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잘난 척하긴!”고현영이 그를 째려보며 아니꼽게 말했다.“이따가 보면 알겠죠. 누가 더 강한지.”“유진우가 송호의 상대가 아니라고 해도 오래간만에 보는 천재인데 존중해줘야죠.”아까 말했던 그 사람이 또 입을 열었다.“맞아요. 송호가 도전장을 내민 걸 보면 유진우의 실력이 꽤 만만치 않다는 걸 뜻하겠죠. 안 그러면 일을 이렇게 크게 벌일 필요도 없고요.”“유진우가 인제 고작 20대 초반이래요. 그런데 벌써 천재 무사라는 소리를 듣는 걸 보면 아주 보기 드문 인재인 건 맞는 것 같아요.”“유진우가 송호한테 지더라도 그건 영광스러운 패배입니다.”그 순간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보탰다. 그들은 송호가 이길 거라고 믿었지만 유진우의 실력과 천부적인 재능도 부정하진 않았다.“듣건대 유진우는 지금까지 아무 파벌도 없이 스스로 전부 깨우쳤대요. 우리 양정문에 들어온다면 앞날이 참 창창할 텐데.”“하하... 백여 명밖에 안 되는 양정문 규모로 가능하겠어요? 그냥 포기해요. 괜히 인재의 앞날을 망치지 말고.”“맞아요! 파벌 규모로 보나 발전 가능성으로 보나 우리 청산파가 훨씬 낫죠. 우리가 초대한다면 유진우는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저기요... 다들 철장문은 안중에도 없는 거예요?”그때 고현영이 언짢은 얼굴로 말했다.“파벌의 유구한 역사라면 우리 철장문과 비교할 만한 파벌이 없죠. 유진우가 진짜로 파벌을 선택했다면 당연히 우리 철장문을 선택하겠죠.”그 소리에 유진우는 고개를 갸우뚱했다.‘저 여자는 참 자신감이 넘친단 말이지. 아직 누군지 보지도 못했으면서 승리를 확신하고 말이야.’그리고 무엇보다 고창석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다들 의견이 분분하던 그때 한 무리의 현무문 제자들이 갑자기 다가왔다. 그들 중 맨 앞에 선 사람이 전세권과 진경준이었다.“어머, 큰형님 아니십니까?”전세권은 왕현을 단번에 알아보고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큰형님, 몸이 다 망가졌는데도 세간의 일에 끼어들려고 왔어요?”“내가 뭘 하든 너희들
“선배님!”“세권 오빠!”전세권이 휙 날아간 걸 본 순간 주변 사람들은 저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두려움에 떨었다. 단전이 망가진 왕현에게 아직 이런 실력이 남아있을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감... 감히 날 때렸어요?”전세권은 가슴팍을 고통스럽게 움켜쥐고 분노를 터뜨렸다.‘파벌에서 쫓겨난 쓸모없는 놈이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나대?’“때리면 뭐? 죽인 것도 아닌데. 이 정도면 충분히 자비를 베푼 거야!”왕현이 앞으로 다가가 민아의 손을 덥석 잡았다.“민아야, 겁먹지 마. 내가 있는 한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해. 내가 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널 꼭 지킬 거야.”“선... 선배... 지금 뭐 하는 거예요!”민아는 굳은 얼굴로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민아야, 그동안 네가 많이 힘들었다는 거 알아. 이제부터는 잘해줄게. 우리 둘이 그냥 도망치자, 응? 강남을 떠나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는 거야. 어때?”왕현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전원중을 이길 수는 없어도 그의 여자와 함께 도망칠 수는 있었다. 최대한 위험을 멀리해야 했다.“선배, 미쳤어요? 전 이젠 세권 오빠의 사람이라고요!”민아가 눈살을 찌푸렸다.“네가 어쩔 수 없어서 이러는 거 알아. 너 전세권 안 좋아하잖아. 네가 고개만 끄덕인다면 바로 떠날 수 있어!”왕현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싫어요... 전 안 가요!”민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너 무슨 말 못 할 사정이라도 있는 거지? 걱정하지 마. 너한테 무슨 일이 있든 내가 최선을 다해 해결해 줄게!”왕현이 진지하게 말했다.“이거 놔요!”민아는 왕현의 손을 홱 뿌리치며 소리를 질렀다.“선배, 아직도 모르겠어요? 전 선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그러니까 제발 정신 좀 차려요!”그녀의 말에 왕현은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뭐... 뭐라고?”“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저도 더는 숨기지 않을게요.”민아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싸늘하게 말했다.“그때는 선배의 높은 신분 때문에 선배랑 결혼하겠다고 한
