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 씨, 누가 함부로 나서래요?”조선미가 미간을 찌푸리고 살짝 불만 어린 표정으로 그에게 쏘아붙였다.그녀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유강이 제멋대로 가로채고 요구에 응할 줄이야, 위계질서라곤 전혀 없는 인간이었다!“선미 씨, 뭘 그렇게 두려워해요? 고작 이런 인간들은 저 혼자만으로도 가볍게 해결할 수 있어요.”유강은 자신감이 차 넘쳤다.정작 본인이 무슨 실수를 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만약 지면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봤어요?”조선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농담도 잘하셔라. 제가 질 리가요? 이따가 두 눈 크게 뜨고 저의 쇼만 지켜보세요!”유강은 갖은 거만을 떨었다.“선미 씨한테 지금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요. 이 바닥 룰대로 모든 재산을 걸고 베팅하거나 아니면 절반 산업을 내게 넘기고 아영 씨를 데려가거나 둘 중 하나예요.”강천호가 적절한 타이밍에 입을 열었다.“알았어요, 천호 씨 말대로 할 테니까 일단 내 동생부터 풀어줘요.”조선미가 차갑게 쏘아붙였다.그녀는 비록 함정이란 걸 잘 알고 있지만 다행히 그녀 쪽에서도 미리 준비가 되어 있었다.“좋아요.”강천호는 거절하지 않고 곧바로 손짓했다.이어서 조아영이 밧줄에 묶인 채로 사람들에게 끌려 나왔다.모습은 초라했으나 다행히 다친 데는 없었다.“아영아, 괜찮아?”조선미는 곧바로 다가가 밧줄을 풀었다.“언니! 드디어 왔네. 나 이번엔 진짜 사고 안 쳤어. 강천호 저 인간이 일부러 날 함정에 빠트렸다고!”조아영은 속상한 얼굴로 말했다.“나도 알아. 일단 옆에서 쉬고 있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조선미가 머리를 끄덕였다.“선미 씨, 사람도 이미 풀어줬으니 우리 인제 계약서를 작성해야죠?”강천호가 손을 흔들자 곧바로 누군가가 종이 한 장을 보내왔다. 이는 마치 생사를 건 계약서를 방불케 했다.격투기 룰대로 지는 쪽에서 계약서 내용대로 이행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모든 이의 공격을 받을 것이다.“그렇게 격투기가 좋으시다면 제가 끝까지 함께해드리죠!”
“당신... 정체가 뭐야?!”유강이 바닥에 쓰러진 채 식겁한 얼굴로 물었다. 그에게서 더는 좀전의 거만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세 번의 공격에 무너졌다는 건 상대의 실력이 그를 훨씬 능가했다는 걸 증명한다.이렇게 작은 강능시에 어찌 이런 고수가 있다는 말인가? 이게 바로 가장 큰 의문점이었다.“솔직히 얘기할게. 나는 방민철이고 너희들이 전에 죽인 정윤과 세연은 전부 내 제자들이야!”방민철이 차갑게 말을 꺼냈다.“뭐?! 당신이 바로 강동의 그 방 선생이란 말이야?!”유강은 순간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방 선생이란 칭호를 그는 수없이 들어왔다.강동에서 손꼽히는 고수일 뿐만 아니라 어마어마한 역술인이기도 하다!그는 기괴한 수법으로 소리 없이 처참하게 살인을 저지른다.말 그대로 호환마마처럼 무서운 존재이다.“내 칭호도 들어봤어?!”방민철이 차갑게 웃었다.유강은 이미 식겁하여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방 선생이 여기 있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그는 아예 이 미션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방 선생을 건드리는 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버린다.“마지막 한 판은 누가 나올래?”강천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조씨 가문의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며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유 사부도 패배한 마당에 머릿수만 챙기는 그들이 무슨 배짱으로 감히 나서겠냐는 말이다.이는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다름없는 노릇이다!“언니, 어떡해? 인제 어떡하냐고? 이러다 정말 지는 거 아니야?”조아영이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세 번의 공격으로 막강한 상대 유강을 해치우는 자인데 누가 감히 나서겠는가?“이봐, 젊은이! 한 판 붙을 자신 있어?!”이때 방 선생의 눈빛이 뜬금없이 유진우에게 꽂혔다.그의 얼굴에 드러난 분노는 감추려야 감출 수 없었다.“자신이 왜 없겠어?”유진우가 담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가 이제 막 앞으로 나가려 하는데 조아영이 불쑥 잡아당겼다.“진우 씨, 뭐 하는 거예요 지금?”“맞서 싸우러 나가는 거죠.”유진우가 고개 돌려 대답했다.“
