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이른 아침.금방 잠에서 깬 유진우는 홍길수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유진우 씨, 일어났어요?”“방금 일어났는데, 무슨 일이지?”유진우가 물었다.“유진우 씨, 우리 보스가 만나고 싶어 해요.”홍길수가 웃으며 말했다.“알았어, 장소는?”유진우가 물었다.“염룡무관입니다.”“알았어, 금방 갈게.”유진우는 전화를 끊고 간단하게 정리한 후, 약속 장소로 출발했다.그는 염룡파가 쉽게 굴복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었다.어쨌든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그들과 놀아보기로 했다.30분 후.염룡무관 앞에 차가 멈췄다.유진우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홍길수가 몇 사람을 데리고 와서 인사했다.“유진우 씨, 오셨네요. 들어가시죠.”“그러지.”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곧장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무관 안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모두 염룡파의 엘리트들이었다.유진우가 들어서자, 모두의 시선은 그한테 집중됐다.모두의 눈길은 호의적이지 않았다.“젊은이가 우리 염룡파에 도전한 건가요?”배가 불룩하고 손바닥 구슬을 만지작거리는 뚱뚱한 남자가 사람들 속에서 걸어 나왔다.그 뒤에는 체구가 건장한 대머리 남자 네 명이 있었다.네 사람은 모두 검은색 조끼를 입고 있었는데, 노출된 근육은 극도로 과장되어 금속과 같은 광택을 발산하는데 보기만 해도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염룡파의 보스 자리에 관심이 생겨서요.”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감히!”“닥쳐!”주변의 연룡파 엘리트들이 차례로 소리를 질렀다.그들은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유진우를 죽이고 싶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감히 연룡파 영역에서 함부로 말을 내뱉다니, 죽으려고?’이때 뚱보 배철호는 손짓하여 주위를 조용하게 하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젊은이, 나도 10여 년 동안 노력해서 지금의 위치까지 왔는데 지금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자리를 내놓으라는 건가요?”“그 질문의 답은 어제 홍길수한테 했는데요.”유진우가 말했다.“허허
“이봐, 옛말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감히 우리 형제한테 도전해?”대머리 한 명이 링 위에서 유진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서울에서 적지 않은 고수들이 무모하게 그들한테 덤볐다가 모두 완패당했었기에 오늘도 예외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헛소리 집어치우고 시작해.”유진우는 왼손은 등 뒤로 하고 오른손을 천천히 뻗었다.“굳이 빨리 죽고 싶다면 그렇게 해주지.”한 대머리 남자가 참지 못하고 먼저 달려가서 유진우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그의 주먹은 엄청난 힘을 지녔는데 심지어 귀가 찢어질 듯한 폭발음까지 동반했다.“어머, 일반 사람이 저 주먹에 맞으면 바로 죽을 것 같아요!”“방금 한 말을 취소할게요. 세번은 무슨, 한방도 막지 못할 것 같아요.”미녀들은 대머리 남자의 강력한 주먹에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황보걸은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은근히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염룡파의 4대 천왕은 모두 익스트림 레벨의 실력이기에 그들의 주먹은 바위도 깨뜨릴 수 있었다.‘흠! 분수도 모르고 덤비더니!’배철호는 이기고 있다는 듯 얼굴에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홍길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쾅!”모두가 보는 앞에서 대머리 남자의 사나운 주먹이 유진우의 가슴에 박히더니 곧이어 충격적인 장면이 벌어졌다.주먹을 맞은 유진우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반대로 주먹을 날린 대머리가 그 충격에 뒤로 후퇴하면서 쓰러질 뻔했다.심지어 그의 주먹은 어찌나 심한 골절상을 입었는지 팔을 들 힘조차 없었다.“어떻게 이런 일이?!”대머리 남자의 얼굴은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방금 그는 벽을 뚫는 힘으로 주먹을 날렸지만, 유진우의 가슴에 닿는 순간 커다란 산과 부딪치는 것처럼 느껴졌다.정말 무서웠다!“헉?”대머리가 뒤로 튕기는 모습을 보고 링 아래 있던 사람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들 모두 유진우가 당연히 주먹을 막아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넷째야, 장난하지 말고 빨리 끝내.
