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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갑자기 눈앞에서 휘두르는 칼날에 유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유 불문하고 무작정 날 스파이라고 몰아붙이네? 이런 횡포가 어디 있어?’

“라희 씨,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유진우 씨는 스파이가 아니에요!”

조선미가 얼른 해명했다.

“오해인지 아닌지는 조사해보면 다 나와요.”

라희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일단 묶어. 감히 반항하면 당장에서 죽여버려!”

“날 죽인다고?”

유진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막 밀어붙이는 거야? 너무한 거 아니야?!”

“조씨 가문의 대업을 위해서라면 더 한 일도 할 수 있어!”

라희가 으름장을 놓았다.

“왜 그렇게 내가 스파이라고 확신하는 건데?”

유진우가 되물었다.

“확신할 필요 없어.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그야말로 일방적인 여인이었다.

그녀의 횡포함에 유진우는 낯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그는 줄곧 차분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라희는 다짜고짜 그를 스파이라고 몰아붙였다.

이건 대놓고 사람을 업신여기는 행위였다!

“라희 씨, 아직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어요. 일단 진정해요!”

조선미가 단호하게 말했다.

“난 선미 씨 호위 팀장으로서 선미 씨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어요. 저 자식은 속셈을 헤아릴 수 없으니 딱 봐도 나쁜 놈이에요!”

라희가 대답했다.

“라희 씨가 오해하셨어요. 진우 씨가 날 구해줬어요. 진우 씨가 아니면 우린 천호 리조트에서 나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옆에 있던 조아영도 한마디 덧붙였다.

“그건 단지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한 쇼일 뿐이에요! 다들 감쪽같이 속았다고요!”

라희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하지만...”

조아영이 말을 이어가려 할 때 라희가 덥석 가로챘다.

“됐어요! 여러분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잘못 죽이는 한이 있어도 절대 단 한 명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

“나 참 어이가 없네. 우리 서로 원한을 맺은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이렇게 날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야?”

유진우가 담담하게 물었다.

“적당히 해! 이분들을 속일 수 있어도 나한텐 안 통해. 죽기 싫으면 얌전히 묶여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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