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지덴트 스위트룸 내.장경화는 이청아를 침대에 눕힌 뒤 신발과 양말을 벗겼다.그러고는 뜨거운 물로 이청아의 얼굴과 몸을 닦아주었다.“엄마, 힘들어요, 물 주세요.”이청아는 입이 말라 장경화한테 말했다.“물로는 안 돼. 우유를 사 올게, 좀만 기다려.”장경화가 말하며 밖으로 나갔다.“사모님, 청아 씨 괜찮아요?”장경화가 문을 나서는 순간 뒤따라오던 용호걸과 마주쳤다.“괜찮아요. 한잠 푹 자고 나면 될 거예요.”장경화가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어디 나가세요?”용호걸이 물었다.“우유 먹이려고 사러 가요. 속이 안 좋을 것 같아서요.”장경화가 말했다.“그렇군요. 그런데 이 근처에는 우유를 파는 곳이 없어서 아마 좀 멀리 가셔야 하셔서 좀 늦게야 돌아오실 수 있을 거예요.”용호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닌데요? 방금 바로 아래층에 슈퍼가 있는 걸 본 것 같아요.”장경화가 웃으며 말했다.“왜요? 지금 제 말을 의심하시는 거예요?”용호걸의 미소가 서서히 굳어졌다. 그의 차가운 눈빛은 마치 맹수 같았다.“아니에요. 그런 뜻은 아니에요. 알았어요. 늦게 돌아올게요.”장경화는 서둘러 말을 바꿨다.“다행이네요.”용호걸은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으며 장경화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장경화가 사라지자 용호걸은 방 키를 꺼내 스위트룸 문을 열고 들어갔다.“엄마, 우유 이렇게 빨리 사 왔어요?”이청아는 침대에 누워 힘없이 물었다.“청아 씨 어머니는 당분간 못 오실 거예요. 그동안은 내가 돌봐줄게요.”용호걸은 거침없이 말했다.“호걸 씨? 당신이 어떻게?”이청아의 안색이 변했다.“어떻게 들어왔어요? 엄마는요?”“당연히 우유 사러 가셨죠.”용호걸은 말 하면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호걸 씨, 뭐 하는 거예요?”이청아의 눈에 공포가 스쳐 지나갔다.“솔로인 남녀가 한 방에서 뭐를 하겠어요?”용호걸은 넥타이를 풀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의 눈은 뜨거운 욕망으로 가득 찼다.“호걸 씨, 장난하지 말아요. 전 당신이
만약 상대가 강제로 밀어붙인다면 머리를 박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의 뜻대로 되게 내버려 두진 않을 것이다.“강요하면 뭐? 이미 결혼 한 번 했었던 여자가 어디서 순진한 척이야? 당장 옷 벗어!”용호걸이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싫어요!”이청아는 이를 꽉 깨문 채 불편한 몸을 이끌고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도망쳐?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해?”용호걸은 흉악스럽게 웃으며 재빨리 쫓아갔다. 이청아가 엘리베이터 문 앞까지 도망치려던 그때 용호걸이 갑자기 그녀를 확 덮치고는 미친 듯이 옷을 찢기 시작했다.“땡!”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갑자기 열렸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든 두 사람은 순간 멈칫했다. 유진우가 무뚝뚝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오는 것이었다.“당신들 지금 뭐 하는 거야?”유진우가 살기를 내뿜으며 이를 꽉 깨물었다.통화할 때 얼버무리는 이청아의 모습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이청아 차의 위치를 추적했었다. 그런데 현장에 오자마자 이런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질 줄은 생각지 못했다.“어머, 당신이었군요.”용호걸이 천천히 일어서며 자연스럽게 바지를 올리더니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내가 여자친구랑 애정행각을 하는 걸 몰래 훔쳐보려고 왔어요?”“여자친구?”유진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이청아에게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아니야... 진우 씨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이청아는 미친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청아 씨, 이런 일도 저 사람한테 숨길 건가요? 오늘 밤에 나랑 술도 마시고 더 가까워지고 싶다고 했잖아요. 이렇게 만났으니 그냥 솔직하게 얘기해요.”용호걸이 웃으며 말했다.“청아 씨, 이 사람이 바로 당신이 만나야 한다는 고객이야?”유진우의 낯빛이 말이 아니게 어두워졌다.통화할 때 하도 머뭇거려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는데 이런 밀회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게...”이청아는 말하려다가 멈추었다. 그를 속인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왜 아무 말이 없어? 대답 못 하겠어?”