순간 공포가 엄습했다.“이것밖에 안 돼?”유진우는 기지개를 켜며 그들을 비웃었다.“닥쳐!”4대 천왕은 분노하며 서로를 바라보더니 다시 한번 공격을 시도했다.이번에 그들은 사정없이 유진우의 중요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모두 치명적이고 잔인했다.“흠!”유진우가 격렬하게 발을 구르자, 링 위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고 무관 전체가 흔들렸다.유진우의 본투비 레벨의 격렬한 진기는 쓰나미처럼 네 명을 휩쓸었다.“쾅!”대머리 4명은 트럭에 치인 것처럼 순식간에 멀리 튕겨 나가더니 피를 토하며 바닥에 부딪치더니 바로 기절했다.“헉...”네 명이 날아가는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익스트림 레벨의 염룡파 4대 천왕이 어찌?’지금까지 무적이었던 그들은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다.그런데 유진우의 발차기에 피를 토하며 날아가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대체 어떤 실력이면?’“이... 이긴 거예요?”황보걸의 미녀들도 입을 가리며 충격에 휩싸였다.그녀들은 4대 천왕이 유진우를 쉽게 이길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반대로 유진우가 한방에 4명을 쓰러 눕히자 눈앞에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어떻게 저게 가능하지?!”배철호도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염룡파의 기둥이자 그의 마지막 카드인 4대 천왕이 이토록 쉽게 유진우한테 패하자 그 충격은 치명적이었다.“방금 그건... 본투비 레벨 강자의 진기인가?”황보걸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내공을 외부로 방출하는 건 본투비 레벨 강자의 징표였다.또한 본투비 레벨 경지에 도달하면 그 내공을 진기라고 하는데 그 힘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겁도 없이 무모하다고 생각했는데 본투비 레벨 강자였다니? 그것도 저렇게 젊은 나이에 본투비 레벨 강자라니?’“역시 괴물이야.”홍길수는 마음속으로 철저하게 탄복했다.비록 그는 현장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유진우의 실력을 알고 있었지만, 4대 천왕에 대한 믿음으로 조금의 희망을 품었었다.그런데 이제 아무 의미가 없
배철호의 안색은 곧바로 밝아지더니 서둘러 한쪽 무릎을 꿇고 소리쳤다.“보스님!”“보스님!”배철호에 이어 염룡파의 제자들이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외쳤다.강호에서는 언제나 강한 자를 숭배한다.유진우의 실력이 강하기에 그들의 보스가 될 자격이 충분했다.“축하해요.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요?”황보걸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았다.젊은 인재와 친분을 잘 쌓고 싶었다.“유진우라고 합니다.”유진우 역시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았다.“저는 황보걸이라고 합니다. 오늘 정말로 대단하셨습니다. 저희 황보 가문에 초대하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황보걸이 적극적으로 초대장을 내밀었다.“언젠가 시간이 될 때 꼭 찾아뵙겠습니다.”유진우는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았다.그는 황보걸한테 호감이 있었다.“보스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옆에 복화루가 환경도 괜찮은데 거기 가서 한잔하실까요?”이때 배철호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그러죠.”유진우는 황보걸을 바라보며 물었다.“황보걸 씨, 참석하실 수 있으세요?”“그럼요, 영광입니다.”황보걸은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배철호의 인솔하에 10여 명이 복화루로 이동했다.복화루는 3층으로 된 고풍스러운 중식당인데 환경과 시설이 매우 좋았다.단골이었던 배철호는 아주 자연스럽게 일행을 데리고 3층에 있는 천상실로 들어갔다.“오빠, 오셨어요?”30대 초반의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술 두 병을 들고 들어왔다.아름다운 젊은 여성의 얼굴은 하얗고 부드러웠으며 몸은 통통했고 가슴이 크고 엉덩이가 탱탱하여 아주 매혹적이었다.그녀는 보기만 해도 정복하고 싶은 그런 여자였다.“미아 씨, 소개해 줄게. 이분은 오늘부터 우리 염룡파의 보스 유진우 씨야!”배철호가 소개했다.“유 보스님, 안녕하세요.”미모의 젊은 여인이 허리를 살짝 굽혀 인사를 하는데 탱탱한 가슴이 튕겨 나올 것 같았다.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일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술은 내려놓고 여기 대표 요리들을 올려. 오늘 축하주를 해야 하니까.”배철호