죽은 개처럼 담벼락에 떡하니 걸린 방 선생을 본 순간 뭇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좀 전까지 위풍당당하게 단 세 번의 공격으로 유강을 격파한 방 선생이 이렇게 패배당하다니? 이는 꿈에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게다가 공 치듯 가볍게 뺨 한 대 얻어맞고 쓰러져버렸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말... 말도 안 돼!!!”유강은 넋이 나간 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강동의 최정예 고수 방 선생이 한 방에 무너지다니?!저 녀석은 정녕 괴물이란 말인가?!“이럴 수가?! 진우 씨가 이겼어!!”조아영도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애초에 그녀는 유진우가 반드시 진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정작 이렇게 깔끔하게 이겨버리다니, 귀싸대기 한 방으로 방 선생을 멀리 튕겨버리다니.그의 파워가 얼마나 막강할지 가히 짐작할 수 없었다!“방 선생이... 졌다고?!”강천호가 충격을 받아 좀처럼 진정하지 못했다.방 선생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그는 너무 잘 알았다.강능 전체에 방 선생과 맞서 싸울 자는 아무도 없었다!그런 강자가 유진우의 한 방에 쓰러졌단 말인가?말 그대로 충격 그 자체였다!적을 소홀히 대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단지 예외였던 걸까?그것도 아니면... 진짜 실력으로 제압당한 걸까?“내가 진우 씨를 과소평가했네요.”조선미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녀의 얼굴엔 희열과 경악, 그리고 오만함도 살짝 실려 있었다.유진우가 대단한 건 알았지만 이토록 막강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그녀에겐 보물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보아하니 내가 이긴 것 같네.”유진우가 손을 내밀며 담담하게 자리를 떠났다.그 시각 모든 이가 괴물을 쳐다보듯이 유진우를 바라봤다.그중에서도 유강은 좀전의 경멸의 눈빛에서 순간 경외의 눈길로 돌변했다.단 한 번의 스킬로 방 선생을 제친 자는 실력이 얼마나 막강할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뻔하다.“진우 씨, 무예를 조금 익혔다고 했잖아요? 왜 이렇게 강한데요?”조아영이 떠보듯이 물었다.“상대가
갑자기 눈앞에서 휘두르는 칼날에 유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이유 불문하고 무작정 날 스파이라고 몰아붙이네? 이런 횡포가 어디 있어?’“라희 씨,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유진우 씨는 스파이가 아니에요!”조선미가 얼른 해명했다.“오해인지 아닌지는 조사해보면 다 나와요.”라희가 차갑게 쏘아붙였다.“일단 묶어. 감히 반항하면 당장에서 죽여버려!”“날 죽인다고?”유진우가 미간을 찌푸렸다.“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막 밀어붙이는 거야? 너무한 거 아니야?!”“조씨 가문의 대업을 위해서라면 더 한 일도 할 수 있어!”라희가 으름장을 놓았다.“왜 그렇게 내가 스파이라고 확신하는 건데?”유진우가 되물었다.“확신할 필요 없어.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그야말로 일방적인 여인이었다.그녀의 횡포함에 유진우는 낯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그는 줄곧 차분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라희는 다짜고짜 그를 스파이라고 몰아붙였다.이건 대놓고 사람을 업신여기는 행위였다!“라희 씨, 아직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어요. 일단 진정해요!”조선미가 단호하게 말했다.“난 선미 씨 호위 팀장으로서 선미 씨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어요. 저 자식은 속셈을 헤아릴 수 없으니 딱 봐도 나쁜 놈이에요!”라희가 대답했다.“라희 씨가 오해하셨어요. 진우 씨가 날 구해줬어요. 진우 씨가 아니면 우린 천호 리조트에서 나오지도 못했을 거예요.”옆에 있던 조아영도 한마디 덧붙였다.“그건 단지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한 쇼일 뿐이에요! 다들 감쪽같이 속았다고요!”라희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하지만...”조아영이 말을 이어가려 할 때 라희가 덥석 가로챘다.“됐어요! 여러분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잘못 죽이는 한이 있어도 절대 단 한 명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나 참 어이가 없네. 우리 서로 원한을 맺은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이렇게 날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야?”유진우가 담담하게 물었다.“적당히 해! 이분들을 속일 수 있어도 나한텐 안 통해. 죽기 싫으면 얌전히 묶여있어!
