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꺾어?”그 말을 들은 전원중은 기가 막힌 나머지 어리둥절해하다가 껄껄 웃었다.나머지 현무문의 제자들도 모두 크게 웃으며 제정신이 아닌 사람을 보는 듯, 비웃음 섞인 눈빛을 보냈다.과거의 왕현은 현무문 제자 중 원탑으로서 확실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부인 전원중과 비교하면 그 실력은 한참 모자랐다.“인마! 너 지금 네가 무슨 말 하고 있는지는 알아?”전원중은 어안이 벙벙해서 입을 헤벌리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이 배신자는 이래 봬도 한때 내가 직접 가르쳤던 제자였다. 한창 전성기라 할지라도 내 상대가 되지 않는 놈을, 하물며 지금 단전까지 망가지고 평생의 수행을 잃은 병신이 된 후에 나를 상대로 맞서 싸우라고 한 것이야? 감히 내 상대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는 말이다!”“맞아! 하찮다 못해 쓸모없는 놈일 뿐인데, 어디 감히 우리 아버지의 격투 상대로 내세우는 것이냐?”전세권이 잔뜩 흥분해서 말을 마치자, 옆에 있던 진경준 등 일행들은 잇달아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제가 왕현 씨를 격투장으로 내보내든 말든, 당신들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전 오너님, 서둘러 격투장으로 들어가시죠? 두려운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유진우가 도발했다.“웃기는 소리,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전원중이 서늘하게 웃었다.“이 배신자가 죽음을 자초하는 이상, 오늘은 내가 직접 나서서 단죄할 것이다!”말을 마치자, 전원중은 곧장 격투장으로 들어갔다. 격투기 경기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그는 먼저 올라가 몸을 풀고 대결을 앞당겨 당장 시작한다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진우 형님, 저의 이 수행은 모두 저 사람이 가르쳐 준 것입니다. 저는 저 사람을 이길 수 없을 겁니다.”왕현이 진지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길 수 있다고 했으니, 왕현 씨는 이길 수 있을 겁니다.”유진우가 담담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왕현 씨의 사부였던 전원중은 그 당시 검술을 가르칠 때 세 가지 술법을 숨겨두고 여섯 가지 검술에서 고작 세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께서 증인이 되어주십시오. 이 배신자는 제 문하에서 쫓겨난 후, 줄곧 악심을 품고 있다가 인제 와서 저에게 도전장을 내미네요. 아직 본경기가 시작되지 않았으니, 제가 여러분의 흥을 돋우겠습니다.”전원중이 입을 열자 순식간에 모든 사람의 이목이 쏠렸다. 오늘 그는 과거 자기 제자였던 왕현을 벌하는 것으로 자신의 위신을 다시 세우려 했다.“저기요! 친구분께서 왜 격투장으로 향하시는 거죠?”그때 고현영과 고창석 일행이 갑자기 다가오더니 하나같이 의아하고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사적인 원한을 해결하려나 봅니다.”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사적인 원한이요?”고현영이 잔뜩 놀란 얼굴로 말을 이었다.“격투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저 사람이 현무문의 전 오너예요! 송호 선배처럼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손꼽히는 고수이고 저희 할아버지와 같은 레벨의 존재예요!”“네? 그래서요?”유진우는 전혀 개의치 않은 듯해 보였다.“당신 친구의 그 하찮은 실력으로 어떻게 전 오너와 싸울 수 있겠어요? 격투장으로 들어간 것은 굴욕을 자초한 것에 불과할 거예요!”고현영은 고개를 저었다.“맞는 말입니다.”옆에 있던 고창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서 친구를 격투장에서 나오게끔 권하라고 언질하고 싶네요. 그렇지 않으면 저 친구는 크게 다칠 겁니다. 나라고 해도 전 오너의 상대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저 친구의 실력으로...”“저도 말릴 수 없어요. 오늘 두 사람은 반드시 승부를 겨루게 될 것이고 저들의 생사는 각각 천명에 맡겨야 할 거예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 늙은이의 충고를 듣지 않으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나중에 가서 전 오너의 대단함을 깨닫고 후회하지나 말아요.”고창석은 두 손을 등에 업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이에 대해 유진우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대 위에서, 전원중은 왕현을 빤히 쳐다보며 입가
