윽!양복을 입은 남자가 맞는 것을 보고 모두 벙쪄있었다. 하나같이 서로를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유진우가 겁도 없이 감히 사람을 때릴 줄은 아무도 몰랐다.남자는 사람 수에서 더 유리하다. 게다가 홍길수의 친동생이기도 하다.이 구역에서 혼세대마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횡포를 부려 감히 막을 사람이 없다.게다가 집안이 우월한 구양호마저도 그를 보면 굽신거렸다.하지만 유진우는 남자와 싸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남자를 때리다니.도대체 어떻게 저런 용기가 있을 수 있지?“홍 사부의 동생을 때리다니? 정말 미친 건가?”“홍 사부의 노여움을 사는 것은 염룡파 전체를 도발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쟨 죽었다!”“보아하니 저 사람은 자신이 어떤 사람에게 미움을 샀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아.”사람들은 놀라서 유진우를 아주 불쌍하다는 듯 쳐다보았다.“너... 감히 나를 때리다니?!”양복 입은 남자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일어섰다. 얼굴은 어느새 부어서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입을 벌리고 말하는 동안 이가 두 개 빠져나왔다.“방금 네가 움직이면 내가 때릴 거라고 했는데, 농담인 줄 알았나 봐?”유진우는 정색하며 말했다.“너 진짜 죽고 싶어?”양복 차림의 남자는 입이 찢어질 듯 고함을 질렀다.“움직이지 않고 뭐 해! 당장 저 놈을 죽여!”“죽이자!”그러자 싸움꾼들이 돌진하여 하나같이 흉악스럽게 달려들었다.유진우는 뒤로 물러서지 않고 더 앞으로 돌격하며 귀신같이 인파를 누비고 다녔다.지나가는 곳마다 싸움꾼들을 단숨에 처리해 쉽사리 무리를 굴복시켰다. 무릇 다가오는 건달들은 모두 쉽게 날아갔다.명쾌하고 효율이 뛰어났다. 불과 몇 분 만에 2, 3십 명 되는 사람을 모두 바닥에 쓰러뜨렸다. 건달들은 손발이 하나씩 부러져 바닥에서 굴렀다.“어?!”유진우를 보며 사람들은 하나둘 혀를 내둘렀다. 마치 귀신을 본 것 같았다.한 사람이 2, 3십 명과 싸움이 붙었는데 게다가 손쉽게 이겼으니 사람이 맞긴 한가?“와, 겉으로 보면 말랐는데 의
홍길수의 명령에 따라 노래방 전체가 빠르게 정리됐다.모든 CCTV는 전부 다 꺼버렸다.구양호 등 일부 학생들은 구석에 몰려 몸을 부르르 떨며 꼼짝도 하지 못했다.그들은 홍길수가 진짜 행동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젊은이, 의외로 담담하군. 지금 자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실을 알고 있나?”홍길수는 제법 의외라고 생각했다.‘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정리한다는 말을 들으면 벌써 놀라고 두려워하는데 눈앞의 젊은 사람은 의외로 평온할 줄이야, 전혀 두렵지 않아 하는 것 같아.’맹목적인 걸까? 아니면 믿는 구석이 있어 두려워하지 않는 걸까?“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유진우는 어깨를 으쓱했다.“젊은이, 내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탓하지 마라. 지금 네가 한 팔을 베어버리고 무릎을 꿇고 사죄한다면 내가 너를 살려줄 것이다.”홍길수는 칼을 꺼내 유진우 발 쪽으로 칼을 던졌다.“나도 기회를 줄게. 이 바보 동생을 데리고 빨리 꺼져, 안 그러면 주먹이 날아갈 거야.”유진우의 말에 온 장내가 떠들썩해졌다.학생들은 눈을 부릅뜨고, 행여 잘못 들었는가 하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저 사람, 지금 홍길수를 협박하는 건가? 농담도 적당히 해야지, 저분은 염룡파 2인자로 수단이 비상한 존재이다! 말 한마디에 한 사람의 생사를 가를 수 있다.용서를 빌지 않고 좋은 말해도 모자란데 말버릇이 없다니.죽을 사 글자를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건가? “너 이 자식! 역시 미쳤구나! 보아하니 오늘 너를 따끔하게 혼내지 않으면 세상 물정을 모르겠네!”홍길수는 안색이 어두워지고 앞으로 손짓을 했다.“너희들, 저 녀석을 잘 혼쭐내줘!”“네!”뒤에 있던 경호원 몇 명이 서로를 쳐다보다가 천천히 유진우를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그들은 모두 염룡파의 엘리트들로, 체계적인 훈련과 수련을 거쳐 이미 내공무사의 차원에 이르렀다. 맨주먹으로 일당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형! 이 놈 보기보다 실력이 강해요, 주먹질도 잘하고. 이 몇 명으로 되겠어요?”양복을 입은 남