“말도 안 돼! 라희가 스파이였다고?”조아영의 말을 들은 뭇사람들이 충격에 휩싸였다.다들 킬러들의 옷을 벗기고 똑같은 문신을 보았을 때 그제야 안색이 변했다.이는 절대 우연의 일치일 리가 없다.“고작 문신만으로 뭘 설명하겠어?”대머리 호위가 질의를 건넸다.“이 한 개의 문신만으론 설득력이 약하겠지.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문신을 하고 있다면?”유진우는 앞으로 다가가 라희의 부하들의 옷을 싹 다 벗겼다.곧이어 뭇사람들은 이 부하들의 몸 여러 부위에 같은 문신이 새겨져 있는 걸 발견했다.한 명은 우연이라 할 수 있지만 십여 명이 다 있는 건 변명할 여지가 없다.이로써 스파이 사건이 막을 내렸다!“어쩐지... 라희가 나타나자마자 흠집을 잡더라니, 본인이 배신자였어!”유강은 놀랍고도 울화가 치밀었다.다 같은 조씨 일가의 엘리트로서 그는 이런 배신자가 너무 싫었다.“하지만 왜? 조씨 일가에서 줄곧 라희를 중점인물로 배양했는데 왜 배신한 거야?”조아영이 미간을 찌푸리고 의아한 듯 말했다.“명예만큼 사람을 유혹하는 건 없어요. 일단 그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면 배신을 하게 되죠. 진우 씨가 예리한 눈썰미로 당장에서 스파이를 잡아냈으니 망정이지 안 그러면 우리 모두 위험해졌을 거예요!”유강은 뒷일만 생각하면 소름이 끼쳤다.배신자를 옆에 두는 건 시한폭탄과 다름없는 일이니까.언제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를 일이다.“언니, 이젠 어떡해?”조아영은 살짝 횡설수설하며 물었다.“햇빛 아래 바퀴벌레 한 마리가 기어 나왔다는 건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 수천 마리의 바퀴벌레가 더 있다는 걸 말해줘. 이번 일은 아빠한테 알려서 철저하게 조사하도록 할 거야!”조선미가 진지하게 대답했다.반역자가 나타난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이는 외적의 침입보다 훨씬 엄중하다.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어떤 후폭풍이 휘몰아칠지 모른다!“맞아! 무조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해! 이런 배신자들이 제일 가증스러워!”조아영은 머리를 세게 끄덕였다.
배신자를 짓밟아 죽인 후 유진우는 허약한 조선미를 안고 차에 실었다.조선미가 뱀에 물린 부위는 이미 검푸른 자국으로 변했다.게다가 독소가 계속 퍼지고 있어 다리 전체가 마비됐다.“살짝 번거롭게 됐군...”유진우는 자세히 살펴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일반 독은 가볍게 해독할 수 있지만 이번의 독사는 이상하리만큼 흉포했다!게다가 유진우는 약재도 없고 은침도 없어 의술을 펼칠 여건이 못됐다.이젠 입으로 흡입할 수밖에...“조하영 씨, 이리 와서 나 좀 도와줘요.”유진우가 고개 돌려 조아영을 불렀다.“저는 조아영이에요! 하영 아니라 아영!!!”조아영은 그의 말을 수정한 후 재빨리 차에 타며 물었다.“내가 뭘 하면 되죠?”“언니분 바지를 벗겨요.”유진우가 분부했다.“이봐요! 지금 뭐 하려는 수작이에요? 경고하는데 함부로 하지 말아요!”조아영은 엉큼한 늑대를 쳐다보듯 그를 바라봤다.“언니분 몸에 독이 퍼져서 내가 전부 흡입해내야 해요.”유진우가 설명했다.“네?”조아영은 흠칫 놀라더니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상처 부위가 다리 안쪽인데! 설마 이 틈을 타서 진우 씨 좋을 노릇만 하려는 건 아니죠?”“사람 목숨이 달렸어요.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찬 거예요?”유진우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의사는 환자의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 못 들어봤나요?”“그런 것도 같네요.”조아영은 그의 말도 제법 일리 있어 보였다.“계속 멍하니 있을 거예요? 얼른 바지 벗기라니까요!”유진우가 다그쳤다.“네, 알았어요.”조아영은 감히 더 망설이지 못한 채 바지를 벗겼다.상처가 훤히 드러나자 유진우는 유심히 살피더니 고도로 집중하여 손을 대기 시작했다.비록 조금 당돌하긴 하지만 사람 목숨을 구하는 일이 우선 순이니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유진우는 재빨리 독을 빨아내기 시작했다.그는 한 모금 흡입하여 곧장 검은 피를 내뱉었다.그리고 또다시 흡입하고 내뱉었다.한시라도 쉬지 않고 이 동작만 반복했다.이때 혼미해 있던
황혼 무렵, 병원 모 병실 안에서.한잠 푹 잔 유진우가 드디어 깨어났다.다만 눈을 뜨자마자 괴이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진우 씨 안 죽었어요?”유진우가 소리 나는 방향대로 시선을 돌리자 조아영이 옆에 앉아 그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요? 내가 안 죽어서 몹시 실망했나 봐요?”유진우가 어이없다는 듯이 쏘아붙였다.“그게 아니라... 살짝 의외여서요.”조아영은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선미 씨는요?”유진우는 그녀에게 더 따져 묻고 싶지 않았다.“진우 씨 약 구하러 갔어요.”조아영이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듣기로 진우 씨가 블랙 스네이크의 독을 흡입했다고 하던데 그거 독성이 엄청 강해서 무조건 죽는댔어요! 아직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니까요!”“그러게요. 블랙 스네이크가 대단하긴 한가 봐요. 날 한잠 자게 했으니 말이에요! 역시 10대 기이한 독성 중의 하나답군요.”유진우가 감개무량하게 말했다.그의 체질은 어떠한 독성도 침입해 들어올 수 없다.그런데 블랙 스네이크의 독은 한잠 자고 나서야 해독이 됐으니 실로 대단할 따름이었다!