“못 본 사이에 검이 느려진 것 같군요.”왕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아니! 말도 안 돼! 어떻게 네가 나를 찌를 정도의 실력을 키웠단 말이냐? 이건 분명히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전원중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희망을 내려놓지 못하고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부상을 무릅쓰고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한 수 남겨둘 것 없이 거의 전력을 다했다. 그의 검술은 너무나 빠르고 정확하여 막아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아홉 번째 공격에서 그는 검술을 바꾸더니 왕현의 목을 노리고 세게 찔렀다. 그의 검술엔 살의가 가득했지만 왕현은 피하지 않고 똑같이 검을 꺼내 더 빠른 속력으로, 더욱 교묘한 각도로 전원중의 복부를 찔렀다.“헉, 안돼...”전원중은 깜짝 놀랐고 연거푸 세 걸음 뒤로 물러서며 눈을 부릅떴다. 만약 그가 뒤로 물러서지 않고 계속 앞으로 공격해 나갔다면, 이 검은 그의 복부를 정확하게 관통했을 것이다.‘이럴 수가? 이 녀석은 어디서 이런 이상한 검술을 배웠을까?’전원중은 피가 흐르는 복부를 감싸고 충격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그는 도무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어째서 며칠밖에 안 되는 사이에 왕현은 내상을 치료했을 뿐만 아니라, 실력도 크게 향상될 수 있었을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이젠 당신이 제 공격을 받을 차례입니다!”왕현은 숨을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장검을 다시 한번 휘두르며 돌진했다. 전원중은 충격을 억누르고 급히 검을 들어 막아섰다. 전원중은 처음의 호기로운 기세가 이미 꺾였고, 게다가 상처까지 입었다. 지금 그는 주도권을 잃고 얻어맞는 처지에 이르렀다. 오히려 왕현은 싸울수록 용맹해졌고 검의 기운도 점점 강해져 전원중을 고개조차 들지 못하게 만들었다.“기회가 찾아왔어!”검의 기운이 폭발하는 시점이 다가오자, 전원중은 갑자기 온몸에서 기운이 솟구쳤다. 그는 온 힘을 다하여 최후의 발악을 하며 검을 앞으로 뻗으며 역전을 노렸다. 그런데 검이 막 솟아오르기 시작하자마자, 오히려 그의 목구멍이 왕현의
“앞으로 내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왕현은 전원중을 발로 차고나서 몸을 돌렸다.“그래야지...”전원중은 연신 비굴한 웃음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왕현이 몸을 돌린 바로 그 순간, 그는 눈빛이 차갑게 돌변하더니 갑자기 땅 위에 있던 검을 집어 들고 뒤를 보인 왕현을 향해 잽싸게 찔렀다.“왕현 씨, 조심해요!”이때, 유진우가 소리 질렀다. 위급한 상황에서 왕현은 재빨리 옆으로 비켜섰다. 장검은 비록 그의 급소를 찌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허리에 길게 상처를 냈다. 순간 선혈이 줄줄 흘렀다.기습이 성공하지 못하자 전원중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고 황급히 검을 내던지며 말을 더듬었다.“현아, 이 스승이 또 끝까지 너를 볼 면목이 없구나! 정말 잘못했어! 잠시 나도 모르게 발버둥을 쳤을 뿐이니, 나 같은 쓰레기와 시비를 가리려 하지 말거라!”“전원중! 당신은 정말 인간 말종이네요...”왕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장검을 뽑아 들고 힘껏 내리꽂았다. 이 순간, 그의 마음속에는 더 이상 지켜야 할 제자로서의 의리가 남아있지 않았다.“멈춰라!”그때 갑자기 분노로 가득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이어 위풍당당한 그림자가 하늘에서 내려와 전원중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남자는 30대 초반으로 돼 보이는 젊은이였다.그의 숨결은 무척이나 강했고 눈빛은 날카롭고 패기가 넘쳤다. 마치 큰 산처럼 웅장하게 등장했고, 그의 등장으로 모든 사람이 숨을 죽였다. 이 사람은 바로 죽음의 칼잡이, 송호였다!“멈추라고 했다!”왕현이 휘두르던 검의 기세가 그치지 않자, 송호는 대뜸 화를 냈다. 그가 두 손바닥을 내밀어 힘찬 기운을 내밀자, 손바닥 모양의 그림자가 바로 왕현의 가슴을 덮쳤다.“컥!”왕현은 피를 한 모금 내뿜으며 그 자리에서 몇 미터 뒤로 날아갔다. 왕현은 결코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어머! 송호잖아!”“역시 건당의 수석다워! 스카이 랭킹 고수답게 단 한 방으로 상대방을 중상 입혔어!”“전 오너를 물리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라면 오
