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이청아의 태도와 주위 사람들의 분노에 유진우는 할 말이 없었다.잠시 굳어버린 그는 그대로 나가버렸다.그가 뭐라고 하던 이곳의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흥! 진작 나갔어야지. 방해꾼 같으니라고.”“그러게! 제 분수도 모르는 주제에.”나가는 유진우를 보며 사람들은 욕을 퍼부으며 비웃었다.“설 의사, 눈치 없는 놈은 이미 쫓아냈습니다. 그만 화 푸세요.”장경화가 웃으며 얘기했다.“설 의사, 제 체면을 봐서라도 화 풀어주십쇼. 그래도 병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겠습니까. 일이 해결되면 꼭 보답하겠습니다!”여호준도 입을 열었다.“여호준 씨도 그렇게 얘기하니, 어쩔 수 없군요. 이번 한 번만입니다.”설 의사가 경고했다.“네! 무조건입니다!”사람들은 다 고개를 끄덕이며 여호준에게 감격의 눈빛을 보냈다.비교해 보니 유진우는 더욱 쓰레기 같았다. 진짜 도움을 주는 것은 여호준이었는데 말이다.“됐습니다. 일단 약을 가져오세요.”설 의사는 처방이 적힌 종이를 장경화에게 던져주었다.장경화는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했다.다행히 병원이라서 탕약을 달여오는 것은 간단했다.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따뜻한 탕약이 올라왔다.“조금 전에 저를 의심하던 사람이 있었죠? 오늘 제대로 보여드리죠.”설 의사는 호언장담하더니 모든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어르신의 입으로 탕약을 부었다.뜨거운 탕약이 뱃속에 들어가자 어르신의 낯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고 차갑던 사지도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숨소리도 건강한 사람과 같았다.그 모습에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효과가 있습니다! 어르신의 낯빛이 좋아졌어요!”“과연 설 의사 십니다! 탕약 한 그릇으로 병을 치료하다니, 참으로 신기합니다!”“역시 강 신의의 제자십니다! 청출어람의 의술 실력입니다!”다들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설 의사를 떠받들었다.“제 스승보다는 못하지만 스승님 실력의 80퍼센트 정도는 되니 불치병만 아니라면 다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설 의사는 오만한 표정으로 얘기했다.“암요, 암
설 의사가 다시 진단했다. 현재 그의 맥박은 이상하게 뛰고 있었다. 놀란 설 의사의 눈꺼풀 근육이 튀었다.전혀 방법이 없었다.“이상합니다.”설 의사는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환자가 원래 허약하다 보니 근본적인 치료는 어렵습니다. 보아하니... 마음의 준비를 해두십쇼.”“뭐요?”그 말에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반나절을 치료하고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니?“설 의사! 제발 제 할아버지를 살려주세요. 얼마가 들든지 돈은 필요하신 대로 드릴 수 있습니다!”이청아가 정신을 겨우 붙잡고 얘기했다.“전...”그가 뭐라고 얘기하려고 하자 문이 쾅 하고 열렸다. 그리고 유진우가 심각한 얼굴로 걸어 들어왔다.그는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은침을 꺼내 빠른 속도로 이 어르신의 가슴에 꽂아 넣었다.윙~은침이 미친 듯이 진동하며 회전했다.투명한 기류가 이 어르신 몸속으로 들어가더니 심장을 붙들었다.“야! 너 뭐 하는 거야!”그 모습에 놀란 설 의사가 소리쳤다.“당신이 치료하지 못한다면 내가 합니다.”유진우가 차갑게 얘기했다.“누, 누가 치료하지 못한대?!”설 의사가 머리를 짜내어 변명했다.“이미 병을 치료할 방법을 생각해 냈는데 네가 끼어드는 바람에 수포로 되었어! 병을 악화시켰다고!”“그러면 제 탓이라는 겁니까?”유진우가 차갑게 웃었다.“당연히 네 탓이지! 무슨 일이 생기면 다 네 책임이야!”설 의사가 소리쳤다.어찌해야 할지 탈출구를 찾고 있었는데 유진우가 직접 제 발로 들어와 희생양이 되어주니 감사할 따름이었다.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싶은 지경이었다.그의 명예도 지켰으니 다행이었다.“다른 건 못하면서 책임을 떠미는 것은 1등이네요. 강보현이 왜 당신을 제자로 받았는지 모르겠네요.”유진우가 작게 코웃음 쳤다.“너 이 자식, 뭐라는 거야! 죽고 싶어?”설 의사는 수치가 화로 되어 얼굴을 붉혔다.“당신이야말로 죽고 싶으면 어디 한번 덤벼봐요.”유진우는 슬쩍 그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설 의사는 굳어버린 채 공포심이 들었다.“유진우