“이 말이 왜 이렇게 이상하게 들리지?”조아영이 머리를 긁적거렸다.그녀가 미처 정신 차리기 전에 불쑥 두 사람이 병실로 들어왔다.한 명은 조선미이고 다른 한 명은 화려한 옷차림에 몸매가 섹시한 젊은 여자분이었다.그 여자는 조선미와 조금 닮아 있었다. 옷차림도 화려할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었다.온몸에서 윗사람의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진우 씨! 드디어 깼네요! 지금 좀 어때요?”조선미는 두 눈을 반짝이며 병상 가까이 다가왔다.“한잠 잤더니 많이 좋아졌어요.”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자, 이건 내가 방금 구한 비밀 약재예요. 얼른 물과 함께 복용해요. 이걸 먹으면 무사할 거예요.”조선미가 작은 흰색 병을 유진우의 손에 쑤셔 넣으며 온수 한 잔 따랐다.“비밀 약재라니 어떤 비밀 약이죠?”유진우가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얕잡아보지 말아요. 이건 신의 강보현 씨
그 시각, 다른 입원실. 이 어르신은 정신을 잃고 창백한 얼굴로 누워있었다. 장경화는 이씨 집안 사람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강구하고 있었다.“이상하네, 정정하시던 어르신이 갑자기 쓰러지시다니요?”“그러게 말입니다! 평소에는 건강하시던 분도 나이 앞에서는 안 되는 모양입니다.”다들 한숨을 푹 내쉬며 안타까움을 표했다.“할아버지는 어때요?”이때, 이청아가 하이힐을 신고 또각거리며 들어왔다.조금 전까지 회사에서 회의하던 그녀는 할아버지의 병세가 엄중하다는 소식에 바로 달려왔다. “청아야, 의사 선생 말로는 어르신이 버티지 못할 거라고 한다...”장경화가 고개를 저었다.“뭐라고요?”이청아의 낯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할아버지 어제까지만 해도 괜찮으셨잖아요.”“나도 믿을 수 없어. 운명이란 게 이런 것인가 보다.”장경화가 한숨을 내쉬었다.“의사는요? 의사 불러줘요!”이청아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쓸데없어. 한의사도 불러봤는데 병세가 이상하다고 하더라. 이유를 알 수가 없대. 이렇게 가다가는 돌아가실 거래.”“안...안 돼!”이청아는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평소에 자기를 끔찍이 아끼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간다는 게 상상도 되지 않았다.“청아야, 내가 명의를 아는데 그분이 도와주실지도 몰라.”옆의 여호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명의? 누구요? 제 할아버지를 살려줄 수 있어요?”이청아는 정신을 차렸다.“설 의사라고 서울에서 온 의사인데 의술 실력도 뛰어나고 어떤 난치병이든 탕약만으로도 고칠 수 있대. 게다가 강보현 신의의 뛰어난 제자래!”여호준이 얘기했다.“강보현 신의의 제자?!”그 말에 사람들이 술렁였다.강보현은 신의로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니 다들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게다가 약왕이라고 불릴 만큼 의약계에서 유명한 사람이었다.그의 의술은 이미 신격화될 정도였다.그런 강보현의 제자라니, 설 의사도 보통이 아닐 것이 분명했다.“진짜 설 의사를 불러와 주실 수 있
문관옥의 맹렬한 기세에 유진우는 그저 검으로 막아내기만 했다. 그리고는 그저 문관옥이 마음껏 공격하게 내버려두었다.하지만 그것이 사람들 눈에는 문관옥이 계속 유진우를 누르고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보였다.계속해서 공격한다면 문관옥이 곧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문 도련님께서 익힌 기술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공격하면 할수록 위력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이 싸움을 보니 유장혁이 더 이상 당해 내지 못할 것 같네요...”“천재라고 하길래 뭐 얼마나 대단하나 했는데... 결국 문 도련님 같은 천교를 당해낼 수 없잖아요!”“문 도련님 파이팅입니다! 유진우를 죽여버려요!”기세등등하게 공격을 이어 나가는 문관옥을 보며 그들은 놀라워 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일부 사호문 제자들은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다.“죽여라! 죽여라!”문관옥은 미친 듯이 웃으면서 손에 든 칼을 점점 더 빨리 휘둘렀다. 그러면서 기세도 점점 더 거세졌다. 그의 공격은 마치 바람에 소나기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보는 이의 눈을 어지럽게 했다.“유장혁, 아까는 그렇게 건방지더니... 왜 지금은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막지만 말고 반격해 봐! 공격해 보라고!”“왜 방어만 하고 있어?”“설마 두려운 건 아니겠지?”“전에는 그렇게 멋있고 대단하던 사람이었잖아. 지금은? 겨우 내 공격을 버티고 있는 주제에!”“그러면서도 천재라고? 웃기지도 않아!”“너한테 그럴 자격 따위 없어!”“어때? 내 실력이 느껴져? 많이 무섭지? 절망적이지?”“안타깝지만 오늘은 아무도 널 구해줄 수 없어!”문관옥은 공격하면서도 계속 비아냥거리는 말을 해댔고 유진우로 하여금 절망을 느끼게 하려 했다.하지만 그의 꼼수에 유진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사실 그는 문관옥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문관옥은 대단하지만 유진우보다는 약했다.다른 조직이 아닌 호룡각이었기에 유진우는 겨우 이 정도의 사람들만 보냈을 리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래서 그는 분명 다른 고수