“대박! 이 녀석 누구야? 대중 앞에서 감히 송호를 도발하다니? 죽으려고 환장했네?!”“용기는 칭찬할 만하지만, 무모하다고 할 수밖에 없어.”유진우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이 중요한 상황에서 감히 나서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이봐요! 왜 올라가요? 미친 거 아니에요? 빨리 내려와요!”눈앞이 아찔해진 고현영은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그녀가 보기에 유진우는 그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것 같았다.“지금 뭐 하는 거야? 상대는 스카이 랭킹 급 고수 송호인데, 이 시점에 격투장으로 올라간 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겠는가?”고창석은 혼잣말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유진우를 향해 곧 죽을 사람을 보는 듯한 눈길을 보냈다. 그러면서 속으로 자신마저도 송호의 적수가 못 되는데, 하물며 무명의 젊은 녀석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풉! 곧 죽을 줄도 모르고 설쳐대더니, 이젠 감히 송호 선배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내가 보기에 너는 사는 것이 지겨운 게 분명해!”전세권 일행은 기세등등해져서 웃기 시작했다. 오늘 송호의 손을 빌리면 서열을 정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눈엣가시였던 유진우도 해결할 수 있었다.“임마! 너 누구인데 겁도 없이 감히 나를 막아서는 거야?”격투장 위에서 송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매우 불친절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그가 죽이려는 사람이라면 감히 아무도 구하려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송호 선배! 이 녀석이 바로 유진우입니다! 빨리 죽이세요!”전세권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뭐? 유진우?!”이 말이 나오자 장내가 떠들썩해졌다. 그들은 처음에 유진우를 그저 한 치 앞날도 내다볼 줄 모르고 잘난 체하는 젊은이라고만 생각했다. 어쩐지 일을 키운다더라니, 알고 보니 오늘의 주인공이었고, 요즘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천재 무사, 유진우였던 것이었다.“설마? 저 사람이 유진우라고?!”고현영은 어리둥절해졌고 이 상황을 믿을 수
마치 산사태가 덮치듯, 유진우를 향해 돌진했다.본투비 레벨 고수가 내력을 방출한다면 열 길 밖에 있는 적의 목도 딸 수 있다고 한다.“역시 스카이 랭킹 급 강자답네! 손만 대면 승용차 한 대를 박살 낼 수 있을 정도잖아!”“젊은이는 결국 젊은이야. 정말 너무 충동적이잖아, 젊은이는 송호를 흥분하게 만들지 말아야 했어. 오히려 자신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은 꼴이 됐어!”위세가 무서운 손바닥 모양의 그림자를 본 격투장 아래의 무도인들은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들이 보기에 이 기운은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하하...”유진우는 오히려 히쭉 웃었고 가볍게 한 걸음 내딛더니 환영처럼 제자리에서 사라져 무서운 속도로 공격해오는 손바닥 그림자를 가볍게 피했다.“피하는 게 빠르긴 하다만, 계속해서 몇 번을 더 피해 갈 수 있을지 지켜보겠어!”송호는 신음을 내며 연거푸 세 번이나 두 손바닥을 마주쳤다. 점점 더 빠르고 점점 더 힘을 실었다.유진우는 평온한 안색으로 연신 번쩍이며 공격해오는 손바닥 모양의 그림자를 오묘하고 기이한 몸놀림으로 모두 피했다.“제기랄! 미꾸라지 같은 녀석!”격투장 아래에서 전세권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유진우가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지 못한다면 평생의 한으로 남을 것 같았다. 하지만 유진우는 몸놀림이 너무 민첩하여 송호의 모든 공격을 정확하게 피했다.“이 어린 나이에 이렇게 훌륭한 몸놀림을 터득했을 줄이야?”지켜보던 고창석은 혀를 내둘렀다.“흥! 몸놀림이 민첩한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이변은 없을 겁니다. 정말 실력이 있었다면 이리저리 피하지 않았을 겁니다. 결국은 송호 선배를 이길 수 없을 거라고요!”고현영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유진우의 정체를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약간 경멸했다.‘남자라면 떳떳하게 대결해야지, 이리저리 피하고 숨는 게 무슨 재주야...’“고작 이 정도로 죽음의 칼잡이라고 우쭐대고 다닌단 말이에요? 내가 보기에는 별거 아닌 거 같은데요?”