“진... 진짜 깨셨어?”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놀라서 그대로 얼어붙었다.그저 뜨거운 물이 이 어르신을 치료하다니.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너무도 신기했다.“설마? 유진우가 진짜 이 어르신의 병을 치료했다고?”“신기하네. 설 의사도 하지 못한 일을 저 자식이?”얼굴에 생기가 돌고 호흡도 정상으로 돌아온 이 어르신을 보며 모든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경악했다.그 순간 유진우를 향한 시선마저 달라졌음을 느꼈다.그들은 이 어르신을 치료한 것이 설 의사가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유진우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할아버지, 몸은 어떠세요?”이청아가 먼저 물었다.“이상하네. 몸이 춥다가도 덥더니 지금은 괜찮아.”이 어르신은 자기의 몸을 만져보며 신기하다는 듯 얘기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곧 죽을 목숨인 줄 알았다.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회춘한 느낌이었다.“어르신, 진짜... 괜찮으세요?”장경화는 믿을 수 없었다.“당연하지. 지금 정신도 말짱하고 힘도 넘치는 상태다.”이 어르신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한숨을 돌렸다.그리고 의문스러워졌다.언제부터 유진우가 병을 치료할 줄 알게 되었지?“아니, 그럴 리가 없어! 환자는 이미 죽을 목숨이었는데 어떻게 살린 거야?!”그제야 반응한 설 의사가 놀라면서 물었다.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설 의사는 이 어르신의 맥박을 짚어보았기에 그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놈이 어떻게?‘설마 나보다 더 강한 건가?’하지만 그는 강보현의 제자였다!“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나도 못하는 게 아니거든요. 돌아가서 스승한테서 많이 배우시길. 스승의 명성에 먹칠하지 말고.”유진우가 차갑게 얘기하자 설 의사가 분에 차서 소리쳤다.“너 이 새끼! 아까 그 약이 뭐야! 도대체 무슨 수단을 쓴 거야!”그냥 물로는 병을 치료할 수 없으니 그 약과 관련된 것이 분명했다.“강보현의 제자라면서 해독환도 모르다니.”유진우가 한쪽 입꼬리만 올리며 씩 웃었다.“뭐? 방금 그게 해독환이라고?”설
“스승님! 여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강보현을 본 설 의사는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앞으로 다가갔다.그의 표정은 약간 비굴해 보였다.“스승?”“설마... 이분이 그 유명한 강 신의?”신분을 알게 되자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다 모여들었다.“강 신의가 오시다니! 영광입니다!”“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이번 생에 만나뵐 수 있게 되다니!”다들 아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눈앞의 이 사람은 남북을 뒤흔드는 신의였다.의술이 훌륭할 뿐만 아니라 인맥도 넓어 영향력이 막대했다.한마디면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꿔줄 수 있었다.“스승님, 폐관수련 중이지 않으셨습니까? 여긴 어쩐 일로...”설 의사가 궁금해서 물었다.“내 친구가 연락하기를 네가 진단을 마구잡이로 한다던데, 진짜냐?”강보현의 말투는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 얼마 전 그는 자기의 은인한테서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바로 달려온 것이었다.“친구?”다들 서로를 바라보다가 결국 여호준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그들 눈에 강 신의의 친구라는 사람은 귀한 인물이기에 여호준일수 밖에 없었다.“강 신의님, 처음 뵙겠습니다!”이때 여호준이 갑자기 앞으로 나서면서 자기소개를 했다.“저는 여씨 성에 이름 호준으로 서울에서 올라왔습니다. 제 아버님과 일면식이 있을 겁니다.”“오...”강보현은 그저 가볍게 대답했다.여호준을 무시하고 사처를 돌아보며 무엇을 찾고 있는 듯 했다.그 차가운 태도에 여호준은 어색함을 숨기지 못했다.“스승님, 혹시나 해서 여쭙는 것인데 혹시 요즘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으셨습니까?”설 의사가 넌지시 물었다.“물건을 잃어버려? 무슨 뜻이냐.”강보현이 미간을 찌푸렸다.“조금 전 누가 스승님의 해독환을 훔친 것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발견했으니 다행이죠, 그렇지 않으면 얼마나 큰 손해입니까!”설 의사는 공을 세운 것에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얘기했다.해독환은 스승님의 보물이었다. 잃어버린 보물을 찾아주면 호감을 얻을 게 분명했다.“누가