“진우 씨, 말씀이 좀 지나치시네요.”배철호의 얼굴에 머금고 있던 미소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싸늘함이 자리 잡았다. 아무리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도발은 견디지 못할 것이다.“친구끼리 힘들면 서로 도와주고 좋잖아요.”유진우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이런 일은 도와줄 필요 없어요. 저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어요. 자, 술이나 마십시다.”배철호는 억지로 웃음을 쥐어짜며 화제를 돌리려 했다. 하지만 쉽게 포기할 유진우가 아니었다.“아니면 당사자한테 물어보실래요?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잖아요.”“저기요. 적당히 하시죠!”그의 말에 몇몇 미녀들이 결국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얼굴은 반지르르한데 하는 짓은 참 더럽네요. 어떻게 남의 와이프한테 눈독 들일 수 있어요?”“그러게나 말이에요. 아무리 실력이 좀 있다고 해도 남을 이렇게 모욕해서는 안 되죠. 정말 너무하네요!”“흥! 아가씨를 찾고 싶으면 밖에 나가서 놀아요. 여기서 구역질 나게 하지 말고!”유진우의 이런 행동이 그녀들 눈에는 그야말로 용서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짓이었다.황보걸은 옆에서 실눈을 뜬 채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고 지낸 시간이 짧아 유진우에 관해 딱히 아는 게 없었다.물론 만약 이게 바로 상대의 본성이라면 앞으로는 선을 그어야 했다. 어쨌거나 그도 똑같은 일을 당할지 아무도 모르니까.“왜들 이렇게 흥분하세요? 당사자도 아무 얘기 없는데?”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네요!”몇몇 여자들은 너무도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다. 지금까지 살면서 유진우와 같은 인간쓰레기는 본 적이 없었다.“진우 씨가 이런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오늘 밤에 바로 보내드릴게요. 아주 편안하게 모실 겁니다.”그때 홍길수가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네, 진우 씨. 여자는 많고도 많아요. 오늘은 기쁜 날이니까 즐겁게 마시자고요. 전에 실례를 범한 게 있다면 사과드릴게요. 부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자, 제가 먼저 한잔 올리겠습
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혼비백산한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 홍길수도 마치 귀신을 본 듯 겁에 질린 채 뒷걸음질을 쳤다. 혹시라도 유진우가 갑자기 흥분하여 그마저도 죽일지 모르니까.테이블에 유진우 말고 황보걸만 덤덤하게 앉아있었다.“진우 씨, 하나만 물읍시다. 배철호 씨랑 무슨 원한이 있어요?”황보걸이 무뚝뚝하게 물었다.“없어요.”유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럼 두 사람 사이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요?”“없었어요.”“원한도, 안 좋은 일도 없었는데 왜 죽인 거죠?”“죽어도 싸니까요.”“이유는요?”황보걸이 계속 캐물었다.그는 걸핏하면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을 가장 혐오했다. 이런 사람이라면 아무리 실력이 강하다고 해도 그와 친구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도련님, 이 술 향이 좋아요?”유진우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향이 좋으면 어떻고 안 좋으면 또 어떤데요?”황보걸이 눈살을 찌푸렸다.“술 향이 사람을 홀릴 만큼 향기로워요.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유진우는 갑자기 은침 하나를 꺼내 술잔에 담갔다. 은침을 다시 꺼냈을 때 은침이 완전히 거멓게 변해있었다.“독이 있었어요?”황보걸의 낯빛이 확 굳어졌다. 은침이 검게 변했다는 건 술 안에 독이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독성이 아주 강한 독이었다.“어떻게 이럴 수가!”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하마터면 이 술을 마실 뻔했다.“이게 바로 이 자를 죽인 이유입니다.”유진우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겉으로는 아부하고 비위를 맞췄지만 사실 뒤에서는 모두를 죽일 심산이었던 거죠. 이런 사람을 죽이지 않고 남겨둘 이유가 없죠.”“그런 거였군요.”황보걸은 그제야 모든 걸 깨달았다. 어쩐지 갑자기 미친 것처럼 사람을 죽인다 했더니, 그는 진작 다 알아챘던 것이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황보걸은 까맣게 속고 있었다.“아무리 술에 독이 있다고 해도 배철호가 독을 탔다는 증거는 없잖아요.”한 여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여전히 유진
배철호가 죽으면서 2인자였던 홍길수가 유진우를 대신하여 염룡파를 맡게 되었다.염룡파에는 수천 명의 제자가 있었고 그중에 엘리트만 수백 명이었다. 서울 전체를 놓고 봐도 엄청난 세력임이 분명했다. 그들이 있다면 유진우가 앞으로 서울에서 움직이기 훨씬 편해질 것이다.“진우 씨가 지금 염룡파의 보스이긴 하지만 앞으로 귀찮은 일이 많을 겁니다.”황보걸이 복화루를 나서면서 한마디 충고했다.“귀찮은 일이요?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유진우가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배철호는 자수성가한 게 아니라 뒤에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요. 진우 씨가 그런 배철호를 죽였으니 그 사람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황보걸이 말했다.“그래요? 그 사람이 누구인가요?”