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은 별장.유진우와 황은아가 차에서 내리자,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황백이 보였다.그의 얼굴에는 걱정과 불안이 가득했다.“유진우 씨, 괜찮아요?”유진우를 보자마자 황백은 반갑게 인사했다.“방금 둘째 아가씨한테 전화했는데 이렇게 빨리 해결될 줄 몰랐어요.”“아저씨, 고마워요. 하지만 이런 사소한 일로 조씨 가문에 폐를 끼치지 않아도 돼요.”유진우는 웃으며 말했다.“사소한 일이요?”황백의 눈꼬리가 씰룩거렸다.‘홍길수를 건드렸는데 사소한 일이라니? 그럼 어떤 게 큰일이라는 거지?’어찌 됐든 유진우가 무사한 것을 보고는 안도했다.“은아야, 괜찮니?”황백의 눈길이 딸에게로 향했다.“신경 안 쓰셔도 돼요. 앞으로는 저의 친구들 앞에 나타나지 마요.”황은아는 차갑게 한마디를 하고는 곧장 집 안으로 들어갔다.아버지의 비겁함에 여전히 원한을 품고 있는 게 분명했다.“휴...”황백이 한숨을 쉬었다.그는 딸과의 관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다.“아저씨,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은아도 언젠가는 아저씨를 이해하게 될 거예요.”유진우가 위로했다.비록 부녀 사이에 오해는 있지만, 언제나 상대방 걱정뿐이었다.황은아는 사실 마음이 여린 편이다. 말을 차갑게 하고 반항도 하지만 위험에 처한 아버지를 보고는 자신의 안위는 생각하지도 않고 아버지를 위해 뛰어들었다.“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황백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 방은 이미 준비됐으니, 저를 따라오세요.”황백은 유진우를 이끌고 방으로 들어갔다.방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물건들은 모두 브랜드 제품이었다.공들인 흔적이 역력했다.“아저씨 고마워요, 신경 많이 쓰셨네요.”유진우는 만족감을 표했다.“진우 씨가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럼 쉬세요.”황백은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잠시 후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유진우가 문을 열어보니 황은아였다.황은아는 로봇 고양이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화장을 지운 그녀의 얼굴에서 조금 전의 차가
유진우는 말문이 막혔다.‘나를 찾아온 건 너인데, 왜 나를 이상한 사람 만들지? 이게 지금 말이 돼?’“말해봐, 무슨 일인데?”“오늘 싸움을 잘하시는 것 같던데 심지어 20여 명도 상대가 안 되던데 어떻게 하신 거예요?”황은아가 호기심에 물었다.“고대 무술가라고 들어봤어? 나 같은 사람을 말하는데, 20여 명은 물론이고 200여 명이라 할지라도 나한테는 안 돼.”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쳇! 200여 명도 가능하다고요? 장난하지 말고요.”황은아는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얘기해봤자, 이해하기 힘들 거야. 그냥 아주 세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돼.”유진우는 설명하기 귀찮았다.일반인들은 그들의 영역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이다.“알았어요, 세다는 걸 인정 할 테니 저한테 몇 가지만 가르쳐줘요. 많은 걸 원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한 열 명 정도 상대할 수 있으면 돼요.”황은아는 희망에 찬 표정을 지었다.“나의 제자가 되겠다고?”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봐요, 아저씨. 지금 세상에 누가 그런 거 해요? 그냥 친구로서 가르쳐주면 되잖아요,”황은아가 말했다.“가르쳐주는 건 어렵지 않는데 나의 무술은 내공을 기반으로 하는 거여서 내공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 만약 정말로 배우고 싶다면 우선 내공부터 수련해야 해.”유진우가 말했다.“내공이요? 그게 뭔데요?”황은아가 물었다.“기공이라고 생각하면 돼.”“아... 그러니까 가슴에 돌을 얹고 부수는 것 같은 거죠?”“음... 비슷해.”유진우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계속 말했다.“내공을 키우려면 개인의 천부적인 재능이 아주 중요해. 백번 노력해 봐야 타고난 재능 앞에서 아무 쓸모가 없다는 말도 있잖아. 이 방면으로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한 거고, 반대로 아니라면 평생을 노력해도 성공할 수가 없어.”“알았어요. 그럼 저는 어느 쪽인 것 같아요?”황은아는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손을 줘봐.”“네.”“잘 들어, 내가 네 몸에 진기를 주입할 텐데,