순간 소란스럽던 격투 현장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갑자기 조용해졌다.숨을 거둔 짐승처럼 땅바닥에 누워 있는 송호를 보고 모든 사람이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는지, 모두 말을 잇지 못했다.송호의 묘수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유진우가 반드시 패배할 것으로 생각했다. 뜻밖에도 유진우는 겨우 뺨을 한 대 후려갈긴 것으로 송호를 제압했다. 직접 보지 않았다면 그들은 때려죽인다고 해도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기세등등하던 죽음의 칼잡이가 이렇게 낭패당하다니, 일시적인 방심 탓이었을까? 아니면 유진우가 그만큼 대단한 존재라서 이런 결과가 된 것일까?“헉,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송호가... 쓰러지다니?”“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어! 그야말로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고!”잠시 침묵이 흐르고 나서, 순식간에 장내가 발칵 뒤집혔다. 충격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도 있었고 뭔가 착오가 있었을 것이라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고 너무 놀라 사고가 멈춘 사람도 있었다. 기세등등하던 죽음의 칼잡이, 스카이 랭킹 급 강자가 뜻밖에도 유진우에게 제압당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해봤겠는가?“아니! 말도 안 돼! 저 녀석이 어떻게 송호 선배를 이길 수 있었을까? 틀림없이 비열한 수단을 썼을 거야!”전세권은 믿을 수 없다며 현실을 부정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이 녀석, 정말 너무 수상해!”전원중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설마? 송호 선배가 쓰러지다니?!”고현영 일행은 너무 놀라 머릿속이 멍해졌다. 이 대결의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이게 진우 형님의 실력인가요? 정말 범상치 않네요!”왕현은 온 얼굴에 경외심을 드러내며 탄복했다. 손바닥으로 죽음의 칼잡이를 죽일 수 있을 사람이 또 누가 있겠는가?“아!!”그때, 땅바닥에 쓰러졌던 송호가 갑자기 노호하는 소리와 함께 벌떡 일어섰다. 이전의 자신감과 오만함에 비해, 지금 그의 얼굴은 광기와 흉악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어?
“현무문의 힘을 믿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었어야 말이죠?”“안타깝게도 유진우가 목숨을 건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이 순간 많은 무도 세력이 걱정하기 시작했다. 보잘것없이 평범한 출신으로써 그들은 유진우가 이기기를 더욱 바랐다. 결국 현무문은 평소에 제멋대로 세상을 들쑥날쑥하고 다녔으니, 누군가가 나타나 그 기세를 꺾을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안타깝게도 송호를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의 칼이야말로 비장의 카드였기 때문이었다.“얘야! 네가 정말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아쉽게도 여기까지야! 오늘, 네가 내 칼에 맞아 죽을 수 있다는 것은 네 일생의 영광이라고 여겨!”송호는 구리 고리칼을 휘두르며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수백 근에 달하는 무거운 칼이었을 텐데, 그의 손에는 볏짚처럼 가볍게 들렸다. 이로써 사람들은 그의 팔 힘이 얼마나 센지 알 수 있었다.“쓸데없는 소리는 왜 그렇게 많이 해요? 그냥 덤비세요.”유진우는 도발적인 태도로 손을 까딱했다.“죽을래!”송호는 눈에 핏발이 선 채 곧장 칼을 들고 준비했다. 길고 큰 구리 고리칼이 땅바닥에 닿아 길고 깊은 자국을 냈고, 그와 함께 엄청난 양의 불꽃이 튀어 올랐다.“허리케인 검법 넘버3!”유진우와 가까워지자, 송호는 소리를 지르며 칼을 마구 휘둘렀다. 하늘을 가득 메웠던 칼 그림자가 얼기설기 뒤엉켜 유진우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무서운 위압감이 순식간에 폭발했고 사람들은 숨쉬기가 힘들어졌다.“허리케인 검법이라, 역시 명실상부하군!”“이 칼이 등장하면 신이든 악마든 두손 두발 들고 물러날 수밖에 없어요. 유진우는 틀림없이 죽게 되겠네요!”무서운 칼날을 보고 많은 무사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유진우는 꿈쩍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칼 그림자가 내려앉는 순간,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칼 그림자의 칼끝을 움켜쥐었다.“쾅!”유진우의 내력이 폭발하자 온 하늘을 뒤덮었던 칼 그림자가 그 자리에서 산산이 조각났고