강보현의 행동에 입원실 내부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설, 설마? 유진우가 강 신의를 안다고? 그게 가능해?”“미친... 유진우 이 새끼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강 신의가 사죄하다니.”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유진우를 보고 다시 그와 반대되는 강보현을 보았다.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경악만 했다.게으름뱅이인 줄 알았던 사람이 강보현과 같은 인물과 관계가 있다니.“내, 내가 잘못 본거지?”장경화는 믿을 수 없었다.강보현은 명실상부한 의약계의 1인자였다. 그의 말 한마디면 죽을 시늉이라도 할 사람이 수두룩했다.그런 강보현이 유진우에게 사죄하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설마... 유진우의 해독환이 진짜 강 신의가 선물한 거라고?”이청아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솔직히 이혼한 후부터 이청아는 유진우가 알 수 없는 사람 같았다.“걸림돌 같으니라고.”여호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두운 표정을 띠었다.강보현의 등장으로 그의 계획이 흐트러졌다.“스, 스승님. 진짜 이 자식이랑 아는 사이입니까?”설 의사는 부은 얼굴을 안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아는 사이일 뿐만이 아니라 유 선생은 나의 은인이다. 그런데 네가 감히 유 선생의 명성을 더럽혀? 얼른 꿇고 사죄하거라!”강보현은 말하며 또 뺨을 두 번 쳤다. 그러자 설 의사가 정신을 차렸다.“죄, 죄송합니다. 제가 유 선생님을 몰라보고... 용서해 주십쇼!”설 의사는 매를 맞고는 바로 바닥에 꿇어앉았다. 아까의 오만함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유 선생, 제자가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 것이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쇼. 하지만 화가 풀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셔도 괜찮습니다. 때려죽여도 괜찮습니다!”강보현은 흐트러짐 없이 얘기하고 있었지만 옆의 설 의사는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스승님의 표정만 보면 알다시피 오늘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유진우가 그를 용서해 주지 않는다면 끝장이었다.“때려죽이는 건 되었고 그저 강 신의가 이후에 더 엄하게 교육했으면 합니다.
“유진우! 뭘 잘난 척이야! 그저 운이 좋아서 어르신을 살린 것뿐이잖아. 우쭐대기는!”장경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얘기했다.제 딸의 심기를 건드리다니, 뭐라도 된 줄 아나?“난 적어도 할아버지를 구했지만 당신들은요? 되려 사람을 죽일 뻔했어요.”유진우가 차갑게 대답했다.“너... 그게 무슨 태도야!”장경화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됐다. 한 가족이면서 매일 싸우기만 하니, 체통을 지켜라!”이때 이 어르신이 갑자기 호통을 쳤다.“경화, 너희도 다 나가라. 진우와 할 얘기가 있다.”“흥!”장경화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또 쑥덕거리기 시작했다.“어르신이 유진우한테 유산을 남겨주시려고 그러는 걸까?”“진짜 그럴지도 몰라. 유진우가 어르신 비위를 잘 맞춰주잖아. 하여튼 그 자식을 조심해야 해.”“진짜 이해가 안 되네. 이현이야말로 친손자인데 어르신은 그 손녀사위를 좋아하시니. 무슨 약이라도 드셨나?”다들 유진우에 대한 불만을 안고 소곤거렸다.“아, 이현이는요? 할아버지가 아프신데 아직도 안 왔어요?”이청아는 주변을 돌아보며 이현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친구랑 술집에 가서 술 마시는 것 같아. 폰도 연락이 안 되는 걸 보면 폰을 꺼둔 것 같아.”장경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흥! 매일 술만 마시고. 진짜 아무것도 못 하는 애군요.”이청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얘기했다.친손자가 이러고 있으니 손녀사위에게 마음이 가는 것도 당연했다.“이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이때 정장을 입은 장 비서가 급하게 달려들어왔다.“무슨 일이야?”이청아가 물었다.“방금 소식을 들었는데 동생분이 술집에서 다른 사람한테 시비를 걸었다가 싸우고 있답니다.”장 비서의 말에 이청아는 깜짝 놀랐다.“뭐? 감히 누가 내 아들을 괴롭혀?!”장경화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자기 아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상대방이 사람이 더 많아서 이현 씨가 밀리고 있는 상황