다음 날 이른 아침.금방 잠에서 깬 유진우는 홍길수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유진우 씨, 일어났어요?”“방금 일어났는데, 무슨 일이지?”유진우가 물었다.“유진우 씨, 우리 보스가 만나고 싶어 해요.”홍길수가 웃으며 말했다.“알았어, 장소는?”유진우가 물었다.“염룡무관입니다.”“알았어, 금방 갈게.”유진우는 전화를 끊고 간단하게 정리한 후, 약속 장소로 출발했다.그는 염룡파가 쉽게 굴복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었다.어쨌든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그들과 놀아보기로 했다.30분 후.염룡무관 앞에 차가 멈췄다.유진우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홍길수가 몇 사람을 데리고 와서 인사했다.“유진우 씨, 오셨네요. 들어가시죠.”“그러지.”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곧장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무관 안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모두 염룡파의 엘리트들이었다.유진우가 들어서자, 모두의 시선은 그한테 집중됐다.모두의 눈길은 호의적이지 않았다.“젊은이가 우리 염룡파에 도전한 건가요?”배가 불룩하고 손바닥 구슬을 만지작거리는 뚱뚱한 남자가 사람들 속에서 걸어 나왔다.그 뒤에는 체구가 건장한 대머리 남자 네 명이 있었다.네 사람은 모두 검은색 조끼를 입고 있었는데, 노출된 근육은 극도로 과장되어 금속과 같은 광택을 발산하는데 보기만 해도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염룡파의 보스 자리에 관심이 생겨서요.”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감히!”“닥쳐!”주변의 연룡파 엘리트들이 차례로 소리를 질렀다.그들은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유진우를 죽이고 싶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감히 연룡파 영역에서 함부로 말을 내뱉다니, 죽으려고?’이때 뚱보 배철호는 손짓하여 주위를 조용하게 하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젊은이, 나도 10여 년 동안 노력해서 지금의 위치까지 왔는데 지금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자리를 내놓으라는 건가요?”“그 질문의 답은 어제 홍길수한테 했는데요.”유진우가 말했다.“허허
“이봐, 옛말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감히 우리 형제한테 도전해?”대머리 한 명이 링 위에서 유진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서울에서 적지 않은 고수들이 무모하게 그들한테 덤볐다가 모두 완패당했었기에 오늘도 예외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헛소리 집어치우고 시작해.”유진우는 왼손은 등 뒤로 하고 오른손을 천천히 뻗었다.“굳이 빨리 죽고 싶다면 그렇게 해주지.”한 대머리 남자가 참지 못하고 먼저 달려가서 유진우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그의 주먹은 엄청난 힘을 지녔는데 심지어 귀가 찢어질 듯한 폭발음까지 동반했다.“어머, 일반 사람이 저 주먹에 맞으면 바로 죽을 것 같아요!”“방금 한 말을 취소할게요. 세번은 무슨, 한방도 막지 못할 것 같아요.”미녀들은 대머리 남자의 강력한 주먹에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황보걸은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은근히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염룡파의 4대 천왕은 모두 익스트림 레벨의 실력이기에 그들의 주먹은 바위도 깨뜨릴 수 있었다.‘흠! 분수도 모르고 덤비더니!’배철호는 이기고 있다는 듯 얼굴에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홍길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쾅!”모두가 보는 앞에서 대머리 남자의 사나운 주먹이 유진우의 가슴에 박히더니 곧이어 충격적인 장면이 벌어졌다.주먹을 맞은 유진우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반대로 주먹을 날린 대머리가 그 충격에 뒤로 후퇴하면서 쓰러질 뻔했다.심지어 그의 주먹은 어찌나 심한 골절상을 입었는지 팔을 들 힘조차 없었다.“어떻게 이런 일이?!”대머리 남자의 얼굴은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방금 그는 벽을 뚫는 힘으로 주먹을 날렸지만, 유진우의 가슴에 닿는 순간 커다란 산과 부딪치는 것처럼 느껴졌다.정말 무서웠다!“헉?”대머리가 뒤로 튕기는 모습을 보고 링 아래 있던 사람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들 모두 유진우가 당연히 주먹을 막아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넷째야, 장난하지 말고 빨리 끝내.