“쨍!”장검이 왕현의 목을 찌르려던 그때 누군가 갑자기 손을 내밀어 칼끝을 덥석 잡았다.“뭐야?”고개를 든 전세권은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자마자 움찔했다.“당신이 어떻게 여기에...”조금 전 모든 신경을 왕현에게 쏟은 바람에 그의 뒤에 누가 서 있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보다 더 강한 사람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사랑할 가치도 없는 여자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요?”유진우는 전세권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왕현만 뚫어지게 보았다.“계속 죽겠다고 고집을 부리겠다면 그렇게 해요. 당신 같은 쓸모없는 사람을 살린 적이 없다고 생각할 테니까. 하지만 아직 자존심이 남아있다면, 남자라면 당장 일어나요! 천하제일의 검객이 되겠다면서요? 지금 이 꼴로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요? 정신 차려요!”그러더니 손을 내밀어 왕현의 따귀를 후려갈겼다.“짝!”왕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 빛도 없이 멍하던 두 눈이 드디어 정신이 조금 든 것 같았다.그는 전세권의 흉악스러운 얼굴과 혐오 가득한 눈빛의 민아를 번갈아 보고는 자신을 비웃었다.“형님 말씀이 옳아요. 절 사랑하지 않는 여자 때문에 목숨까지 바쳐서야 하겠어요? 고마워요, 형님!”왕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마치 무언가를 내려놓은 듯 얼굴에 드리워졌던 침울함이 완전히 사라졌다. 단전 부위의 내공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점점 다음 레벨로 돌파할 기미가 보였다.“뭐지?”유진우는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는 왕현이 곧 본투비 레벨로 돌파할 거라는 예감이 확 들었다.“무슨 일이야?”그때 몇몇이 그쪽으로 다가왔다. 맨 앞에 서 있는 남자는 깔끔한 옷차림의 중년 남자였다. 벌레 한 마리도 못 죽일 것 같은 이미지였지만 눈빛에 서늘함이 담겨 있었다. 이 사람이 바로 현무문의 오너 전원중이었다.“아버지! 마침 잘 오셨어요!”전세권의 두 눈이 반짝이더니 대뜸 고자질하기 시작했다.“아까 여기서 왕현을 만났거든요. 그런데 그 자식이 질투 때문에 절 때
“나를 꺾어?”그 말을 들은 전원중은 기가 막힌 나머지 어리둥절해하다가 껄껄 웃었다.나머지 현무문의 제자들도 모두 크게 웃으며 제정신이 아닌 사람을 보는 듯, 비웃음 섞인 눈빛을 보냈다.과거의 왕현은 현무문 제자 중 원탑으로서 확실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부인 전원중과 비교하면 그 실력은 한참 모자랐다.“인마! 너 지금 네가 무슨 말 하고 있는지는 알아?”전원중은 어안이 벙벙해서 입을 헤벌리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이 배신자는 이래 봬도 한때 내가 직접 가르쳤던 제자였다. 한창 전성기라 할지라도 내 상대가 되지 않는 놈을, 하물며 지금 단전까지 망가지고 평생의 수행을 잃은 병신이 된 후에 나를 상대로 맞서 싸우라고 한 것이야? 감히 내 상대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는 말이다!”“맞아! 하찮다 못해 쓸모없는 놈일 뿐인데, 어디 감히 우리 아버지의 격투 상대로 내세우는 것이냐?”전세권이 잔뜩 흥분해서 말을 마치자, 옆에 있던 진경준 등 일행들은 잇달아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제가 왕현 씨를 격투장으로 내보내든 말든, 당신들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전 오너님, 서둘러 격투장으로 들어가시죠? 두려운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유진우가 도발했다.“웃기는 소리,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전원중이 서늘하게 웃었다.“이 배신자가 죽음을 자초하는 이상, 오늘은 내가 직접 나서서 단죄할 것이다!”말을 마치자, 전원중은 곧장 격투장으로 들어갔다. 격투기 경기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그는 먼저 올라가 몸을 풀고 대결을 앞당겨 당장 시작한다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진우 형님, 저의 이 수행은 모두 저 사람이 가르쳐 준 것입니다. 저는 저 사람을 이길 수 없을 겁니다.”왕현이 진지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길 수 있다고 했으니, 왕현 씨는 이길 수 있을 겁니다.”유진우가 담담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왕현 씨의 사부였던 전원중은 그 당시 검술을 가르칠 때 세 가지 술법을 숨겨두고 여섯 가지 검술에서 고작 세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께서 증인이 되어주십시오. 