문관옥의 무기는 빙화검이라는 칼이었는데 전설적인 3대 검 중 하나였다.이 칼은 위력이 셀 뿐 아니라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때론 한기가 엄습하고 때론 화염이 치솟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두 속성 모두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력이 강할 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문관옥은 앞으로 돌진하면서 빙화검을 칼집에서 꺼냈 다.뜨거운 붉은 불꽃이 순식간에 칼날 전체를 뒤덮었다. 불길이 마치 짐승처럼 포효하는 듯했고 칼날이 지나가는 곳마다 땅의 화초들이 검게 타들어갔다.“화염 첫 번째 기술!”문관옥이 손목을 살짝 움직이더니 화염을 내뿜는 긴 칼을 높이 쳐들고 허공을 가르며 유진우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굉음이 울려퍼졌다.화염에 휩싸인 긴 칼이 갑자기 폭발하여 거대한 칼날이 허공에 떠서 형성되었다.칼자루는 길이가 십여미터쯤 돼 보였고 너비는 3미터 쯤인 것 같았다. 주위에는 불꽃이 감돌며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언뜻 보기에는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칼날이 유진우을 향해 이렇게 무겁게 내리꽂히는 듯했다.“너무 무서운데요? 이게 문 도련님의 실력이였군요. 역시 강하세요.”“맞아요, 역시 도련님이세요. 거의 마스터 수준아닌가요?”“문 도련님 같은 분만이 유진우와 겨룰 수 있죠.”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칼날을 보고 있자니 모두들 자신도 모르게 놀라움을 나타냈다.비교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었지만 경원종 고수들의 공격과 비교해 보면 문관옥의 공격은 차원이 달랐다.이게 바로 일반 고수들과 천교의 차이였다.“검!”유진우가 이렇게 말하자 땅에 떨어졌던 청하검이 그대로 10여 미터 거리를 날아오더니 유진우의 손에 쏙 들어왔다.유진우는 한 손으로 검을 들고 머리 위에 꽂혀지는 불꽃을 살짝 건드렸다.그러자 하얀 빛이 순식간에 검을 뚫고 나와 빙화검의 불꽃에 세게 부딪쳤다.쿵하는 큰 소리와 함께 두 칼날이 마주쳤다. 그 찰나, 땅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에너지가 충돌 지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마다 온통 난장판이었
펑!여기저기로부터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위력이 넘치는 번개들은 유진우의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 속에 빨려 들어갔고 바람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칼날은 전부 터져버려 모양을 유지할 수 없었으며 날카로운 얼음덩이들은 순식간에 물로 녹아버렸다.경원종의 모든 공격은 전부 무력화 되고 말았다.그뿐만 아니라 비연교 제자들의 암기들도 반사되어 공중에서 비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려오며 사방에서 땡그랑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이럴 수가.”오행 진법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 채지웅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다 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소스라치게 놀란 얼굴로 바닥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경원종의 다른 고수들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금방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한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으니 현재 기진맥진한 그들은 독 안에 든 쥐와 다름이 없었다.“도망가야 해! 얼른 도망가야 해!”노윤하가 소리를 지르며 허겁지겁 줄행랑을 놓았다.유진우의 손바닥 그림자에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 같은 강렬한 위기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그의 공격은 일반 마스터가 다다를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으니 유진우는 이미 대 마스터의 문턱을 밟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펑!흰색의 손바닥 그림자가 곧장 따라와 사방을 휩쓸자 미처 피하지 못한 경원종의 고수들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가까이에 있던 사호문 제자들은 상황파악도 못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뒤에 숨어서 암기를 날리던 비연교 제자들도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유진우가 만들어낸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는 도살장의 분쇄기처럼 그곳에 남아있는 적들을 하늘나라로 보내버렸다.지금 이곳은 지옥이 다름없었다.이곳저곳에서 피가 튕기고 산산조각이 난 시체들이 떠다녔다.바닥이 새빨간 피에 물들여져 피로 된 길고 긴 길을 만들어냈다.손바닥 그림자가 유유히 사라지자 이상한 침묵이 흘렀다.경원종에서는 채지웅 혼자 살아남고 전멸했다.채지웅은 바닥에