이청아가 아무 말이 없자 유진우의 마지막 희망도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그는 그녀에게 설명할 기회를 주었지만 아쉽게도 원하는 대답은 얻지 못했다.“미안해... 말 못 할 사정이 있어.”이청아는 칼로 마음을 도려내듯 찢어지게 아팠고 호흡마저 가빠졌다.“말 못 할 사정?”유진우가 코웃음을 쳤다.“무슨 사정이길래 몸도 팔고 설명조차 못 하는 건데?”“미안해... 정말 미안해...”이청아는 눈물을 비 오듯 흘렸다.“미안하다는 소리 그만해. 우린 이미 이혼했어. 당신이 뭘 하든 나랑 상관없어. 그러니까 미안해할 필요 없어.”유진우의 표정이 점점 차가워졌다.“하지만 앞으로는 날 귀찮게 하지 마. 나도 사람이야, 마음이 아프다고. 그러니까 부탁인데 제발 나 좀 놔줘.”“나...”이청아는 말하려다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다시 멈추었다.이런 상황에서 모든 걸 끝내버리면 오히려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남동생과 가족, 그리고 유진우를 위하여 용호걸의 뜻대로 할 수밖에 없었지만 신혼 첫날밤에 이 세상을 떠날 결심까지 마쳤다.“됐어요, 됐어요. 할 얘기는 다 한 것 같으니까, 이제 그만해요.”그때 용호걸이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청아 씨, 먼저 방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요. 우린 이따가 제대로 즐겨요.”이청아는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만 유진우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여기 서서 뭐 해요? 계속 구경할 건가요?”용호걸은 마치 하찮은 인간을 쳐다보듯 유진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아참, 당신 여자 아주 죽여주던데요? 피부도 하얗고 부드러운 게 정말 최고예요. 이따가 제대로 즐겨야겠어요. 물론 당신만 괜찮다면 옆에서 구경해도 돼요. 하하...”용호걸의 미소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이 자식이 뒤지려고!”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 유진우는 용호걸의 배를 힘껏 걷어찼다. 곧이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용호걸은 벽에 부딪히면서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유진
의원으로 돌아온 유진우는 한참이 지나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이청아의 말은 그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녀가 이런 사람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단지 복수하려고 일부러 가까이하고 그를 손아귀에 놓고 가지고 놀았다. 분명 좋게 좋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왜 적이 되지 못해 안달 나 하는지 도무지 이해 되지 않았다.‘대체 왜일까?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은인님, 무슨 일 있어요?”그때 왕현이 객실에서 걸어 나오며 떠보듯이 물었다.“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며칠 동안의 치료를 거친 결과 그의 단전도 꽤 회복되었다. 비록 아직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만 해도 만족스러웠다.“술 한잔할까요?”유진우가 진열장에서 술 두 병을 꺼냈다. 주정뱅이 영감이 있는 한 술이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좋죠.”왕현도 흔쾌히 동의하며 자리에 앉았다.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술잔만 기울일 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침울했다.술을 몇 잔 들이킨 유진우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다친 데는 어때요?”“이젠 괜찮아요. 이틀 후면 다 나을 것 같아요.”왕현이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게 다 은인님 덕분이에요. 안 그러면 전 진작 폐인이 됐을 겁니다.”“어색하게 은인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진우 씨라고 불러요.”유진우는 그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어찌 감히 그렇게 부르겠어요... 그럼 그냥 형님이라고 부를게요.”왕현이 멋쩍게 웃었다.“마음대로 해요.”유진우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들이마셨다.“지금 형님의 모습을 보아하니 혹시 여자 때문인가요?”왕현도 한 잔을 들이켰다.“어? 어떻게 알았어요?”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하하,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면 당연히 알죠.”왕현이 자신을 비웃었다. 자신의 스승과 약혼녀가 그렇고 그런 짓을 했는데 이보다 더 비참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하긴.”유진우는 왕현의 처지를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했다. 그는 술을 마시며 일의