“이 사람들 아무 쓸모 없네. 이제 당신 차례인 건 알지?”유진우는 지루한 듯 하품을 했다.홍길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서울의 젊은 고수들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매우 낯설었다.‘혹시 타지방에서 온 강자인가?’“젊은이, 자네가 싸움을 잘하는 건 알겠어. 그런데 총알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홍길수는 충격을 가라앉히고 매서운 눈으로 째려보며 물었다.“당신 같은 사람들 내가 많이 겪어봤어. 싸움을 잘한다고 날뛰다가 결국은 모두 총알에 맞아 죽었지. 지금 사회는 싸움 잘하는 것만으로 안 돼. 인맥과 배경이 있어야지. 믿든 안 믿든 그쪽 자유이긴 한데, 내가 한마디만 하면 자네를 감방에 보낼 수도 있어.”그 말을 들은 황백과 황은아는 걱정하기 시작했다.아무리 유진우가 싸움을 잘해도 결국에는 홍길수를 당해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홍길수의 인맥과 배경은 말할 것도 없고, 수천 명의 염룡파 제자들만 해도 유진우가 혼자서 상대하기 힘들 것이다.“흠! 싸움만 잘하면 뭐 해? 결국에는 홍 사부님한테 죽을 건데?”구양호가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자신이 아까 얼마나 비굴했었는지 완전히 잊은 듯했다.“홍 사부? 경고하는데 나를 도발시키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충동적으로 당신을 죽이면 그때는 후회해도 이미 늦어.”유진우가 담담하게 충고했다.“너...”홍길수의 눈꼬리가 씰룩거렸다.비록 그의 배경이 든든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앞뒤 안 가리고 막무가내인 자식은 그도 당할 방법이 없었다.“헛소리는 그만하고, 우선 황백 일행은 먼저 보내주고 우리끼리 다시 얘기하지.”유진우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홍길수가 계속 포기하지 않으면 그는 모두를 죽이려는 생각이었다.어차피 백성들을 위해 악을 없애는 일이니까.“좋아, 풀어주지!”홍길수는 생각해보다가 결국 동의했다.“거기서 뭐 해? 당장 꺼져!”양복 입은 남자가 소리쳤다.“예, 바로 가겠습니다!”구양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서둘러 학생들
다행히 방금 강하게 나가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그렇다면 우리 염룡파에 들어오겠다는 건가?”홍길수는 놀랐던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염룡파에 들어갈 수는 있는데 만약 들어간다면 염룡파의 보스를 할 거야.”유진우의 말에 홍길수는 또 한 번 놀래서 담배를 떨어뜨렸다.‘이 녀석 제정신이 맞는 건가?’“이봐! 지금 제정신이야? 우리 형님도 염룡파에서 그냥 2인자인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보스가 되겠다는 거야?”양복을 입은 남자가 불친절한 표정으로 외쳤다.홍길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3번째로 담배를 물며 담담하게 말했다.“젊은이, 우리 염룡파가 얼마나 큰지 아는가? 서울에서 순위를 다투는 조직이야. 그런데 배경도 실력도 없는 자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가?”“이거.”유진우가 손가락을 튕기자 한 가닥의 빛줄기가 솟구치더니 벽에 부딪혔다.“쾅!”큰 굉음과 함께 콘크리트 벽에 1미터 크기의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그 위력은 대포알보다 더 강력했다.“헉?!”이 장면을 본 두 사람은 놀래서 기절할 뻔했다.홍길수의 세 번째 담배도 또다시 바닥에 떨어졌다.손가락 힘이 저 정도라니 믿어지지 않았다.인간이 맞는 건가?“당신 설마 본투비 레벨 강자인가?!”홍길수는 충격에 식은땀을 흘렸다.본투비 레벨 강자라면 총알도 무시할 수 있는 실력이다.심지어 20대 초반에 이 정도의 실력이라는 것이 더 충격이었다.서울 전체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아까 무모하게 달려들었다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이제 자격이 되겠나?”유진우가 빙그레 웃었다.“실력으로는 염룡파 보스를 하는데 문제가 될 것이 없겠지만, 복종하지 않는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홍길수는 습관적으로 담배를 붙이려고 하다가 그만두었다.“상관없어. 복종하지 않는 사람은 혼내줄 거니까.”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이 도시는 처음이다 보니, 도와줄 사람들이 필요했는데 잘됐어. 나를 만난 건 염룡파가 운이 좋은 거야.”홍길수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KTV 건너편에 있는 한 카페 안.구양호 일행은 멀리 가지 않고 구경하려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은아야, 방금 그 오빠 너희 친척이야? 너무 멋지고 용감해!”“맞아,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싸움도 잘하고 그 오빠랑 있으면 너무 든든할 것 같아.”