그 시각 술집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일부는 구경꾼들이었고 일부는 술집의 싸움꾼들이었다.그중 가장 많은 시선을 받는 것은 이현을 중심으로 한 몇몇 젊은이들이었다.그들은 싸워서 얼굴이 부었고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게다가 바닥에 꿇은 채 심판을 기다리는 죄수 같았다.“이현아, 네 꼴이 왜 이래?”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이현을 본 이청아가 눈썹을 찌푸렸다.“누나! 드디어 왔구나!”이현은 구세주를 본 것처럼 겨우 일어섰다. “아이고, 내 아들! 누가 널 이렇게 때린 거야.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해결해줄게!”장경화는 가슴이 아팠다. 평소에 그가 잘못을 해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던 그녀였다.그런데 밖에서 이렇게 맞고 오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엄마, 저 사람이 날 때렸어!”이현이 노려보며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짚었다.이현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섹시하게 차려입은 이쁘장한 여자가 여유롭게 라운지에 앉아 있었다. 그 뒤에는 건장한 남자들이 있었다.“너희는 이제 죽었어! 내 누나는 청성 그룹의 대표야! 너희가 감히 날 때려? 후회하게 될 거야!”이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아까 맞은 것의 두 배를 돌려주고 싶었다.붉은 옷을 입은 여자는 술잔을 들고 덤덤하게 물었다.“청성 그룹? 그게 대단한가?”“흥, 청성 그룹도 모르다니, 촌뜨기들이잖아! 얼른 내 아들한테 사과해! 그리고 의료비용도 청구할 거야!”장경화가 협박했다.“아줌마, 감히 홍 마담께 뭐 하는 짓이야. 입을 찢어버릴라.”곁의 남자가 칼을 꺼내 들었다.“왜? 겁먹을 거 같아? 내가?”장경화는 놀라서 뒷걸음질 치면서도 입으로는 계속 도발하고 있었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그나마 이성적인 이청아는 일단 무슨 상황인지를 물었다.“무슨 일인지는 동생한테 물어보세요.”홍 마담은 몸을 일으키더니 이현을 가리키며 말했다.“감히 내 영역에서 일을 벌여서 내 사람까지 때렸으니 교훈을 줬어요. 과한 처사는 아니라고 보는데?”“물건을 부순 거라면 원가대로 배상하
“홍 마담이 우현 님의 여자라고? 어쩐지 누구도 이곳에서 일을 키운 적이 없다더니...”“없는게 아니라 일을 키운 사람들은 다 사라진 거야! 저번에 몇천 억짜리 부자가 여기서 홍 마담한테 손을 댔다가 바로 손발이 잘렸대. 그러고는 무서워서 복수도 못하고 직접 와서 사죄까지 했다잖아!”“미친, 그렇게 잔인하다고?!”“당연하지, 남쪽 구역의 왕인데. 누가 감히 우현 님을 건드리겠어.”다들 홍 마담의 신분을 알고는 가만있지를 못했다. 누군가는 경악하고 누군가는 무서워하며 누군가는 남의 불행을 즐기기도 했다.“귀찮아지겠어.”이현은 마른침을 삼키며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이 구역이 우현의 영역인 줄 알았다면 목숨이 열개라도 다시는 이러지 않을 것이었다.“어쩌다가 하필 그런 사람을 건드려서...”장경화도 두려움에 아까처럼 목을 빼들고 나대지 못했다.평범한 사장이면 몰라도 우현과 같은 사람은 피해서 다녀야 했다.“왜 말이 없어졌지? 아까는 미친 듯이 달려들더니? 다시 한번 달려들어봐?”남자가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우현에 대해서 모르는 서쪽 구역의 사람들이 없었다.우현에게 밉보이는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괜찮아요, 제가 있으니 그쪽도 선뜻 나서진 못할 거예요.”여호준이 나서자 장경화와 이현의 얼굴에 다시 꽃이 피었다.자기한테도 뒷배가 있다는 것을 까먹었다.여호준은 서울 여씨 가문의 사람이니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우현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 바닥에서 서울 출신인 여씨 집안과 등을 질 수는 없을 것이다.그러자 두 사람은 갑자기 허리를 꼿꼿이 폈다.“호준 형, 여기는 우현 님이 관리하는 곳인데 진짜 괜찮을까요?”이현이 떠보면서 물었다.“괜찮아, 고작 우현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여호준이 미소를 지었다. 어쩌다가 자기를 어필할 기회였다.“그럼 다행이네요.”이현이 웃음을 지었다. 운이 나쁜 것인 줄 알았는데 꽤 나쁘지 않았다.“도대체 거기서 뭐라고 지껄이는 거예요! 도대체 돈 배상을 할 거예요, 말 거예요?!