유진우가 캐물었다.“도씨 가문의 큰아들 도규현이요.”“도규현? 들어도 못 봤어요.”유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진우 씨는 현지인이 아니라서 도규현을 모르는 게 이상할 건 없죠. 그 사람 만만한 사람이 아니니까 조심해요.”황보걸이 진지하게 말했다.“도씨 가문은 무사 집안이자 5대 재벌 중 하나예요. 강남의 무림에서도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죠. 그리고 도규현은 도씨 가문의 후계자이고 인제 고작 30대 초반인데 벌써 스카이 랭킹에 이름을 올렸어요. 서울의 젊은이들 중에서 도규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사람은 손꼽힐 정도로 드물어요. 만약 도규현을 만나면 꼭 조심해요. 별거 아닌 원한이라도 반드시 갚는 사람이라서 심기를 건드리면 좋을 게 없어요.”그의 말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충고 고마워요. 조심할게요.”“물론 이 세상에는 절대적이라는 게 없죠. 만약 진우 씨도 서울에서 믿을 만한 배경을 찾는다면 도규현도 감히 어쩌진 못할 거예요. 예를 들어 우리 황보 가문 같은 가문 말이죠.”황보걸이 갑자기 가문 자랑을 늘어놓았다.“서울에서 우리 황보 가문이 그래도 꽤 발언권이 있어요. 진우 씨의 천부적인 실력이라면 문제없을 것 같은데 어때요? 관심 있어요?”“절 좋게 봐준
돌아오자마자 황은아가 쏜살같이 달려오며 소리를 질렀다.“아저씨, 생겼어요. 저 생겼어요!”“뭐가 생겨?”유진우가 화들짝 놀랐다.“너 임신했어?”‘아직 성인도 안 된 애가 임신이라니, 요즘 애들은 참...’“처녀한테 임신이라니요!”황은아가 눈을 부라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임신한 게 아니면 왜 그렇게 흥분했는데?”유진우는 어이가 없었다.‘호들갑 떨어서 놀랐잖아!’“어젯밤에 저한테 공법을 가르쳐줬잖아요. 저한테 내공이 생겼어요!”황은아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뭐? 벌써?”유진우도 여간 놀란 게 아니었다.일반 무사가 내공을 수련하려면 적어도 일 년 남짓 수련해야 한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이 출중한 자라고 하더라도 한두 달이 지나서야 겨우 첫걸음을 뗄 수 있다.그런데 황은아가 하룻밤 사이에 내공이 생겼다고? 이렇게나 빨리?도무지 믿기지 않았던 유진우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맥을 짚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단전에 기류가 생겨났다 사라졌다 하면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이 기류는 쉽게 알아낼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공인 건 확실했다. 다시 말해 황은아가 진짜로 성공했다는 걸 뜻한다.단 하룻밤 사이에 일반 무사가 되었고 일 년 남짓 수련해야만 이룰 수 있는 성과를 이루었다.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은 실로 놀라웠다.다른 사람들은 10년 동안 고생하며 수련해야 하는 것을 황은아는 아마 마음껏 먹고 놀면서 한 달만 수련해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천부적인 재능 앞에 노력은 거론할 가치도 없었다.“어때요? 진짜 생겼죠? 제가 거짓말한 거 아니죠?”황은아가 자랑하듯 말했다.“너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건 인정해. 일반인들은 1년이나 수련해야 첫걸음을 뗄 수 있는데 넌 하루 만에 됐어. 백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무술 천재인 건 확실해.”유진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칭찬했다.“하하... 이럴 줄 알았어요!”황은아가 우쭐거리며 웃었다.“제가 머리는 좋지 않아도 싸워서 진 적이 없거든요.”“응? 너
한참 동안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비록 유만수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몇 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거로 생각했고 무엇보다 이제 겨우 내우외환을 해결했는데, 유만수가 자리를 넘겨준다고 하니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여보, 너무 성급한 거 아닌가요?”옆에 있던 이의진이 권유했다.“그러니까요. 위왕 님, 아직 몸도 정정하시고 지금은 백세시대인데 어찌 이렇게 일찍 자리를 넘겨줄 생각을 하십니까?”장범규는 정직하고 솔직하게 물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묻고 싶었지만, 감히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만약 누군가 나서서 유만수를 설득한다면 새로운 위왕 님의 미움을 살 수도 있으니,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조용하게 상황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여러분, 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마침 여러분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후사를 미리 안배하는 것도 제 소원을 이루는 셈입니다.”유만수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여보...”이의진이 뭔가를 말하려는데 유만수가 손을 들어 제재하며 말했다.“그만. 