순간 공포가 엄습했다.“이것밖에 안 돼?”유진우는 기지개를 켜며 그들을 비웃었다.“닥쳐!”4대 천왕은 분노하며 서로를 바라보더니 다시 한번 공격을 시도했다.이번에 그들은 사정없이 유진우의 중요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모두 치명적이고 잔인했다.“흠!”유진우가 격렬하게 발을 구르자, 링 위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고 무관 전체가 흔들렸다.유진우의 본투비 레벨의 격렬한 진기는 쓰나미처럼 네 명을 휩쓸었다.“쾅!”대머리 4명은 트럭에 치인 것처럼 순식간에 멀리 튕겨 나가더니 피를 토하며 바닥에 부딪치더니 바로 기절했다.“헉...”네 명이 날아가는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익스트림 레벨의 염룡파 4대 천왕이 어찌?’지금까지 무적이었던 그들은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다.그런데 유진우의 발차기에 피를 토하며 날아가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대체 어떤 실력이면?’“이... 이긴 거예요?”황보걸의 미녀들도 입을 가리며 충격에 휩싸였다.그녀들은 4대 천왕이 유진우를 쉽게 이길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반대로 유진우가 한방에 4명을 쓰러 눕히자 눈앞에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어떻게 저게 가능하지?!”배철호도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염룡파의 기둥이자 그의 마지막 카드인 4대 천왕이 이토록 쉽게 유진우한테 패하자 그 충격은 치명적이었다.“방금 그건... 본투비 레벨 강자의 진기인가?”황보걸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내공을 외부로 방출하는 건 본투비 레벨 강자의 징표였다.또한 본투비 레벨 경지에 도달하면 그 내공을 진기라고 하는데 그 힘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겁도 없이 무모하다고 생각했는데 본투비 레벨 강자였다니? 그것도 저렇게 젊은 나이에 본투비 레벨 강자라니?’“역시 괴물이야.”홍길수는 마음속으로 철저하게 탄복했다.비록 그는 현장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유진우의 실력을 알고 있었지만, 4대 천왕에 대한 믿음으로 조금의 희망을 품었었다.그런데 이제 아무 의미가 없
배철호의 안색은 곧바로 밝아지더니 서둘러 한쪽 무릎을 꿇고 소리쳤다.“보스님!”“보스님!”배철호에 이어 염룡파의 제자들이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외쳤다.강호에서는 언제나 강한 자를 숭배한다.유진우의 실력이 강하기에 그들의 보스가 될 자격이 충분했다.“축하해요.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요?”황보걸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았다.젊은 인재와 친분을 잘 쌓고 싶었다.“유진우라고 합니다.”유진우 역시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았다.“저는 황보걸이라고 합니다. 오늘 정말로 대단하셨습니다. 저희 황보 가문에 초대하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황보걸이 적극적으로 초대장을 내밀었다.“언젠가 시간이 될 때 꼭 찾아뵙겠습니다.”유진우는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았다.그는 황보걸한테 호감이 있었다.“보스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옆에 복화루가 환경도 괜찮은데 거기 가서 한잔하실까요?”이때 배철호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그러죠.”유진우는 황보걸을 바라보며 물었다.“황보걸 씨, 참석하실 수 있으세요?”“그럼요, 영광입니다.”황보걸은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배철호의 인솔하에 10여 명이 복화루로 이동했다.복화루는 3층으로 된 고풍스러운 중식당인데 환경과 시설이 매우 좋았다.단골이었던 배철호는 아주 자연스럽게 일행을 데리고 3층에 있는 천상실로 들어갔다.“오빠, 오셨어요?”30대 초반의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술 두 병을 들고 들어왔다.아름다운 젊은 여성의 얼굴은 하얗고 부드러웠으며 몸은 통통했고 가슴이 크고 엉덩이가 탱탱하여 아주 매혹적이었다.그녀는 보기만 해도 정복하고 싶은 그런 여자였다.“미아 씨, 소개해 줄게. 이분은 오늘부터 우리 염룡파의 보스 유진우 씨야!”배철호가 소개했다.“유 보스님, 안녕하세요.”미모의 젊은 여인이 허리를 살짝 굽혀 인사를 하는데 탱탱한 가슴이 튕겨 나올 것 같았다.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일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술은 내려놓고 여기 대표 요리들을 올려. 오늘 축하주를 해야 하니까.”배철호