전에는 경원종이 자기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했지만 방금 경원종 고수가 쓰는 진법을 보고 나서야 그들은 비로소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경원종이 명불허전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채 종주님, 경원종의 오행 진법을 보니까 정말 눈이 번쩍 트이네요. 우리가 도울 필요도 없어 보여요. 경원종 혼자서도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요!”노윤하는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와 채지웅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공로를 빼앗을 수 있을꺼 생각했었는데 사호문 문주가 죽고 나니까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유진우도 정말 대단하긴 해요. 오행 진법을 쓰지 않았더라면 감당할 수 없었을 겁니다.”채지웅은 두 손을 짊어지고 고개를 살짝 쳐들었다.“물론입니다. 그래도 오행 진법에 의해서 죽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만할 수 있어요. 그만큼 그자가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는 의미니까요.”도금칼과 이화검 모두 유진우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그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증명하기에 충분했다.오행 진법이 변화무쌍한 진법이어서 다행이었다. 하늘과 땅의 힘을 빌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채 종주님, 공로를 세우셨으니 돌아가시면 반드시 큰 상을 받게 될 겁니다. 그때 가서도 저희를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노윤하가 요염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노 교주님 걱정 마세요. 저희 경원종이 상을 받게 된다면 비연교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채지웅은 들뜬 마음으로 직접 다짐했다.“채 종주님께 감사드립니다.”노윤하가 공손하게 말했다.두 사람이 승리를 축하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돌멩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돌멩이들은 온 지면을 뒤덮으며 굉음을 냈다.순간, 산더미처럼 쌓인 돌덩어리가 폭발하는 것이었다.누군가가 돌멩이들 사이로 날아올라 하늘로 솟구치는 것이었다.그는 수십 미터 상공으로 날아오르고 나서야 다시 천천히 바닥에 착지했다.아니나 다를까 흙을 헤치고 나온 유진우였다.“뭐? 안 죽었다고?”조금도 다치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다섯 자루의 검을 보면서도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는 손바닥을 살짝 들어 올려 위로 치켜올릴 뿐이었다.쾅!강력한 에너지가 손바닥에서 폭발하더니 빠른 속도로 그 이화검들을 삼켜버렸다.펑!다섯 발의 폭음과 함께 다섯 개의 이화검이 폭죽처럼 동시에 터지며 하늘의 불꽃이 되어 바람에 흩날려갔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채지웅이 깜짝 놀라면서 중얼거렸다.나머지 경원종 고수들도 서로 마주 보며 놀라워했다. 이화검의 순발력과 파괴력은 도금칼보다 훨씬 뛰어난 데다가 그들은 방금까지 전력을 다해서 그를 공격했기 때문이었다.그들의 예상대로 유진우가 이 살인을 막아냈더라도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하지만 유진우는 멀쩡할 뿐만 아니라 이화검의 공격도 손쉽게 피했으니 말이다.그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계속해! 마법진 변경!”채지웅은 깜짝 놀랐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오행 진법은 변화무쌍하여 7가지 공격방법이 있었다. 이화검도 안 되면 또 다른 공격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그는 유진우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약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곤지함!”채지웅은 손목을 바들바들 떨면서 황토색 부적 한 장을 꺼내 바닥으로 내리쳤다.나머지 고수들도 그를 따라서 부적을 바닥에 내던졌다.펑!황토색 부적 다섯 장이 땅에 떨어지면서 폭발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유진우가 서 있는 지면이 갑자기 움직이더니 빠른 속도로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 주위 10미터 반경의 땅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더니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유진우는 반응할 틈도 없이 깊은 구덩이에 빠져버렸다.“곤산붕!”그 순간, 채지웅은 즉시 진법을 바꿔버렸다.그는 방금 생긴 깊은 웅덩이를 빠른 속도로 메꿔버렸고 눈 깜짝할 사이에 유진우는 완전히 생매장당했다.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경원종 고수를 지휘하며 진법으로 큰 바위들을 옮겨와서 유진우가 생매장된 곳을 막아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바위는 산처럼 쌓여버렸다.생매장된 유