남자는 사납고 포악한 눈빛으로 두리번거렸다.“제가 유진우인데 무슨 일로 오셨죠?”유진우는 고개를 들어 그를 힐끗 보고는 계속하여 술을 마셨다.“전 현무문 건당의 제자입니다. 이렇게 직접 찾아온 건 민간의 룰대로 도전장을 건네러 온 것입니다. 우리 일곱째 형님인 준혁 형님을 죽였으니 마무리 지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큰형님이 당신이랑 끝장을 보려고 친히 강능으로 오셨어요!”남자는 기고만장하며 선전 포고서를 던졌다. 복수해도 당당하게 해야 했고 또 이 기회를 빌려 현무문의 위엄을 선보일 생각이었다.“그냥 돌아가요. 전 관심 없으니까.”유진우는 선전 포고서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단칼에 거절했다.“왜요? 두려워요?”남자가 조롱 섞인 웃음을 지었다.“준혁 형님을 죽일 땐 미쳐 날뛰더니 큰형님이라는 소리에 바로 쫄았어요?”“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난 당신네 큰형님이 누구인지도 모르니까.”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흥! 그럼 지금 알려줄게요. 우리 큰형님은 스카이 랭킹의 고수이자 현무문의 8대 천재 중 한 명인 송호예요. 다들 죽음의 칼잡이라고 부르기도 하죠.”“죽음의 칼잡이 송호?”왕현의 낯빛이 확 어두워지더니 두려움이 조금 짙어졌다. 현무문 제자인 그는 당연히 송호의 명성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현무문에 여덟 개의 파벌이 있었는데 각각 건, 곤, 이, 감, 태, 진, 손, 간이다. 매개 파벌마다 최고의 고수가 있었고 그 고수를 수석이라고 불렀으며 당주에 버금가는 존재였다. 권력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현무문의 오너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송호가 바로 건당의 수석제자였다.그는 30대 초반밖에 안 된 나이에 스카이 랭킹에 이름을 올린 천재이다.“죽음의 칼잡이는 무슨. 들어도 못 봤어요. 죽고 싶지 않으면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거예요.”유진우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흥! 오만하기 짝이 없는 놈!”남자는 더는 예를 갖추지 않고 하찮은 인간을 쳐다보듯 그를 쳐다보았다.“이 자식아, 지금까지 우리 현무문이 보낸 선전 포고서를
어느덧 이틀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현무문의 최고 고수인 송호가 유진우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소문이 세간에 쫙 퍼졌다. 이 소식을 들은 무사들은 재미난 구경을 놓칠세라 곳곳에서 모여들었다.한 사람은 현무문 건당의 수석이자 스카이 랭킹에 이름을 올린 죽음의 칼잡이 송호이고 다른 한 사람은 요즘 명성이 부쩍 높아진 다크호스 유진우이다.두 사람이 대결을 벌인다는 소식에 세간이 시끌벅적해졌다. 수많은 구경꾼들이 아직 해가 뜨기도 전에 벌써 기운산에 도착했다.그 시각 기운산 아래.“사람이 이렇게나 많이 왔어요?”빼곡하게 늘어선 차량을 본 순간 유진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원래는 그냥 일반적인 대결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정도로 일이 커질 줄은 생각지 못했다.“현무문이 이래요. 명성이 자자한 제자가 누군가와 링 위에서 싸울 때마다 위세를 펼치거든요. 이젠 각 파벌 사이에 암암리에 정해진 규정이 돼 버렸어요.”왕현은 조금도 놀란 기색이라곤 없었다.“그래요?”유진우가 덤덤하게 웃었다.“일을 이렇게 크게 벌여놓고 혹시라도 지면 얼마나 창피해요?”“진다고요?”왕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상대는 죽음의 칼잡이 송호예요. 현무문의 젊은 세대 중에 송호의 상대가 될만한 자가 거의 없는데 진다는 게 말이 돼요?’반드시 이긴다는 확신이 있기에 현무문이 대대적으로 일을 벌인 것이었다. 공증인을 모셔 왔을 뿐만 아니라 각 파벌의 엘리트 제자도 불러 모았다. 현무문의 위상을 과시하여 명성을 떨칠 계획이었다.“형님, 지금 후회해도 늦지 않았어요. 정말 올라갈 거예요?”왕현이 떠보듯이 물었다.“여기까지 왔는데 왜 그냥 가요? 올라가서 송호인지 뭔지 한번 만나봅시다.”유진우는 기지개를 켜고는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올랐다. 그런데 산 중턱까지 다다랐을 무렵 치열하게 싸우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에 따라 고개를 돌려 보니 도로 옆쪽의 울창한 숲속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싸우고 있었다.정확히 말하면 건장한 사내 십여