난 이미 결정했으니 더 이상 설득할 필요 없어.”유만수는 다시 모든 사람을 향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여러분, 저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선정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 사람의 손에 미래 서경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이 일은 저 혼자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에는 누가 미래의 서경을 맡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그건...”유만수의 말에 사람들은 더욱 당황했다. 형세를 보아하니 유만수는 내부 투표를 통해 지지자가 많은 사람한테 서경을 맡길 생각인 것 같았다.그러니 문제는 유진우를 선택할 것인가 유천우를 선택한 것인가였다.재능과 능력 면에서 보면 당연히 유진우가 한 수 위이지만 집안 내력과 배후 세력으로 판단하면 유천우가 한 수 위였다.유천우는 최근 몇 년 동안 전쟁에서 매우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미래가 기대된다는
보물 지도를 나눈 뒤 유진우는 사람을 안배해 호룡각의 기지를 다시 한번 정리했다. 이곳은 위치가 은밀하여 수비는 쉬우나 공격하기는 아주 어려웠고 또한 두 나라의 국경 지대에 놓여있었다.그러니 이곳을 군사 요새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만약 앞으로 서방 제국과 충돌이 생긴다면 이곳이 중요 군사 지점이 될 것이고 여기서 출병한다면 반드시 예상치 못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겠지만 미리 준비해 둔다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해당 건을 해결한 뒤 유진우는 사람들을 데리고 서경왕부로 돌아갔다.이번에 유진우가 서경의 복병을 해결하고 대승을 거두었기에 유만수는 서경의 왕으로서 특별히 부내에서 연회를 열어 많은 손님을 초대했다.이번 사건에 공로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초청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한동안 왕부 안팎은 매우 시끌벅적했다.유만수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한테 매우 기쁜 소식이었고 호룡각을 멸한 건 더욱 기쁜 일이니 축하할 이유가 충분했다.밤이 되자 왕부 안은 이미 많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 서경에 있는 모든 사람이 거의 다 모인 것 같았다.각 고급 장교, 각 고위 간부, 그리고 각 방면의 거물들이 모두 왕부에 모여 술을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여러분, 후배인 제가 먼저 몇 마디 하겠습니다.”연회에서 유천우는 먼저 일어나 손에 잔을 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이번에 왕부가 위기를 맞았었지만, 여러분은 떠나지 않고 앞다투어 왕부의 근심과 어려움을 해결해 주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자, 제가 먼저 여러분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말을 마친 유천우는 고개를 번쩍 들고 잔에 든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도련님이 너무 겸손하네. 우리는 서경의 신하로서 당연히 왕부와 함께해야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 별거 아니야.”평양 제후 장범규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맞는 말이야. 오랜 시간을 위왕 님과 함께 보냈고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늘 같이했으니, 왕부가 곤경에 처했다면 당연히 전폭적으로 도와야지. 나라를 위해서
“맞아요. 길이라는 건 한번 잘못 들어서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죠. 사철수의 모든 행동은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가 없어요. 누구처럼 죄를 공으로 대처할 기회조차 없죠.”유천우는 유태범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만약 유태범이 셋째 삼촌이 아니고 아버지의 인자함이 없었다면, 그뿐만 아니라 형제의 상잔을 원하지 않았고 손실이 크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역모는 열 번 죽어도 모자란 죄였다.“흠 흠.”유천우의 눈빛에 유태범은 괜히 마음에 찔려 화제를 돌렸다.“장혁아, 세 개의 보물 창고를 모두 합치면 가치가 엄청날 텐데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당연히 전부 서경으로 가져가야죠. 설마 그 잡놈들한테 남겨두기라도 하겠다는 거예요?”유천우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세 개의 보물 창고를 우리가 전부 독차지할 수는 없어.”유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우리만의 힘으로 호룡각을 멸망시킨 건 아니잖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야. 그러니 보물 창고도 공평하게 함께 나눠야지.”“공평하게 나눈다고? 장혁아, 장난이지?”유태범은 어리둥절해서 격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방금 사철수의 말을 들었잖아. 