문관옥이 어찌 할 바를 몰라 할 때 발밑의 땅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와 함께 약간의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지진이 난 건가?”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무관옥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자 후방의 산림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수천, 수만의 병마들이 나타나 있었다.눈길이 닿는 곳마다 빽빽하게 가득 찬 병마들로 산과 들이 전부 뒤덮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거대한 병력은 하나로 합쳐진 단일 부대가 아니었다.오히려 여덟 개의 정예 부대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몰려들고 있었다.땅의 진동은 바로 이 여덟 부대가 달려오며 만들어낸 소리였다.“저거 봐요! 저게 뭐예요?”“맙소사! 엄청난 규모잖아요! 산 전체가 덮일 것 같아요!”“저기 깃발을 봐요. 우리 지원군인 것 같아요!”“뭐라고요? 지원군이 왔다고요? 정말 잘됐어요!”사람들은 상황을 자세히 살핀 뒤 크게 기뻐하며 외쳤다.너무나 강력한 힘을 지닌 유장혁을 그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더 많은 병력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했으며 그들이 바라던 대로 엄청난 지원군이 도착한 것이다.사람을 압도하는 수적 우위로 유장혁을 포위하거나 아니면 절대 강자가 나서서 그를 제압해야만 했다.현재 이곳에 도착한 방대한 군력은 무려 10만에 달했다. 사람마다 한 개 기술을 써도 유장혁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팔방제후에요! 팔방제후의 병력이 도착했어요!”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무관옥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연경에는 세 개의 주요 군사력이 존재한다. 첫째는 치안을 유지하는 성위군 둘째는 자금성 안에서 황족을 보호하는 금위군이다.그리고 셋째가 바로 외성에서 제8대 총수가 지휘하는 특수 군대인데 이는 연경의 안전을 지키고 반란이나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대이다.팔방 제후라고 불리는 이 총수는 높은 관직이 아니지만, 실제 권력은 거의 제1제후와 맞먹는다.그래서 이들은 종종 ‘팔방제후’라는 존칭으로 불리며 고위 관료들도 이들에게 함부로
“으윽!”전신 법상이 산산조각 난 순간 한비영은 마치 심각한 타격을 입은 듯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몸은 힘이 빠진 듯 휘청거렸다. 마치 기운을 전부 뺏긴 것 같은 모습이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내가 졌다고?”한비영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그는 늘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있었고 어떤 천재가 나타나더라도 그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자신이 무적이라 믿었고 누구도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으리라 자부했다.그러나 오늘 한비영은 아주 처참하게 패배했다.천신사상결의 모든 기술을 남김없이 펼쳤지만, 결국 상대를 넘지 못했다.반면 유장혁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매 순간 정면으로 맞섰다.이번 싸움은 오직 절대적인 힘과 기술의 대결이었고 속임수 같은 건 없었다.결과적으로 한비영이 졌고 유장혁은 강력한 실력으로 천신사상결을 완전히 깨부수며 자신의 불패 신화를 끝장냈다.한비영은 자신이 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맙소사! 유장혁이 이겼다고요? 유장혁이 한비영을 이겼다고?”“천신사상결을 막아낸 사람이 있다니 이건 기적이에요!”“이게 바로 전설 속의 천재인가? 정말 두렵군요!”“...”유장혁이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유장혁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경악했다.한비영마저 이길 수 없다면 이들 중 유장혁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젠장! 천하회의 도련님이라는 사람인데 이런 망신을 당하다니!”문관옥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문관옥은 한비영과 유장혁이 서로 치명적인 상처 입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한비영은 이미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유장혁은 멀쩡한 상태였다.유장혁이 얼마나 숨겨온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천신사상결은 정말 대단한 기술이에요. 도련님께서 대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면 나는 이 기술을 막지 못했을지도 몰라요.”유장혁은 담담히 말
“왔다! 드디어 천신사상결의 최강 필살기가 나왔어요!”“전설에 따르면 전신의 분노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죠. 오늘 우리가 그것을 직접 볼 줄은 몰랐어요!”“천신사상결에 의해 죽는다면 그 또한 유장혁의 명성에 어울리는 최후가 될 것 같아요.”“...”공중에 떠올라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낸 한비영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두려움과 경외심에 휩싸였다.천신사상결은 천하회의 종주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필살기로 무림의 5대 필살기 중 하나로 꼽힌다.사람들은 그저 소문으로만 들어왔을 뿐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조금 전 보여준 세 가지 기술만으로도 이미 천지개벽할 정도였는데 이제 마지막 기술이 펼쳐질 순간이었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었다.“전신의 분노!”공중에 떠 있는 한비영이 갑자기 포효했다.