 강백준에게 더 많은 고통을 주려고 심지어 침을 놓고 약까지 먹이면서 지혈해 주었다.

칼에 백여 번이나 찔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몰골이었지만 여전히 힘이 남았고 단지 비명만 처참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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