“응?”유진우의 시선이 느껴지자 문관옥은 밀려오는 불안함에 눈꺼풀이 떨렸다.조금 전, 백호랑이 시간을 끄는 틈을 타 그는 이미 단약을 삼켜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체력 역시 회복하고 있었다.몇 분 정도 지나자 상처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금세 사라졌고 체력도 빠르게 돌아왔다.그 반면, 유진우는 계속 이어지는 전투에 엄청난 체력을 소모했을 것이다.이제 역전된 기세에 문관옥은 어쩌면 자신에게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문관옥은 더 자신감을 얻었다.물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여러 명이 한꺼번에 공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비겁한 방식일지라도 단독으로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나았다.“영웅 여러분, 유진우의 기력이 거의 다 소진되었을 겁니다. 우리 다 같이 힘을 합치기만 한다면 분명 죽일 수 있을 겁니다.”문관옥이 큰 소리로 외쳤다.그 말에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유진우의 모습은 문관옥의 말처럼 체력이 부족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유진우에게 무모하게 덤비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백호랑이 데리고 온 군사들의 시신은 아직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 광경은 피로 새겨진 교훈이었다. 그 누가 감히 선뜻 나설 수 있을까?“오늘의 임무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리스크가 있어야만 성공이 따르는 겁니다. 저놈만 죽이면 여러분들은 평생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문관옥이 차분한 말투로 사람들을 유혹했다.그 말에 사람들의 눈빛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더니 각자의 얼굴에 의욕이 넘쳤다.유진우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결국은 혼자일 뿐이었고 방금 몇 차례의 전투를 통해 체력도 많이 소모되었을 것이다.그들이 힘을 모아 공격하기만 한다면 승산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죽는 게 무섭지 않다면, 어디 한 번 앞으로 나와 봐.”유진우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자 사람들은 놀란 기색으로 뒷걸음질 쳤다.조금 전의 혈투를 똑똑히 목격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려움으
“윽...”그때 문관옥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갑자기 피를 내뿜었다.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손에 든 빙화검을 바닥에 꽂아 가늘게 떨리는 몸을 지탱했다.마지막 공격에서 문관옥이 크게 다친 것이 분명했다.“뭐라고요?”이 광경을 본 사람들이 경악했다.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어 하는 모습이었다.‘문관옥이 졌다고? 말도 안 돼!’문관옥은 4대 군신들의 우두머리였고 전쟁터에서 많은 사람들과 싸워왔었다.방금 공격에서 보여준 건 대 마스터가 되어야만 쓸만한 기술들이었다.‘그런 고수가 어떻게 질 수 있어? 유진우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문관옥도 이길 수 없을 만큼?’“계속 실력을 숨기고 있었어?”문관옥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그가 전력을 쓴 공격도 쉽게 막아냈으니 말이다.문관옥은 유진우를 쉽게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다쳐버렸다.‘정말 말도 안 돼!’‘어떻게 된 거지? 유진우는 분명 사라진 지 10년이나 지났어. 서경왕부의 도움이 없는데 어떻게 이 정도로 강한 실력을 갖춘 거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내가 실력을 숨긴 게 아니라 네가 너무 약한 거야. 제대로 된 싸움으로 받아들이지도 못할 만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너!”문관옥은 이를 악물고 뭐라 말하려 했지만 또 피를 뿜었다.“4대 도련님 중에서 네가 최약체 아니야?”유진우가 말했다.실력으로만 봐서는 천하회의 한비영이 문관옥보다 훨씬 나았다.“날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니야?”화가 난 문관옥이 명령했다.“백호랑! 내 명을 들어. 당장 이놈을 죽여!”“돌진!”명령을 받은 백호랑들은 칼을 들고 유진우를 향해 돌진했다.이 백호랑들은 모두 문관옥이 정성껏 길러낸 호위무사들로 충성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실력도 강했다.물론 그도 백호랑이 정말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공격하라고 명령한 건 시간을 끌면서 유진우의 기력을 소모하기 위해서였다.이번 작전에 참여한 세력들은