몇몇 여학생들이 모여서 귓속말하기 시작했다.특히 유진우에 관해 얘기를 할 때는 모두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흠! 싸움 잘하면 뭐? 요즘 사회에서는 싸우는 것보다 머리가 좋아야 하고 인맥과 배경이 있어야 해!”구양호는 질투가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게다가 홍 사부를 건드렸다는 것은 죽음을 자초했다는 건데, 대단할 게 뭐가 있어?”“맞아! 홍 사부의 사람을 건드렸으니 염룡파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무서운 줄 모르고 나대다가, 이제 크게 다칠 거야!”남학생들은 너도나도 불만을 표출했다.그들의 말에 여학생들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걱정하기 시작했다.아무리 싸움을 잘한다고 해도 염룡파 전체를 당해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양호 오빠, 오빠 아버지가 홍 사부와 친하다고 하지 않았어요? 한번 얘기해 주면 안 될까요?”황은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녀의 시선은 KTV에서 떠나지 않았다.“은아야, 아버지가 비록 홍 사부와 친분이 있다고 하지만 모르는 사람 때문에 도움을 바랄 수는 없는 거잖아?”구양호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양호 오빠, 제가 이렇게 부탁할게요. 아까 저를 도와줬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그래요.”황은아가 애원했다.“그건...”구양호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은아야, 너를 봐서 한번 얘기해 보겠지만, 장담은 못 해. 너도 홍 사부가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 한번 화를 내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거.”“부탁해요.”황은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최선을 다할게.”구양호는 휴대 전화를 꺼내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거는 시늉을 했다.도와주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꼭 잘될 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비록 그의 아버지의 신분으로 홍 사부한테 부탁할 수
“정말 나왔어?”구양호 역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유진우가 정말 무사할 줄은 몰랐다.비록 아버지에게 전화는 했지만, 아무런 희망도 걸지 않았었다.‘아버지한테 언제부터 이런 힘이 생긴 거지?’“저기... 괜찮아요?”황은아가 가장 먼저 카페에서 뛰어나와 유진우를 관심했다.다른 친구들도 뒤따라 나왔다.“당연히 괜찮지.”유진우는 두 손을 툭툭 털면서 대답했다.“너야말로, 왜 아직도 여기에 있어?”“오빠가 죽을까 봐 걱정돼서 우리 은아가 여기 못 떠나고 있었어요.”단발머리 소녀가 끼어들었다.“홍 사부님을 화나게 하고도 무사하다는 것은 정말 운이 좋은 거예요.”“그 사람이 그렇게 대단해? 내가 손을 쓰지 않은 걸 고마워해야 할 거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뭐라고요? 홍 사부님을 때리려 했다고요?”단발머리 소녀는 바보를 보는 표정으로 말했다.“미쳤어요? 홍 사부님은 염룡파의 2인자로 수백 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있는데, 잘못 건드리면 아무도 오빠를 구할 수 없어요!”“이봐요. 충고하는데 조금 싸울 줄 안다고 나대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여기에는 그쪽보다 대단한 사람이 수도 없이 많아요.”구양호는 약간 흥분했다.“맞아요! 금방 와서 여기 서울의 상황을 잘 모르나 본데, 방금 양호 형이 전화로 부탁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무사하게 나올 수 없었을 거예요.”한 소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양호 형? 누군데?”유진우는 궁금했다.“여기 이 형이요!”소년은 약간 오만한 표정으로 구양호를 가리키며, 자기의 똘마니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쟤?”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가 무사한 건 나의 능력이지, 그 누구와도 상관이 없어. 그리고 정말로 홍씨 앞에서 벌벌 떨던 쟤가 나를 구했다고 생각하는 거야?”단발머리 소녀는 불쾌해하며 한마디 했다.“은혜를 입었으면 고마워해야죠. 오히려 비웃다니, 너무한 거 아니에요?”“맞아요! 이렇게 배은망덕한 줄 알았더라면 도와주지 말았어야 했어요.”소년들도 동의했다.“얘들아, 그만
