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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그는 이청아가 분노에 찬 표정으로 가시 같은 말만 내뱉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유진우는 입이 쩍 벌어진 채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얼굴에 부은 술이 턱을 따라 바닥에 한 방울씩 뚝뚝 떨어졌다.

그 모습은 실로 초라할 따름이었다.

그는 둘 사이가 조금 호전됐다고 여겼지만 여전히 종잇장처럼 가볍고 연약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일부러 여호준 씨를 모함했다는 거네?”

유진우가 미간을 구기고 복잡한 눈빛으로 물었다.

“네 눈엔 내가 그토록 신뢰 가치가 없는 거야?”

“맞아!”

이청아가 곧바로 대답했다.

그녀는 살짝 후회가 밀려왔지만 늘 강한 성격이었던지라 체면을 내려놓고 해명하지 못했다.

“그래... 아주 좋아. 드디어 네 진심을 드러냈네.”

유진우는 저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 그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여 말을 이어갔다.

“내가 괜히 오지랖이 넓었어.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넌 여전히 미련이 남아있었나 봐.”

“너 지금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이청아가 미간을 구겼다.

“내가 틀린 말 했어? 전에 나한테 저 사람과 절대 다시 연락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결국 그날 밤에 함께 술 먹고 데이트했잖아. 넌 겉과 속이 너무 달라!”

“그건...”

이청아가 해명하려 했지만 유진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가로챘다.

“어쩌면 넌 아예 여호준 씨가 약을 탔는지 신경 쓰지도 않았어. 오히려 그렇게 하길 바랐을 거야. 그렇게 되면 두 사람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잖아. 내 말 틀려?”

이청아는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녀의 얼굴에 실망감이 드러났다. 마음이 시리고 또 한편으로는 믿을 수가 없었다.

유진우가 이런 말을 하다니, 그에게 이청아는 고작 이런 이미지였단 말인가?

3년 동안 부부로 지내왔는데 믿음이라곤 전혀 없었던 걸까?

“유진우! 너 진짜 너무 실망이야!”

이청아가 이를 악물고 씩씩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그녀의 마음이 한없이 쓰라렸다.

“흥!”

유진우는 어두운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게 서 있었다.

그도 마치 무언가로 가슴을 꽉 메운 듯 답답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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