호룡각의 보물 창고는 수십 년 동안 축적해 온 것들이고 그 수가 엄청날 텐데, 그걸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나눈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이번에 호룡각을 소탕하는 데 유태범은 뛰어난 공을 세웠으니, 나중에 또 다른 표창을 받을 수도 있었다.다시 말해, 서경왕부가 더 많은 보물을 얻어야만 유태범의 이익도 더 많아지기 때문에 그는 당연히 보물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보물도 좋지만, 도의도 지켜야죠. 사람들이 멀리서 우리를 도와주러 왔는데, 우리가 보물을 독차지한다면 그건 배은망덕한 사람이죠.”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그렇지만 굳이 똑같이 나눌 필요는 없잖아. 적당하게 성의를 보여주면 되는 거지.”유태범이 말했다.“저는 이미 마음먹었어요. 제 결정이 불만스럽다면 유만수에게 일러바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사철수 씨, 아직도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예요? 사진이라도 찍어줘요? 빨리 보물 지도를 찾아내세요.”불만으로 꼴 독 찼던 유태범은 못마땅한 얼굴로 사철수에게 화풀이했다.“알겠어요. 서두를게요.”유태범의 말에 사철수는 즉시 합금으로 되어 있는 대문 앞으로 다가가 채원진의 부러진 손을 들어 중간 부분에 있는 감응 위치를 살짝 눌렀다.띵 하는 소리와 함께 두터운 대문이 천천히 안쪽으로 열리자, 금속으로 만든 금고가 드러났다.금고는 약 33제곱미터 정도의 크기였고 한가운데에는 골드바가 사람의 키보다 더 높게 쌓여 있었다.골드바 외에도 그 주변에는 다양하면서도 진기한 보물들이 빽빽하게 배치되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비싸고 귀중한 물건들이었다.“이곳은 채원진의 개인 금고예요. 채원진은 마음에 드는 모든 물건을 전부 이곳에 수집했어요.”사철수가 설명했다.“보물들이 어마어마하네요.”유천우는 사방을 둘러보며 감탄했다.“이것들을 전부 가지고 나가면 성을 하나 사고도 남겠네요.”“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호룡각의 다른 세 보물 창고에 비하면 눈앞에 있는 것들은 새 발의 피죠.”사철수가 설명했다.“정말이에요?”유천우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당신 말대로라면 호룡각의 보물을 전부 모으면 산더미가 되겠는데요?”“제가 직접 본건 아니지만 수십 년 동안 쌓아왔으니, 산더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예요.”사철수는 진지하게 말했다.“좋아요. 아주 좋아요! 빨리 모든 보물을 긁어모으고 싶네요.”유천우는 정신이 번쩍 들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보물 지도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예요?”유태범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있어요.”사철수는 맨 안쪽 선반으로 가서 위에 놓여있는 정교한 박달나무 상자를 꺼내 조심스럽게 유진우에게 건넸다.유진우가 열어보니 안에는 양피지 3장이 들어있었다. 모든 양피지에는 상세한 지도가 그려져 있었고 지도 중앙에는 보물 창고의 위치가 금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보물 지도가 진짜라면, 지도에 그려져 있는
“보물 지도는 어디 있나요?”유진우가 추궁했다.“채원진의 지하 밀실에 있어요. 내가 직접 세자 전하를 모시지요.”사철수가 말했다.“지하 밀실?”유천우는 실눈을 뜨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혹시 속으로 다른 꿍꿍이를 꾸미는 건 아니죠? 나중에 나를 악랄하다고 탓하기 싫으면 그런 생각은 빨리 접는 게 좋을 거예요.”밀실 같은 건물에는 함정과 암기가 많이 설치되어 있는데 유천우는 사철수가 다른 속셈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저는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아닙니까.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사철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앞서서 안내하세요.”유진우가 두 근위병에게 눈치를 주자 근위병 두 명이 와서 사철수를 일으켜 세웠다.“잠깐만요. 밀실에 있는 보물 상자를 열려면 채원진의 손이 필요해요.”사철수가 갑자기 말했다.“그건 쉽죠.”유천우는 즉시 칼을 빼 들어 채원진의 오른손을 잘라 사철수에게 건네며 말했다.“자. 선물이에요.”사철수는 징그러웠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채원진의 손을 받아 들고 앞장섰다.유진우와 몇몇 사람은 사철수를 따라 기지로 들어갔고 마침내 지휘실 입구까지 도착했다.사철수는 문을 열고 벽 쪽으로 다가간 다음 벽에 걸려 있는 그림 하나를 떼어냈다.그림 뒤에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혀 알아차리기 어려운 하나의 버튼이 있었다.사철수가 손을 내밀어 버튼을 누르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벽 전체가 갑자기 양쪽으로 열리더니 안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드러났다.사철수가 유진우를 포함한 몇 명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올라탄 뒤 스위치를 누르자 문이 닫히더니 천천히 지하로 내려갔다.반 시간 남짓 지나자 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유진우와 몇 명 사람들의 눈에는 넓고 호화로운 지하 밀실이 들어왔다.말이 밀실이지 사실 호화 저택에 가까웠다. 안에는 없는 것 없이 다양한 생활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었고, 많은 물과 식량도 수집되어 있었는데 수십 년 동안 혼자 생활하기에는 충분한 수량이었다.“핵 방지