순간 한비영의 몸에서 전신 법상이 폭발적으로 나타났고 순식간에 키가 30미터가 넘는 거대한 거인으로 변했다.유진우는 그 발끝에서 마치 개미처럼 보잘것없어 보였다.마치 발을 한 번 내디디기만 해도 간단히 짓밟힐 것처럼 보였다.“검법 파장술!”한비영은 천천히 손을 들어 던지는 자세를 취하더니 거칠게 손을 아래로 내리눌렀다.그의 머리 위 거대한 법상 역시 똑같은 동작을 취했지만, 그 손에는 푸른 번개로 뒤덮인 거대한 창이 들려 있었다!“쿵!”번개 창은 마치 미사일처럼 유진우를 향해 내리꽂혔다.순식간에 천지가 뒤바뀌고 공간이 뒤틀렸다.극에 달한 공포스러운 위압감이 순식간에 온 사방을 덮쳤다.마치 하늘에서 신이 벌을 내려주듯 사람들을 공포와 전율로 몰아넣었다.번개 창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그 강력한 힘은 이미 대지를 붕괴시키고 바위를 산산조각 냈다. 백 미터 이내에 있던 풀과 나무는 모두 먼지로 변했다.멀리서 지켜보던 무사들은 겁에 질려 연신 뒤로 물러나며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강린!”번개 창이 내려오는 순간 유진우의 몸에 새겨진 강린 문신이 갑자기 빛을 발했다.검은 불빛이 그의 몸에서 터져 나와 거대한
허공에 드리운 거대한 형상은 온몸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뜨거운 열기는 대지를 녹일 듯 위협적이었다.“화신의 분노!”기운이 최고조에 달하자 한비영은 양손을 앞으로 세차게 밀어내었다.그의 등 뒤에 나타난 화신 또한 똑같이 손바닥을 내지르는 동작을 취했다.곧이어 새빨간 불꽃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화염 용이 하늘로 솟구치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유진우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주작!”유진우는 기운을 전환하며 몸에서 뿜어져 나온 현청진기를 머리 위로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그의 머리 위에는 거대한 불꽃의 신조 주작이 모습을 드러냈다.“끼오!”주작은 커다란 날개를 힘차게 펼치며 수많은 불빛을 흩뿌렸다. 화살처럼 치솟아 오른 주작은 한비영의 용과 정면으로 충돌했다.“쾅!”굉음과 함께 두 거대한 존재는 격렬히 부딪혔다.주작은 폭발하여 수많은 불꽃 조각으로 흩어졌고 용 또한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 두 사람의 대결은 다시 한번 무승부로 끝났다.이 결과를 본 한비영의 표정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세 번째 기술을 준비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한비영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배는 바다를 삼키는 고래처럼 부풀어 오르며 천지의 영기를 거칠게 빨아들였다.그 순간 그의 등 뒤에 검은 구름 같은 형상을 띤 신상이 나타났다.이 신상은 흉측한 얼굴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하고 있었다.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무사들은 공포에 질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기세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짓눌러왔다.“천둥의 분노!”한비영이 긴 함성을 내지르며 허공을 향해 강렬한 주먹을 내질렀다.그의 등 뒤의 천둥의 형상 또한 거대한 주먹을 휘둘러 유진우를 향해 내리쳤다.그 주먹은 마치 태산이 내려앉는 듯한 기세로 막강한 압박감을 뿜어냈다.“청룡!”유진우는 다시 한번 몸속의 현청진기를 뿜어내 머리 위에 푸른 청룡을 소환했다.푸른 용은 생동감이 넘쳤으며 비늘 하나하나가 빛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였다.용의 신비롭
“너희들 생각엔 한비영이랑 유진우 둘 중에 누가 더 셀 것 같아?”“만약 두 사람 모두 전성기 시절의 실력대로라면 아마 비등비등하지 않을까 싶은데. 결국은 누가 더 전략을 잘 짜느냐가 관건이겠지만.”“말도 안 돼! 당연히 한비영 도련님께서 훨씬 월등하시지! 유진우는 이미 한물갔어. 이제는 한비영 도련님께서 진정한 천하제일 천재란 말이야!”“나도 도련님께서 이기실 것 같아. 어쨌든 유진우는 방금까지 싸워서 체력을 다 써버렸으니 꽤 지쳤을 거야.”“...”대치 중인 한비영과 유진우를 바라보며 무인들은 귓속말로 여러 추측들을 주고받았다.두 사람 모두 알아주는 천재로서 결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이런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맞붙는다고 하니 그 누가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있으랴.물론 대다수는 한비영의 승리를 예상했다.한비영은 최근 몇 년간 천하에 이름을 떨치며 대단한 기세를 뽐냈고 자질로 봤을 때는 이미 무적이었다.그 반면, 유진우도 과거엔 알아주는 무인이었지만 지금의 한비영과 비교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그래, 싸워라, 싸워. 얼른 너희 둘이 싸우다가 둘 다 죽거나 크게 다쳐야 내가 얻는 게 있지.”문관옥은 두 사람을 조롱하는 듯한 냉소를 지었다.생사가 걸렸는데 아직까지 무슨 무림인들의 규칙을 지킨다고 설쳐대는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전략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려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결투의 기본 상식이거늘.“유진우, 난 지금부터 천신사상결을 사용할 거다. 잘 사리는 게 좋을 거야.”“받아라!”한비영은 경고 한 마디를 마친 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그의 몸에서는 강렬한 기운이 폭발하더니 푸른빛의 잔상이 등 뒤에서 뿜어져 나왔다.그 잔상은 여섯에서 일곱 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로 마치 신마와 같은 위풍당당하고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주었다.“세상에, 시작부터 천신사상결이라니. 아무래도 도련님께서 싸움을 한 번에 끝내실 생각인가 보구나!”“천신사상결이라니, 저건 천하에 위세를 떨친 기술이야. 신이 앞을