어느 작은 별장.유진우와 황은아가 차에서 내리자,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황백이 보였다.그의 얼굴에는 걱정과 불안이 가득했다.“유진우 씨, 괜찮아요?”유진우를 보자마자 황백은 반갑게 인사했다.“방금 둘째 아가씨한테 전화했는데 이렇게 빨리 해결될 줄 몰랐어요.”“아저씨, 고마워요. 하지만 이런 사소한 일로 조씨 가문에 폐를 끼치지 않아도 돼요.”유진우는 웃으며 말했다.“사소한 일이요?”황백의 눈꼬리가 씰룩거렸다.‘홍길수를 건드렸는데 사소한 일이라니? 그럼 어떤 게 큰일이라는 거지?’어찌 됐든 유진우가 무사한 것을 보고는 안도했다.“은아야, 괜찮니?”황백의 눈길이 딸에게로 향했다.“신경 안 쓰셔도 돼요. 앞으로는 저의 친구들 앞에 나타나지 마요.”황은아는 차갑게 한마디를 하고는 곧장 집 안으로 들어갔다.아버지의 비겁함에 여전히 원한을 품고 있는 게 분명했다.“휴...”황백이 한숨을 쉬었다.그는 딸과의 관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다.“아저씨,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은아도 언젠가는 아저씨를 이해하게 될 거예요.”유진우가 위로했다.비록 부녀 사이에 오해는 있지만, 언제나 상대방 걱정뿐이었다.황은아는 사실 마음이 여린 편이다. 말을 차갑게 하고 반항도 하지만 위험에 처한 아버지를 보고는 자신의 안위는 생각하지도 않고 아버지를 위해 뛰어들었다.“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황백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 방은 이미 준비됐으니, 저를 따라오세요.”황백은 유진우를 이끌고 방으로 들어갔다.방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물건들은 모두 브랜드 제품이었다.공들인 흔적이 역력했다.“아저씨 고마워요, 신경 많이 쓰셨네요.”유진우는 만족감을 표했다.“진우 씨가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럼 쉬세요.”황백은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잠시 후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유진우가 문을 열어보니 황은아였다.황은아는 로봇 고양이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화장을 지운 그녀의 얼굴에서 조금 전의 차가
유진우는 말문이 막혔다.‘나를 찾아온 건 너인데, 왜 나를 이상한 사람 만들지? 이게 지금 말이 돼?’“말해봐, 무슨 일인데?”“오늘 싸움을 잘하시는 것 같던데 심지어 20여 명도 상대가 안 되던데 어떻게 하신 거예요?”황은아가 호기심에 물었다.“고대 무술가라고 들어봤어? 나 같은 사람을 말하는데, 20여 명은 물론이고 200여 명이라 할지라도 나한테는 안 돼.”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쳇! 200여 명도 가능하다고요? 장난하지 말고요.”황은아는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얘기해봤자, 이해하기 힘들 거야. 그냥 아주 세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돼.”유진우는 설명하기 귀찮았다.일반인들은 그들의 영역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이다.“알았어요, 세다는 걸 인정 할 테니 저한테 몇 가지만 가르쳐줘요. 많은 걸 원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한 열 명 정도 상대할 수 있으면 돼요.”황은아는 희망에 찬 표정을 지었다.“나의 제자가 되겠다고?”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봐요, 아저씨. 지금 세상에 누가 그런 거 해요? 그냥 친구로서 가르쳐주면 되잖아요,”황은아가 말했다.“가르쳐주는 건 어렵지 않는데 나의 무술은 내공을 기반으로 하는 거여서 내공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 만약 정말로 배우고 싶다면 우선 내공부터 수련해야 해.”유진우가 말했다.“내공이요? 그게 뭔데요?”황은아가 물었다.“기공이라고 생각하면 돼.”“아... 그러니까 가슴에 돌을 얹고 부수는 것 같은 거죠?”“음... 비슷해.”유진우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계속 말했다.“내공을 키우려면 개인의 천부적인 재능이 아주 중요해. 백번 노력해 봐야 타고난 재능 앞에서 아무 쓸모가 없다는 말도 있잖아. 이 방면으로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한 거고, 반대로 아니라면 평생을 노력해도 성공할 수가 없어.”“알았어요. 그럼 저는 어느 쪽인 것 같아요?”황은아는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손을 줘봐.”“네.”“잘 들어, 내가 네 몸에 진기를 주입할 텐데,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