“유진우?”무릎을 꿇은 채 냉정한 표정을 한 유진우를 바라보는 사철수의 얼굴은 매우 복잡해 보였다. 놀라움과 기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미안함과 죄책감이 더욱 컸다.흑용군이 매복되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사철수는 이미 호룡각의 대세가 기울었음을 알아차렸다.아니나 다를까 호룡각의 기지는 파괴되었고 채원진은 목숨을 잃었으며 사철수는 유진우한테 체포되었다. 하지만 사철수는 어쩌면 이게 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비록 사철수가 호룡각의 사람이긴 했지만, 서경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서경은 이미 사철수한테는 고향 같은 곳이었고 주변에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아주 많았다.사철수가 저질렀던 많은 일들은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했던 거라 마음이 늘 불편했었다.오늘,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도 모두 사철수의 업보였고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였다.“아저씨,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채원진이 패했으니, 당신도 패한 것과 마찬가지예요. 이제 와서 더 할말이 남았나요?”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기면 영웅이고 지면 도적이 되는 법이지요. 세자 전하께서 죽이시든 벌을 주든 저는 다 괜찮습니다. 다만 무고한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사철수는 간절한 마음으로 간청했다.“당신이 지금 나한테 그런 조건을 내세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유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세자 전하, 죄인인 저는 죽어도 마땅합니다. 하지만 제 아내와 딸은 죄가 없지 않습니까? 그들은 용서해 주십시오.”사철수는 허리를 굽혀 땅바닥에 머리를 세게 박으며 유진우에게 절을 올렸다.“당신 말대로 그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죠. 하지만 못난 남편과 아비 때문에 그들도 죄인이 된 겁니다. 설마 당신은 어리석게도 그렇게 큰 죄를 지어 놓고 가족은 아무 일 없이 무사할 거로 생각한 겁니까?”유진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세자 전하, 공을 세우는 거로 저의 죄를 보상하면 안 될까요? 세자 전하께서 소가 되라면 소가 될 것이고 말이 되라면 말이 될 것입니다.
바로 이때 조무진이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무진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자 완전 무장을 한 군부가 보였는데 족히 수만 명은 되는 것 같았다.검은 갑옷을 입고 긴 칼을 허리에 찬 병사들은 기세가 매우 위풍당당했다.얼핏 보면 마치 강철로 되어 있는 호수 같았는데 멀리서부터 강한 압박감을 주는 이 부대는 바로 서경의 최강 정예 부대 흑용군이었다.“보아하니 사철수는 이미 체포된 것 같네요.”이청성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 흥용군의 리더는 바로 유천우였다.당시 유천우는 명령에 따라 천여 명의 군대를 이끌고 포위망을 뚫고 들어가 호룡각의 정예 부대를 미리 파놓은 함정에 빠지게 만든 뒤 절대적인 병력 우세로 오천여 명의 적을 죽이고 나머지는 모두 포로로 체포했다.쿵 쿵 쿵!수만 명의 흑용군이 가까워질수록 그 압박감은 점점 더 강해졌다. 성벽 위에 있던 백호군들도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소문에 의하면 흑용군은 용국의 최강 군부로서 창시 이래 백전백승을 이뤘고 여러 차례 뛰어난 공을 세웠으며 어떠한 군부도 흑용군과 정면으로 맞서 싸울 수 없다고 했다.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그 소문은 거짓이 아닌듯했다. 흑용군의 강렬함과 살벌함은 충분히 다른 군부를 경시할 만했다.“형! 임무를 완성했어요. 호룡각의 남은 사람은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잡아들였어요.”유천우가 먼저 앞으로 다가와 보고했다.“잘했어.”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쪽은 어떻게 됐어요? 채원진은 죽었어요?”유천우는 여기저기 둘러보며 말했다.“머리가 잘렸는데 살아있을 리가 없잖아?”조무진은 발로 채원진의 머리를 슬쩍 건드리며 말했다.채원진의 머리는 축구공처럼 땅바닥에서 굴러 유천우의 발밑에 멈추었다.“뭐야! 이렇게 못생겼다고? 어쩐지 맨날 가면을 쓰고 다니더라니.”유천우는 바닥에 침을 뱉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암살하고 서경을 해친 놈을 미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채원진은 이미 죽었고 밑에 있던 정예들은 모두 체포되었으니, 호룡각은 이제 완전히 멸망한 셈이에요.