백발의 노인은 구세주를 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기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경원종이 유명하다고는 해도 천하회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말도 안 될 정도였다.이미 2년 전부터 한비영이 대 마스터에 접어들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이런 절세의 천재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존재였다.“한비영 도련님이 나서주셨으니 이제 유진우도 도망치지는 못할 거야!”미모의 부인은 기쁨으로 두 눈을 반짝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도망쳐야 하나 싶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한비영이 와주었으니 이제는 마음 놓고 전투를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한비영 도련님을 뵙습니다!”한비영이 땅으로 착지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공손한 인사를 건네며 존경을 표했다.“다들 물러나 계십시오. 이제 전투는 제가 맡습니다.”한비영이 큰 소리로 말했다.“네!”사람들 역시 큰 소리로 대답하며 양옆으로 물러서 자리를 내어주었다.위험을 피하면서도 공로를 나눌 수 있는 이 상황에 사람들은 기꺼이 옆으로 물러나 한비영의 실력을 구경할 준비를 마쳤다.“도련님, 유진우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혼자서 상대하시기엔 무리일 수도 있으니 같이 힘을 합치는 건 어떨까요?”“관옥 도련님, 호의는 감사하지만 저는 혼자 싸우는 걸 좋아해서요. 그러니 도련님께선 잠시 쉬시는 게 좋을 겁니다.”“하지만 비영 도련님, 이번 일은 중대한 사안입니다. 만일의 사태를 위해 함께 싸우시는 편이 어떠신지요.”문관옥이 다시 입을 열었다.“왜 그러십니까, 도련님께선 이 한비영을 못 믿으신다는 겁니까? 설마 제가 유진우 하나 상대 못 할 것 같나요?”한비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도련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자존심을 내세우실 때가 아니라 임무가 우선입니다. 만에 하나 문제라도 생긴다면 도련님 혼자 책임을 지시기 버거울 겁니다.”문관옥이 경고하듯 말했다.“저는 무림인으로서 무림인들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도련님께서 책임에 대해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이봐요!”문관
“응?”유진우의 시선이 느껴지자 문관옥은 밀려오는 불안함에 눈꺼풀이 떨렸다.조금 전, 백호랑이 시간을 끄는 틈을 타 그는 이미 단약을 삼켜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체력 역시 회복하고 있었다.몇 분 정도 지나자 상처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금세 사라졌고 체력도 빠르게 돌아왔다.그 반면, 유진우는 계속 이어지는 전투에 엄청난 체력을 소모했을 것이다.이제 역전된 기세에 문관옥은 어쩌면 자신에게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문관옥은 더 자신감을 얻었다.물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여러 명이 한꺼번에 공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비겁한 방식일지라도 단독으로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나았다.“영웅 여러분, 유진우의 기력이 거의 다 소진되었을 겁니다. 우리 다 같이 힘을 합치기만 한다면 분명 죽일 수 있을 겁니다.”문관옥이 큰 소리로 외쳤다.그 말에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유진우의 모습은 문관옥의 말처럼 체력이 부족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유진우에게 무모하게 덤비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백호랑이 데리고 온 군사들의 시신은 아직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 광경은 피로 새겨진 교훈이었다. 그 누가 감히 선뜻 나설 수 있을까?“오늘의 임무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리스크가 있어야만 성공이 따르는 겁니다. 저놈만 죽이면 여러분들은 평생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문관옥이 차분한 말투로 사람들을 유혹했다.그 말에 사람들의 눈빛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더니 각자의 얼굴에 의욕이 넘쳤다.유진우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결국은 혼자일 뿐이었고 방금 몇 차례의 전투를 통해 체력도 많이 소모되었을 것이다.그들이 힘을 모아 공격하기만 한다면 승산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죽는 게 무섭지 않다면, 어디 한 번 앞으로 나와 봐.”유진우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자 사람들은 놀란 기색으로 뒷걸음질 쳤다.조금 전의 혈투를 똑똑히 목격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려움으