이 배신자는 제 문하에서 쫓겨난 후, 줄곧 악심을 품고 있다가 인제 와서 저에게 도전장을 내미네요. 아직 본경기가 시작되지 않았으니, 제가 여러분의 흥을 돋우겠습니다.”전원중이 입을 열자 순식간에 모든 사람의 이목이 쏠렸다. 오늘 그는 과거 자기 제자였던 왕현을 벌하는 것으로 자신의 위신을 다시 세우려 했다.“저기요! 친구분께서 왜 격투장으로 향하시는 거죠?”그때 고현영과 고창석 일행이 갑자기 다가오더니 하나같이 의아하고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사적인 원한을 해결하려나 봅니다.”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사적인 원한이요?”고현영이 잔뜩 놀란 얼굴로 말을 이었다.“격투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저 사람이 현무문의 전 오너예요! 송호 선배처럼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손꼽히는 고수이고 저희 할아버지와 같은 레벨의 존재예요!”“네? 그래서요?”유진우는 전혀 개의치 않은 듯해 보였다.“당신 친구의 그 하찮은 실력으로 어떻게 전 오너와 싸울 수 있겠어요? 격투장으로 들어간 것은 굴욕을 자초한 것에 불과할 거예요!”고현영은 고개를 저었다.“맞는 말입니다.”옆에 있던 고창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서 친구를 격투장에서 나오게끔 권하라고 언질하고 싶네요. 그렇지 않으면 저 친구는 크게 다칠 겁니다. 나라고 해도 전 오너의 상대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저 친구의 실력으로...”“저도 말릴 수 없어요. 오늘 두 사람은 반드시 승부를 겨루게 될 것이고 저들의 생사는 각각 천명에 맡겨야 할 거예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 늙은이의 충고를 듣지 않으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나중에 가서 전 오너의 대단함을 깨닫고 후회하지나 말아요.”고창석은 두 손을 등에 업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이에 대해 유진우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대 위에서, 전원중은 왕현을 빤히 쳐다보며 입가
“못 본 사이에 검이 느려진 것 같군요.”왕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아니! 말도 안 돼! 어떻게 네가 나를 찌를 정도의 실력을 키웠단 말이냐? 이건 분명히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전원중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희망을 내려놓지 못하고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부상을 무릅쓰고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한 수 남겨둘 것 없이 거의 전력을 다했다. 그의 검술은 너무나 빠르고 정확하여 막아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아홉 번째 공격에서 그는 검술을 바꾸더니 왕현의 목을 노리고 세게 찔렀다. 그의 검술엔 살의가 가득했지만 왕현은 피하지 않고 똑같이 검을 꺼내 더 빠른 속력으로, 더욱 교묘한 각도로 전원중의 복부를 찔렀다.“헉, 안돼...”전원중은 깜짝 놀랐고 연거푸 세 걸음 뒤로 물러서며 눈을 부릅떴다. 만약 그가 뒤로 물러서지 않고 계속 앞으로 공격해 나갔다면, 이 검은 그의 복부를 정확하게 관통했을 것이다.‘이럴 수가? 이 녀석은 어디서 이런 이상한 검술을 배웠을까?’전원중은 피가 흐르는 복부를 감싸고 충격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그는 도무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어째서 며칠밖에 안 되는 사이에 왕현은 내상을 치료했을 뿐만 아니라, 실력도 크게 향상될 수 있었을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이젠 당신이 제 공격을 받을 차례입니다!”왕현은 숨을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장검을 다시 한번 휘두르며 돌진했다. 전원중은 충격을 억누르고 급히 검을 들어 막아섰다. 전원중은 처음의 호기로운 기세가 이미 꺾였고, 게다가 상처까지 입었다. 지금 그는 주도권을 잃고 얻어맞는 처지에 이르렀다. 오히려 왕현은 싸울수록 용맹해졌고 검의 기운도 점점 강해져 전원중을 고개조차 들지 못하게 만들었다.“기회가 찾아왔어!”검의 기운이 폭발하는 시점이 다가오자, 전원중은 갑자기 온몸에서 기운이 솟구쳤다. 그는 온 힘을 다하여 최후의 발악을 하며 검을 앞으로 뻗으며 역전을 노렸다. 그런데 검이 막 솟아오르기 시작하자마자, 오히려 그의 목구멍이 왕현의