“대 마스터...문 도련님의 한 방은 분명 대 마스터에 버금 가는 실력입니다!”채지웅은 그를 올려다보며 놀라움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유진우도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문관옥이 더 강할 줄은 몰랐다.‘마스터의 경지로 대 마스터의 실력을 발휘하다니... 말도 안 돼. 역시 천교는 다르다는 건가?’“이런 기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온 세상에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노윤하는 입을 딱 벌린 채 충격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고수라고 생각했지만 문관옥 같은 고수 앞에서 자기는 정말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너무 대단하시네요. 제 실력이 문 도련님 절반이라도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요...”사호문 제자들도 깜짝 놀랐을 뿐만 아니라 속으로 경외심을 느꼈고 뛰어난 실력을 갖춘 문관옥을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인제야 그들은 마침내 천교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깨달았다.“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문관옥이 칼을 휘두르는 걸 보면서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저 살짝 스텝을 밟고는 칼을 들어 앞으로 찌를 뿐이었다.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지만 화려한 테크닉도 없는 그저 단순한 공격이었다.그러나 문관옥이 들고 있는 거대한 칼날에 비하면 유진우는 코끼리 앞에 선 개미처럼 작고 약해 보였다. 입김만 불어도 부서질 듯이 말이다.“죽어!”유진우가 정면으로 맞서자 문관옥은 칼을 든 손에 힘을 더 세게 주었다. 그리고는 양손에 칼을 꼭 쥐고 아래로 내리쳤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의 칼끝이 무관옥의 칼날을 정확하게 찔렀다.순간, 공포스러운 파동이 하늘 높이 치밀어 오르더니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에 있던 꽃과 나무는 온데간데없이 증발해 버렸고 바닥마저도 한층 벗겨져 버렸다.관전하는 무사들도 쓰러져서 곤두박질쳤다.모든 것이 가라앉고 나서야 무사들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저 멀리에 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구덩이 안에는 흑백의 그림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흰색은 유진우였고 검은색은
문관옥의 맹렬한 기세에 유진우는 그저 검으로 막아내기만 했다. 그리고는 그저 문관옥이 마음껏 공격하게 내버려두었다.하지만 그것이 사람들 눈에는 문관옥이 계속 유진우를 누르고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보였다.계속해서 공격한다면 문관옥이 곧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문 도련님께서 익힌 기술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공격하면 할수록 위력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이 싸움을 보니 유장혁이 더 이상 당해 내지 못할 것 같네요...”“천재라고 하길래 뭐 얼마나 대단하나 했는데... 결국 문 도련님 같은 천교를 당해낼 수 없잖아요!”“문 도련님 파이팅입니다! 유진우를 죽여버려요!”기세등등하게 공격을 이어 나가는 문관옥을 보며 그들은 놀라워 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일부 사호문 제자들은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다.“죽여라! 죽여라!”문관옥은 미친 듯이 웃으면서 손에 든 칼을 점점 더 빨리 휘둘렀다. 그러면서 기세도 점점 더 거세졌다. 그의 공격은 마치 바람에 소나기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보는 이의 눈을 어지럽게 했다.“유장혁, 아까는 그렇게 건방지더니... 왜 지금은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막지만 말고 반격해 봐! 공격해 보라고!”“왜 방어만 하고 있어?”“설마 두려운 건 아니겠지?”“전에는 그렇게 멋있고 대단하던 사람이었잖아. 지금은? 겨우 내 공격을 버티고 있는 주제에!”“그러면서도 천재라고? 웃기지도 않아!”“너한테 그럴 자격 따위 없어!”“어때? 내 실력이 느껴져? 많이 무섭지? 절망적이지?”“안타깝지만 오늘은 아무도 널 구해줄 수 없어!”문관옥은 공격하면서도 계속 비아냥거리는 말을 해댔고 유진우로 하여금 절망을 느끼게 하려 했다.하지만 그의 꼼수에 유진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사실 그는 문관옥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문관옥은 대단하지만 유진우보다는 약했다.다른 조직이 아닌 호룡각이었기에 유진우는 겨우 이 정도의 사람들만 보냈을 리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래서 그는 분명 다른 고수
문관옥의 무기는 빙화검이라는 칼이었는데 전설적인 3대 검 중 하나였다.이 칼은 위력이 셀 뿐 아니라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때론 한기가 엄습하고 때론 화염이 치솟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두 속성 모두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력이 강할 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문관옥은 앞으로 돌진하면서 빙화검을 칼집에서 꺼냈 다.뜨거운 붉은 불꽃이 순식간에 칼날 전체를 뒤덮었다. 불길이 마치 짐승처럼 포효하는 듯했고 칼날이 지나가는 곳마다 땅의 화초들이 검게 타들어갔다.“화염 첫 번째 기술!”문관옥이 손목을 살짝 움직이더니 화염을 내뿜는 긴 칼을 높이 쳐들고 허공을 가르며 유진우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굉음이 울려퍼졌다.화염에 휩싸인 긴 칼이 갑자기 폭발하여 거대한 칼날이 허공에 떠서 형성되었다.칼자루는 길이가 십여미터쯤 돼 보였고 너비는 3미터 쯤인 것 같았다. 주위에는 불꽃이 감돌며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언뜻 보기에는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칼날이 유진우을 향해 이렇게 무겁게 내리꽂히는 듯했다.“너무 무서운데요? 이게 문 도련님의 실력이였군요. 역시 강하세요.”“맞아요, 역시 도련님이세요. 거의 마스터 수준아닌가요?”