“윽...”그때 문관옥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갑자기 피를 내뿜었다.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손에 든 빙화검을 바닥에 꽂아 가늘게 떨리는 몸을 지탱했다.마지막 공격에서 문관옥이 크게 다친 것이 분명했다.“뭐라고요?”이 광경을 본 사람들이 경악했다.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어 하는 모습이었다.‘문관옥이 졌다고? 말도 안 돼!’문관옥은 4대 군신들의 우두머리였고 전쟁터에서 많은 사람들과 싸워왔었다.방금 공격에서 보여준 건 대 마스터가 되어야만 쓸만한 기술들이었다.‘그런 고수가 어떻게 질 수 있어? 유진우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문관옥도 이길 수 없을 만큼?’“계속 실력을 숨기고 있었어?”문관옥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그가 전력을 쓴 공격도 쉽게 막아냈으니 말이다.문관옥은 유진우를 쉽게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다쳐버렸다.‘정말 말도 안 돼!’‘어떻게 된 거지? 유진우는 분명 사라진 지 10년이나 지났어. 서경왕부의 도움이 없는데 어떻게 이 정도로 강한 실력을 갖춘 거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내가 실력을 숨긴 게 아니라 네가 너무 약한 거야. 제대로 된 싸움으로 받아들이지도 못할 만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너!”문관옥은 이를 악물고 뭐라 말하려 했지만 또 피를 뿜었다.“4대 도련님 중에서 네가 최약체 아니야?”유진우가 말했다.실력으로만 봐서는 천하회의 한비영이 문관옥보다 훨씬 나았다.“날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니야?”화가 난 문관옥이 명령했다.“백호랑! 내 명을 들어. 당장 이놈을 죽여!”“돌진!”명령을 받은 백호랑들은 칼을 들고 유진우를 향해 돌진했다.이 백호랑들은 모두 문관옥이 정성껏 길러낸 호위무사들로 충성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실력도 강했다.물론 그도 백호랑이 정말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공격하라고 명령한 건 시간을 끌면서 유진우의 기력을 소모하기 위해서였다.이번 작전에 참여한 세력들은
“대 마스터...문 도련님의 한 방은 분명 대 마스터에 버금 가는 실력입니다!”채지웅은 그를 올려다보며 놀라움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유진우도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문관옥이 더 강할 줄은 몰랐다.‘마스터의 경지로 대 마스터의 실력을 발휘하다니... 말도 안 돼. 역시 천교는 다르다는 건가?’“이런 기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온 세상에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노윤하는 입을 딱 벌린 채 충격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고수라고 생각했지만 문관옥 같은 고수 앞에서 자기는 정말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너무 대단하시네요. 제 실력이 문 도련님 절반이라도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요...”사호문 제자들도 깜짝 놀랐을 뿐만 아니라 속으로 경외심을 느꼈고 뛰어난 실력을 갖춘 문관옥을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인제야 그들은 마침내 천교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깨달았다.“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문관옥이 칼을 휘두르는 걸 보면서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저 살짝 스텝을 밟고는 칼을 들어 앞으로 찌를 뿐이었다.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지만 화려한 테크닉도 없는 그저 단순한 공격이었다.그러나 문관옥이 들고 있는 거대한 칼날에 비하면 유진우는 코끼리 앞에 선 개미처럼 작고 약해 보였다. 입김만 불어도 부서질 듯이 말이다.“죽어!”유진우가 정면으로 맞서자 문관옥은 칼을 든 손에 힘을 더 세게 주었다. 그리고는 양손에 칼을 꼭 쥐고 아래로 내리쳤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의 칼끝이 무관옥의 칼날을 정확하게 찔렀다.순간, 공포스러운 파동이 하늘 높이 치밀어 오르더니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에 있던 꽃과 나무는 온데간데없이 증발해 버렸고 바닥마저도 한층 벗겨져 버렸다.관전하는 무사들도 쓰러져서 곤두박질쳤다.모든 것이 가라앉고 나서야 무사들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저 멀리에 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구덩이 안에는 흑백의 그림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흰색은 유진우였고 검은색은