독성을 가지고 았는 다트는 마치 비 내리듯 끝없이 유진우를 향해 쏟아졌다.순식간에 유진우가 모두의 타깃으로 되었다.“마법진!”다트들이 떨어지려고 할 때 채지웅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그 후 경원종 고수들은 몇 명이 즉시 뿔뿔이 흩어져 유진우 곁에 원 모양으로 둘러섰다.그들 손에는 어느새 금색 부적 한 장이 들려 있었다.“도금칼!”채지웅은 명령과 함께 손에 든 금색 부적을 내던졌다.유진우를 에워싸고 있던 나머지 경원종 고수들도 즉시 부적을 내던졌다.다섯 장의 부적이 유진우를 향해갔다.곧이어 기괴한 장면이 발생했다.하늘하늘하던 부적에서 순간 빛이 크게 번지더니 다섯 자루의 거대한 금색 칼로 변해 유진우를 찌르려 하는 것이었다.그 칼은 아주 날카롭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으며 파괴력이 강해 보였다.무도 마스터라도 감히 정면으로 맞서지 못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칼이었다.그리고 이 마법진은 경원종의 오행 진법으로 변화무쌍한 데다가 위력이 무궁무진한 진법이었다.또 다섯 사람이 힘을 합쳤기에 실력이 배로 늘어났을 것이었다.죽음에 가까워진 상황이 아니면 결코 쉽게 쓰지 않는 진법이었다.하지만 유진우를 죽이기 위해 경원종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질질 끌지 않고 한 방에 죽여버릴 생각이었다.“고작 이것밖에 못 하나요?”다섯 자루의 금빛 검을 본 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안색을 바꾸지 않고 발을 한 번 굴렀다.흰색 진기가 몸에서 터져 나와 타원형의 보호막을 만들어 주었다.그 보호막은 유진우를 감싸고 있었다.철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다섯 자루의 금빛 검이 유진우의 보호막에 부딪혔다. 그러자 그 검들이 순식간에 부서지더니 빛이 되어 흩어지는 것이었다.결국 유진우는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았다.“응”채지웅은 미간을 찌푸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오행 진법의 도금칼은 날카롭기로 유명한 무기였다.하지만 유진우의 보호막조차 뚫지 못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마법진 변경!”채지웅은 주저하지 않고 즉시 경원종 고수를 지휘하여 진법을
“뭐죠? 안 오너님은요? 왜 갑자기 사라진 거죠?”“이상하네요. 방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졌어요.”“설마 안 오너님께서 또 무슨 신기한 재주를 부리는 건 아니겠죠?”사람들은 사방을 둘러보면서 의논하고 있었다. 사태가 심각한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말이다.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방금 기세등등하던 안호준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으니 말이다.“오너님은요? 어디 가신 거죠?”“스승님! 스승님!”사호문의 제자들이 저마다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그러나 아무리 외쳐도 응답이 없었다.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간파한 사람은 극소수였다.“소리 지르지 않아도 돼. 너희 스승님은 이미 돌아가셨어.”백발노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남들은 몰라도 무도 마스터인 그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히고 나서 안호준의 몸은 마치 가스가 찬 풍선처럼 바로 폭발하였다는 것을 말이다.시체도 남아 있지 않다.“죽었다고요? 그럴 리가요?”“채 종주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저희 스승님은 천하무적이라고요!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이겨왔는데 고작 한 방에 죽었다뇨?”사호문 제자들은 이러쿵저러쿵하며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그들에게 놓고 말해서 안호준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존재였고 어떤 사람을 만나든, 상대가 누구든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채 종주님 말이 맞아. 안 오너님은 죽었어.”비연교 오너도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믿어도 좋고 안 믿어도 좋지만 바닥에 있는 살덩어리가 안 오너님 시체야...”그녀의 말을 듣고 온 장내가 떠들썩해졌다.사호문 제자들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만약 경원종 종주인 채지웅만 그렇게 말했다면 거짓말이라고 의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비연교 교주인 노윤하도 그렇게 말했기에 그들은 믿고 싶지 않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사호문 제자들은 땅바닥의 잘게 부스러진 살덩어리를 보고 비통해하며 울분을 토해냈다.한편, 나머지 문