“문 도련님 같은 분만이 유진우와 겨룰 수 있죠.”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칼날을 보고 있자니 모두들 자신도 모르게 놀라움을 나타냈다.비교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었지만 경원종 고수들의 공격과 비교해 보면 문관옥의 공격은 차원이 달랐다.이게 바로 일반 고수들과 천교의 차이였다.“검!”유진우가 이렇게 말하자 땅에 떨어졌던 청하검이 그대로 10여 미터 거리를 날아오더니 유진우의 손에 쏙 들어왔다.유진우는 한 손으로 검을 들고 머리 위에 꽂혀지는 불꽃을 살짝 건드렸다.그러자 하얀 빛이 순식간에 검을 뚫고 나와 빙화검의 불꽃에 세게 부딪쳤다.쿵하는 큰 소리와 함께 두 칼날이 마주쳤다. 그 찰나, 땅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에너지가 충돌 지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마다 온통 난장판이었
펑!여기저기로부터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위력이 넘치는 번개들은 유진우의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 속에 빨려 들어갔고 바람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칼날은 전부 터져버려 모양을 유지할 수 없었으며 날카로운 얼음덩이들은 순식간에 물로 녹아버렸다.경원종의 모든 공격은 전부 무력화 되고 말았다.그뿐만 아니라 비연교 제자들의 암기들도 반사되어 공중에서 비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려오며 사방에서 땡그랑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이럴 수가.”오행 진법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 채지웅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다 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소스라치게 놀란 얼굴로 바닥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경원종의 다른 고수들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금방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한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으니 현재 기진맥진한 그들은 독 안에 든 쥐와 다름이 없었다.“도망가야 해! 얼른 도망가야 해!”노윤하가 소리를 지르며 허겁지겁 줄행랑을 놓았다.유진우의 손바닥 그림자에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 같은 강렬한 위기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그의 공격은 일반 마스터가 다다를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으니 유진우는 이미 대 마스터의 문턱을 밟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펑!흰색의 손바닥 그림자가 곧장 따라와 사방을 휩쓸자 미처 피하지 못한 경원종의 고수들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가까이에 있던 사호문 제자들은 상황파악도 못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뒤에 숨어서 암기를 날리던 비연교 제자들도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유진우가 만들어낸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는 도살장의 분쇄기처럼 그곳에 남아있는 적들을 하늘나라로 보내버렸다.지금 이곳은 지옥이 다름없었다.이곳저곳에서 피가 튕기고 산산조각이 난 시체들이 떠다녔다.바닥이 새빨간 피에 물들여져 피로 된 길고 긴 길을 만들어냈다.손바닥 그림자가 유유히 사라지자 이상한 침묵이 흘렀다.경원종에서는 채지웅 혼자 살아남고 전멸했다.채지웅은 바닥에
전에는 경원종이 자기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했지만 방금 경원종 고수가 쓰는 진법을 보고 나서야 그들은 비로소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경원종이 명불허전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채 종주님, 경원종의 오행 진법을 보니까 정말 눈이 번쩍 트이네요. 우리가 도울 필요도 없어 보여요. 경원종 혼자서도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요!”노윤하는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와 채지웅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공로를 빼앗을 수 있을꺼 생각했었는데 사호문 문주가 죽고 나니까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유진우도 정말 대단하긴 해요. 오행 진법을 쓰지 않았더라면 감당할 수 없었을 겁니다.”채지웅은 두 손을 짊어지고 고개를 살짝 쳐들었다.“물론입니다. 그래도 오행 진법에 의해서 죽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만할 수 있어요. 그만큼 그자가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는 의미니까요.”도금칼과 이화검 모두 유진우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그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증명하기에 충분했다.오행 진법이 변화무쌍한 진법이어서 다행이었다. 하늘과 땅의 힘을 빌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채 종주님, 공로를 세우셨으니 돌아가시면 반드시 큰 상을 받게 될 겁니다. 그때 가서도 저희를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노윤하가 요염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노 교주님 걱정 마세요. 