“앞으로 내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왕현은 전원중을 발로 차고나서 몸을 돌렸다.“그래야지...”전원중은 연신 비굴한 웃음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왕현이 몸을 돌린 바로 그 순간, 그는 눈빛이 차갑게 돌변하더니 갑자기 땅 위에 있던 검을 집어 들고 뒤를 보인 왕현을 향해 잽싸게 찔렀다.“왕현 씨, 조심해요!”이때, 유진우가 소리 질렀다. 위급한 상황에서 왕현은 재빨리 옆으로 비켜섰다. 장검은 비록 그의 급소를 찌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허리에 길게 상처를 냈다. 순간 선혈이 줄줄 흘렀다.기습이 성공하지 못하자 전원중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고 황급히 검을 내던지며 말을 더듬었다.“현아, 이 스승이 또 끝까지 너를 볼 면목이 없구나! 정말 잘못했어! 잠시 나도 모르게 발버둥을 쳤을 뿐이니, 나 같은 쓰레기와 시비를 가리려 하지 말거라!”“전원중! 당신은 정말 인간 말종이네요...”왕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장검을 뽑아 들고 힘껏 내리꽂았다. 이 순간, 그의 마음속에는 더 이상 지켜야 할 제자로서의 의리가 남아있지 않았다.“멈춰라!”그때 갑자기 분노로 가득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이어 위풍당당한 그림자가 하늘에서 내려와 전원중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남자는 30대 초반으로 돼 보이는 젊은이였다.그의 숨결은 무척이나 강했고 눈빛은 날카롭고 패기가 넘쳤다. 마치 큰 산처럼 웅장하게 등장했고, 그의 등장으로 모든 사람이 숨을 죽였다. 이 사람은 바로 죽음의 칼잡이, 송호였다!“멈추라고 했다!”왕현이 휘두르던 검의 기세가 그치지 않자, 송호는 대뜸 화를 냈다. 그가 두 손바닥을 내밀어 힘찬 기운을 내밀자, 손바닥 모양의 그림자가 바로 왕현의 가슴을 덮쳤다.“컥!”왕현은 피를 한 모금 내뿜으며 그 자리에서 몇 미터 뒤로 날아갔다. 왕현은 결코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어머! 송호잖아!”“역시 건당의 수석다워! 스카이 랭킹 고수답게 단 한 방으로 상대방을 중상 입혔어!”“전 오너를 물리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라면 오
“대박! 이 녀석 누구야? 대중 앞에서 감히 송호를 도발하다니? 죽으려고 환장했네?!”“용기는 칭찬할 만하지만, 무모하다고 할 수밖에 없어.”유진우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이 중요한 상황에서 감히 나서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이봐요! 왜 올라가요? 미친 거 아니에요? 빨리 내려와요!”눈앞이 아찔해진 고현영은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그녀가 보기에 유진우는 그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것 같았다.“지금 뭐 하는 거야? 상대는 스카이 랭킹 급 고수 송호인데, 이 시점에 격투장으로 올라간 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겠는가?”고창석은 혼잣말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유진우를 향해 곧 죽을 사람을 보는 듯한 눈길을 보냈다. 그러면서 속으로 자신마저도 송호의 적수가 못 되는데, 하물며 무명의 젊은 녀석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풉! 곧 죽을 줄도 모르고 설쳐대더니, 이젠 감히 송호 선배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내가 보기에 너는 사는 것이 지겨운 게 분명해!”전세권 일행은 기세등등해져서 웃기 시작했다. 오늘 송호의 손을 빌리면 서열을 정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눈엣가시였던 유진우도 해결할 수 있었다.“임마! 너 누구인데 겁도 없이 감히 나를 막아서는 거야?”격투장 위에서 송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매우 불친절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그가 죽이려는 사람이라면 감히 아무도 구하려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송호 선배! 이 녀석이 바로 유진우입니다! 빨리 죽이세요!”전세권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뭐? 유진우?!”이 말이 나오자 장내가 떠들썩해졌다. 그들은 처음에 유진우를 그저 한 치 앞날도 내다볼 줄 모르고 잘난 체하는 젊은이라고만 생각했다. 어쩐지 일을 키운다더라니, 알고 보니 오늘의 주인공이었고, 요즘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천재 무사, 유진우였던 것이었다.“설마? 저 사람이 유진우라고?!”고현영은 어리둥절해졌고 이 상황을 믿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