“진우 씨, 말씀이 좀 지나치시네요.”배철호의 얼굴에 머금고 있던 미소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싸늘함이 자리 잡았다. 아무리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도발은 견디지 못할 것이다.“친구끼리 힘들면 서로 도와주고 좋잖아요.”유진우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이런 일은 도와줄 필요 없어요. 저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어요. 자, 술이나 마십시다.”배철호는 억지로 웃음을 쥐어짜며 화제를 돌리려 했다. 하지만 쉽게 포기할 유진우가 아니었다.“아니면 당사자한테 물어보실래요?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잖아요.”“저기요. 적당히 하시죠!”그의 말에 몇몇 미녀들이 결국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얼굴은 반지르르한데 하는 짓은 참 더럽네요. 어떻게 남의 와이프한테 눈독 들일 수 있어요?”“그러게나 말이에요. 아무리 실력이 좀 있다고 해도 남을 이렇게 모욕해서는 안 되죠. 정말 너무하네요!”“흥! 아가씨를 찾고 싶으면 밖에 나가서 놀아요. 여기서 구역질 나게 하지 말고!”유진우의 이런 행동이 그녀들 눈에는 그야말로 용서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짓이었다.황보걸은 옆에서 실눈을 뜬 채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고 지낸 시간이 짧아 유진우에 관해 딱히 아는 게 없었다.물론 만약 이게 바로 상대의 본성이라면 앞으로는 선을 그어야 했다. 어쨌거나 그도 똑같은 일을 당할지 아무도 모르니까.“왜들 이렇게 흥분하세요? 당사자도 아무 얘기 없는데?”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네요!”몇몇 여자들은 너무도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다. 지금까지 살면서 유진우와 같은 인간쓰레기는 본 적이 없었다.“진우 씨가 이런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오늘 밤에 바로 보내드릴게요. 아주 편안하게 모실 겁니다.”그때 홍길수가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네, 진우 씨. 여자는 많고도 많아요. 오늘은 기쁜 날이니까 즐겁게 마시자고요. 전에 실례를 범한 게 있다면 사과드릴게요. 부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자, 제가 먼저 한잔 올리겠습
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혼비백산한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 홍길수도 마치 귀신을 본 듯 겁에 질린 채 뒷걸음질을 쳤다. 혹시라도 유진우가 갑자기 흥분하여 그마저도 죽일지 모르니까.테이블에 유진우 말고 황보걸만 덤덤하게 앉아있었다.“진우 씨, 하나만 물읍시다. 배철호 씨랑 무슨 원한이 있어요?”황보걸이 무뚝뚝하게 물었다.“없어요.”유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럼 두 사람 사이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요?”“없었어요.”“원한도, 안 좋은 일도 없었는데 왜 죽인 거죠?”“죽어도 싸니까요.”“이유는요?”황보걸이 계속 캐물었다.그는 걸핏하면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을 가장 혐오했다. 이런 사람이라면 아무리 실력이 강하다고 해도 그와 친구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도련님, 이 술 향이 좋아요?”유진우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향이 좋으면 어떻고 안 좋으면 또 어떤데요?”황보걸이 눈살을 찌푸렸다.“술 향이 사람을 홀릴 만큼 향기로워요.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유진우는 갑자기 은침 하나를 꺼내 술잔에 담갔다. 은침을 다시 꺼냈을 때 은침이 완전히 거멓게 변해있었다.“독이 있었어요?”황보걸의 낯빛이 확 굳어졌다. 은침이 검게 변했다는 건 술 안에 독이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독성이 아주 강한 독이었다.“어떻게 이럴 수가!”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하마터면 이 술을 마실 뻔했다.“이게 바로 이 자를 죽인 이유입니다.”유진우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겉으로는 아부하고 비위를 맞췄지만 사실 뒤에서는 모두를 죽일 심산이었던 거죠. 이런 사람을 죽이지 않고 남겨둘 이유가 없죠.”“그런 거였군요.”황보걸은 그제야 모든 걸 깨달았다. 어쩐지 갑자기 미친 것처럼 사람을 죽인다 했더니, 그는 진작 다 알아챘던 것이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황보걸은 까맣게 속고 있었다.“아무리 술에 독이 있다고 해도 배철호가 독을 탔다는 증거는 없잖아요.”한 여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여전히 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