저희 경원종이 상을 받게 된다면 비연교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채지웅은 들뜬 마음으로 직접 다짐했다.“채 종주님께 감사드립니다.”노윤하가 공손하게 말했다.두 사람이 승리를 축하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돌멩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돌멩이들은 온 지면을 뒤덮으며 굉음을 냈다.순간, 산더미처럼 쌓인 돌덩어리가 폭발하는 것이었다.누군가가 돌멩이들 사이로 날아올라 하늘로 솟구치는 것이었다.그는 수십 미터 상공으로 날아오르고 나서야 다시 천천히 바닥에 착지했다.아니나 다를까 흙을 헤치고 나온 유진우였다.“뭐? 안 죽었다고?”조금도 다치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다섯 자루의 검을 보면서도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는 손바닥을 살짝 들어 올려 위로 치켜올릴 뿐이었다.쾅!강력한 에너지가 손바닥에서 폭발하더니 빠른 속도로 그 이화검들을 삼켜버렸다.펑!다섯 발의 폭음과 함께 다섯 개의 이화검이 폭죽처럼 동시에 터지며 하늘의 불꽃이 되어 바람에 흩날려갔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채지웅이 깜짝 놀라면서 중얼거렸다.나머지 경원종 고수들도 서로 마주 보며 놀라워했다. 이화검의 순발력과 파괴력은 도금칼보다 훨씬 뛰어난 데다가 그들은 방금까지 전력을 다해서 그를 공격했기 때문이었다.그들의 예상대로 유진우가 이 살인을 막아냈더라도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하지만 유진우는 멀쩡할 뿐만 아니라 이화검의 공격도 손쉽게 피했으니 말이다.그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계속해! 마법진 변경!”채지웅은 깜짝 놀랐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오행 진법은 변화무쌍하여 7가지 공격방법이 있었다. 이화검도 안 되면 또 다른 공격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그는 유진우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약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곤지함!”채지웅은 손목을 바들바들 떨면서 황토색 부적 한 장을 꺼내 바닥으로 내리쳤다.나머지 고수들도 그를 따라서 부적을 바닥에 내던졌다.펑!황토색 부적 다섯 장이 땅에 떨어지면서 폭발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유진우가 서 있는 지면이 갑자기 움직이더니 빠른 속도로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 주위 10미터 반경의 땅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더니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유진우는 반응할 틈도 없이 깊은 구덩이에 빠져버렸다.“곤산붕!”그 순간, 채지웅은 즉시 진법을 바꿔버렸다.그는 방금 생긴 깊은 웅덩이를 빠른 속도로 메꿔버렸고 눈 깜짝할 사이에 유진우는 완전히 생매장당했다.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경원종 고수를 지휘하며 진법으로 큰 바위들을 옮겨와서 유진우가 생매장된 곳을 막아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바위는 산처럼 쌓여버렸다.생매장된 유
독성을 가지고 았는 다트는 마치 비 내리듯 끝없이 유진우를 향해 쏟아졌다.순식간에 유진우가 모두의 타깃으로 되었다.“마법진!”다트들이 떨어지려고 할 때 채지웅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그 후 경원종 고수들은 몇 명이 즉시 뿔뿔이 흩어져 유진우 곁에 원 모양으로 둘러섰다.그들 손에는 어느새 금색 부적 한 장이 들려 있었다.“도금칼!”채지웅은 명령과 함께 손에 든 금색 부적을 내던졌다.유진우를 에워싸고 있던 나머지 경원종 고수들도 즉시 부적을 내던졌다.다섯 장의 부적이 유진우를 향해갔다.곧이어 기괴한 장면이 발생했다.하늘하늘하던 부적에서 순간 빛이 크게 번지더니 다섯 자루의 거대한 금색 칼로 변해 유진우를 찌르려 하는 것이었다.그 칼은 아주 날카롭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으며 파괴력이 강해 보였다.무도 마스터라도 감히 정면으로 맞서지 못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칼이었다.그리고 이 마법진은 경원종의 오행 진법으로 변화무쌍한 데다가 위력이 무궁무진한 진법이었다.또 다섯 사람이 힘을 합쳤기에 실력이 배로 늘어났을 것이었다.죽음에 가까워진 상황이 아니면 결코 쉽게 쓰지 않는 진법이었다.하지만 유진우를 죽이기 위해 경원종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질질 끌지 않고 한 방에 죽여버릴 생각이었다.“고작 이것밖에 못 하나요?”다섯 자루의 금빛 검을 본 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안색을 바꾸지 않고 발을 한 번 굴렀다.흰색 진기가 몸에서 터져 나와 타원형의 보호막을 만들어 주었다.그 보호막은 유진우를 감싸고 있었다.철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다섯 자루의 금빛 검이 유진우의 보호막에 부딪혔다. 그러자 그 검들이 순식간에 부서지더니 빛이 되어 흩어지는 것이었다.결국 유진우는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았다.“응”채지웅은 미간을 찌푸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오행 진법의 도금칼은 날카롭기로 유명한 무기였다.하지만 유진우의 보호막조차 뚫지 못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마법진 변경!”채지웅은 주저하지 않고 즉시 경원종 고수를 지휘하여 진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