“죽고 싶다면 도전해 보시든가요.”유진우는 줄곧 무표정이었고 눈빛은 차가웠다.“흥, 무서운 줄도 모르는 놈. 오늘 내가 사호문 권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마!”중년 남자가 고함을 지르며 유진우에게 달려들 때, 또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잠깐만요!”경원종의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가며 말했다.“안 오너님, 당신도 실력은 괜찮지만 유장혁의 적수는 못 돼요. 제가 하죠.”유장혁을 죽이라는 건 호룡각에서 내린 명령이었기에 일등 공신을 세운 사람이 좋은 대우를 받을 게 당연했다.이런 좋은 기회를 남에게 양보해서는 안 됐다.“채 종사님, 좀 저희를 무시하시는 것 같은데요?”안호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제가 거느리고 있는 사호문은 채 종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뛰어나거든요. 이놈도 상대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제가 사호문을 닫아버릴게요.”“맞습니다. 경원종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저희 사호문도 호락호락하진 않거든요!”사호문 제자들이 분분히 떠들어댔다.“안 오너, 당신들을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채지웅은 계속해서 말했다.“오늘 유장혁한테 진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명예는 물론, 목숨도 위태로워질 거니까요.”“채 종사님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만 만약 제가 지게 된다면 그건 제 권술이 부족한 탓이겠죠.”안호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두 분, 너무 조급해하지 마십시오.”이때 비연교에서 몸매가 좋은 한 여자가 천천히 걸어 나오더니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동맹을 맺은 사이인데 이런 작은 일로 화를 낼 필요는 없지 않나요?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이 어때요? 제가 두 오너님을 대신해서 앞장서보겠습니다. 유장혁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먼저 시험해 보는 거죠.”큰 공을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비연교 교주도 당연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다들 한몫 챙기려는 모양이네요.”채지웅은 좌우를 둘러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선착순으로 보면 제가 먼저입니다.”안호준도 한 치도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
이곳에 나타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본투비 레벨 고수들이었는데 무도 마스터들도 종종 숨어있었다. 게다가 문관옥과 그리고 그의 지휘 아래 있는 부하 백호랑까지...“유장혁, 이게 끝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문관옥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사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준비를 좀 오래 했거든. 네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은 단지 선봉대일 뿐이고 아직도 많은 고수들이 여기로 올 거야. 네가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오늘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거라는 말이지.”사실 문관옥은 유장혁을 죽이는 것쯤은 이 사람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나 유장혁 쪽에서 지원군이라도 오게 될까 봐 사람들을 많이 부른 것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법이었기에 경계해서 나쁠 건 없었다.“문관옥, 설마 문왕부도 호룡각 밑에 있는 세력 중 하나인 거야?”유진우가 소리 내 물었다.“호룡각의 명을 받아 널 처리하게 된 건 내 영광이야. 너한테 놓고 말해서는 불행한 일이겠지만 말이지.”문관옥은 매우 태연하게 말했다.“네가 만약 죽은 척하고 남은 인생을 보냈더라면 아무 일 없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넌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고 했어. 그러니까 왜 그랬어? 그러지 말았어야지. 네가 자초한 거야.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널 제거하라는 명을 받았을 뿐이고.”호룡각은 황제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가졌다. 천자마저도 꼭두각시일 뿐이니 그가 전력을 다해 호룡각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것도 이상해할 것 없었다.문관옥의 태도에 의해 충성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평가에 통과할 수 있었다. 그에게 놓고 말해서는 호룡각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였다.그때가 되면 그도 권력을 가져서 서경왕보다 더 뛰어난 존재로 될 수 있을 것이었다.“오늘은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 같네.”유진우가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자, 죽어도 상관없는 사람은 얼마든지 덤벼. 얼마나 대단한지 보기나 하자!”“흥! 정말 끝까지 해보자는 거지?”문관옥이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