노인은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었다. 그에게서 엄청난 고수의 기운이 풍겼다.“할아버지 역시 대단하세요!”노인이 승리를 거두자 소녀는 손뼉을 치며 유진우와 왕현을 쳐다보았다.“어때요? 우리 할아버지 아주 대단하시죠?”“현영아, 방금 할아버지가 했던 공격 잘 봤지? 이게 바로 철장문의 장법이야. 열심히 훈련해서 성공한다면 반드시 천하에 명성을 떨칠 수 있을 거야.”고창석이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꼭 열심히 훈련해서 할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할게요!”고현영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아 참, 이 두 분은 누구셔?”고창석의 시선이 유진우와 왕현에게 향했다.“지나가는 사람들인데 오지랖 넓게 끼어들려고 하는 걸 제가 막았어요. 저 사람들 실력에 괜히 끼어들면 민폐만 되잖아요.”고현영이 설명했다.“그런 거였구나.”고창석이 두 사람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이 기운산에 도적 떼가 많고 맹수들도 아주 많아요. 두 젊은이는 괜히 이리저리 다니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충고 감사합니다. 어르신이 괜찮으시니,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유진우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고 예를 표하고는 곧장 돌아서려 했다.“잠깐만요!”그때 고현영이 갑자기 불렀다.“두 사람도 송호 선배가 유진우인지 뭔지 그 사람이랑 대결하는 거 보려고 온 거예요?”“네, 설마 그쪽도?”유진우가 되물었다.“당연하죠.”고현영이 우쭐거리며 고개를 들었다.“사실대로 얘기할게요. 이번에 현무문에서 아주 많은 무림 선배들을 공증인으로 모셨다고 해요. 우리 할아버지가 바로 공증인 중 한 분이거든요.”“공증인?”유진우는 가소롭게 웃었다.“그럴 필요가 있나요?”“왜 필요가 없죠?”고현영이 두 눈을 부릅떴다.“딱 봐도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데 조금이라도 명성이 있는 고수가 대결을 펼친다면 반드시 공증인을 모시거든요. 대결의 공정성을 위해서.”“그렇군요.”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간의 이런 규정을 잘 알지 못하는 건 사실이었다.“젊은이들이 생각도 바르고
“싫으면 말고. 난 또 아까 우리를 돕겠다는 마음이 기특해서 기회를 준 건데. 굴러들어온 복을 제 발로 차버리겠다면 어쩔 수 없지, 뭐.”고창석은 점잔을 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두 사람이 언젠가는 꼭 후회할 거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모습에 유진우와 왕현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웃기만 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랑 함께 올라가요. 혹시라도 다른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니까.”고창석은 뒷짐을 지고 산을 올랐다.“우리 할아버지랑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요.”고현영은 그들을 째려본 후 재빨리 따라나섰다.유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산을 오르는 길이 이 길밖에 없어 하는 수 없이 따라나섰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산꼭대기에 도착했다.기운산 산꼭대기에 커다란 야외 링이 놓여있었는데 이곳이 바로 유진우와 송호가 대결을 펼칠 곳이었다.링 주위에 벌써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대부분 명성을 듣고 찾아온 무사들이었는데 삼삼오오 모여드니 참으로 시끌벅적했다.“어머, 고 오너님 아니십니까? 만나서 반가워요!”“고 오너님의 존함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고창석이 나타나자 많은 무사들이 다가와 깍듯하게 인사했다. 철장문이 그래도 꽤 지위가 있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봤죠? 이게 바로 우리 할아버지의 위엄이에요!”고현영은 우쭐거리며 유진우와 왕현을 째려보았다.“벌써 후회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었어요.”유진우는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했고 왕현도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거들떠보지 않았다.“오너님이 이번 결투의 공증인이라면서요? 오너님은 누가 이길 것 같아요?”그때 누군가가 갑자기 물었다.“그게 질문인가요? 당연히 죽음의 칼잡이인 송호 선배가 이기죠.”고현영이 앞다투어 대답했다.“송호 선배는 현무문 건당의 수석제자이자 스카이 랭킹에 이름을 올린 고수예요. 명성을 떨친 후에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고요.”“죽음의 칼잡이의 실력이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