채원진은 죽고 호룡각 기지는 함락되었다. 이로써 호룡각은 조직 전체가 완전히 멸망했고 남은 사람이라고는 흩어져 있는 병사들뿐이라 크게 위험이 되지는 않았다.하지만 유진우는 방심하지 않고 호룡각이 관련된 모든 사람은 전부 체포하라고 명을 내렸다. 만약 그들이 자진해서 항복한다면 죽음을 면할 수 있지만 끝까지 저항한다면 남은길은 죽음뿐이었다.“형, 드디어 이 재앙 같았던 놈을 처리했네. 축하해!”조무진은 앞으로 걸어가 채원진의 시신을 발로 차 완전히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미소를 지었다.“다 네 덕분이야. 네가 20만 명의 백호군을 데리고 채원진의 퇴로를 끊어놓지 않았다면 채원진은 또 다른 기회를 찾아 연명했을지도 몰라.”유진우가 말했다. 그는 채원진을 죽이기 위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고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 걸었다. 결국 채원진은 죽었고 그는 승리했다.“난 별로 한 게 없어. 고마워할 거면 공주마마께 고마워해야지.”조무진은 고개를 돌려 뒤에 서있는 이청성을 보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공주마마께서 형을 돕는다고 엄청 바쁘셨어.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독촉하느라 발등에 불이 붙을 뻔했다니까.”“조무진 씨!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예요?”이청성은 앞으로 걸어 나오며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공주마마께서 학식과 도리가 깊고 외모와 지혜가 뛰어나다고 칭찬하고 있었어요.”조무진은 아첨하며 웃음을 지었다.“흥!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하네요.”이청성은 조무진을 흘겨보며 말했다.“공주마마, 감사합니다.”유진우는 공수하며 말했다.“뭘 그렇게 예의를 갖춰요?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끝까지 도와줬을 뿐이에요.”이청성은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게다가 채원진은 우리 공공의 적이잖아요. 유진우 씨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해요. 전체적으로 보면 백성을 위해 나쁜 놈을 제거 한 거죠.”“공주마마의 대의가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이 얘기는 그만하죠. 비록 채원진이 죽었다고 하
반면 채원진은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서 십여 미터나 날아가 끊임없이 피를 토했다. 팔 전체가 파열되었고 용담적염창도 튕겨 나갔으며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채 바닥에 누워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도련님, 괜찮으십니까?”홍복홍은 재빨리 달려가 떨고 있는 유진우를 부축했다.“괜찮아요.”유진우는 몸에 기혈이 들끓고 팔이 저리고 검도 제대로 잡지 못할 것 같았다.비록 채원진이 중상을 입기는 했지만 방금 전력으로 내뿜은 일격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힘이었고 결국 유진우도 피를 토하고 말았다.채원진의 몸에 있는 멸신독이 퍼지지 않았다면 오늘 그를 제압하지 못했을 것이다.“왜? 이럴 수 없어. 절대 이럴 수는 없어...”땅에 엎드려 맥 빠진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는 채원진의 두 손은 긴 손가락 자국을 남긴 채 땅바닥에 푹 꺼져 있었다.안 그래도 흉측하던 얼굴이 더욱 흉측해 보였다.“남길 유언이라도 있나?”유진우는 창궁검을 손에 들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채원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한 세대의 효웅이었던 채원진은 마치 죽음을 앞둔 늙은 개처럼 낭패와 처참함 그리고 빨리 죽기 위해 발악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는 것 같았다.“유진우! 이 비열한 새끼야! 네가 이런 모함을 꾸미지 않았다면 내가 패할 가능성은 절대 없었고 이 지경까지 되지도 않았을 거야. 인정 못 해. 죽어도 인정 못 해!”채원진은 미친 사람처럼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그의 상대는 용국의 지존인 서경 왕 유만수처럼 천하를 뒤흔든 거물이었는데, 젖비린내 나는 아이들 몇 명에게 패했다는 사실을 채원진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비열?”유진우는 콧방귀를 뀌고 말을 이었다.“이런 단어가 네 입에서 나오니까 정말 어이없구나. 사람을 시켜서 내 아버지를 암살하고 이간질로 삼촌을 유혹하여 반역을 도모해 서경을 혼란에 빠뜨리고. 네가 했던 일 중에 어느 하나 비열하지 않은 일이 없어. 죽을 때가 되니 이제 와서 도리를 따지는 거야? 쪽팔리지도 않아? 그리고 네가 인정하든 못하든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